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에이미 에드먼슨
하버드 경영대학원 종신교수이자 세계가 인정하는 최고의 리더십 구루. 2017년 경영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싱커스50 ‘최고의 학자상’을 수상했고, 동명의 재단이 꼽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에 2011년부터 지금까지 이름을 올리고 있다. 1996년부터 하버드에서 리더십과 팀 조성, 의사결정과 조직 학습 분야를 가르치고 있으며, 25년 동안 ‘심리적 안정감’을 연구해 전 세계 경영학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그가 밝힌 ‘심리적 안정감’은 모호하고 불확실한 오늘날의 기업 경영 환경에서 조직의 생산성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가장 효과적인 비법으로 평가받으며, 2018년 경영 분야 최고의 석학에게 수여하는 ‘수만트라 고살상’, 2006년 경영학회 주관 ‘쿤밍상’, 2004년 ‘액센추어상’ 등을 휩쓸었다.
학계에 입문하기 전 전설적인 미래학자 버크민스터 풀러 밑에서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리더의 역할’을 연구했고,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 래리 윌슨과 함께 ‘학습과 혁신을 바탕으로 한 성장하는 조직’을 분석했다.
그녀가 쓴 70여 편의 논문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캘리포니아매니지먼트리뷰>를 비롯해 <행정학회보>, <경영학회저널> 등 저명 학술지에 게재돼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2017년 10월에 공개된 TED 영상은 200만 명 이상에게 영감을 주었고,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수직적이고 경직된 국내 기업문화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국내에 소개된 저서로는 『티밍』, 『익스트림 티밍』이 있다.
시작하는 글 - 최강의 팀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힘
"두려움만큼 우리에게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힘을 효과적으로 빼앗아가는 감정은 없다."
- 에드먼드 버크 Edmund Burke
오늘날 기업의 형태로 모인 조직에서 '침묵의 힘'은 압도적이다.직장인 대다수는 '유감스러운 상황'보다 '안전한 상황'이 더 낫다는 암묵적인 논리에 젖어 있다. 이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학습해온 결과다. 인간관계가 나빠질까 봐, 문제를 제기할 자신이 없어서, 나의 안위를 보호하기 위해서 이견이 있음에도 섣불리 입을 떼지 못한다.
불확실한 시대를 돌파하는 기업의 생존 전략
산업혁명 시기에는 '표준화'가 기업의 가장 큰 성장 동력이었다. 노동자들은 거의 모든 업무에서 단 하나의 가장 효과적인 작업 방식을 수행하도록 강요받았다. 하지만 오늘날의 성장 동력은 이때와 전혀 다르다. 바로 '아이디어'와 '독창성'으로 승부를 보는 시대다.
지식과 혁신이 기업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할 때, 단순히 똑똑한 인재를 조직에 영입한다고 해서 리더의 역할이 끝나는 건 아니다. 그가 아무리 풍부한 지식과 넘치는 열정을 자랑한다고 해도, 매번 자신이 아는 바를 적재적소에 활용하기란 쉽지 않다. 때로는 너무 튀어 보일까봐, 때로는 상사에게 반기를 드는 것처럼 비칠까 봐, 또는 무능력해 보이거나 나쁜 사람으로 오해받을까 봐 침묵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지식 기반 사회에서는 역량 있는 인재를 영입하는 것만큼이나 그들이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자유롭게 털어놓고 공유할 수 있도록 '심리적으로 안정된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점점 복잡해지고 글로벌화되면서 개인이 아닌 팀 단위의 업무 비중은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구성원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팀 업무에 할애하는 시간은 20년 전보다 50퍼센트 이상 늘었으며, 결국 서로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피드백을 주고 받느냐가 조직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말에 상대방이 어떻게 반응할까?'를 고민하기에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도 짧다. 그 시간에 우려되는 점이나 질문거리,실수나 아이디어를 가감 없이 털어놓도록 독려하면서, 하나라도 먼저 시도해보는 쪽이 진정한 승자가 되는 길이다.
왜 화기애애한 팀이 더 자주 실수할까?
얼마 후 바로 '이거다' 싶은 이유가 번뜩 떠올랐다. 팀워크가 좋을수록 분위기 자체가 개방적이어서 '실수를 보고하고 논의하는 일' 자체가 활발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즉, 다른 팀과 비슷한 빈도로 실수를 저질러도 보고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수치상으로 나타나는 의료과실 발생률이 덩달아 높아지는 것이다.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기꺼이 보고할 수 있는가?'
팀워크가 좋은 팀은 의료 과실의 위험성을 거리낌 없이 토론하고, 이러한 실수를 찾아내거나 방지할 방법에 대해서도 훨씬 빈번하게 논의했다. 반면 그렇지 않은 팀은 실수를 알면서도 숨겼다. 나는 수년간 연구를 거듭하며 이러한 근무 환경의 차이가 '심리적 안정감'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을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강력한 팀을 만드는 마지막 퍼즐 한 조각
넓은 의미에서 심리적 안정감은 '조직 구성원이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를 뜻한다.
조직에 심리적 안정감이 형성되면 구성원은 언제나 문제를 제기해도 모욕당하지 않고, 무시당하지 않으며, 질책당한지 않는다고 확신하게 된다.
1장 - 지금 당신의 조직은 안전한가?
침묵의 굴레에서 조직을 구출하라
"심리적 안정감은 구글의 성공을 이끈 다섯 가지 핵심 요소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 이는 나머지 네 가지 요소(분명한 역할과 목표, 신뢰할 수 있는 동료, 자신의 업무가 중요하다고 믿음, 그 업무가 팀에도 중요하다는 믿음)를 뒤받침한다."
- 줄리아 로조브스키 Julia Rozovsky
무의식 계산기는 모든 결과값을 침묵으로 만든다
크리스티나의 이런 행동을 심리학에서는 '장기적 미래에 대한 회피 성향 Discounting The Future'이라고 설명한다. 즉, 크리스티나는 수일이 지나야 결과가 나타나는 쌍둥이의 건강보다 즉각적으로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의사의 반응에 더 무게를 두고 행동했다. 우리의 일상과 건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수많은 결정 역시 이러한 성향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마지막 남은 초콜릿 케이크를 먹어치운다거나, 어려운 과제는 최대한 뒤로 미뤄두고 쉬운 것부터 해결하는 습관등이 바로 그것이다. 직장에서 문제 제기가 필요할 때 목소리를 내지 않는 일 또한 장기적 미래에 대한 회피 성향의 대표적인 예다. 이는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조직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궁극적으로 크리스티나의 행동은 '자신의 이미지를 관리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세계적인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Erving Goffman의 저서 『자아 연출의 사회학」에도 이 같은 내용이 언급됐다." 우리 인간은 사회적 상호관계 속에서 주고받는 여러 정보를 조정하고 통제함으로써 나에 대한 다른 사람의 생각에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려 한다." 이러한 노력 역시 100퍼센트 의식의 산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대형 전자회사 재무팀에 새로 부임한 CFO(최고재무책임자)의 사례를 살펴보자. 그는 회사에서 진행하고 있던 인수합병 프로젝트를 검토하다가 심각한 허점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어떠한 문제도 제기하지 못했다. 구성원 모두가 열성적으로 프로젝트에 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굴러 들어온 돌'인 그가 감히 딴지를 걸 수는 없었다. 그는 구성원들의 판단과 결정에 묻어가는 편을 택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인수합병은 완전히 실패로 끝났다. 회사가 전문 컨설턴트를 고용해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자 그는 금방 자신의 과오를 인정했다.
