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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빚으로 지은 집" 가계 부채는 왜 위험한가

by 욕심쟁이77 2021.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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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프 미안

저자 아티프 미안(ATIF MIAN)은 프린스턴 대학 경제학과와 우드로 윌슨 공공국제정책 대학원 석좌교수. 율리스-라비노비츠 금융 및 공공 정책 센터 책임자를 맡고 있다. 수학과 전산학 전공으로 MIT 학부를 최우등으로 졸업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2년 프린스턴 대학으로 부임하기 전에 시카고 대학 부스 경영대학원, UC 버클리에 재직하였다. 거시 경제와 금융 부분의 상호 작용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이 선정한 《다음 세대를 이끌어 갈 45세 이하 차세대 경제학자 25인》에 선정되었다.

아미르 수피

저자 아미르 수피(AMIR SUFI)는 시카고 대학 부스 경영대학원 시카고 상품거래소 석좌교수. 조지타운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MIT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거시 경제와 금융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이 선정한 《다음 세대를 이끌어 갈 45세 이하 차세대 경제학자 25인》에 선정되었다.

동아시아의 위기는 한국이나 중국의 중앙은행들이 정책을 집행하는 방식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중앙은행들은 빚의 잠재적 위험성을 깨달았으며, 빚이 외환 표시 대외 채무일 경우 특히 더 위험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동아시아 위기 이후 한국의 가계 부채는 급속하게 증가해 왔습니다. 가계 부채의 증가세는 가처분 소득의 증가세를 크게 앞질렀습니다.

우리가 책에서 주장하는 바는 가계 부채에 의존한 성장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1. 보헤미아의 스캔들

<우리는 섹스, 술, 주말 없이 살 수 없다.> 레저용 자동차를 만드는 위니바고의 밥 올슨 회장이 가슴에 늘 달고 다녔던 배지의 문구다. 이 문구가 의미하듯이 미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주말과 휴가 기간에 레저용 자동차를 타고 여행을 다니기 때문에 미국에서 레저용 자동차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있어 왔다.

누가 범인인가?

명탐정 셜록 홈즈는 추리 소설 '보헤미아의 스캔들'에서 이런 유명한 말을 남겼다.

<자료를 보기 전에 이론부터 세우는 것은 중대한 실수다. 왜냐하면 그럴 경우 사실에 부합하는 이론을 만드는 대신 부지불식간에 이론에 부합하도록 사실을 비틀기 때문이다.>

대침체와 관련해서 중요한 사실 하나가 있다. 미국의 가계 부채는 2000년부터 2007년 사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불과 7년 사이에 가계 부채 총액은 두 배로 늘어 14조 달러에 이르렀으며 가계 소득 대비 부채 비율도 1.4에서 2.1로 껑충 뛰었다.

대공황

1920년부터 1929년 사이 주택 할부금과 자동차, 가구 등 내구재 소비에 대한 할부금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비록 현재와 비교해서 통계 자료가 조금 덜 정확하겠지만 경제학자 찰스 퍼슨스가 1930년대에 계산한 결과에 다르면 도시 지역 주택 담보 대출액은 1920년부터 1929년 사이 세 배가 증가하였다.

<1929년대는 소비자 금융 역사에서 전환점을 이룬 시기였다.>

<1929년에 가계 부채가 유례없이 증가했다.>

< 지난 10년은 엄청난 신용 팽창이 있었던 시기였다. 지난 시기 경제가 호황을 누린 가장 큰 이유는 엄청난 빚을 끌어당겨 썼기 때문이다.>

국제적 증거

가계 부채가 더욱 크게 증가할수록, 소비지출 또한 급격히 줄어든다는 것이다.

1997년부터 2007년 사이 가계 부채가 크게 증가한 나라일수록 2008년부터 2009년 사이 가계 지출은 더욱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즉 불황 전 가계 부채 증가와 대침체 시기 소비 감소 사이에는 강한 상관관계가 있었다.

<1990년대 초 가장 심각한 불황이 일어났던 나라들은 모두 민간 부채가 가장 크게 증가했던 나라들이었다.>

은행의 위기와 가계 부채의 누적은 서로 깊이 관련되어 있다. 또한 이 둘의 결합은 금융 위기를 낳으며, 라인하트와 로고프의 획기적인 연구가 보였듯이 가장 심각한 경제 위기와 관련되어 있다.

바로 은행 위고로 인해 촉발된 불황에 앞선 민간 부채의 증가량이 다른 일반적인 불황의 경우보다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이다. 은행 위기로 인해 촉발된 불황 이전의 부채 증가량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무려 다섯 배에 이른다. 그리고 은행 위기로 촉발된 불황이더라도 민간 부채가 낮았을 경우에는 경제적 여파가 일반적인 불황의 충격과 비슷함을 알 수 있었다.

선진국들의 현대 경제사에 대한 한 세기 또는 그 이상에 걸친 연구를 통해 우리는 호황시 부채의 누적과 뒤이은 불황의 심각성 사이에는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최초로 보였다. 또한 우리는 금융 위기의 경제적 비용이 위기 직전 시기 부채 비율에 따라 매우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였다.

경재적 재앙에는 거의 언제나 가계 부채의 급격한 증가라는 현상이 선행해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다른 가설들

아마도 가장 일반적인 의견은 경제의 펀더멘털 fundamentals을 강조하는 시각이다. 이러한 시각에 다르면 심각한 불황은 자연재해, 쿠데타, 미래에 대한 전망 변화 등 경제의 펀더멘털에 가해지는 충격에 의해 발행한다.

