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김상균
로보틱스(학사), 산업공학(석사), 인지과학(박사), 교육공학(교환교수 시절)을 공부했습니다. 학부 3학년 시절 게임 개발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후 스타트업을 두 번 창업했고, 투자 기관의 자문역으로 일하다가 2007년부터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재미를 활용한 동기부여 기법과 게이미피케이션을 교육, 기업경영, 마케팅 등에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 안에서 사용자들을 어떻게 몰입시키고, 움직이게 할 것인가를 연구합니다. 이 주제를 놓고, 삼성, LG, GS, 현대,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중앙교육연수원, 식약처, 한국과학창의재단,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의 국내 기업, 기관 및 국외 교육, 제조기업의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세 권의 책을 집필했습니다. 재미를 활용한 동기부여의 이론적 배경을 다룬, “GAMIFICATION IN LEARNING & EDUCATION (SPRINGER)”, 실무 적용 사례를 다룬 “가르치지 말고 플레이하라 (플랜비디자인)”, 미래에 메타버스가 어디까지 진화할지를 풀어낸 소설 “기억거래소 (알렙)”
FACEBOOK: SAVIOUR2007
WEBSITE: WWW.GAMIFICATIONLAB.LIVE
Prologue
갑자기 다가온 언택트 세상? 사실은 나만 몰랐던 메타버스
코로나19 이전부터 존재해왔던 이런 언택트 세계를 메타버스metaverse라 부릅니다. 스마트폰, 컴퓨터, 인터넷 등 디지털 미디어에 담긴 새로운 세상, 디지털화된 지구를 뜻합니다. 인간이 디지털 기술로 현실 세계를 초월해서 만들어낸 여러 세계를 메타버스라 합니다. 메타버스는 이미 우리 곁에 있었지만, 코로나19 이전까지는 메타버스보다 현실 세계에 머무는 이들이 더 많았습니다. 크기가 100나노미터도 안 되는 작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계 인류를 거대한 메타버스 속으로 강제 이주시킨 셈입니다.
메타버스를 거부한다면, 우리는 모르핀에 중독된 쥐가 된다
알렉산더 교수는 쥐들이 지낼만한 작은 공원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쥐를 두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한 그룹의 쥐들은 집단을 이뤄서 서로 지지고 볶으며 살게 해주었고, 다른 한 그룹의 쥐들은 서로 분리되어 독립생활을 하게 했습니다. 알렉산더는 쥐들이 오가는 길에 모르핀(환각을 일으키는 강한 진통제)이 섞인 설탕물 통을 배치했습니다. 함께 지지고 볶으며 사는 쥐들과 각자 독립생활을 하는 쥐들, 어느 쪽이 모르핀을 탄 설탕물에 더 집착하는지 관찰했습니다. 결과는 확실했습니다. 독립생활을 하는 쥐들이 모르핀에 더욱더 강한 집착을 보였습니다. 함께 모여 사는 쥐들은 그룹 안에서 서로 갈등을 일으켜서 다투기도 하고, 어울려 짝짓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어울림에는 즐거움과 어려움이 공존했으나, 어울림은 결과적으로 쥐들을 모르핀으로부터 멀리하게 만들었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서로 어울려 지내야 모르핀에 중독된 쥐가 되지 않습니다.
1. 인류는 디지털 지구로 이주한다
새로운 세상, 디지털 지구, 메타버스의 탄생
우리의 몸은 물질의 세상, 아날로그 지구에 있지만 우리의 생활은 점점 더 디지털 세상, 디지털 지구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아날로그 지구에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놀아도 되는데 굳이 왜 디지털 지구에서 살고자 할까요? 인간은 예로부터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고, 더 많은 이웃을 만들고, 끝없이 무언가를 성취하며 살아왔습니다. 이것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입니다. 인간은 자신이 가진 욕구를 다 채울 수 없는 존재입니다. 아날로그 지구에서 아무리 많은 건물을 짓고, 새로운 상품을 만들고, 여행을 다니고, 사람들을 만나도 욕구를 다 채우지는 못합니다. 아날로그 지구로 채우기에는 부족한 욕구를 채우기 위해 우리는 디지털 지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컴퓨터, 인터넷 등 디지털 미디어에 담긴 새로운 세상, 디지털화된 지구를 메타버스라 부릅니다. 메타버스는 초월,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입니다. 현실을 초월한 가상의 세계를 의미합니다. 메타버스의 모습은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기에 메타버스를 하나의 고정된 개념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에 일상을 올리는 것,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서 회원이 되고 활동하는 행위,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것, 이 모든 게 다 메타버스에서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기술 연구 단체인 ASFAcceleration Studies Foundation은 메타버스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세계, 라이프로깅lifelogging 세계, 거울 세계mirror worlds, 가상 세계virtual worlds의 네 가지로 분류합니다. 현재까지는 ASF의 분류가 가장
깔끔하고 타당해 보여서 이 책에서는 이 네 분류를 기준으로 메타버스의 현재와 미래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메타버스, 디지털 지구를 주름잡는 기업들의 성장세는 오프라인 기반의 제조, 유통 기업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메타버스는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메타버스라는 개념을 그저 먼 세상 이야기, 일부 디지털 마니아나 Z세대들의 놀이터 정도로 여겨서는 안 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디지털 테라포밍: 호모 사피엔스, 파베르, 루덴스 & 데우스
2018년 통계청은 흥미로운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근대 발명품 중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가?’를 조사해서 공개했습니다. 1위는 조금 의외일 수 있으나, 냉장고였습니다. 그다음으로는 인터넷, 컴퓨터, 세탁기, 텔레비전 순으로 2~5위에 위치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퀴즈를 내겠습니다. 2, 3, 5위에 위치한 것들을 하나로 묶으면 뭐가 될까요?