"열정 넘치는 프로젝트에 행여 제가 찬물을 끼얹을까 봐 선뜻 나서지 못했습니다."
문제 제기만 제대로 했어도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사건·사고들이 생과 사의 문제로 이어져 비극적인 결말을 초래하기도 한다. 환자가 사망하고, 비행기가 추락하며, 금융 기관이 도산하는 이 모든 대형 사고가 결국은 '조직에 만연한 두려움'에서 비롯된다는 뜻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조직의 두려움만 제거해도, 즉 구성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심어주는 것만으로도 이러한 사고를 쉽게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인간관계가 안전할 것이라고 믿게 하라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경을 바탕으로 한 근무 환경이었다면 드레이크도 크리스티나의 생각에 곧바로 동의하며 약 투여를 지시하거나, 투여를 지시하지 않은 이유에 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었을 것이다. 어떤 방향으로든 환자나 의료진에게 더 나은 쪽으로 마무리됐을 가능성이 크다. 약 투여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면 쌍둥이는 목숨을 건졌을 테고, 군이 필요 없는 경우였다면 의료진 모두가 투약에 관해 더 구체적으로 배우는 계기로 삼았을 것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면 드레이크는 크리스티나에게 고마움을 느꼈을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나 자유롭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건 동료들 간에 의사소통이 활발하다는 방증이다. 심리적 안정감이 흐르는 조직에서는 회의 때 자신의 우려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동료들의 의견을 솔직하게 평가해준다. 또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애매모호한 사안을 명확히 정리하거나 즉각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등 온라인상에서도 적극적으로 의사소통한다.
심리적 안정감은 각각의 개별 조직이 가진 고유한 자산이다. 같은 회사에 소속됐다고 해도 팀별로 분위기에 따라 심리적 안정감의 정도에는 차이가 있다. 뚜렷한 기업문화를 가진 기업에서도 심리적 안정감이 높은 팀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팀도 있다.
솔직하지 못한 조직이 관심 병사를 만든다
심리적 안정감은 구성원이 자기 안위를 보호하는 데 급급하지 않고 '팀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 온 힘을 쏟도록 이끄는 동력이다.
'자신이 조직에서 중요한 존재로 인식된다는 믿음'과 충만한 '심리적 안정감'이 구성원의 참여를 이끌어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여기에 더해 신뢰와 존경을 바탕으로 한 조직일수록 자기가 제시한 의견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거라 믿는 비율이 더 높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우리는 누구나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사소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그 위험은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동료에게 잘못 보이는 것보다 고객 만족에 실패하는 것을 더욱 두려워하는 근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는 얼마든지 당신의 손으로 이뤄낼 수 있다.
두려움이 성장 동력이 될 수 없는 이유
구성원이 업무나 성과 관리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면, 좋지 않은 결과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일할 것이고 어떻게 해서든 성과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업무 자체가 단순하거나 구성원의 의사 개입이 전혀 이루어질 수 없는 환경에서라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구성원들이 얼마나 학습하고 협력하느냐가 오늘날의 성패 요인이된 환경에서는 두려움이 결코 효과적인 동력이 될 수 없다.
구성원의 학습 참여도(정보를 공유하고 도움을 요청하며 각종 실험을 진행하는 등의 적극성)는 두려움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되며, 이는 직원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뇌과학에서 이미 증명된 셈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 자신의 상대적 지위를 무의식 속에서 끊임없이 비교하며, 자신의 지위가 낮을 경우 상사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 상당한 압박감을 느낀다.
심리적 안정감은 복지 혜택이 아니다
"최고경영자로서 가장 큰 두려움은 직원들이 내게 진실을 말하지 않는 것이다."
- 마크 코스타 Mark Costa
놀랍게도 그는 자신이 최고 경영자로서 느끼는 가장 큰 두려움이 '회사의 사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부족한 모습이든 실망스러운 모습이든 회사의 참모습을 보기 원한다고 직원들에게 늘 강조한다.
"회사의 리더는 자신의 약한 모습과 실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야 합니다. 그래야 다른 직원들도 실수를 솔직하게 보고할 수 있으니까요."
"리더로서 자신이 모든 정답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생각을 당장 집어치워야 합니다. 리더의 생각도 얼마든지 오답일 수 있다는 걸 왜 의심하지 않죠?"
조직은 직원들이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치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투자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조직에 침묵이 만연할 수밖에 없는 이유
'침묵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직장에서 문제 제기를 꺼리는 이유'와 '문제 제기를 가장 기피하는 부분'에 대해 물었다.
그 결과'동료들이 자신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볼까 봐 침묵해버린다'는 의견이 제일 많았다. 또 '누군가를 당황시키거나 언짢게 하고 싶지 않아서'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와 함께 '문제 제기 자체를 쓸데없는 짓'으로 보는 의견도 있었다.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을 게 뻔한데 신경 쓰고 싶지 않다는 식이었다. 몇몇은 '보복이 두렵다'는 이유를 들기도 했다. 이러한 두려움은 심리적 안정감과는 완전한 배치되는 감정이었다.
조직의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는 데도 그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인터뷰 응답자 모두 '최소한 한 번 이상 문제를 제기하려다가 주저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대부분은 아주 우려되는 문제였는데도 말이다.
직장에서 의견을 제시할 때 작동되는 암묵적 규칙
문제를 제기하거나 침묵을 지킬 때 작동되는 암묵적 규칙 | 인터뷰를 통한 실제 사례 |
상사가 관여한 업무에 대해서는 비판하지 마라 | "상사가 본인에게 소유권이 있다고 생각하는 업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위험하다." "상사가 업무 전체를 총괄하면서 직접 관여하기 때문에 문제 제기 자체를 불쾌하게 받다들일 수 있다." |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말하지 마라 | "충분한 연구나 탐색을 거치지 않은 제안은 내놓지 않는 게 낫다." "문제 제기를 할 때는 이를 뒷받침할 확실한 증거를 갖고 있어야 한다." |
상사의 상사가 함께 있을 때는 문제를 제기하지 마라 | "상사의 상사가 함께 있을 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위험하다. 자신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상사는 내가 고분고분하지 않거나 자신을 얕본다고 느낄 수 있다." |
상사의 체면을 깎이지 않도록 다 같이 있는 자리에서는 부정적인 언급을 피하라 | "상사는 여러 사람 앞에서 창피당하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할 말이 있으면 일대일로 대면해 상사가 무능력해 보이지 않도록 한다." "상사와 직접 대면하는 행동으로 여러 사람 앞에서 상사를 곤란하게 만들지 않는다." |
문제 제기는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 | "특정 프로젝트를 중단시키거나 비판하면 자칫 해고될 수 있다." "문제 제기로 인해 곤란해진 상황을 상사가 탐탁지 않게 여기면 이는 장기적으로 좋지 않은 결과를 만들기도 한다." |
심리적 안정도와 직원 몰입도는 비례한다
업무 만족도란 직원이 자신의 업무를 얼마나 즐기며 흡족해하는가를 나타내는 척도다. 하지만 만족도가 높다고 해서 업무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잘해내려는 의지를 불태우진 않는다. 자발적인 노력의 정도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직원이 자신의 업무나 조직에 얼마나 열정적으로 임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직원 몰입도를 참고해야 한다.