두 번째 설명은 야수적 충동 animal spirits 에 따른 시각이다.

세 번째 가설은 은행 banking 중심적 시각이다.

큰 그림

현재 금융 시스템은 우리 같은 대중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하지 않고 불리하게 작동한다. 우리는 아래에서 대출을 끼고 집을 산사람의 예를 통해 모기지가 자금을 빌려 준 은행보다 주택 소유자에게 훨씬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일 것이다. 주택 소유자들은 오직 집값이 폭락했을 때에만 본인들이 얼마나 위험한 투자를 했던 것인지 알 수 있다.

1부 거품이 터졌을 때

2. 빚과 파멸

보험이 주택 소유자를 회오리바람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반면, 부채는 집값이 하락할 때 모든 위험을 주택 소유자에게 전가한다.

가혹한 부채의 이면

오늘날 남의 돈을 빌려 와서 소비를 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 우리는 정작 빚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잊을 때가 있다. 부채의 가장 큰 특징은 자산 가격의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채무자가 가장 먼저 져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 용어를 써서 표현하자만 모기지 대출 기관 또는 채권자는 집에 대한 우선 청구권 senior claim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집값이 떨어지더라도 손실이 안 날 수 있다. 반면 주택 소유자는 후순위 청구권 junior claim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집값이 떨어질 대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모기지 대출 기관은 경제 내 저축자들 savers의 돈을 이용해서 대출을 해준다.

대침체기의 부채와 부의 불평등

이런 손실의 분포 distribution는 어떨가?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들의 손실은 실제로 얼마나 컸을까?

고소득층의 상황은 두 가지 중요한 측면에서 달랐다. 첫째, 이들 그룹은 불황이 시작될 무렵 부채 비율이 훨씬 낮았다. 순자산 분포 상위 20퍼센트에 드는 주책 소유자들의 레버리지 비율은 7퍼센트에 불과했다. 하위 20퍼센트 그룹의 레버리지 비율이 80퍼센트라는 점을 고려하면 두 그룹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둘째, 이 그룹의 순자산은 비주택 자산에 크게 집중되어 있었다. 하위 20퍼센트 그룹이 뮤추얼 펀드, 주식, 채권 등을 포함한 다른 자산 1다러당 홈 에쿼티가 4달러였던 반면, 상위 20퍼센트는 정반대로 홈 에쿼티 1달러당 다른 자산이 4달러였다.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금을 공급하는 것 자체는 전혀 나쁠 것이 없다. 그러나 이런 자금의 공급이 빚을 이용한 자금 조달 방식 debt financing 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어떻게 더 가난해졌는가?

집값 하락은 순자산이 적은 가계에 가장 큰 충격을 주었는데 그 이유는 이들 가계의 부가 거의 모두 홈 에쿼티로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격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순자산이 적은 가계가 빚도 많이 지고 있었기 때문에 해당 가계의 순자산에 대한 피해는 더 커졌다. 이는 레버리지 승수 leverage multiplier 효과 때문이다. 레버리지 승수는 집값이 하락할 때 레버리지에 비례해서 순자산의 손실이 커지는 것을 설명한다.

처음의 예로 돌아가서 레버리지 승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보자.

10만 달러짜리 집을 8만 달러의 모기지 대출과 2만 달러의 순자산으로 산 이 주택 소유자의 주택 담보 대출 비율 LTV: Loan-To-Value Ratio은 80퍼센트다. 집값이 20퍼센트 떨어진다면 이 주택 소유자의 순자산은 몇 퍼센트 떨어지게 될까? 힌트를 주자면 20퍼센트보다는 훨씬 더 크게 떨어진다. 계산을 해보자 집값 하락 전에 2만 달러의 순자산을 가지고 있었는데 집값이 20퍼센트 떨어짐에 따라 집값은 8만 달러가 되었다. 갚아야 할 대출은 여전히 8만 달러이므로 주택 소유자의 순자산은 0이 되었다. 변화율로 따지면 순자산은 100퍼센트 감소한 것이다.

집값 폭락과 결합한 과도한 부채는 이미 크게 벌어져 있는 부자들과 가난한 사람들의 격차를 더욱 크게 벌려 놓았다.

많은 사람드리 소득과 불평등 추세를 논의해 왔지만, 정작 그들은 빚의 중요한 역할에 대해서는 간과하였다. 빚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금융시스템은 부의 불평등을 악화시킨다.

순자산 손실의 지역적 특성

대침체기 동안 많은 사람들의 주택 가격이 모기지 대출액보다 더 낮게 떨어졌다. 즉 집을 팔아도 빚을 다 못 갚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런 경우를 <깡통 주택 underwater> 또는 <업사이드다운 upside-down> 이라 하는데 사실상 홈 에쿼티가 마이너스가 된 것이다. 만약에 이때 집을 팔경우 주택 소유자는 대출액과 집값의 차액을 은행에 지급해야만 한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 소유자는 집값보다 많은 대출액을 지고 집에 눌러살든가, 아니면 압류 forclosure를 선택해서 집을 버리고 떠나든가 해야 했다.

많은 사람들이 집값보다 많은 대출 금액을 끼고 집에 눌렁 앉았다. 2011년 모기지 대출을 받은 집의 23퍼센트에 해당하는 1,100만 가구가 깡통 주택이었다.

압류와 투매 현상

지역의 모든 집값이 동시에 하락한다. 결과적으로 재정적으로 건전했던 주택 소유자들마저 제값을 받고 집을 팔지 못하거나 더 좋은 조건으로 리파이낸싱을 하지 못하게 된다.

압류는 대침체 시기 집값의 하락세를 더욱 가속화시켰다.

