저자 : 한스 로슬링
★ 2012년 〈타임〉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 2011년 〈패스트컴퍼니〉 선정 가장 창조적 인물 100인
★ 2009년 〈포린폴리시〉 선정 세계 주요 사상가 100인
통계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자 의사, 테드(TED) 최고의 스타강사. 오해와 편견을 넘어 사실을 토대로 한 세계관을 키우고, 이를 일터와 학교는 물론 전 세계에 전파하는 데 노력해왔다. 2005년 아들 올라 로슬링, 며느리 안나 로슬링 뢴룬드와 함께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으로 심각한 무지와 싸운다는 사명을 가지고 ‘갭마인더재단(GAPMINDER FOUNDATION)’을 세웠다. 그동안 금융 기관, 기업, 비정부 기구 등 다양한 곳에서 강연을 했으며, 14번의 테드 강연은 조회수 3,500만을 돌파,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1948년 스웨덴 웁살라에서 태어나, 웁살라대학교에서 통계와 의학을, 인도 벵갈루루 성요한의과대학교에서 공중 보건을 공부했으며, 1976년 의사 자격을 얻었다. 1979~1981년까지 모잠비크 나칼라에서 지역 보건 담당자로 일하면서 콘조(KONZO)로 알려진, 마비 증세를 일으키는 질병을 발견했다. 이 연구로 1986년 웁살라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7년부터 스톡홀름의 의과대학 카롤린스카연구소(KAROLINSKA INSTITUTET)에서 세계 보건 교수로 근무하며 경제발전, 농업, 가난, 건강 사이의 연관관계를 집중 연구했다. 새로운 수업과 연구 파트너십을 시작했으며, 세계 보건에 관한 교재를 공동 집필하기도 했다.
또한 스웨덴 국경없는의사회를 공동으로 설립하고 세계보건기구와 유니세프 등의 구호기구에서 고문을 지냈으며, 스웨덴 과학 아카데미 국제 그룹과 스위스에 있는 세계경제포럼 ‘세계 어젠다 네트워크’의 회원으로 활동했다. 〈통계의 기쁨〉(2010), 〈겁내지 말 것?인구에 관한 진실〉(2013), 〈겁내지 말 것?가난 끝내기〉(2015) 세 편의 BBC 다큐멘터리를 기획ㆍ진행한 공로로 2011년 그리어슨상(GRIERSON AWARDS)을 수상했다. 2012년에는 하버드대학교가 수여하는 인도주의상을, 2014년에는 웁살라대학교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람의 잘못된 인식을 바꾸기 위해 평생을 헌신해온 그는, 이 책을 집필하는 데 몰두하다 2017년 2월 7일 세상을 떠났다.
1장 간극 본능
짐승을 잡아라
사실 문제 2
세계 인구의 다수는 어디에 살까?
A: 저소득 국가
B: 중간 소득 국가
C: 고소득 국가
세계 인구 다수는 저소득 국가도, 고소득 국가도 아닌 중간 소득 국가에 산다. 중간 소득 국가는 세상을 둘로 나누는 사고방식에는 존재하지 않는 범주이지만, 현실에서는 엄연히 존재한다. 인류의 75%가 사는 곳이자, 사람들이 간극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곳이다.
중간 소득 국가와 고소득 국가를 합치면 인류의 91%에 해당하는데, 이들 대부분이 세계시장에 편입되었으며 상당한 발전을 이뤄 그런대로 괜찮은 삶을 산다. 인도주의자에게는 기쁜 일이고, 세계적 사업을 하는 사람에게는 중대한 일이다.
중간층에 사는 50억 인구가 잠재적 소비자로서 삶의 질을 높이며, 삼푸·오토바이·생리대·스마트폰 등을 소비한다. 그런 사람들을 그저 '가난한' 사람으로 치부한다면 큰 시장을 쉽게 놓쳐버리는 꼴이다.
하지만 세상을 이해하려면 어떤 식으로든 분류를 해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서 그 명칭을 대체하기 위해 세상을 나누는 간단하지만 좀 더 적절하고 유용한 방법을 소개하려 한다. 세계를 두 집단으로 나누지 않고, 다음 그림처럼 소득 수준에 따라 네 단계로 나누는 방법이다.
네 단계 소득수준을 컴퓨터 게임 레벨로 생각해보라. 누구나 레벨 1에서 레벨 2로, 다시 레벨 3으로 계속 올라기길 바란다. 컴퓨터 게임과 한 가지 크게 다른 점이라면, 레벨 1이 가장 힘들다는 것이다. 이제 게임을 시작해보자.