좋은 리더는 갈등을 추진력으로 삼는다
최근 한 연구에서는 심리적 안정감이 여러 변수 간의 관계를 약화시키거나 강화시키는 '조정자'의 역할을 한다는 게 밝혀졌다. 심리적 안정감은 수많은 직원이 각기 다른 지역에서 근무할 때 발생하는 각종 문제를 극복할 뿐만 아니라 갈등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팀원 간의 다양성을 연결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심리적으로 안정된 근무 환경에서는 동료들의 반응에 크게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실제로는 서로 간에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는 데도 말이다.
심리적 안정감이 높은 팀에서는 갈등이 효과적으로 활용돼 팀의 성과를 높이는 한편, 심리적 안정감이 낮은 팀에서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인 것이다.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어느 조직에서 일하든 문제를 꼭 제기해야 하는 순간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 그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낼 수 없다. 현장의 근로자든 고위직 임원이든 마찬가지다. 직원들이 그저 입을 다물면 그때그때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손쓸 수 없을 만큼 곪아버린다. 이는 바꿔 말해 심리적 안정감만 제때 활용해도 동종 업계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CASE STUDY] 침묵이 초래한 비극 - 테네리페 공항 참사
이쯤에서 우리는 '용기'라는 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부하 직원이 문제를 제기할 때는 당연히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심리적 안정감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당한 일에는 언제든 허심탄회하게 얘기하세요”라고 말하는 건 허공에다가 대고 외치는 것에 불과하다.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여건은 만들지 않고 단순히 용기 있게 행동하기만을 원하는 것은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겠다'는 두렵고 불안한 신호로 작용한다.
조직 내에서 문제 제기가 일상화되려면 심리적 안정감과 함께 문제 제기가 통할 거라는 기대가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어 있어야 한다. 이후 테네리페 공항 참사는 비행기 조종사 훈련 방식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무엇보다 조종사들의 의사결정 과정이 획기적으로 변했다. 조종사들은 뭔가 잘못된 상황이 감지될 때마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라고 훈련받는다. 또한 기장은 부기장이나 승무원의 의견에 귀 기울이도록 교육받는다. 이러한 지침은 오늘날 모든 조종사의 교육 자료로 활용되는 '승무원 자원 관리 프로그램 CRM'의 기초가 되었고, 점차 의료산업으로까지 확대돼 분만실 산모와 신생아의 안전은 물론이고 환자와 의료진의 만족도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
[CASE STUDY] 허물없는 소통의 힘 - 허드슨강의 기적
물론 조종사들의 철저한 훈련과 탁월한 기량, 여기에 운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또 다른 비밀이 숨어 있다. 지식기반 사회에서 꼭 필요한 역량, 바로 두려움 없이 의사소통하는 근무 환경이다. 조직에서 솔직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면 복잡하고 어려운 의사결정도 쉽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당연히 심각하거나 참혹한 결과로도 이어지지 않는다.
혹자는 대개 구성원들이 솔직하고 분명한 태도를 보이면 이들의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지기 쉽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 사건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심리적으로 안정된 분위기라고 해서 대화가 한없이 늘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여러 팀의 회의를 관찰해본 결과 심리적 안정감이 낮을수록 논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대화나 회의에 필요 이상으로 많은 시간이 소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적 안정감은 비상시 프로토콜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 되기도 하다. 누군가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상황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2장 - 두려움 없는 조직은 무엇이 다른가?
심리적 안정감을 구축하는 세 가지 방법
"상대방이 얼마나 똑똑한지는 대답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이 얼마나 현명한지는 질문을 보면 된다."
- 나기브 마푸즈 Naguib Mahfouz
1단계 : 토대 만들기
'의료 서비스는 그 성질이 매우 복잡하므로 문제도 쉽게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와 함께 의료 과실에 민감하지 않은 의료진에게 의료 서비스의 부작용을 연구한 자료를 보여주었다. 동시에 그는 의료 과실의 발생과 조치에 관한 각종 용어를 바꾸어나갔다. 예를 들어 특정 부작용에 대해 조사 대신 '연구'라는 표현을 썼고, "실수'대신 '사고'나 '실패'라는 단어를 쓰게 했다. 소소하지만 무척 중요한 방법으로 업무에 임하는 의료진
의 인식 자체를 바꾸려고 노력한 것이다. 특히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깊이 생각하도록 장려했다. 이 같은 방식은 곧이어 이 책에서 강조할 '업무를 바라보는 프레임 짜기'와 유사하다.
모라스가 병원 업무를 매우 복잡하고 오류가 발생하기 쉬운 일이라고 설파한 것도 '업무를 바라보는 틀'을 새로 짠 것이나 다름없다. 좀더 정확하게는 틀을 재구성했다고 볼 수 있다. 모라스의 목표는 의료과실이 '개인의 무능 탓'이라는 기존의 틀을 바꾸는 것이었다. 이러한 틀을 바꿔야 의료진은 비로소 '시스템'에 관해 논의하게 되고, 심리적으로 한층 안전한 상태에서 각종 문제나 사고, 위험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터였다.
이와 함께 토대를 만드는 과정에서 모라스는 '목표 달성이 매우 시급하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100퍼센트 환자 안전'이라는 미니애폴리스 아동병원의 목표는 모든 의료진이 의료업계에 발을 들인 공통된 이유이기도 하다. 즉,'생명을 구한다는 초심'이다. 이는 한마음 한뜻으로 구성원이 연합하는 촉매제가 되어, 의료진이 여러 상황을 수시로 보고하고 분석하며 사고 발생률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하는 솔직한 의사소통의 토대가 되어주었다.
하지만 이러한 토대를 구축하는 것만으로는 두려움 없는 조직을 만들기에 충분하지 않았다.
2단계 : 참여 유도하기
이는 아주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방법이었다. 바로 '질문'하는 것이다.
“이번 주에도 각자의 담당 환자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만큼 안전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습니까?"