주택 시장의 거품이 꺼졌을 때, 의심할 바 없이 경제 내 자원을 재배분하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너무 많은 세입자들이 집을 샀고, 너무 많은 주택 소유자들이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는 집을 구해 이사했다. 또한 너무 많은 집들이 지어졌다. 경제에 충격이 오자 부채가 과다한 경제는 효율적으로 자원을 재분할 수 없었다. 대신 과도한 부채는 투매를 불러왔고 순자산의 손실을 더욱 악화되었다.

빚은 보험과 정반대다

빚은 보험과 정반대로 위험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빚은 주택 소유와 관련된 위험을 분산시키기는커녕 그 위험을 감당할 능력이 가장 적은 사람들에게 위험을 전가시킨다.

3. 허리띠 졸라매기

소비 주도의 불황

대침체와 관련된 중요한 사실 가운데 하나는 대침체가 소비에 의해 주도 되었다는 것이다.

소비 지출은 2008년 가을 전에 크게 감소하였다.

2007년 4분기에는 30퍼센트 넘게 감소했다.

내구재 소빈는 주택 투자처럼 일찍 감소하지는 않았지만 마찬가지로 금융 위기 전에 감소했다.

소비 감소는 모두 리먼브라더스의 파산 전에 일어났다. 따라서 가계 소비의 급격한 감소는 은행 위기 말고 다른 이유로 촉발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

주택 투자는 이미 은행위기 이전에 국내 총생산 성장률을 끌어내리고 있었다.

그림에서 볼수 있듯이 2008년 3분기 국내 총생산 하락은 소비의 급락으로 인한 바가 크다. 비주택 투자는 국내 총생산 증가율을 떨어뜨리긴 했지만 그 효과는 소비로 인한 효과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기업 투자의 감소도 가계 지출의 축소에 대한 반응일 가능성이 높다.

소비 지출이 급감한 지역

집값 하락으로 인한 순자산이 감소하는 이유는 집값 하락 자체와 레버리지 승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레버리지 승수 효과로 집값 하락 폭이 같았던 지역들 중에서도 대출이 많았던 지역의 경우 순자산 손실의 크기가 더 컸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순자산 대폭 감소 지역은 단순히 집값이 폭락한 지역이 아니라 집값 폭락과 높은 부채가 결합한 지역이었다.

빚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집값이 올라가면 사람들은 더 부자가 되었다고 생각해서 소비를 늘린다. 마찬가지로 집값이 떨어지면 소비를 줄이기 마련이다. 결국 빚이 전혀 없더라도 집값이 떨어지면 소비는 줄기 마련이다.>

이런 효과를 주택의 자산 효과 housing-wealth effect라 한다.

인구 전체에 걸친 평균적인 한계 소비 성향

집값이 같은 폭으로 떨어지더라도 부채가 많은 가계일수록 소비가 더 크게 감소해야 한다.

자산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집에 대한 레버리지 비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집값이 떨어졌을때 가계는 소비를 더욱 적극적으로 줄인다는 것이다.

실증적 증거의 요약

첫 번째로 심각한 경기 침체 이전에 거의 언제나 가계 부채가 급증하는 현상이 선행해서 일어났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주택 같은 자신의 가격이 급락할 때 발생하는 손실이 레버리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빚은 소비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이유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4. 레버드 로스 이론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캠퍼스 경제학과 명예 교수이자 구글의 수석 경제학자이기도 한 할 배리언 Hal Varian 은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데이터를 다룰 줄 아는 능력, 즉 데이터를 이해하고, 처리하고, 거기에서 가치를 뽑아내고, 시각화하고, 상호 작용하는 능력이 앞으로 몇십 년동안 엄청나게 중요한 기술이 될 것이다>.

우리는 배리언이 강조한 것처럼 데이터를 올바르게 해석하는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펀더멘털을 강조하는 시각과 로빈슨 크루소

펀더멘털을 강조하는 시각의 바탕에 깔려 있는 기본적인 입장은 국내 총생산과 같은 경제 전체의 생산량은 투입되는 노동의 양, 자본, 기술 수준 같은 생산 측면의 요인으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즉 수요가 아니라 공급측면이 한 경제의 크기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로빈슨 크루소> 경제를 예로 들어 보자.

이 경제는 로빈슨 크루소 한 사람만이 존재하고 상품 또한 코코넛 한 가지뿐이다. 이러한 경제 안에서 코코넛 생산량은 코코넛 나무(자본)의 수와 코코넛을 따기 위해 로빈슨 크루소가 일하는 시간(노동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태풍이 들이닥쳐 코코넛 나무가 뿌리 뽑히거나 훼손된다면 수확할 수 있는 코코넛 열매의 수는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다. 줄어든 열매의 수는 코코넛 소비의 감소로 이어질 것이고 이는 바로 이 경제의 <불황>을 의미한다.

심각한 불황은 생산 능력의 저하 없이도 일어날 수 있다.

펀더멘털을 강조하는 시각으로 불황을 설명하기 힘든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심각한 불황은 생산 능력의 저하를 가져오는 어떤 재앙들에 의해 시작되지 않는다.

둘째, 펀더멘털을 강조하는 시각으로는 소비 침체로 인한 불황을 설명할 수 없다.

펀더멘털을 강조하는 시각이 강조하는 바와 같이 한 경제의 생산물을 수요 측면이 아니라 생산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면 소비 지출이 감소한다고 해서 불황이 온다는 법은 없다.

