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시 숨을 쉬다
심리학적 마틴 셀리그먼 Martin Seligman 은 세 가지 P가 회복을 방해한다고 말했다.
첫 번째 P는 '개인화 personalization'를 의미하는데, 사람들이 자신의 잘못으로 역경을 겪게 됐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둘째는 '침투성 pervasiveness'으로, 그 사건이 삶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셋째는 '영속성 permanence'으로, 사건의 여파가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사망한 경우에 민간 부문 근로자의 60퍼센트만 휴가를 받는데, 그것도 통상 며칠에 불과하다. 그래서 직장에 복귀하더라도 슬픔을 극복하지 못해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 또한 상실 뒤에 찾아오는 경제적 압박은 권투 선수가 잽을 맞고 연이어 스트레이트를 맞는 것과 같다. 미국 기업만 따져보더라도 슬픔에서 비롯된 생산성 손실은 연간 750억 달러에 이른다.
'정서 예측 affective forecasting'을 연구한 결과를 보면 사람들은 부정적인 사건의 영향을 받는 기간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여러 사건의 부정적 영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대학교 조교수들은 종신재직권을 거부당하면 다음 5년 내내 낙심하며 지낼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기숙사에 배정된 대학생들의 생활이 참담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축복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축복일 수 있다. 심리학자들이 한 집단에게 감사했던 일 다섯 가지를 매주 목록으로 작성하로고 요청했다. 두 번째 집단에게는 다퉜던 일을 쓰게 되고, 세 번째 집단에게는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을 기록하게 했다. 감사 목록을 작성한 집단은 9주 후 훨씬 행복해졌고 건강 문제도 개선되었다. 경제 침체기에 직장에 들어간 사람은 수십 년이 지난 후에도 자기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직장을 구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뼈저리게 경험했기 때문이다.
회복탄력성은 내면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올 때, 외부에 지지를 받을 때 생겨난다. 자기 삶에 주어진 혜택에 감사하고, 최악의 상황에 달려들 때 생겨난다. 스스로 슬픔을 처리하는 방식을 분석하고, 슬픔을 그대로 수용하는 과정에서 생겨난다. 때로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상실에 대한 통제권이 적을 수도 있고, 클 수도 있다.
나는 이렇게 삶이 나를 바닥으로 끌어내리더라도 바닥을 박차고 수면으로 올라와 다시 숨을 쉴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2. 방 안의 코끼리 내쫓기
오프너 opener
아무것도 묻지 않는 친구들과 달리 오프너는 질문을 많이 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고, 상대방의 대답을 귀담아듣는다. 이들은 타인에 대해 알아가고, 타인과 관계 맺는 것을 좋아한다. 오프너는 위기에 맞닥뜨렸을 때 특히 평소에 말수가 적은 사람에게 크게 영향을 줄 수 있다.
개인적인 비극을 누구나 마음 편하게 공개적으로 털어놓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자기감정을 바깥으로 표현할지, 언제 어디서 말할지 나름대로 선택을 한다. 그런데 정신적 외상을 남긴 사건들을 공개했을 때, 신체적·정신적 건강이 향상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 친구나 가족들에게 사연을 털어놓는 과정에서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고, 타인에게 이해받는다고 느낄 수 있다.
저자 팀 로렌스 Tim Lawrence는 이렇게 물었다. "비극적인 일을 당하면 대개 주위 사람들이 사라지고 상투적인 말만 남는다. 그렇다면 '무슨 일이든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 일어나는 거야 라고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그러면서 이렇게 제안했다. "가장 유익하고 적절한 행동은 인정하는 것이다. 글자 그대로 이렇게 말하라. '네가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아. 내가 곁에 있어줄께."
3. 우정의 백금률
누구에게든 고통에 빠졌을 때 누를 수 있는 버튼이 필요하다.
고통을 겪는 사람에게 우리는 대부분 두 가지 다른 감정적 반응을 보인다. 공감함으로써 타인을 도우려고 나서거나, 고민함으로써 타인의 고통을 피하는 것이다.
애도하고 위로하는 방법이 한 가지뿐인 것은 아니다. 어떤 방법이 유용한 지는 사람과 시기에 따라 다르다. 성장하면서 나는 자신이 대우받고 싶은 대로 타인을 대우하라는 황금률을 따르도록 배웠다. 하지만 누군가가 고통을 겪고 있을 때는 황금률을 따르지 말고, 그들이 대우받고 싶어 하는 대로 대우해 주라는 백금률을 따라야 한다. 비탄에 잠긴 사람이 보내는 신호를 감지해 그들을 이해하고, 좀 더 바람직하게는 행동으로 반응해야 한다.
분노는 정신과 의사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정의해서 유명해진 '슬픔의 5단계' 중 하나에 속한다. 상실에 직면한 사람은 현실을 부정하고 분노하다가 현실과 타협하고 우울해하는 네 단계를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현실을 수용한다. 하지만 요즈음 전문가들은 그러한 과정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다섯 가지 단계가 아니라, 정도가 오르내리는 '다섯 가지 상태'라고 본다. 슬픔과 분노는 물을 끼얹는 불길처럼 꺼지지 않고 순간적으로 깜빡이다가 다시 활활 살아난다.