이후 모라스는 좀 더 체계적인 방식으로 직원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우선 '환자안전관리위원회 PSSC' 라는 팀을 만들었다. 이는 병원 내 여러 관계자가 복합적으로 참여하는 다기능 조직으로, 병원 곳곳의 목소리를 크고 분명하게 표현한다는 목적으로 세워졌다. 구성원은 각자의 관점과 생각이 왜 우리 조직에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만 위원회에 가입할 수 있었다. 이렇게 구성된 환자안전관리위원회는 이른바 '비난 없는 보고'라는 새로운 정책을 도입했다. 의료진이 보고한 위험과 문제점에 대해 비밀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이었다.
3단계 : 생산적으로 반응하기
사실 문제 제기는 첫 단추에 불과하다. 심리적으로 안전한 근무 환경의 조성 여부는 구성원의 문제 제기에 '리더기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심리적 안정감을 구축하는 세 가지 실천 방안
| 토대 만들기 | 참여 유도하기 | 생산적으로 반응하기 |
리더의 역할 | 업무를 바라보는 프레임 짜기 - 실패와 불확실성, 상호 의존에 관한 기대치를 설정하여 문제제기의 필요성을 명확히 한다. 목적 강조하기 -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문제이며, 누구를 위한 일인지를 구분한다. |
상황적 겸손함 보여주기 - 모르는 부분은 솔직하게 인정한다. 적극적으로 질문하기 - 좋은 질문을 한다. - 경청하는 문화를 만든다. 구조와 절차 만들기 - 구성원의 제언을 위한 장을 만든다. - 토론을 위한 지침을 제공한다. |
가치 인정하기 - 구성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 문제 제기를 인정하고 감사를 표한다. 실패라는 오명을 제거하기 - 미래 지향적인 태도로 바라본다. - 필요한 도움을 제공한다. - 다음 단계의 작업을 위해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토론한다. 규칙 위반 시 제재하기 |
성과 | 구성원 간에 조직의 기대치와 의미를 공유 할 수 있다. | 개개인의 목소리가 중시된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다. | 지속적인 학습을 위해 교육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
[1단계] 지금 당장 ‘실패의 틀’부터 바꿔라
"나는 실패를 부추기는 게 아닙니다.
실패를 통한 학습을 지지하는 것이죠."
- 아스트로 텔러 Astro Teller
문제에 직면한 상황에서 구성원은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 이때 출발점은 심리적 안정감을 조성하기 위한 기본 토대를 구축하는 일이다.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은 '업무를 바라보는 프레임'을 새로 짜는 것이다.
업무 프레임을 새로 잡는 과정에서는 실패를 재정의하고 문제 제기의 필요성을 명확히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구글은 왜 실패한 팀에 보너스를 주는가?
실패를 보고하기 두려워하는 문화는 심리적 안정감이 낮은 조직에서 발견되는 흔한 현상이다. 따라서 리더가 실패를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조직의 심리적 안정감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문샷 Moonshot'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즉, 획기적인 기술을 상업화해 오늘날 전 세계가 직면한 주요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통해 구글의 뒤를 이을 일류 기업을 세우는 데 혁신적인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미다.
"나는 실패를 부추기는 게 아니다. 실패를 통한 학습을 지지하는 것이다."
또한 그는 2016년 테드 TED 강연에서 '안전한 실패 전략'에 대해 다음과 같이 연설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발리 실패하라고 소리치며 재촉해서는 안 됩니다. 직원들이 반발하죠. 또 걱정합니다. " 실패하면 나는 어떻게 될까? 사람들이 비웃지는 않을까? 해고될까?'(-)대담하고 거시적인 동시에 위험이 도사리는 프로젝트에 직원들을 참여시키면서 가장 중요한 문제부터 해결하도록 독려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들이 저항하지 않는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것입니다. 구글 X에서 소위 안전한 실패를 보장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맥락입니다.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아이디어는 증거가 확실해지면 곧바로 싹을 자릅니다. 그래야 보너스를 받으니까요. 동료들의 칭찬은 물론이고요. 더구나 상사들은 잘했다며 하이파이브를 하고 안아줍니다. 실패의 결과로 승진도 하죠. 이처럼 프로젝트를 중도 해체한 경우에는 팀원이 두 명이든 서른 명이든 모두에게 보너스를 지급합니다."
파운드리 단계를 통과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본사에 전시하는 것이다. 2016년 11월부터는 매년 기념식도 개최해 해당 프로젝트의 담당자가 직접 실패의 과정을 생생히 묘사해준다(이들은 프로젝트분만 아니라 동료 관계나 개인적인 실패의 경험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직원들은 중도 탈락한 프로토타입(시제품)이 전시돼 있는 공간을 둘러보며 프로젝트 각각의 의미를 되새기고, 마음 한구석에 묻어두었던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아쉬움을 말끔히 털어낼 수 있다.
실패의 세 가지 유형
"진짜 실패는 뭔가를 시도해보고 그것이 효과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실패는 실패를 통해 아무것도 배우지 않는 것이다.
진정한 실패는 실패하는 게 두려워 온전한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것이다.
픽사Pixar의 공동창업자 에드윈 캣멀 Edwin Catmull 도 마찬가지다. 그는 늘 제작진을 향해 "제작 초기부터 완벽한 영화는 단 한 편도 없다”라고 강조하며 그들이 '두려움'과 '실패'를분리해 생각하도록 지원했다. 즉, 엄청난 흥행을 보장하는 성공작으로 거듭나기 위해 '제작 초기 단계에서의 부족함은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프레임을 리더로서 분명히 인지시킨 셈이다.
예방 가능한 실패나 복합적 실패는 결코 환영받지 못하는 실패의 유형으로'좋은 실패'라고볼수 없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창조적 실패는 그 이름처럼 적극적으로 권장되어야 한다.
심리적 안정감의 토대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것은 실패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조직 구성원에게 인지시켜주는 일이다. 좋은 실패도, 나쁜 실패도 늘 발생할 수 있으며 '어떤 실패를 했느냐가 아니라 '실패에서 어떤 교훈을 얻었느냐'를 늘 주시해야 한다.
격동하는 사회에서 가장 이상적인 리더는?
| 예방 가능한 실패 | 복합적 실패 | 창조적 실패 |
정의 | 규정된 절차를 지키지 않아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유형 | 예기치 못한 여러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윈치 않는 결과를 초래하는 유형 | 새로운 도전으로 인해 원치 않는 결과를 초래하는 유형 |
주된 원인 | 행동, 기술, 집중력등의 부족 | 복잡성, 가변성, 익숙한 상황 등에 부과된 새로운 요소 | 불확실성, 실험, 위험감수 |
서술적 표현 | 절차적 이탈 | 시스템 오류 | 성공하지 못한 시도 |
주로 발생하는 분야 | 제조업 생산라인, 패스트푸드 체인, 공공 서비스 | 병원, 우주왕복선 및 항공기 개발, 원자력발전소 | 신약 개발, 신제품 디자인 |
먼저 '불확실성'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면 구성원은 변화의 지표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새로운 시장에서 고객의 선호를 파악하거나, 약물 투여 시 환자의 반응을 살피고, 신기술의 효과를 신속히 시험해보
는 과정이 이를 통해 구현된다.