레버드 로스 프레임워크

채무 계약에 의해 저축자는 차입자의 자산에 대한 우선 청구권을 가지게 된다. 달리 말해 차입자가 채무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면 저축자는 차입자의 자산을 압류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레버드 로스 프레임워크 안에서는 두 가지 영향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의 하락이 소비에 미치는 효과가 증폭된다. 첫 번재는 주택 자산의 가치가 변할 때 소비를 가장 크게 변화시키는 계층, 즉 빚진 사람들에게 손실이 집중되는 현상이다. 두 번째는 압류로 인해 집값 하락의 충격이 더욱 커지는 현상이다.

그 결과 이들 부부는 소비를 줄여 주축을 하려고 한다.

레버드 로스 프레임워크에서는 한계 소비 성향이 큰 사람들에게 손실이 집중되기 때문에 경제 내 모든 사람들에게 손실이 균등하게 배분되는 경우보다 소비 지출의 감소가 더 크게 일어난다.

경제는 어떻게 반응하는가?

대침체기에 빚을 진 가계들이 소비를 크게 줄였을 때 경제는 이렇게 반응하지 않았다. 이는 이자율, 재화 가격, 환율 등이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것을 막는 어떤 마찰들 frictions 이 있음을 의미한다. 빚을 진 가계의 소비 감소를 증폭시켜서 경제 전체가 높은 실업률을 수반한 불황으로 빠져들게 하는 마찰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경제의 자가 치유를 막는 마찰들

가장 잘 알려진 마찰로는 명목 이지율이 0퍼센트 밑으로 더 떨어질 수 없다는 사실, 즉 제로 금리 하한 zero lower bound 을 들 수 있다.

제로 금리 하한이 존재하는 이유는 정부가 흔히 현금이라 부르는 불환지폐 paper money 를 발행하기 때문이다. 현금 보유는 마이너스의 수익을 가질 수 없다.

차입자들은 빠듯한 살림에서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맞춰야 하고 추가로 대출을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또한 저축자들은 소비를 유인할 만큼 이자율이 충분히 낮지 않기 때문에 소비를 늘리려 하지 않는다. 결국 경제 상황은 수요에 의해 주도 된다.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다

부채가 없었던 채권자 섬도 높은 실업률로 고통받게 된다.

채무자 섬의 가계들이 자동차 소비를 줄이면 채권자 섬의 자동차 산업도 수요 감소를 겪게 되며 수입이 감소한다. 따라서 임금 삭감을 통해 가격을 더 낮출 수 없게 되면 이들은 근로자들을 해고할 것이다. 해고된 자동차 산업 근로자들은 이발소에 가서 일자리를 찾지만 이곳도 임금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채권자 섬에는 부채를 진 사람들이 아무도 없지만 일자리가 줄어 들게 된다.

자원의 재배분?

보다 효과적인 접근법은 문제의 핵심인 레버드 로스 문제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수요 감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5. 실업에 대한 설명

몇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는가?

2007년 3월부터 2009년 3월 사이 미국의 민간 부문 일자리 6백만 개가 사라졌으며 실업률은 9퍼센트에 이르렀다.

우리는 이렇게 충격이 컸던 지역의 소비 감소가 미국 경제 전체를 통틀어 얼마만큼의 일자리 상실로 이어졌는지 추정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주택 시장 붕괴의 충격이 컸던 지역과 주택 가격 폭락을 겪지 않았던 지역의 일자리 감소를 비교하는 것이다.

전자를 비교역재 non-tradable 일자리, 후자를 교역재 tradable 일자리라 부르자. 비교역재 일자리는 식당에서 일한다든가 식료품에서 일하는 것과 같은 소매업과 지역 경제에 국한된 서비스를 포함한다.

교역재 일자리는 다른 지역으로 수송되어 팔리는 상품을 만드는 일자리다. 자동차를 만든다거나 가구, 가전제품 같은 내구재를 만드는 일자리를 예로 들수 있다.

순자산 손실은 수요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순자산 손실이 컷던 지역 경제의 비교역재 일자리는 더 크게 줄어들 것이다. 반면 교역재 일자리는 순자산 손실이 컷던 지역에서만 더 크게 감소하라는 법은 없다. 오히려 교역재 일자리는 전국에 걸쳐 고르게 감소할 것이다.

자동차 산업은 이런 분석 방법에 아주 적합하다. 왜냐하면 자동차의 생산과 판매는 비교역재와 교역재 일자리 모두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어떤 지역의 공장에서 생산된 자동차는 당연히 다른 지역에서도 판매될 것을 예상하고 만든 것이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교역재 일자리는 자동차에 대한 전국적 수요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반면 생산된 자동차를 실제로 판매하는 일은 자동차 대리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담당하고 있다. 예를 들어 비교역재 일자리라 할 수 있는 자동차 딜러 같은 종사자들은 잠깐이라도 고객과 만나야 하기 때문에 자동차의 지역적 수요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실증적 증거들을 종합해 보념 우리의 가설이 매우 설득력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순자산 손실이 작았던 지역의 경우 자동차 판매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고 자동차 딜러 관련 일자리도 큰 타격이 없었다. 그러나 이들 지역에 위치한 자동차 생산 공장은 대규모의 정리해고를 잔행해야 했다. 이런 사실들로부터 자동차 공장의 일자리 축소는 주택시장 붕괴가 있었던 다른 지역의 수요 감소가 직접적 원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찰들

물가 상승률을 조정한 실질 임금은 2008년부터 2011년 사이 실제로 연간 1.1퍼센트 증가했다.