1단계: 1단계는 하루 1달러로 출발한다. 5명의 자녀가 걸어서 1시간 거리에 있는 더러운 진흙 구덩이에서 물을 길어 오기 위해 하나뿐인 플라스틱 양동이를 들고 맨발로 몇 시간씩 왔다 갔다 해야 한다. 아이들이 땔나무를 주우며 돌아오는 동안 집에서는 거무스름한 죽을 준비한다. 평생토록 날마다 매끼 먹는 음식이다. 토양이 메말라 곡식이 자라지 않아, 굶주린 채 잠을 자야 하는 몇 달은 그나마 그것조차 먹지 못한다. 하루는 막내딸이 기침을 심하게 한다. 실내에서 불을 지피다 보니, 연기에 폐가 약해진 탓이다. 하지만 돈이 없어 항생제를 사지 못하고, 한 달 뒤 딸아이가 죽는다. 극도의 가난이다. 그래도 살아가려고 안간힘을 쓴다. 운이 좋아 작황이 좋으면, 남는 작물을 팔아 하루에 가까스로 2달러 남짓 번다. 그러면 다음 단계로 올라간다. 행운이 함께하길! (오늘날 약 10억 인구가 이런 식으로 산다.)
2단계: 드디어 2단계다! 소득은 4배가 되어 이제 하루에 4달러를 번다. 날마다 3달러가 남는다. 이 돈으로 무엇을 하겠는가? 이제는 먹을거리를 직접 기르지 않고, 돈으로 살 수 있다. 닭도 살 수 있는데, 이는 달걀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돈을 조금 모아 아이들에게 샌들과 자전거를 사주고, 플라스틱 양동이도 더 구입한다. 이제는 물을 길어 오는 시간이 하루에 30분으로 줄었다. 가스레인지도 구입해, 아이들은 땔감을 줍는 대신 학교에 갈 수 있다. 전기가 들어와 전등을 켜놓고 숙제를 한다. 하지만 전기 공급이 너무 불안정해서 냉장고를 쓰기는 어렵다. 그리고 모아둔 돈으로 매트리스를 산 덕에 흙바닥에서 잠을 자지 않아도 된다. 삶은 이제 훨씬 나아졌지만, 아직도 매우 불확실하다. 어디가 아프기라도 하면 가진 것을 거의 다 팔아 약을 구입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다시 1단계로 추락한다. 하루에 여윳돈 3달러만 생겨도 좋지만, 삶을 극적으로 개선하려면 소득이 다시 4배가 되어야 한다. 동네 의류업체에 취직할 수 있다면, 집에 급여를 가져오는 첫 번째 식구가 될 것이다. (오늘날 약 30억 인구가 이런 식으로 산다.)
3단계: 와, 해냈다! 투 잡, 스리 잡을 뛰면서 하루 16시간, 주 7일을 일해 어렵게 소득을 다시 4배로 올려 하루 16달러를 번다. 저축도 제법 하고, 수도도 설치한다. 이제 물을 길러 다니지 않아도 된다. 전기도 안정적으로 공급되어 아이들은 늦게까지 공부를 하고, 냉장고를 구입해 음식을 보관하면서 날마다 다른 요리를 할 수 있다. 돈을 모아 오토바이를 산 덕에 급여가 더 나은 도심 공장에 나가 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어느 날 공장에 출근하다 사고를 당해 그동안 모아둔 아이들 교육비를 치료비로 쓴다. 다행히 몸은 회복되고, 모아둔 돈이 있어 2단계로 추락하지는 않는다. 아이들 중 둘이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어떻게든 고등학교를 졸업한다면 부모가 경험한 적 없는 높은 급여를 받는 일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취직을 하면, 이를 축하하기 위해 온 가족이 생전 처음 해변에 나가 오후 한때를 즐긴다. (오늘날 약 20억 인구가 이런 식으로 산다.)
4단계: 이제 하루에 32달러 넘게 번다. 부유한 소비자이고, 여기에 다시 하루 3달러를 더 번다고 해서 일상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극도로 빈곤한 삶을 바꿀 수 있는 3달러가 큰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교육은 12년 넘게 받고, 비행기를 타고 휴가를 떠난 적도 있다. 한 달에 한 번은 외식을 하고, 차를 살 수도 있다. 물론 집에서 온수와 냉수를 모두 쓸 수 있다.
독자는 이 단계의 삶을 이미 알고 있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4단계 삶을 살 것이 거의 확실하다. 따라서 4단계 삶을 따로 설명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런 고소득층의 삶을 사는 사람은 다른 세 단계 삶 사이의 큰 차이를 이해하기 어렵다. 4단계 사람이 다른 60억 인구의 현실을 오해하지 않으려면 큰 노력이 필요하다. (오늘날 약 10억 인구가 이런 식으로 산다.)
한 가족이 1단계에서 4단계로 올라가기까지 대개 여러 세대가 걸린다. 어쨌거나 각 단계의 삶이 어떤 모습인지 독자의 머릿속에 명확한 그림이 그려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개인이든 국가든 단계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세상에는 삶이 두 종류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면 좋겠다.
인간의 역사는 1단계에서 출발했다. 10만 년이 넘도록 누구도 1단계를 넘어서지 못했고, 아이들은 부모가 될 때까지 살아남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200년 전만 해도 세계 인구의 85%가 여전히 극도로 빈곤한 1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오늘날에는 절대다수가 중간층인 2단계와 3단계에 분산되어 있는데, 1950년대 서유럽과 북아메리카에 해당하는 생활수준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여러 해 지속되었다.
간극 본능
간극 본능은 아주 강렬하다.
내 생각에 인간에게는 이분법적 사고를 추구하는 강려하고 극적인 본능이 있는 것 같다. 어떤 대상을 뚜렸이 구별되는 두 집단으로 나누려는 본능인데, 두 집단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라고는 실체 없는 간극뿐이다.