두 번째로 '상호의존성'을 강조하면 각 구성원이 서로의 임무가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는다. 그로 인해 대화를 자주 나누며 각자 맡은 업무가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는 걸 이해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문제의 핵심'을 명확히 하는 일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병원이나 광산, 나사NASA 등의 기관에서 '사람의 생명이 걸려 있다는 사실을 중요하게 인지시키면, 인간관계에 따른 두려움과 침묵의 위험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 연구실에서는 생각만큼 실험의 결과가 좋지 않아도 아무런 제재가 없을 거라는 확신을 통해 더 적극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된다. 이런 환경에서는 다소 평범하지 않은 의견도 스스럼없이 내놓을 수 있고, 어떤 것부터 실험해보면 좋을지 구성원이 직접 능동적으로 의사를 결정하기도 한다.
리더의 역할 재정의
기존 프레임 | 신규 프레임 | |
리더 | - 정답을 갖고 있음 - 지시를 함 - 직원의 성과를 평가함 |
- 방향을 설정함 - 직원의 의견을 수렴해 전략을 수립하고 개선함 - 지속적인 학습 환경을 조성해 목표를 성취함 |
직원 | - 지시받은 내용을 수행함 | - 중요한 지식과 통찰력으로 회사에 기여함 |
폭스바겐은 어쩌다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을까?
과거에는 두려움이 조직의 성과 창출에 꽤 효과적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변동성과 불확실성, 복잡성과 모호성이 공존하는 오늘날에는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변화의 추이를 제대로 파악한 조직만이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다. 리더는 이 점을 분명하게 깨닫고, 과거 산업혁명 시절에 머물러 있는 기존의 프레임을 의식적으로라도 바꿔야 한다.
쓰나미가 다이니 원전을 피해간 이유
마스다는 모든 정보를 화이트보드에 공유하면서 구성원들에게 결정권을 주고 함께 결과를 만들어나가는 방식으로 업무의 프레임을 새로짰다.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일수록, 창의력과 혁신이 요구되는 조직일수록 리더는 더 높은 곳에 닿아 있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때론 자세를 낮춰야 한다. 또한 매사에 주의 깊고 솔직한 태도로 임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끊임없이 반복해서 행할 때 비로소 결실을 맺을 수 있다.
한 차원 높은 목표로 동기를 부여하라
업무의 목적을 강조하는 것은 심리적 안정감의 토대를 구축할 때 필요한 또 하나의 핵심 요소다. 직원들의 업무가 고객을 위해, 나아가 인류를 위해 왜 중요한지를 끊임없이 상기시켜 주면, 그들은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끝까지 업무를 완수할 에너지를 얻는다.
[2단계] 겸손하되 적극적으로 파고들어라
"사람이 두려워해야 할 것은 죽음이 아니라
죽음에서 벗어날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Marcus Aurelius
심리적 안정감의 토대를 만들었다면 그 다음 단계는 구성원의 '진정한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 단계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 요소가 필수적이다.'상황적 겸손 Situational Humility'(상황에 따라 겸손이 필요함을 나타내는 말)과 '적극적 질문'이다. 여기에 보다 원활하게 소통하려면 질문의 구조와 절차를 만들어 참여를 유도해볼 수도 있다.
상황적 겸손을 보여라
리더가 마치 모든 정답을 안다는 듯이 군림하는 분위기에서는 그 누구도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 반면 겸손과 호기심을 바탕으로 무엇이든 배우려는 리더와 함께라면 구성원은 자연스럽게 안정감을 느끼고 더 많은 아이디어를 제시하게 된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자신감'과 '겸손'이 서로 반대되는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식과 역량이 충분한 리더라면 가식적인 겸손을 보여주는 것보다 오히려 자신 있는 모습을 드러내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겸손은 단순히 자기 능력을 봄내지 않는다는 개념이 아니다. 내가 모든 답을 알고 있지는 않으며,내 말이 곧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태도다. 다수의 연구 결과 리더가 이같이 겸손한 태도를 보이면 구성원 역시 배우는 자세로 업무에 임한다는 게 증명됐다.
상황적 겸손의 효과는 이 밖에도 매우확실하게 밝혀진 바가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조직이 이 사실을 애써 무시하고 있다. 런던 경영대학원 댄 케이블Dan Cable교수는《하버드비즈니스리뷰 Harvard Business Review》에서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권력은(...)리더로 하여금 조직을 통제하고 성과를 내는 일에만 집착하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의 마음속에는 두려움이 생긴다. 자연스럽게 목표 달성에 꼭 필요한 실험이나 학습마저 저지되고 만다. 여기서 말하는 두려움이란 목표 달성에 실패할까 봐 걱정하는 두려움이 아니다. 보너스를 잃게 될까 봐, 낙오자로 전락할까 봐 생겨나는 두려움이다."
구성원이 쉽게 다가갈 만큼 친근하고, 자신도 얼마든지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조언을 구하는 리더가 조직의 심리적 안정감을 구축한다. 또 이렇게 구축된 심리적 안정감이 생산적인 결과를 도출한다.
적극적으로 질문하라
질문의 기본은 상대방의 대답에 진정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 질문하기를 어려워한다. 왜일까? 대다수 성인, 특히 큰 성취를 이뤄낸 사람들은 '소박한 실재론 Naive Realism'이라는 인지적 편견에 빠져 있다. 내 생각이 곧 다수의 상식이라는 착각이다.
대개 질문하는 리더는 어리석고 나약하게 비칠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생각이 깊고 현명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 그렇다면 좋은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규칙을 지켜야 할까?
먼저, '정답을 모른다'는 태도로 물어봐야 한다. 긍정이든 부정이든 상대방의 대답에 제한을 두지 말아야 한다.
효과적인 질문의 열 가지 특징
1. 질문받는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2. 깊이 있는 대화를 유도한다.
3.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4. 여러 가지 가정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5. 창의성과 가능성을 촉진한다.
6. 앞으로 나아갈 힘을 생성한다.
7. 질문 자체에 집중하게 만든다.
8. 동료들과 함께 의견을 나누도록 한다.
9. 깊은 여운을 남긴다.
10. 더 많은 질문을 유발한다.
'우리가 놓친 건 없을까요?'
'다른 방법도 있지 않을까요?'
'누구 다른 생각을 가진 분 없나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죠?'
'사례를 들어줄 수 있나요?'
밥 피트먼은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리더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반대되는 생각은 늘 있다'는 말을 통해 '여러 사람의 생각을 수렴하면 창의적인 프로그램 제작에 도움이 된다'는 새로운 업무 프레임까지 제시했다. 즉, 그의 질문 속에는 구성원에게 영감을 불어넣고, 변화를 유도하면서, 업무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는 암묵적인 틀이 녹아 있는 셈이다.