순자산 손실에 따른 지역적 차이를 살펴보면서 우리는 순자산 대폭 감소 지역 중 일부에서 임금이 경미하게 낮아진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지역이 비교역재 일자리와 교역재 일자리 모두 크게 감소한 지역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임금의 상대적 하락 폭은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실업이 늘어난 이유?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업 보험으로 인한 근로 의욕의 감소 효과는 불황일 때 오히려 작았다.

레버드 로스: 요약

레버드로스로 인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빚은 거품이 터질 때 뿐만 아니라 경기가 호황일 때도 지극히 위험하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2부 거품의 형성

6. 신용 팽창

오랫동안 디트로이트 서쪽 지역에서 모기지 대출을 받기란 하늘의 별따기에 가까웠다. 이곳의 브라이트무어, 파이브포인츠, 로즈데일파크 같은 지역들은 미국 자동차 산업의 탄생과 깊게 관련된 유서 깊은 곳이다.

어떤 이유에서인한계 대출자 marginal borrower 라 불리는, 즉 예전에는 대출받기가 쉽지 않았던 사람들마저 쉽게 돈을 빌릴 수 있었다.

7년 동안 미국의 가계 부채는 두 배늘어 14조 달러에 이르렀다. 이렇게 모든 문제가 시작된 것이다.

경제의 펀더멘털이 강해서?

우편번호 단위로 디트로이트 서쪽의 평균 소득을 살펴보면 명목 소득 증가율은 낮아지고 있었으며 실제로 평균 소득은 1퍼센트 가까이 감소했다.

디트로이트의 경우를 보며 새로 모기지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노동 생산성이 증가해서 더 높은 소득을 올린 사람들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미국 전역의 도시들에서 소득 중가율이 감소하고 있던, 신용 점수가 낮은 우편번호 단위 지역으로 신용이 쏟아져 들어가다시피 했다. 신용은 미국에서 전례없는 수준으로 팽찬하고 있었으나, 새로 창출된 신용은 향후 소득이 증가할 것이라 예상되는 가계로 흐러가고 있지 않았다.

모기지 대출 증가율과 소득 증가율 사이 상관 계수가 마이너스가 된것이다. 즉 소득 증가율이 낮았던 지역에서 더 많은 모기지 대출이 이루어졌다.

야수적 충동?

앞에서 살펴본 부채 중심적 시각과 야수적 충동에 기반을 둔 시각은 인과관계의 방향에서 큰 차이가 있다. 신용이 먼저 확대되면서 주택 시장 거품이 생겼는가(부채 중심적 시각), 아니면 주택 시장 거품이 대출과 관계없이 생기고 대출 증가가 이어졌는가(야수적 충동에 기반을 둔 시각)? 만약에 야수적 충동에 기반을 둔 시각이 맞다면 거품의 생성과 붕괴는 부채가 전혀 없더라도 발생했을 것이다. 즉 야수적 충동에 기반을 둔 시각에서 부채는 문제의 주요 원인이 아니라 부차적 현상에 불과하다.

거품으로 인해 대출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대출이 증가해서 거품이 발생한 것이다.

원인과 결과, 그리고 주택 공급의 탄력성

우리는 이런 경우처럼 신규 주택을 짓기 용이한 지역을 주택 공급이 탄력적이라 부른다. 반면에 주택 공급이 비탄력적인 도시들은 샌프란시스코처럼 언덕이 많거나 바다에 둘러싸여 도시가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것이 힘든 도시들이다.

만약에 주택 시장 거품이 신용 팽창을 일으켰다면, 한계 대출자에 대한 대출 증가는 오직 주택 시장 거품이 있었던 곳에서만 관찰되어야 한다.

주택 공급이 상대적으로 용이하지 않은 비탄력적 도시들의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주택 공급이 비탄력적인 도시에서 수십억 불의 신규 모기지 대출이 이루어지자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이 현상은 대출을 가장 많이 받았던 신용 점수가 낮은 지역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집을 이미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어떻게 움직였는가?

2000년부터 2007년 사이 미국의 가계 부채가 14조 달러로 두 배가 되었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자. 14조 달러란 규모를 생각하면 한계 대출자에 대한 대출 확대만으로 가계 부채 총액의 증가를 설명하기 쉽지 않다.

신용 점수가 높은 주택 소유자들은 2002년부터 2006년 사이 집값 상승에 따른 대출 증가가 크지 않았다. 반면, 신용 점수가 낮은 주택 소유자들은 엄청남게 대출을 늘렸다.

거품 위에 올라타기

누구나 살 곳이 필요하며 집값은 결국 그곳에서 사는 비용을 반영한다. 살고 있는 곳의 집값이 올라가면 주택 소유자가 보유한 집의 가치가 올라가지만 이와 함께 주거 비용도 함게 올라간다. 집의 가치가 올라가면 더 부자로 느껴지듯이 주거 비용이 올라가면 더 가난해졌다고 느끼게 된다. 두 가지 효과는 서로 상쇄된다.

7. 재앙으로 이어지는 길

증권화

전 세계에서 유입된 자본이 증권화 과정을 거쳐서 한계 대출자들에게 모기지 대출로 공급된 것이었다.

안전해 보이는 채권 만들기

첫 번째 실수는 투자자들이 모기지 대출에 대한 채무 불이행이 일어날 확률을 낮게 평가한 것이고, 두 번째 실수는 여러 모기지 대출의 채무 불이행이 같은 시기에 일어날 확률, 즉 채무 불이행 사이의 상관관계를 낮게 평가한 것이다.