간극 본능은 분할을 연상케 하지만 알고 보면 완만한 다양성에 불과하고, 차이를 연상케 하지만 사실은 수렴하는 차이며, 갈등을 연상케 하지만 사실은 합의에 이르는 갈등이다. 여러 본능 중 간극 본능을 가장 먼저 거론하는 이유는 이 본능이 무척 흔하고, 데이터를 근본적으로 왜곡하기 때문이다.
사실충실성
사실충실성은 지금 저 이야기는 간극을 말한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그런 이야기는 별개의 두 집단이 서로 간극을 두고 존재하는 그림을 가정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현실은 그렇게 극과 극으로 갈리지 않는다. 사람들이 간극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그곳에 사실은 인구 대다수가 존재한다.
•평균 비교를 조심하라 분산을 살펴본다면 겹치는 부분을 발견할 것이다. 그러면 둘 사이의 간극 따위는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 극단 비교를 조심하라 국가로 보나, 사람으로 보나 어느 집단이든 상위 계층과 하위 계층이 어느 정도는 있게 마련이다. 아울러 그 차이가 심각하게 불공평할 때도 더러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라도 사람들이 흔히 간극이 존재하려니 생각하는 중간층에 사실은 다수의 사람이 존재한다.
•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각 위에서 내려다보면 시야가 왜곡된다는 점을 명심하라. 모든 게 다 똑같이 작게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2장 부정 본능
치유로서 통계
사실 문제 3
지난 20년간 세계 인구에서 극빈층 비율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A: 거의 2배로 늘었다.
B: 거의 같다.
C: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정답은 C다. 지난 20년간 세계 인구에서 극빈층 비율은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하지만 온라인 설문 조사 결과, 거의 모든 나라에서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10%도 안 되었다.
독자는 20년 전에 몇 살이었는가? 잠시 눈을 감고 20년 전의 나를 상상해보라. 내가 사는 세계는 얼마나 변했는가? 많이 변했는가? 조금 변했는가? 전 세계는 20년 전만 해도 전체 인구의 29%가 극빈층이었지만, 이제는 그 비율이 9%로 줄었을 정도로 크게 변했다. 오늘날에는 거의 모든 사람이 지옥을 탈출했다. 인류를 괴롭혀온 고통의 근원이 사라지려는 순간이다. 우리는 파티를 열어야 한다. 그것도 성대한 파티를! 여기서 내가 말하는 ‘우리’는 바로 인류다!
그런데 우리은 우울하다. 4단계 삶을 사는 우리는 텔레지전에서 여전히 극빈층을 본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만 같다. 하지만 4단계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한 사이, 수십억 인구가 비참한 삶을 탈출해 세계시장에서 소비자와 생산자가 되었다.
고소득이라는 목표는 단지 돈을 더 많이 버는 데 있지 않다. 장수라는 목표는 단지 더 오래 사는 데 있는 게 아니다. 궁극적 목표는 하고 싶은 것을 할 자유다. 나로 말하면 서커스를 좋아하고, 손주들과 같이 하는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며, 텔레비전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기를 좋아한다. 발전의 궁극적 목표인 문화와 자유는 측정하기 어렵지만, 1인당 기타 보유 수는 그러한 측정을 대신할 좋은 지표다. 그리고 반갑게도 그 수치는 높아졌다. 이 렇게 희망적인 통계가 많은데, 어떻게 세계가 점점 나빠진다고 말할 수 있는가?
부정 본능
그런 식의 생각은 대개 부정 본능 때문이다. 좋은 것보다 나쁜 것에 더 주목하는 본능이다. 여기에는 세 가지 원인이 작용한다. 하나는 과거를 잘못 기억하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언론인과 활동가들이 사건을 선별적으로 보도하기 때문이며, 마지막으로 상황이 나쁜데 세상이 더 좋아진다고 말하면 냉정해 보이기 때문이다.
부정 본능을 어떻게 억제할까?
주변 상황이 점점 나빠진다고 아우성치는 와중에 우리뇌가 상황이 점점 좋아진다는 사실을 인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게 효과 있는 해법은 머릿속에서 두 가지 생각을 동시에 유지하도록 스스로를 설득하는 것이다.
우리는 상황이 점점 좋아진다는 말을 들으면 ‘걱정 마, 안심해’라거나 ‘신경 안 써도 돼’라는 뜻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내가 상황이 점점 좋아진다고 말할 때는 결코 그런 뜻이 아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심각한 문제를 외면하자는 뜻이 아니라, 상황이 나쁠 수도 있고 동시에 좋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부정 본능을 억제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으레 나쁜 뉴스가 나오려니 생각하는 것이다.
언론과 활동가들은 사람들의 주의를 끌려고 극적 상황에 의존한다는 점을 기억하라.
이런 사실을 기억하면 우리와 우리 아이들이 뉴스를 보면서 날마다 디스토피아로 휩쓸려가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사실충실성
사실충실성은 지금 저 뉴스는 부정적 면을 보도한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나쁜 소식은 좋은 소식보다 우리에게 전달될 확률이 훨씬 높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어떤 상황이 점점 좋아져도 그것은 뉴스가 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주변 세계에 대해 항상 지나치게 부정적 인상을 받기 쉽고, 이것이 대단한 스트레스가 된다.