[3단계] 실패를 축하할 각오가 되어 있는가?
"대표의 생각을 알기 전까지
아무것도 말하고 싶지 않다."
- 뉴욕 연방준비은행 관계자.
업무를 바라보는 틀을 재구성해 심리적 안정감의 토대를 마련하고, 상황적 겸손과 질문하기로 구성원의 참여를 이끌어냈다면, 그다음으로는 진심으로 실패를 축하하고 격려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안전한 조직 환경을 만드는 리더의 마지막 임무는 '기꺼이 위험을 무릅쓰고자 신의 목소리를 낸 직원에게 생산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다.
일단 고맙게 여겨라, 결과는 그다음 문제다
"중요한 부분을 지적해줘서 고마워요."리더가 목소리를 낸 구성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은 심리적 안정감을 높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실제로 구성원이 제기한 문제에 깊이 공감하고, 그대로 조치할 것인지는 크게 상관이 없다. 우선은 옳고 그름을 떠나 용기를 내준 상황 그 자체에 고마움을 표현해야 한다. 리더가 줄 수 있는 최소한의 보상인 셈이다.
'마인드셋(마음가짐)이론'으로 유명한 스탠퍼드대학교 캐럴 드웩 Carol Dweck 교수 역시"결과가 어떻든 노력에 대해 먼저 충분히 칭찬하라”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조직 구성원에게 학습지향성(학습 할 수 있는 동기)을 불어넣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말했다.
물론 과정이 훌륭하면 결과도 훌륭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과정에 부족한 구석이 있으면 결과 또한 부족하게 된다. 하지만 과정이 훌륭하다고 해서 결과가 꼭 그렇지 않을 수 있고(특히 불확실하고 복잡한 상황이 두드러질 때 더욱 그렇다), 마찬가지로 과정이 미흡하다고 해도 좋은 결과가 탄생하기도 한다(운이 좋은 경우다). 이처럼 불확실성과 모호성이 공존해 단순한 인과관계조차 들어맞지 않는 상황에서는 결과를 떠나 과
정에 대해 생산적으로 반응해주는 태도가 무척 중요하다. 이를 표현하는 방법으로는 말로 고마움을 전하는 것부터("기꺼이 문제를 제기해주셔서 감사합니다"등), 창조적인 실패를 독려하고자 축하 행사를 열어주는 것, 보너스를 지급하는 방법까지 다양한 형태가 있다.
실패에 씌워진 ‘오명’을 제거하라
불확실성이 강한 오늘날의 기업 환경에서 실패는 혁신에 꼭 필요한 과정이다. 혁신하는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한 전제 조건은 구성원끼리 활발하게 의견을 공유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실패를 숨기지 않고 과감히 수면 위로 드러내야 한다(공개적으로 질책하는 것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실패에 생산적으로 반응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이를 공개적으로 기념하고 축하하는 것이다. 실제로 몇 년 전 제약회사 일라이 릴리Eli Lilly는 '실패 파티'를 열기도 했다. 목표한 결과를 얻지 못한 채 끝이난각종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격려한다는 의미로 사내 최고과학책임자가 마련한 자리였다.
이미 벌어진 실패에 생산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미래에 곧 닥칠 실패를 철저히 차단하는 조치라고 해석할 수 있다. 다만 당사자가 비난받아 마땅한 행동을 하거나 규정된 절차를 위반해서 벌어진 사고, 같은 실수가 되풀이되는 행동 등은 반드시 강력한 조치를 취해 막아야 한다. 때에 따라서는 벌금이나 해고까지도 고려해봐야 한다.
위반 행위에는 단호히 칼을 들어라
해가 되진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그렇지 않다. 누군가 규칙을 위반하거나 계속해서 편법을 쓴다면, 당사자는 물론이고 조직 전체에 발간불이 켜진다. 이럴 때는 차라리 해고 조치가 심리적 안정감을 강화시켜 준다. 또한 걱정할 필요도 없이 구성원들은 이를 '위험하고 옳지 못한 행동에 대한 정당한 대응'으로 간주한다.
어떤 조치가 생산적인 반응인지를 판가름하는 척도는 그것이 어떤 효과를 불러오느냐에 달려 있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회사에 반대되는 의견은 절대 용인할 수 없다'거나 '단 한 번이라도 규칙을 어기면 당장 해고'라는 식의 위협적인 메시지는 전혀 생산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어떠한 결과든 겸허히 받아들일 준비만 되어 있다면 실수를 범하든, 남들과 다른 목소리를 내든 모두 인정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게 중요하다.
심리적 안정감에 대한 몇 가지 편견들
"이미 행동한 것에 대한 후회는 시간이 가면서 조금씩 줄어든다. 그러나 행동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는 시간이 갈수록 커질 뿐이다."
- 시드니 해리스 Sydney Harris
심리적 안정감은 친절함과 다르다
심리적 안정감이란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자유롭게 표현하고 솔직한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생산적인 결과를 이끌어내는 분위기다.
심리적 안정감은 친절함이나 상냥함과 거리가 멀다. 비슷한 맥락으로 편안함이나 안락함을 뜻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듣기에는 조금 거칠고 쓴 말일지라도 생산적인 갈등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학습하는 여건이라고 볼 수 있다.
심리적 안정감은 외향적이든 내향적이든 누구에게나 유사한 형태로 영향을 끼쳤으며, 내향적인 사람도 심리적으로 안정된 조직에서라면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했다(물론 그 반대의 경우, 즉 외향적인 사람도 두려움이 만연한 조직에서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심리적 안정감은 개인의 성향을 초월한다
심리적 안정감과 신뢰감은 여러모로 공통점이 많지만, 완전히 같은 개념은 아니다.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방향성'이다. 심리적 안정감은 특정 개인이 아닌 '조직 전체'를 향한 감정이다.
문제 제기의 혜택이 타인을 향해 있다면 이는 신뢰감과 관련이 있고, 그 혜택이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이라면 심리적 안정감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심리적으로 안정된 조직 환경에서는 도움을 요청하거나 실수를 인정해도 당사자에게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
심리적 안정감이 성과의 기준까지 낮추진 않는다
심리적 안정감이 있다고 해서 업무 수행 능력이 부족하거나 마감기한을 지키지 못하는 구성원에게까지 면죄부를 준다는 건 아니다. 다시 말해 심리적 안정감은 '직장에서 마냥 편하게 있어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우선 심리적 안정감과 업무 수행 기준이 모두 낮으면 "'무관심한 조직'이 된다. 출근은 하지만 머리와 마음이 온통 다른 곳을 향해 있는 상태다. 매 순간 몸을 사리면서 스스로를 보호하기에 바쁘다. 업무 시간에 수시로 SNS를 하거나 다른 사람을 험담하는 일에 몰두하는 경우다.