그 자체로 위험한 담보들을 이용해서 위험들을 재포장한 뒤 <안전한> 자산을 만들어 내는 구조화 금융 structured finance 으로 인해 구조화 증권 발행이 급격하게 늘었다. 문제는 이런 상품들이 투자자에게는 사실상 위험이 없는 상품으로 받아들여지며 신용평가 회사들도 실제 무위험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최근 금융 위기를 통해 우리가 배운 것은 이런 상품들이 알려진것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바보들의 행진

민간부문 증권화는 무책임한 모기지 대출과 이와 관련된 사기들의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대출받은 사람들이 급여 명세서나 세금 자료를 통해 소득에 대한 증명을 하지 않는 서류 간소화 low-documentation 모기지 대출이 집중적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류 간소화 모기지 대출의 채무 불이행률은 은행이 그대로 해당 모기지를 가지고 있을 때보다 증권화되었을 때 훨씬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할 수 없는 파국

<2007년에 시작된 모기지 대출 위기의 특징 중 하나는 2006년과 2007년에 대출된 비우량 모기지 대출 중 대다수가 불과 몇 달 뒤에 대출 상환을 못하거나 압류되었다는 점에 있다>. 또한 <평균 담보 대출 비울이 증가하고, 서류 간소화 대출이 늘어나며, 비우량과 우량 대출 금리 차이가 감소> 했던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대출 건전성의 악화>가 두드러졌다.

8. 빚과 거품

[광기, 패닉, 붕괴: 금융 위기의 역사 Manias, Panics, and Crashes: A History of Financial Crises]

거품이 일어나는 이유

킨들버거는 자신 가격의 거품은 거의 언제나 신용 공급의 확장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거품이란 무엇인가?

표준적인 이론에 따르면 자기 돈으로 사든 남의 돈을 빌려서 사든 자산의 가격은 동일해야 한다. 그러나 스미스와 공동 연구자인 데이비드 포터의 연구에 따르면, 빚을 내서 자산을 살 수 있게 하자 거품이 더 크게 나타났다.

왜 빚이 거품을 더 크게 키우는가?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거품은 사람들이 <낙관적> (<비이성적 과열: irrational exuberance> 을 순화한 표현) 이거나 또는 자산 가격이 향후 덜 올라도 이 자산을 사줄 <더 멍청한 바보 greater fool> 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경우에 존재한다.

빚은 낙관주의자들이 시장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증대시킴으로써 자산 가격의 상승을 용이하게 해준다.

빚은 거품을 일으키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기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일시적이나마 거품을 유지하는 역할도 한다. 돈을 빌리기 쉬워지면 더 많은 낙관주의자들이 오늘뿐 아니라 미래에도 시장에 진입하게 된다. 이럴 경우 향후 더 올라간 가격에도 불구하고 자산을 사줄 더 멍청한 바보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더 강해진다.

거품이 커지는 상황에서 비합리적인 낙관주의자들이 계속 돈을 빌릴 수 있다고 믿는다면 합리적인 투기자들까지 시장에 들어오게 된다. 즉 빚은 거품의 생성뿐만 아니라 팽창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빚이 점점 커지는 이유?

니콜라 제나이올리, 안드레이 슐라이퍼, 로버트 비시니가 <간과된 위험 neglected risk>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낮은 사건이 갑작스럽게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투자자들이 이러한 사건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위험성을 간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많은 투자자들은 집값이 10퍼센트 이상 떨어질 위험을 간과했다. 금융 위기 동안 머니 마켓 펀드 money market funds에 투자한 사람들도 손실이 나서 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펀드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3부 악순환의 고리 끊기

9. 은행을 구할 것인가, 경제를 구할 것인가?

모기지 상환 부담을 진 가계들은 살고 있던 집에서 쫓겨난 후에도 더 힘든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은행 구하기

가구 회사의 부채 liabilities 는 채권자로부터 빌려 온 자금과 주주로부터 나온 자기 자본으로 이루어진다. 가구 회사는 가구를 만들고 판매함으로써 나온 수익을 얻고 이 돈을 이용해서 빚을 갚는다. 채무를 갚고 나서 남은 자금은 주주에게로 가는 이윤이 된다.

은행의 경우, 자신이 기계나 설비가 아니라 대출 loans 로 이루어져 있다.

은행이 일반 기업들과 구별되는 독특한 점은 대차대조표의 부채 측면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에 있다.

예금주들은 원하는 시점에 언제든지 예금을 인출할 수 있고 예금 보험도 있기 때문에 비예금성 부채는 예금에 비해 청구궈이 후순위이며 통상 후순위채 subordinated debt 라 불린다. 주주들의 자기 자본은 청구권이 가장 후순위이며 은행권 용어로 은행 자기 자본 capital 이라 불린다.

최종 대부자

은행을 구제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중요한 정책적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인출 사태를 방지하고 지급 결제 제도를 보호할 목적으로 정부가 은행의 장기 채권자와 주주들을 보호할 어떤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신용 경색의 완화

은행 시스템을 보호해야 할 두 가지 독립적인 이유의 차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로, 예금주와 지급 결제 제도는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번째 주장은 은행이 대출 활동을 통해 특별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은행의 채권자와 주주 들은 반드시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 대출 경로가 대침체의 원인인가?

설문 조사는 현재 소규모 기업들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지를 물었는데 예시로는 <판매 부진>, <규제와 세금>, <자금 조달과 이자 비용> 등이 있었다. 설문 조사 결과 금융 위기 시기 자금 조달과 이자 비용을 당면한 가장 큰 고충으로 뽑은 비율은 5퍼센트를 넘은 적이 없었다.