부정 본능을 억제하려면 나쁜 소식을 예상하라.
• 나아지지만 나쁘다 현 수준(예: 나쁘다)과 변화의 방향(예: 좋아진다)을 구별하는 연습을 하라. 상황은 나아지는 동시에 나쁠 수도 있다는 확신을 가져라.
• 좋은 소식은 뉴스가 안 된다 좋은 소식은 거의 보도하지 않는다. 그래서 뉴스는 거의 항상 나쁜 소식이다. 나쁜 소식을 볼 때면, 같은 정도의 긍정적 소식이었다면 뉴스에 나왔을지 생각해보라.
• 점진적 개선은 뉴스가 안 된다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중에 주기적으로 작은 문제가 나타난다면, 전반적 개선보다 그 문제를 주목할 가능성이 높다.
• 뉴스에 많이 나온다고 해서 고통이 더 큰 것은 아니다 나쁜 뉴스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세상이 나빠져서가 아니라, 고통을 감시하는 능력이 좋아졌기 때문일 수 있다.
• 장밋빛 과거를 조심하라 사람들은 유년의 경험을, 국가는 자국 역사를 곧잘 미화한다.
3장 직선 본능
생존자가 많으면 왜 인구가 감소할까?
멜린다 게이츠는 남편 빌 게이츠와 함께 자선 재단을 운영한다. 두 사람은 기초 의료와 교육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극빈층 아이 수백만 명의 목숨을 구했다. 그러나 지식인과 좋은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재단과 꾸준히 접촉하며 그런 사업은 그만둬야 한다고 말한다. 그들의 논리는 이렇다. “가난한 아이들을 계속 살리면 인구 과잉으로 지구가 멸망할 것이다.”
언뜻 들으면 옳은 말 같기도 하다. 아이들이 더 많이 살아남으면 인구는 '단지' 증가할 뿐이다. 맞는가? 절대 아니다! 완전히 틀린 말이다.
극빈층 부모는 내가 앞서 말한 이유로 자녀가 많아야 한다. 아동 노동력 때문만 아니라 일부 아이가 죽을 경우를 대비해서다.
그러나 아이들의 생존율이 높아지면, 아이들을 노동에 동원할 필요가 없어지면, 여성이 교육받고 정보를 얻어 피임할 수 있으면, 문화와 종교에 상관없이 남성과 여성 모두 자녀를 적게 낳아 제대로 교육할 꿈을 꾸기 시작한다.
“가난한 아이를 구하면 인구는 ‘단지’ 늘어난다”는 말은 옳은 것 같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극빈층 탈출이 늦어질 때 인구는 ‘단지’ 늘어난다. 극빈층에 갇힌 세대가 오히려 다음 세대 인구를 더 증가시킬 것이다. 인구 성장을 멈출 수 있는 유일하게 증명된 방법은 극빈층을 없애고, 교육과 피임을 비롯해 더 나은 삶을 제공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삶이 나아진 부모는 자녀를 더 적게 낳는 쪽을 선택했다. 이런 변화는 전 세계에서 일어났다. 아동 사망률을 낮추지 않고 이런 변화가 일어난 곳은 없었다.
이와 관련한 토론은 이제까지 가장 중요한 점을 빠뜨렸다. 극빈층 사람들을 비참함과 치욕에서 빠져나오도록 도와야 할 도덕적 의무다. 지금 당장 고통받고 있는데,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미래 사람을 위해 지구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로서는 가만히 듣고 있기가 무척 거북하다. 그러나 아동 사망률 문제에서는 현재와 미래 중, 우리 가슴과 머리 중 하나를 택할 필요가 없다. 모두 지향점이 같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아동 사망률을 줄여야 한다. 이는 고통받는 아이를 살리는 인간적 행위일 뿐 아니라 현재에도, 미래에도 전 세계에 이로운 행위다.
사실충실성
사실충실성은 지금 그 이야기는 도표의 선이 계속 직선으로 뻗어나가리라 단정한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그런 선은 현실에서 매우 드물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직선 본능을 억제하려면 세상에는 다양한 곡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 직선이라고 단정하지 마라 많은 추세가 직선보다는 S자 곡선이나 미끄럼틀 곡선, 낙타 혹 곡선, 2배 증가 곡선으로 진행된다. 생후 6개월까지의 성장 속도를 이후에도 계속 유지하는 아이는 없으며, 그러리라 예상하는 부모도 없다.
4장 공포 본능
사실충실성
사실충실성은 지금 우리가 공포에 사로잡혔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이 반드시 가장 위험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폭력, 감금, 오염을 두려워하는 자연스러운 본능 탓에 우리는 그 위험성을 체계적으로 과대평가한다.
공포 본능을 억제하려면 위험성을 계산하라.
• 무서운 세계: 공포 대 현실 세계는 실제보다 더 무서워 보인다. 우리는 주목 필터나 언론에 걸러진 무서운 것을 보고 듣기 때문이다.