심리적 안정감과 업무 수행 기준
| 낮은 업무 수행 기준 | 높은 업무 수행 기준 |
높은 심리적 안정감 | 안주하는 조직 | 학습을 통해 성과를 만드는 조직 |
낮은 심리적 안정감 | 무관심한 조직 | 두려움이 만연한 조직 |
심리적 안정감은 높지만 업무 수행 기준이 낮은 조직은 결코 도전을 하지 않는다. 서로 서로 도와가며 일은 즐겁게 하지만 현실에 '안주하는 조직'이다. 오늘날에는 자취를 많이 감췄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조직의 형태로, 이런 조직은 더 이상 학습이나 혁신, 더 높은 수준의 참여나 만족도를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가장 문제가 되는 조직은 무관심한 조직도, 안주하는 조직도 아니다. 바로 '두려움이 만연한 조직'이다. 여기서 말하는 "두려움'은 비즈니스 환경에서 비롯된 두려움이 아닌 조직 안에서 구성원 간에 느끼는 감정을 뜻한다. 이러한 조직에서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금기시되어 있다. 업무 성과나 자리 보전에만 급급한, 오늘날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조직이 탄생하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조직의 관리자들은 업무 수행 기준을 높게 설정하는 것이 관리자로서의 당연한 임무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상호의존적인 업무를 수행하거나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 혹은 이 두 요소가 혼재하는 조직에서는 "낮은 심리적 안정감'과 '높은 업무 수행 기준'의 조합이 종종 암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특히 오늘날 'VUCA(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의 약자로 미국 육군대학원에서 처음 사용한 조어)'에 직면한 수많은 기업에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한다.
끝으로 심리적 안정감과 업무 수행 기준이 모두 높으면 '학습을 통해 성과를 만드는 조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업무 자체에 불확실성이나 상호의존성이 높은 경우라도 극복할 수 있다. 이러한 조직에서는 구성원이 자기 생각과 의견을 공유하며 서로 협력하고, 새로운 것을 배워나가며 약점을 도약의 기회로 삼는다. 이를 통해 복잡하고 혁신적인 업무도 무리 없이 수행할 수 있다. VUCA 환경에서는 이 같은 적극적인 협력과 학습 동기가 높은 성과를 만드는 주요 동력이 된다.
동기부여 없이는 결코 안전할 수 없다
지식 기반 산업에서는 예전처럼 공장의 조립 라인을 확인하는 단순한 방식으로 구성원의 역량을 평가할 수는 없다. 더불어 오늘날의 동기부여 방식은 예전과 전혀 다르다. 리더는 조직을 감독하는 동시에 다양한 영감과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며, 구성원에게 보람 있는 경험을 만들어주고 동기를 부추겨야 한다. 또한 조직 안에서 각종 도전 과제와 우려 사항, 기회에 관해 자유롭게 의사소통하는 환경을 구축해 끊임없이 혁신하는 것 역시 오늘날 리더에게는 가장 중요한 임무다.
[CASE STUDY] 예견된 인재 - 후쿠시마 원전 사고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잘못된 문화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표면적인 원인은 '안전문제로 보이나,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정부나 관련 업계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탓이라고 할 수 있다. 침묵의 문화는 구성원의 의견이나 생각을 섣부른 개입이나 방해로 치부해버린다. 침묵의 전제는 어쩌면 '구성원의 목소리는 귀담아들을 가치조차 없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일본 원자력안전보안원 원장 구로카와 기요시Kurokawa Kiyoshi는 사고 조사 보고서의 첫머리 에 이렇게 언급했다.
본 보고서는 사고 전반의 내용을 광범위하고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한 가지 온전하게 담아내지 못한 부분이 있다. 바로 이번 참사를 발발케 한 일본인 특유의 마음가짐과 태도다. 일본은 커다란 고통을 감내하고서라도 이번 참사가 일본인이 자초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은 일본 문화에 뿌리 깊이 박힌 관습에 있다. 이는 곧 무조건적인 복종 문화와 권위에 대항하지 않는 태도, 일률적인 프로그램만 고수하려는 방식, 그리고 집단주의와 편협성에서 기인한다.
[CASE STUDY] 현실을 두려워한 결과 - 웰스파고와 뉴욕 연방준비은행
두려움에 지배된 조직 문화에서는 원하는 정보를 손에 놓을 힘도, 이를 거부하는 기업에 철퇴를 내릴 힘도 모두 다 무용지물이 된다.
[CASE STUDY] 직원을 가족처럼 - 베리웨밀러
수많은 리더가 입으로 '가족 같은 회사'를 추구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직원들이 받아들이는 '가족'과 경영진이 생각하는 '가족'은 문자만 같지 그 뜻이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다면 베리웨밀러는 어떻게 회사의 가치를 직원에게 스며들게 했을까?
회사의 발전 과정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사내 임직원을 교육할 용도로 제작된 「리더십 가이드 원칙 Guiding Principles of Leadership 에는 직원 스스로 자부심을느끼고, 서로 신뢰하는 환경을 만들며, 개인의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행동 지침을 담았다.
채프먼은 이 문서의 초안이 완성됐을 때 이를 들고 각 부서를 순회했다. 직원들과 직접 마주 앉아 피드백을 받으며 최종 원고를 완성할 요량이었다. 그는 이 과정에서 회사가 개개인을 믿고 있다고 보여주는 게 가장 중
요하다는 사실도 깨달을 수 있었다. 또한 출퇴근 기록표를 쓰게하거나 휴식 시간을 종소리로 알려주는 것, 재고실 문을 자물쇠로 채워두는 행동은 직원들의 이 같은 신뢰를 깨트린다는 사실도알게 되었다.
채프먼은 즉시 사기를 떨어뜨리는 모든 관행을 없애버렸다. 돌이켜봐도 책임 있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다기엔 적절치 못한 관행이었다. 직원들은 자신의 목소리가 실제 정책에 반영되자, 오히려 '경영진과의 대화'를 제도화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이는 오늘날까지도 직원들의 솔직한 생각을 듣는 소중한 시간으로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채프먼은 또한 '최고로 대접하되 보상은 공정하게'라는 원칙을 강조하며 직원들의 이탈을 막고 있다.
두려움 없는 조직을 만든다는 건 시도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어렵거나 힘든 과정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베리웨밀러의 경영진처럼 이른바 '참여 유도'를 통해 어떤 조직보다 탁월하게 조직에 심리적 안정감을 불어넣을 수 있다.
3장 - 최고의 조직은 어떻게 혁신을 거듭하는가?
심리적 안정감에 ‘완결편’은 없다
"학습의 가장 큰 장애물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생각이다."
- 존 맥스웰 John Maxwell
꾸준히 변할 용기가 있는가?