모래사장에 한 사람의 발자국만 찍힌 것은 내 삶의 최악의 나락으로 떨어져 있는 내내 친구들이 나를 안고 걸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를 다른 의미로 해석한다. 내가 한 사람의 발자국만 보았던 것은 친구들이 내가 쓰러지면 부축할 준비를 하고 내 뒤에 바싹 붙어 걸었기 때문이다.
4. 자기연민과 자신감
자기연민은 흔히 자책감과 공존한다.
글쓰기는 자기연민을 배울 수 있는 강력한 도구다.
감정을 글로 표현하면 역경을 다루고 극복하는 데 유익하다.
꼬리표를 붙이면 부정적인 감정을 좀 더 쉽게 처리할 수 있다. 꼬리표의 내용은 구체적일수록 좋다.
다만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비극이나 위기가 발생한 직후에 일기를 쓰는 것은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사건에 대한 기억이 너무 쓰라려서 아직 감정을 추스를 수 없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자신감은 행복과 성공을 달성하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면 증후군 impostor syndrome (자신이 이뤄낸 업적이나 능력을 스스로 의심하며 무능함이 밝혀질까 봐 불안해하는 심리 현상을 가리킨다.)
5. 앞으로 튀어 나가다
테데스키와 칼훈은 외상 후 성장의 결과로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비극을 겪으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늘 감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신적 외상을 겪으면 다른 사람을 경계하게 되거나 관계를 형성하는 능력에 부정적 영향을 받기 쉽다. 성적 학대와 성폭행 피해자의 상당수가 사람들이 선하다는 믿음이 산산이 부서져서 사람을 신뢰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자녀를 잃은 부모는 친척이나 이웃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배우자를 잃은 사람은 친구들과 다투거나 친구들에게 모욕당했다고 느끼는 경우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외상 후 성장의 셋째 결과로 비극은 새롭고 더욱 깊은 관계를 형성하도록 동기를 부여할 수도 있다.
비극을 함께 견뎌내면 유대관계가 강화된다. 서로 신뢰하고, 자신의 약함을 드러내고, 서로 의지하는 법을 배우기 때문이다. 옛 격언대로 "풍요할 때는 친구들이 나를 알게 되고, 역경을 겪을 때는 내가 친구를 알게 된다."
외상 후 성장의 넷째 결과는 삶에서 더 큰 의미, 즉 인간이라는 존재에는 의미가 있다는 신념에 뿌리 내린 더욱 강력한 목적의식이 생기는 것이다. 빅터 프랭클의 말처럼 "어떤 면에서 고통은 의미를 발견하는 순간, 더 이상 고통이 아니다."
가족과 종교는 많은 사람에게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가장 큰 원천이다. 뿐만 아니라 일도 목적의 근원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은 대개 다른 사람을 섬기는 직업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수많은 정신적 외상 생존자가 역경에 직면한 다른 사람들을 돕는 것은 전혀 뜻밖의 일이 아니다.
6. 다시 즐거움을 느끼다
의미 없이 오로지 쾌락만 추구하는 삶은 나아갈 방향을 잃은 삶이다. 반면에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는 삶은 우울하다.
즐거운 순간을 포착하고 누리려면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긍정적인 순간보다 부정적인 순간에 초점을 맞추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흘 동안 즐거운 경험에 대해 글을 ㅆ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석 달 정도 계속하면 병원을 찾는 일이 줄어든다. 따뜻한 산들바람을 느끼거나 맛있는 감자튀김을 맛보는 것처럼(특히 다른 사람의 접시에서 집어 먹을 때) 매일 일어나는 아주 사소한 일에서도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서 가장 낙천적인 사람인 우리 어머니는 매일 밤 침대에 들어가 머리맡에 놓인 베개가 편안하다면 감사해한다.
우리는 나이 들면서 행복을 정의하는 기준을 즐거움보다는 평온에서 찾는다.
주우울증 major depression 으로 고통을 겪는 50세 이상 일부 성인에게는 운동이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것만큼이나 효과적일 수도 있다.
크나큰 고통에 빠져 있을 때라도 우리가 포착하거나 만들어낸 순간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요리를 해도 좋고, 춤을 추어도 좋고, 산에 올라가도 좋다. 기도를 해도 좋고, 자동차를 몰아도 좋고, 불안한 음정으로 빌리 조엘의 노래 불러도 좋다. 이러한 순간들이 고통을 완화시켜주고, 그 순간들이 쌓여 행복과 힘의 원천이 된다.