• 위험성 = 실제 위험×노출 어떤 대상의 위험성은 우리가 느끼는 두려움이 아니라, 실제 위험과 그것에 노출되는 정도를 합쳐 결정한다.
• 실행하기 전에 진정하라 두려움을 느끼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공포가 진정될 때까지 가급적 결정을 유보하라.
5장 크기 본능
사실충실성
사실충실성은 (크든 작든) 그 수가 인상적으로 보이지만 달랑 하나뿐이라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그 수를 관련 있는 다른 수와 비교하거나 다른 수로 나눴을 때 정반대 인상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크기 본능을 억제하려면 비율을 고려하라.
• 비교하라 큰 수는 항상 커 보인다. 수치가 달랑 하나만 있으면 오판하기 쉬우니 의심해야 한다. 항상 비교하라. 어떤 수로 나눠보면 더없이 좋다.
• 80/20 여러 항목을 나열한 긴 목록을 받아본 적이 있는가? 그중 가장 큰 항목 몇 개를 찾아 그것부터 처리하라. 그 몇 개가 나머지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중요할 가능성이 높다.
• 나눠라 총량과 비율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비율이 의미가 더 크다. 크기가 다른 집단을 비교할 때는 더욱 그렇다. 특히 국가 간, 지역 간 비교에서는 1인당 수치를 구해보라. - <팩트풀니스> 중에서
6장 일반화 본능
사실 문제 9
오늘날 전 세계 1세 아동 중 어떤 질병이든 예방접종을 받은 비율은 몇 퍼센트일까?
A: 20%
B: 50%
C: 80%
최악의 결과는 전 세계 투자 담당 매니저들이 세계 10대 은행 중 한 곳의 본점에 모인 연례 회동 때 나왔다.
어쨌거나 회의실에 모인 말쑥하게 차려입은 71명의 은행 간부 중 무려 85%가 전 세계에서 소수의 아이들만 예방접종을 받는다는 매우 틀린 답을 내놓았다.
백신은 공장에서 아이 팔뚝에 닿기까지 차갑게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냉장 시설을 갖춘 컨테이너에 넣어 전 세계 항구로 운반하고, 거기서 다시 냉장 시설을 갖춘 트럭에 싣는다. 각 지역의 병원과 진료소는 트럭에 실려서 온 백신을 다시 냉장 시설에 보관한다. 이러한 운송 경로를 저온 유통cool chain이라고 한다. 저온 유통이 가능하려면 우선 운송, 전기, 교육, 보건 의료 같은 기반 시설을 모두 갖춰야 한다. 공장을 새로 지을 때도 이와 똑같은 기반 시설이 필요하다. 88%의 아이가 예방접종을 받는데도 주요 투자자들이 20%의 아이만 예방접종을 받는다고 생각한다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얻을 수도 있는) 거대한 투자 기회를 놓침으로써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
뉴스에 나오는 가장 생생하고 충격적인 이미지를 떠올리지 않는가? 4단계 사람들이 사실 문제 9번에 대답할 때 그런 상상을 할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뉴스에 나오는 극도의 결핍을 보다 보면 인류 다수에 대해 고정관념을 갖게 된다.
임신하면 대략 2년 정도는 생리를 하지 않는다. 생리대 제조업자에게는 우울한 뉴스다. 따라서 이들은 세계적으로 여성 1인당 출생아 수가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기뻐해야 한다. 집 밖에서 일하는, 교육받은 여성이 늘고 있다는 소식도 마찬가지다. 이런 발전은 현재 2, 3단계에 살면서 생리를 하는 여성 수십억 인구 사이에서 지난 여러 해 동안 생리대 시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세계적 생리대 제조업체에서 개최한 국제회의에 참석한 나는 서양 제조업체 대부분이 이런 점을 완전히 놓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이들은 4단계에서 생리를 하는 여성 3억 명에만 매몰된 채 거기서 새로운 욕구와 새로운 고객을 찾으려 했다. “비키니를 입을 때 사용하는 더 얇은 패드를 내놓으면 어떨까? 라이크라 스판을 입을 때 사용하는 보이지 않는 패드는? 복장마다, 상황마다, 스포츠마다 각각의 경우에 맞는 패드를 만들면 어떨까? 등산용 특수 패드도 좋지!” 모든 패드가 워낙 작아서 하루에도 몇 번씩 갈아야 한다면 제조업체에는 이상적일 것이다. 그러나 부유한 소비자 시장이 대부분 그렇듯 기본 욕구는 진작 충족되었고, 생산자는 가뜩이나 작은 분야에서 새로운 수요를 만드느라 헛된 싸움을 할 뿐이다.
반면 2, 3단계에서는 생리를 하는 약 20억의 여성이 생리대를 선택할 여지가 거의 없다. 이들은 라이크라 스판을 입지 않으며, 울트라 슬림 패드에 돈을 쓰지도 않는다. 이들은 밖에서 일할 때 하루 종일 갈지 않고 쓸 수 있는, 믿을 만하고 값싼 패드를 원한다. 그런 제품을 찾을 수 있다면 아마도 평생 한 가지 상표만 고집하면서 딸에게도 같은 상품을 추천할 것이다.