심리적 안정감을 경험하는 최고의 방법은 이미 그 안정감이 실재하는 것처럼 행동해보는 것이다. 이후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한번 지켜보라. 주위의 환경은 이전보다 훨씬 더 안전하고 에너지 넘치는 곳으로 바뀌어 있을 것이다. 리더십은 비단 조직의 최상위증만이 가져야 할 덕목이 아니다. 능동적으로 일하려는 모든 직위의 구성원이 갖춰야 할 필수 요소다. 리더십의 핵심은 혼자서는 성취할 수 없는 목표를 서로의 노력으로 함께 이뤄가는 데 있다. 구성원 개개인이 자신의 역량과 기술을 바탕으로 업무에 최대한 매진하도록 돕는 일이다. 침묵을 지키는 대신 솔직하게 표현하고, 두려움을 갖는 대신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것, 이 책이 전하는 바는 오늘날 모든 조직의 구성원에게 강력한 무기가 되어줄 것이다.
역풍을 거스르는 항해사처럼
심리적 안정감을 구축하는 일은 크고 작은 방향 수정을 거쳐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역풍에 대처하듯 때로는 오른쪽으로, 때로는 왼쪽으로, 다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며 묵묵히 전진하는 여정이다. 바람이 언제 바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원하는 방향은 결단코 우리 손에 한 번에 쥐어지지 않는다.
솔직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단 하나, 오직 두려움 그 자체다."
- 프랭클린 루즈벨트 Franklin D. Roosevel
픽사의 직원은 모두 비평가가 된다
직원의 창의성과 비판 의식이 동시에 향상되는 환경을 조성한 덕분이다. 픽사는 영화를 만드는 곳이지만, 이들의 운영 방식은 모든 산업에서 심리적 안정감이 통용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영화가 인류 공통의 문화이듯 말이다.
픽사의 공동창업자 에드윈 캣멀은 성공의 열쇠로 '솔직함'을 꼽았다. 그가 말하는 솔직함이란 '숨김없이 터놓고 이야기하는 문화'를 가리킨다. 이는 곧 심리적 안정감과 같은 말이다.
브레인트러스트는 일종의 의견 교환 과정이다. 몇몇이 그룹을 지어 한두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만나 함께 점심을 먹고 제작 중인 영화를 관람한다. 그러고는 해당 영화감독에게 영화의 감상평을 솔직하게 들려준다.
브레인트러스트에는 몇 가지 규칙이 있다. 첫째, 평가 내용은 반드시 건설적이어야 한다. 더불어 그 대상은 제작진이 아닌 영화로 한정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제작진도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거나 이를 개인에 대한 지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 둘째, 브레인트러스트에서 나온 의견은 단지 제안일 분 확실한처방이 아니다. 윗선의 지시도,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도 아니다. 영화의 최종 책임은 감독에게 있으며 제안된 내용을 수용할지 결정할 권한도감독에게 있다. 셋째, 평가는 흠을 들춰내는 과정이 아니다. 영화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감독의 비전과 목표를 인정하고 격려해주는 말이 감독 스스로가 인원을 모집해 브레인트러스트를운영하는 원동력이 된다. 캣멀은 이런 말도 덧붙였다.
"브레인트러스트는 기본적으로 호의적입니다. 도움을 주기 위한과정이죠. 여기에는 그 어떤 이기적인 의도도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흥행 참패를 막기 위한 ‘실패할 자유’
픽사의 직원들에게는 실패할 자유도 자유다. 캣멀이 언급한 두 번째 성공의 비결 역시 '실패'다.
초기 단계의 영화는 아무리 형편없어도 괜찮다는 의미다. 스탠턴은 영화 제작을 '자전거 타기'에 비유했다. 처음부터 잘 타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어느 정도 숙달되려면 수없이 넘어져봐야 한다는 의미다.
실패를 두려움이나 피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지 말고 배우고 학습하는 과정으로 생각해보자.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는 무릎도 까지고 팔꿈치에 멍이 드는 것처럼, 아주 훌륭하고 독창적인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심리적 고통도 뒤따른다. 오히려 학습 과정에서 철저히 실패의 고통을 받아들여야 이후에 더 큰 고통이 기다리지 않는다. 캣멀은 이렇게 경고했다." 리더가 시행착오 과정에서 뒤따르는 실패를 용납하지 못하면, 결국 비운의 결말이 기다릴 분입니다."
픽사는 두려움과 실패를 제도적으로 분리하려는 노력을 했고, 앞으로도 해나갈 것이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영화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현실을 두려워한 노키아의 비극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폭스바겐이나 웰스파고처럼 각종 위법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이 아니다. 공통점이라면 사내에 두려움이란 문화가 지배적이었다는 것분이다. 실제로 2005년부터 2010년까지 노키아의 흥망성쇠를 함께한 엔지니어 76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이들이 휴대전화 사업에서 실패의 원인으로 꼽은 건 '두려움의 문화가 회사를 장악했기 때문'이었다.
회사의 잘못된 비전이나 리더십이 부재한 탓이아닌 “매사에 신경질적인 리더가 겁을 줘 진실을 터놓기 힘들었다”라는 고백이 이어졌다.
노키아에 심리적 안정감이 보장됐다면, 가속화되는 경쟁 체제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그건 장담할 수 없다.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혁신과 전문성, 독창성과 팀워크 등이 복합적으로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3년 노키아가 심리적 안정감을 찾고 재기에 성공한 걸 보면, 조직은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다.
두려움은 언제든 용기가 될 수 있다
귀를 열고 ‘침묵의 소리’를 들어라
"조직 안에서 두려움을 몰아내는 일은 기나긴 여정이다."
- 에드워즈 데밍 W. Edwards Deming
누군가는 예상했던 컬럼비아호의 폭발
침묵은 저절로 깨지지 않는다
나사가 성공적으로 변화한 요인에 대해 로저스는 '활발한 의사소통'과 '경청하는 문화'를 꼽았다. 구성원이 침묵하지 않기 위해선 이 두가지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로저스는 당시 고더드 우주비행센터장 크리스토퍼 스콜스Christopher Scolese 를 '내 생애 최고의 리더'라며 칭송했다." 스콜스는 늘 직원들을 배려했습니다. 전략적으로도 균형감이 있어 고더드 센터와 나사,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전략도 펼쳐나갔죠. 스콜스는 직원들의 헌신과 열정을 늘 높이 평가했습니다.
컬럼비아호 사건으로 거듭난 나사는 목표한 바를 달성하기 위해 조직에 심리적 안정감이 왜 필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농담으로 볼 수 없는 농담들
"회사에 악용당한 느낌이다."
- 폭스바겐 엔지니어 올리버 슈미트 Oliver Schmidt
우버에 찾아온 평화
이제 변화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물론 그 과정이 어려울 수는 있다. 하지만 오늘날처럼 지식 기반 사회에서 기업이 성공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조직 문화부터 손봐야 한다. 얼마든지 외부 기관이나 전문가의조언을 통해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구글의 'G2GGoogler to Googler 네트워크'(자발적으로 동료들의 학습을 지원하는 멘토링 네트워크로 6000여 명의 구글 직원이 참여한다)처럼
내부 전문가로 구성된 조직을 구축해 심리적 안정감을 키워갈 수도 있다. 물론 이런 방법은 상호보완적으로 사용했을 때 더욱 큰 효과를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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