만약에 은행 대출을 받기 힘든 것이 문제였다면, 상대적으로 은행에 더 의존하고 있는 소규모 기업의 타격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나야 한다. 하지만 연구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일자리 감소가 컸던 지역에서 근로자를 해고했던 기업들은 대기업들이었다. 이 결과는 기업들이 대출을 받지 못해서라기보다는 소비자 수요의 가소에 대응하기 위해 근로자들을 해고했다는 견해와 더 부합한다.

은행 대출 시각의 영향력

부채 탕감 정책은 계속 변죽만 울렸는데 그 이유는 오바마의 조언자들이 은행들로 하여금 모기지 대출 부채를 탕감하도록 하는 데 필요한 정치적 자산을 쓰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곤란에 빠진 진짜 이유는 가계 지출의 급락이 불황을 야기했기 때문이다. 만약에 우리가 은행을 구하길 원한다면, 은행을 구제하는 것보다 가계 부채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것이 문제 해결을 위한 더나은 접근법이 될 것이다.

10. 부채 탕감

금융 기관을 구제하기 위한 자금은 전체 비중의 75퍼센트를 차지했다. 보고서에서도 지적하는 것처럼 대형 금융 기관인 PNC 금융 서비스 그룹 하나에 대한 지원 금액이 미국의 모든 주택 소유자에게 지원된 금액과 맞먹었다.

정부의 시장 개입에 대한 경제학적 논리

경제학자들은 시장 실패 market failures 를 들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이유를 찾곤 한다. 대침체 당신 모기지 채무 재조정을 필수 불가결하게 만들었던 시장 실패에 대한 명백한 사례들이 있었다. 여기에는 미시 경제학적 측면과 거시 경제학적 측면들이 있다.

거시적 차원의 실패

연방주택금융청 수장의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정책이 해당 기관에 미치는 효과뿐만 아니라 거시 경제 전체에 미치는 효과도 당연히 고려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음으로써 거시 경제적 실패 macroeconomic failure 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적극적인 모기지 원금 탕감이 정부 지원 기관의 대출금 회수에는 해가 될지 몰라도 채무 가계의 부담을 더어 줌으로써 국가 전체의 이익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원금 탕감은 주택 시장 붕괴에 따른 손실을 고르게 부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채무자가 모든 손실을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채무자와 채권자 모두 손실을 고르게 나누어 져야만 한다.

저소득 계층에 대한 부채 탕감을 포함해서 미국 가계의 채무 재조적이 경재 성장 속도를 높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다.

역사로부터 배우는 교훈

흥미롭게도 금 관련 조항의 폐기는 채무자와 채권자 모두에게 이로운 결과로 나타났다. 크로즈너 교수가 설명하듯이, 대법원이 의회의 결정을 인정하자 주식과 채권 가격이 모두 상승했다. 달리 말해 실제로 채권자들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한 것이다. 만약 정부가 대침체기에 가계 부채의 재조정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였다면 이와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도덕적 잣대의 위험성

가계 부채를 보다 적극적으로 재조정한다면 주택 소유자들이 소유하고 있는 형편 이상의 집을 보다 쉽게 팔도록 할 수 있다.

도적적 해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나, 우리는 대침체가 매우 극단적이 상황이었다는 것을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

11. 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

대공황 초기 4년 동안 재화 가격과 임금은 30퍼센트나 하락했다.

어빙 피셔의 생각은 자원의 재배분과 관계가 있다. 채무 계약은 명목 금액에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디플레이션이 발생해 물가가 하락하면 채무자의 상환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 반면 채권자는 물가 하락으로 더 많은 물건을 살 수 있기 때문에 디플레이션으로 이득을 본다.

디플레이션이 구매력을 채무자로 부터 채권자에게로 이전한다면, 인플레이션은 다시 부를 채권자로부터 채무자에게로 되돌려놓음으로써 채무자의 충격을 줄여 줄 수 있을까? 원칙적으로는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마법의 버튼?

미국 경제의 본원 통화 monetary base 는 동전이나 지폐처럼 시중에서 사용되는 유통 화폐 currency in circulation 와 은행의 지불 준비금 bank reserves 으로 구성된다. 은행의 지불 준비금은 은행 금고안에 보관되어 있는 화폐와 민간 은행들이 미 연준에 맡겨 둔 예금을 지칭한다.

은행 지불 준비금은 유통 화폐와 다르다. 연준은 본원 통화를 늘리고자 한다면,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증권(통상적으로 미 국채)을 사고 그 대가로 은행 지불 준비금을 늘려 준다. 즉 연준은 은행 지불 준비금을 창출하는 것이지 유통되고 있는 화폐의 양을 늘리는 것이 아니다.

연준은 유통 화폐를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 왜냐하면 자체를 찍어 내는 것이 아니라 지불 준비금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은행도 대출해 주길 원하지 않았고 가계도 대출받길 원하지 않은 결과 통화 정책의 효과가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연준의 통화 정책으로 디플레이션을 피할 수는 있었지만 인플레이션을 눈에 띄게 일으킬 만한 방법은 없어 보였다.

경제에 직접 현금을 주입한다는 생각은 언뜻 생각하면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사실 저명한 경제학자들과 경제 해설가들이 심각한 경제 침체가 있을 때마다 매번 제안했던 방법이다.

이자율 경로

레버드 로스로 인한 불황 기간 동안 은행은 대출하기를 꺼리고 가계는 대출받기를 주저한다. 따라서 유통 화폐를 늘리려는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과 똑같은 이유로 추가적인 대출을 유도해서 소비를 늘리려는 정책도 잘 먹히지 않는다. 통화 정책은 채무로 인한 악순환으롴부터 경제를 살리는 데 역부족이다.