이런 논리는 다른 많은 소비재에 두루 적용할 수 있다. 나는 업계 지도자를 상대로 수백 회 강연을 하면서 이러한 점을 누차 강조했다. 세계 인구 다수에서 삶의 단계가 천천히 올라가고 있다. 3단계에 사는 사람은 현재 20억에서 2040년에는 40억까지 늘 것이다. 세계 거의 모든 사람이 소비자가 되고 있다. 세계 인구 대다수가 물건을 전혀 살 수 없을 정도로 여전히 가난하다고 오해하는 사람은 세계 역사상 가장 큰 경제적 기회를 놓친 채 유럽 대도시에 사는 부유한 힙스터에게 특수 ‘요가’ 생리대를 파는 데 마케팅 비용을 쓸 것이다. 사업 계획을 전략적으로 세우는 사람이라면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미래의 고객을 찾아야 한다.
사실충실성
사실충실성은 지금 저 설명은 범주를 이용한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그 범주가 오판을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일반화는 막을 수 없어서, 억지로 막으려 하지 않는 게 좋다. 대신 엉터리 일반화를 피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일반화 본능을 억제하려면 내 범주에 의문을 제기하라.
• 집단 ‘내’ 차이점을 찾아보라 특히 집단이 클 때는 더 작은 집단으로, 더 정확한 범주로 나눌 방법을 찾아보라. 그리고…….
• 집단 ‘간’ 유사점을 찾아보라 서로 다른 집단 사이에서 매우 비슷한 점을 발견하면 내 범주가 적절한지 점검하라. 아울러…….
• 집단 간 ‘차이점’을 찾아보라 한 집단(예: 나를 비롯해 4단계에 사는 사람들 또는 의식을 잃은 군인)에 해당하는 것이 다른 집단(예: 4단계에 살지 않는 사람들 또는 잠자는 아기)에도 해당한다고 단정하지 마라.
• ‘다수’에 주의하라 다수는 절반이 넘는다는 뜻일 뿐이다. 언급한 다수가 51%인지, 99%인지, 그 중간쯤인지 질문하라.
• 생생한 사례에 주의하라 생생한 이미지는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지만, 일반 사례가 아닌 예외일 수 있다.
•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라고 생각하라 어떤 방법이 이상해 보이면 그것이 어떻게 현명한 해결책이 되는지 호기심을 갖고 겸손한 자세로 생각하라.
7장 운명 본능
바위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아프리카는 계속 가난할 운명이라는 생각은 매우 널리 퍼져 있지만, 단지 느낌에서 비롯한 생각일 때가 많다. 사실에 근거해 생각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그렇다. 아프리카는 다른 나라에 비해 평균적으로 뒤처진다. 오늘날 아프리카 신생아의 평균수명은 65세다. 서유럽 신생아보다 17세 낮다.
하지만 우선 평균이 얼마나 많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지, 그리고 아프리카 내에서도 국가 간 차이가 얼마나 큰지 다들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아프리카 국가들이 모두 뒤처지는 것은 아니다. 아프리카 중에서도 5개국, 곧 튀니지, 알제리, 모로코, 리비아, 이집트는 기대 수명이 세계 평균인 72세보다 높다. 이들 나라의 기대 수명은 1970년의 스웨덴 수준이다.
사하라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국가는 거의 모두 지난 60년 사이 식민지에서 독립했다. 그 기간 동안 이들 국가는 유럽이 과거 기적을 이룩할 때와 똑같이 느린 속도로 교육, 전기, 물, 위생 관련 기반 시설을 확장했다. 그리고 사하라사막 이남의 50개국에서 모두 아동 사망률이 과거 스웨덴보다 빠른 속도로 줄었다. 이런 성취를 어떻게 놀라운 발전으로 여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오늘날 아프리카에서 극빈층에 갇힌 사람은 약 5억이다. 이들이 계속 그렇게 살 운명이라면, 이 특별한 집단에는 이미 극빈층을 탈출한 아프리카 사람을 비롯해 전 세계 수십 억 인구와 비교해 뭔가 유일무이한 특징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런 특징은 없다.
중국, 방글라데시, 베트남도 심각한 기근과 무력 충돌에 시달리던 때는 구제 불능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전 세계 옷장에 있는 의류 대부분을 이들 나라가 생산하지 않을까 싶다. 35년 전의 인도는 오늘날의 모잠비크 수준이었다. 인도처럼 모잠비크도 30년 안에 2단계 수준으로 올라가고, 신뢰할 만한 무역 상대국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모잠비크에는 앞으로 세계무역의 중심이 되기에 충분한 인도양 연안의 길고 아름다운 해안이 있다. 앞으로 번영하지 말란 법이 있는가!