7. 회복탄력성을 갖춘 아이로 키우기
양질의 초등학교 교육은 아동의 인지 발달을 촉진하며, 그보다 좀더 이른 시기에 지원해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는 크고 작은 장애를 극복할 수 있도록 자녀에게 회복탄력성을 심어주고 싶어 한다. 회복탄력성은 삶에서 더욱 큰 행복을 이끌어내고 성공과 건강의 밑거름이 된다. 내가 애덤에게 배웠고 티모시의 아버지가 본능적으로 알았듯이, 회복탄력성은 타고난 성격 특성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구축해야 하는 자질이다.
우선 아동이 다음 네 가지 핵심 신념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첫째, 자신의 삶에대해 통제감을 갖는다.
둘째, 실패에서 배울 수 있다.
셋째, 자신은 인간 존재로서 중요하다.
넷째, 자신에게는 의존하고 공유할 수 있는 진정한 강점이 있다.
적절한 뒷받침을 받은 신념은 행동을 부추겨 자아실현의 밑거름이 된다. 그러므로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는 동시에 방어적인 태도를 버림으로써 더욱 개방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자기 존재가 중요하다고 믿고, 타인을 돕는 데 더욱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한다. 그러면 자기 존재가 훨씬 중요하게 느껴질 것이다. 자신에게 강점이 있고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보기 시작했다고 믿어야 한다. 자신이 시공을 초월할 수있는 마법사여서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8. 위기를 극복할 힘을 함께 구축하는 법
"공동체가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때" 희망이 생기고 유지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새로운 가능성을 믿는 것은 영속성 개념에 대항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와 길을 발견하고 새로운 선택 사항을 찾아 나서는 데 도움이 된다. 행동을 취하면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리켜 심리학자들은 "근거 있는 희망 grounded hope" 이라고 부른다.
희망과 경험을 공유하는 것과 더불어 이야기를 공유해도 집단 회복탄력성을 구축할 수 있다.
"도덕적 고양 moral elevation"은 두드러지게 선한 행동을 목격했을 때 감정이 북받치는 현상을 가리킨다. 이때 발생하는 감정을 일컬어 에이브러햄 링컨은 "우리 본성의 더욱 선한 천사 the better angels of our nature" 라고 불렀다.
9. 직장에서 실패하기와 배우기
누구에게나 회복탄력성이 필요하듯 조직도 그렇다.
실패하고 나서 회복탄력성을 발휘하려면 무엇보다 실패에서 배워야 한다.
심리학자들이 발견한 대로 우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이 잡은 기회가 아니라 놓친 기회를 아쉬워한다. 내가 자랄 때 어머니가 자주 말해주었듯이 "우리는 자신이 한 이을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지 않은 일을 후회한다."
안전하게 실수를 거론할 수 있는 경우, 실수를 보고할 가능성은 커지는 반면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은 작아진다. 하지만 전형적인 직장문화에서 사람들은 성공을 과시하고 실패는 감추는 경향이 있다.
실패에서 배우는 데 초점을 맞추는 팀은 그렇지 않은 팀보다 좋은 성과를 거두지만, 누구나 장기적 관점을 취하는 조직에서 일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면 나름대로 학습 방법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수전 애시퍼드 Susan Ashford 이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칭찬을 구하는 행동은 평판을 해치지만 비판을 구하는 행동은 향상되기 위해 노력한다는 의지로 보일 수 있다.
자신을 분명하게 보일 수 있는 최상의 방법 중 하나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자신이 더욱 잘할 수 있는 방법은 늘 있기 마련이다. 그건 바로 실수와의 싸움이다.
10. 다시 사랑하고 웃기 위해
사랑에 빠진 사람의 뇌 스캔 사진은 에너지와 행복에 취한 상태를 보인다. 사랑에 빠지면 자신감과 자존감이 생기고 정체성이 확대된다. 새 파트너가 지닌 자질의 일부를 닮아가므로, 호기심이 많거나 차분한 사람과 사랑에 빠지면 우리에게도 같은 성향이 생긴다.
유머는 회복탄력성을 증진시켜준다. 코미디를 시청하는 수술 환자가 진통제를 요구하는 횟수는 코미디를 시청하지 않는 환자보다 25퍼센트 적다. 농담을 하는 군인은 스트레스 대처 능력이 더 뛰어나다. 배우자를 잃고 6개월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웃음을 되찾은 사람은 환경 적응력이 더 크다. 함께 웃는 부부는 결혼생활을 유지할 확률이 더 높다. 생리적으로 유머는 심장박동 수를 늦추고 근육을 이완시킨다. 진화론적으로 웃음은 상황이 안전하다는 걸 의미하는 신호다. 웃음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을 무디게 해서 긴장을 해소한다.
사랑으로 회복탄력성을 구축하는 것은 다른 사람과 사랑을 공유하면서 살아갈 힘을 발견하는 것이다. 삶의 기복을 견뎌내면서 계속 사랑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다. 삶이 계획대로 돌아가지 않을 때 삶을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잔인하게 사랑을 빼앗겼을 때 다시 사랑하고 웃을 수 있다는 희망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했던 사람이 세상을 따나더라도 계속 사랑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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