기대 인플레이션

장기 인플레이션을 예상하고 행동한다면 경제가 제로 금리 하한에 걸려 있다 하더라도 단기적으로 소비 지출을 늘려서 경제에 이득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마이너스 이자율은 저축 행위에 대한 벌칙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가계는 저축 대신 소비를 선택한다. 기대 인플레이션의 증가는 명목 이자율을 마이너스로 돌아서게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살 수 있는 재화의 양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인플레이션은 은행 계좌에 적용되는 금리를 마이너스로 만드는 것이다.

폴 크루그먼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에 대해 쓰면서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겼다. <통화 정책은 사실상 중앙은행이 무책임할 것이라 신뢰성 있게 약속할 때만 효과가 있을 것이다.>

레버드 로스로인한 경기 하강세가 한창일 때 기대 인플레이션을 가지게 하려면 중앙은행 입안자들은 아주 무책임할 것이라는 것을 설득력 있게 약속해야만 한다.

수요 감소에 대한 기업의 자연스런 반응은 가격을 낮추고 임금은 줄이는 것이다. 이런 일들이 바로 대공황 때 일어난 일들인데, 인플레이션이 필요한 시점에 경제는 오히려 디플레이션 상태로 간다. 통화 당국은 쉽지 않은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재정 정책을 쓸 수 있을까?

<케인지언> 이론과 달리 우리가 주장하는 레버드 로스 프레임워크는 수요 침체를 낳은 원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재정 정책은 채무 재조정과 같은 효과를 기대하지만, 미국에서는 특히 문제가 많다. 왜냐하면 미국에서 세금은 가 아니라 소득에 부과되기 때문이다.

정치적 혼란과 무능

채무 계약은 상황 변화에 따라 융통성 있게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게 때문에 위기로 인해 손실이 발생했을 때 손실을 분담하기로 동의한 다음에도 어떤 형태이든 개입이나 중재가 필요하다.

정치적 양극화로 인해 손실 부담을 위한 개입은 쉽지 않으며, 또한 채무재조정을 위한 절차가 시작되어도 재조정에 수반되는 시간, 자원, 노력들은 상당할 것이다.

12. 고통의 분담

위험 분담의 원칙

문제의 근본은 바로 채무 계약의 경직성 inflexibility 에 있다. 어떤 사람이 집을 사거나 대학 교육을 위해 자금을 조달하는 계약을 맺는다면, 해당 계약은 하방 위험 downside risk 이 발생했을 때 손실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 계약 내용은 경제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어야 하며 금융 시스템을 통해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해당 계약은 채무 debt라기 보다는 주식 equity의 형태에 더 가까워야 한다.

책임 분담 모기지 shared-responsibility mortgage

책임 분담 모기지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다르다. 첫 번째는 하방 위험 보호 조항으로 채권자가 채무자를 하방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두 번째는 자본 이득 공유 조항으로 집값이 오를 경우 채무자는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이득의 5퍼센트를 채권자에게 지불한다는 내용이다.

책임 분담 모기지의 편익 추정

집값이 하락했을 때 책임 분담 모기지는 일차적으로 순자산을 기준으로 중간 이하 계층의 재산을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책임 분담 모기지는 압류를 줄이고 총수요의 급격한 위축을 막아서 경제 구성원 모두에게 이로울 수 있다.

일자리 보존하기

증가된 소비 지출로 일자리가 보전되고, 그 자리로부터 소비 지출이 나오는 선순환은 최초의 소비 지출 효과를 더 크게 할 것이다. 이런 효과를 경제학자들은 <승수 효과 multiplier effect> 라 부른다. 이 효과에 대한 관심은 애당초 정부 지출 승수 government-spending multiplier 로 부터 나왔는데 이는 정부 지출이 1달러 증가할 때 국민 소득은 얼마나 늘어나는가를 측정한다.

추가적인 장점

책임 분담 모기지는 거품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또 한 가지 장점은 주택 소유자들도 캐시아웃 리파이낸싱을 보다 신중하게 고려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선 왜 책임 분담 모기지가 안 보일까?

채무 계약이 경제에 미치는 해악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런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정부가 앞장서서 경제 구성원들에게 빚을 더 쓰라고 밀어붙이는 것이나 다름없다. 모기지 시장은 특히나 더 정부에 의해 좌우되며 세금 정책으로 인해 왜곡되어 있다.

모기지 산업의 혁신을 더디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은 세금 정책이다.

빚을 이용한 자금 조달이 저렴한 이유?

빚을 이용한 자금 조달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유는 정부가 대대적으로 정책적 보조를 해주기 때문이다.

빚을 이용한 자금 조달의 비용이 저렴한 이유로 투자자들이 초안전 자산을 원하기 때문이라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손실 위험이 없는 자산에 대해서 투자자들은 더 비싼 값을 치를 의향이 있다.

위험을 보다 고르게 나누기

스페인의 경우, 이들이 제안하는 방식은 자동 안정화 장치 automatic stabilizer 의 역할을 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경제 상황이 악화될수록 상환액도 감소해서 위기가 더 깊어지지 않도록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들을 위한 금융 시스템

우리가 제안하는 바는 금융 시스템이 본래의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계는 집을 사거나 교육에 투자할 때 수반되는 위험을 금융 시스템을 통해 분산시킬 수 있어야 한다.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지속 가능하지 않는 빚잔치를 벌이고, 파국의 고통을 받고, 또다시 빚잔치를 벌이는 빚과 파국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전철을 밟을 수는 없다.

빚을 줄이고 주식 성격의 자금 조달을 늘리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 고통스런 경기 불황을 피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의 토양을 마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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