누구도 100% 확신을 갖고 미래를 예언할 수는 없다. 나 역시 모잠비크의 미래를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가능성 옹호론자이며, 앞서 언급한 사실에 근거해 그런 미래가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운명 본능은 아프리카가 서양을 따라잡을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게 만든다. 아프리카의 발전은 (행여 조금이라도 발전한다면) 거의 불가능한 행운이 어쩌다 한차례 닥친 것이며, 빈곤과 전쟁에 짓밟힐 운명에서 잠깐 한숨 돌린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똑같은 운명 본능이 이번에는 서양의 지속적 발전을 당연한 것으로 간주하며, 현재 서양의 경기 침체를 곧 회복될 일시적 사건 정도로 묘사한다. IMF는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수년 동안 꾸준히 4단계 국가의 연간 경제성장을 3%로 예측했다. 하지만 4단계 국가는 5년 동안 한 번도 이 예측대로 성장하지 못했다. IMF는 5년 동안 해마다 “내년에는 정상 궤도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다 마침내 돌아갈 ‘정상 궤도’가 없다는 걸 깨닫고 성장 예측치를 2%로 낮췄다. 그러면서 이 시기에 (5%가 넘는) 빠른 경제성장은 오히려 2단계에 속하는 아프리카의 가나, 나이지리아, 에티오피아, 케냐와 아시아의 방글라데시에서 일어났다고 시인했다.
이 문제가 왜 중요할까? 한 가지 이유는 이렇다. IMF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들의 세계관이 은퇴 기금 투자처를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유럽이나 북아메리카 국가들은 빠르고 믿을 만한 성장을 달성하리라 예상했고, 따라서 매력적인 투자처였다. 그러나 IMF의 예측이 계속 빗나가고 이들 국가가 빠르게 성장하지 않자 은퇴 기금도 불어나지 않았다. 위험은 낮고 수익은 높다고 생각한 국가가 알고 보니 위험은 높고 수익은 낮았다. 반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아프리카 국가는 투자 기근에 시달렸다.
이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옛 ‘서양’에 기반을 둔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의 경우, 중간 소득 소비자 시장이 역사상 가장 크게 확장된 아프리카와 아시아 시장을 놓치고 있는 셈이다. 해당 지역 브랜드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이미 발판을 다진 채 인지도를 높이며 시장을 확대하는 반면, 서양 기업은 아직도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다. 서양 소비자 시장은 다가올 시장에 비하면 맛보기에 불과하다.
운명 본능을 어떻게 억제할까?
어떻게 하면 우리 뇌가 바위의 움직임을 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우리 뇌가 지금 상황은 예전부터 늘 그랬던 것도, 앞으로도 늘 그럴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을까?
사실충실성
사실충실성은 (국민, 국가, 종교, 문화를 포함해) 많은 것이 변화가 느린 탓에 늘 똑같이 보일 수 있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비록 사소하고 느린 변화라도 조금씩 쌓이면 큰 변화가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운명 본능을 억제하려면 더딘 변화도 변화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 점진적 개선을 추적하라 매년 일어나는 작은 변화가 수십 년 쌓이면 거대한 변화가 될 수 있다.
• 지식을 업데이트하라 어떤 지식은 유통기한이 짧다. 기술, 국가, 사회, 문화, 종교는 끊임없이 변한다.
• 할아버지와 이야기해보라 가치가 어떻게 변했는지 알려면 조부모의 가치를 생각해보고, 그것이 내 가치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라.
• 문화가 변한 사례를 수집하라 지금의 문화는 어제의 문화였고, 다시 내일의 문화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바꿔라.
8장 단일 관점 본능
사실충실성
사실충실성은 단일 관점이 상상력을 제한할 수 있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바라봐야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단일 관점 본능을 억제하려면 망치가 아닌 연장 통을 준비하라.
• 생각을 점검하라 내가 좋아하는 생각이 얼마나 우수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만 수집하지 마라.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내 생각을 점검하게 하고, 내 생각의 단점을 찾게 하라.
• 제한된 전문성 내 분야를 넘어서까지 전문성을 주장하지 마라. 내가 모르는 것에는 겸손하라. 타인의 전문성에도 그 한계에 주의하라.
• 망치와 못 도구를 잘 다룬다면 그 도구를 지나치게 자주 사용하고 싶을 수 있다. 문제를 깊이 분석하다 보면, 그 문제나 내 해결책의 중요성을 과장할 수 있다. 모든 것에 사용하는 하나의 도구는 없다는 점을 명심하라. 내가 좋아하는 생각이 망치라면, 드라이버나 스패너 또는 줄자를 가진 동료를 찾아보라. 다른 분야의 생각도 마다하지 마라.
• 수치를 보되, 수치만 봐서는 안 된다 세계를 수치 없이 이해할 수 없지만, 수치만으로 이해할 수도 없다. 진짜 삶을 말해주는 수치를 사랑하라.
• 단순한 생각과 단순한 해결책을 조심하라 역사는 단순한 유토피아적 시각으로 끔찍한 행동을 정당화한 사람으로 가득하다. 복잡함을 끌어안아라. 여러 생각을 섞고 절충하라. 문제는 하나씩 사안별로 해결하라.
9장 비난 본능
사실충실성
사실충실성은 지금 희생양이 이용되고 있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개인을 비난하다 보면 다른 이유에 주목하지 못해 앞으로 비슷한 문제의 재발을 방지하는 데 힘쓰지 못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비난 본능을 억제하려면 희생양을 찾으려는 생각을 버려라.
• 악당을 찾지 말고 원인을 찾아라 문제가 생기면 비난할 개인이나 집단을 찾지 마라. 나쁜 일은 애초에 의도한 사람이 없어도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라. 그리고 그 상황을 초래한, 여러 원인이 얽힌 시스템을 이해하고 개선하는 데 힘을 쏟아라.
• 영웅을 찾지 말고 시스템을 찾아라 어떤 사람이 자기 덕에 좋은 일이 생겼다고 주장하면, 그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도 어떤 식으로든 그런 좋은 결과가 나왔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라. 그리고 시스템에도 어느 정도 공을 돌려라.
10장 다급함 본능
사실충실성
사실충실성은 지금 그 결정이 다급하게 느껴진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다급히 결정해야 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다급함 본능을 억제하려면 하나씩 차근차근 행동하라.
• 심호흡을 하라 다급함 본능이 발동하면 다른 본능도 깨어나 분석적 사고가 멈춰버린다. 일단 시간을 갖고 정보를 더 찾아보라. 지금 아니면 절대 안 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이것 또는 저것인 경우도 거의 없다.
• 데이터를 고집하라 무언가가 다급하고 중요하다면 잘 따져봐야 한다. 관련은 있지만 부정확한 데이터, 정확하지만 관련이 없는 데이터를 조심하라. 관련이 있고 정확한 데이터만 쓸모가 있다.
• 점쟁이를 조심하라 미래 예측은 늘 불확실하다. 그 점을 인정하지 않는 예측을 경계하라. 최선 또는 최악의 시나리오뿐 아니라 가능한 한 모든 시나리오를 요청하라. 그 예측이 전에는 얼마나 정확했는지 물어보라.
• 극적 조치를 경계하라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물어보고, 검증된 생각인지도 물어보라. 단계적이고 현실적인 개선과 그 영향력에 대한 평가는 극적이지 않지만 대개 효과가 더 크다.
11장 사실충실성 실천하기
사실충실성 실천하기
대규모 다국적기업과 금융 기업에 종사하는 서양인 대다수가 여전히 뿌리 깊은 낡고 왜곡된 세계관을 바탕으로 활동하려 한다. 그러나 세계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점점 중요해지고 또한 점점 쉬워지고 있다. 우리 대부분은 전 세계의 다양한 소비자, 생산자, 서비스 종사자, 동료, 고객과 더불어 일한다. 세계를 아는 것이 지금처럼 중요하지 않았던 몇십 년 전에는 믿을 만하고 이용 가능한 세계적 통계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세계가 변하면서 세계에 대한 지식의 필요성도 변했다. 오늘날에는 거의 모든 주제와 관련해 믿을 만한 데이터를 쉽게 구할 수 있다. 무척 새로운 현상이다. 세계에 대한 거대한 오해와 맞선 싸움에서 내 첫 번째 동반자는 복사기였지만, 오늘날에는 그 모든 데이터를 인터넷에서 공짜로 볼 수 있다. 기업체를 운영하는 사람이나 그 직원은 채용, 생산, 마케팅, 투자에서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쉽고도 중요해졌다.
세계시장을 데이터로 이해하는 것은 이미 문화의 일부가 되었다. 그러나 세계를 거꾸로 바라본다면 데이터가 있어도 엉터리 데이터를 갖고 있거나 데이터가 아예 없을 때만큼이나 세계를 오해할 수 있다. 어느 날 누군가가 세계와 관련한 내 지식이 틀렸다고 증명해주지 않는 한 다들 내가 옳겠거니 생각한다.
영업 또는 마케팅과 관련해 유럽이나 미국에서 대기업을 운영하는 사람과 그 직원은 미래에 시장이 성장할 곳은 그들 나라가 아니라, 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채용과 관련해서는 세계 여러 나라의 직원을 고용할 때 유럽 기업이나 미국 기업이 우위를 누리던 시대는 지나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전 세계에서 사업을 하며 ‘미국다움’을 거의 눈에 띄지 않게 만들었다. 그들이 채용한 아시아와 아프리카 직원들은 진정한 국제기업의 일원이길 바라고, 실제로도 그러하다. 구글의 최고 경영자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 경영자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는 모두 인도에서 태어나고 인도에서 교육받았다.
생산과 관련해서는 세계화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수십 년 전, 서양 기업은 제조업을 2단계 국가, 이른바 신흥 시장에 아웃소싱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같은 품질의 상품을 절반의 인건비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화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꾸준한 과정이다. 여러 해 전, 방글라데시와 캄보디아가 2단계로 진입할 때 유럽의 직물업계가 그곳으로 이전했는데, 두 나라가 한 단계 더 부유해지면서 3단계로 진입하자 조만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만약 아프리카로 이전한다면, 방글라데시와 캄보디아는 사업을 다각화하지 않을 경우 타격을 받을 것이다.
투자 결정과 관련해서는 과거 식민지 시대에 형성된(그리고 언론 탓에 오늘날까지도 이어진) 아프리카를 바라보는 순진한 시각을 버리고, 오늘날 최고의 투자 기회는 가나, 나이지리아, 케냐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마지막 당부
"대단히 부정적이고 사람을 겁주는 극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바라보면 스트레스와 절망감이 적다.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면 세계는 생각만큼 그렇게 나쁘지 않다.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 수 있다."
- 한스 로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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