인터넷 + 컴퓨터 + 텔레비전 = ?
바로 현대인이 가장 사랑하는 물건, 내 몸에서 절대 멀리두지 않는 물건, 명품을 제외하고는 내가 외출할 때 소지하는 가장 비싼 물건인 스마트폰입니다.
21세기 초에 등장한 스마트폰은 이제 단순한 전자기기가 아니라 현생 인류의 신체 일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내 몸을 내 것으로 인식하고, 내가 직접 움직일 수 있는 것을 신체 자각이라고 칭하는데, 스마트폰은 현대인의 신체 자각 범위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가상 세계를 포함한 다양한 메타버스를 스스로 창조하면서 인간은 또 다른 존재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호모 루덴스인 인류가 창조하고 있는 메타버스에서 인간은 호모 데우스Homo Deus가 되고 있습니다. 호모 데우스는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의 역사학과 교수인 유발 하라리가 2015년도에 발표한 책에서 언급한 개념인데, 여기서 데우스는 신god을 뜻합니다. 즉, 호모 데우스는 신이 되려는 인간을 의미합니다.
그런 꿈을 인류는 이미 메타버스 속에서 조금씩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메타버스에 인류는
자신들이 생각한 세계관, 생명체, 자원, 환경 조건 등을 설정해서 운영합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인간이 창조한 인공지능 캐릭터와 인간들이 함께 어울려서 지냅니다. 가히 호모 데우스다운 놀이터를 메타버스에 만든 셈입니다.
같지만 서로 다른 세상에 사는 X, Y, Z세대
삐삐와 워크맨을 사용했던 개성 넘치는 X세대, 인스타그램과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로 대표되는 밀레니얼 Y세대, 말을 하면서부터 늘 와이파이를 찾고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는 디지털 Z세대, 이들은 모두 호모 사피엔스이자 호모 파베르, 호모 루덴스, 호모 데우스로서 하나의 아날로그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지구, 메타버스 속 상황을 보면 이들의 삶은 서로 많이 다릅니다.
말하기를 다시 배워야하는 세상
잡코리아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성인 중 절반 정도가 전화로 음성통화할 때 두려움을 느낀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을 ‘콜포비아call phobia’라고 합니다. 여기서 포비아란 일반적으로 그리 위험하지 않은 상황인데, 필요 이상의 공포심을 느끼는 증상을 의미합니다. 즉, 누군가와의 실시간 음성통화를 몹시 두려워하는 감정이 콜포비아입니다.
메타버스에서의 소통은 크게 네 가지 측면으로 나뉩니다. 첫째, ‘누가 말하고, 누가 듣는가?’입니다. 이 관계는 네 종류로 나뉩니다.
둘째, '소통 시 가면을 쓸 것인가, 말 것인가? 가 중요합니다. 소통을 익명, 실명 중 무엇으로 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셋째, '시간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할지, 비실시간으로 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넷째, '나의 메시지를 어디에 담을 것인가?'입니다.
디지털 지구, 메타버스에 올라타라
이제 당신은 디지털 지구, 메타버스에 올라타실 기본 준비를 하셨습니다. 당신에게 총 네 장의 티켓을 드리려고 합니다. 첫 번째 티켓은 현실에 판타지와 편의가 덧입혀진 증강현실 세계로 당신을 안내합니다. 두 번째 티켓은 현실의 내 모습과 생활을 디지털 공간에 기록하고 공유하면서 커지고 있는 라이프로깅 세계로 안내합니다. 세 번째 티켓은 현실 세계를 디지털 공간에 복제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쏟아지고 있는 거울 세계로 안내합니다. 마지막 티켓은 앞서 얘기한 세 개의 메타버스와 비교할 때 현실과 가장 멀리 있는 듯 보이지만, 미래에 가장 거대해지리라 예상되는 가상 세계로 안내합니다. 네 개 디지털 지구로의 여행, 신나게 즐기시길 바랍니다. 조금 현기증이 나실 수 있으나, 생소한 것을 처음 접할 때의 설렘 같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두려워 마시고, 메타버스를 끝까지 여행하시기 바랍니다.
2. 증강현실 세계: 현실에 판타지 & 편의를 입히다
현실 세계 + 판타지 + 편의 = 증강현실 세계
증강현실 세계의 개념을 좀 더 세분화해서 보겠습니다. 첫째, 앞서 설명한 대로 스마트폰, 컴퓨터를 통해 보는 현실의 모습 위에 가상의 물체를 입혀서 보고, 상호작용하는 방식입니다. 이번 챕터에서 얘기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나이앤틱의 지구 땅따먹기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둘째, 현실의 물리적 공간에 어떤 기계장치, 설치물을 놓고 그런 것들을 통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판타지를 현실 공간에서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코카콜라가 만들어낸 눈 내리는 싱가포르가 이 케이스입니다. 셋째, 현실 세계를 배경으로 새로운 세계관, 스토리, 상호작용 규칙을 만들고 그런 것들을 참가자들이 서로 지키고 소통하며 즐기는 방식입니다. 아트 시리즈 호텔의 스틸 뱅크시(도둑질을 장려해서 대박 난 호텔), 야외로 나온 방탈출 카페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증강현실 콘텐츠를 경험해 보면, 마치 현실 공간을 배경으로 평행 우주 속 다른 지구에서 살아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증강현실은 크게 두 가지 가치를 우리에게 줍니다. 첫째는 판타지입니다. 길거리를 다니다가 만화 속 포켓몬을 만나서 잡고, 현실에는 없는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현실의 생일카드 위에 입체로 보이며, 내가 늘 지나다니는 익숙한 동네 골목에 공간을 지배하는 포탈이 열렸다고 가정하거나, 미술작품을 훔치는 도둑의 세계에 뛰어드는 등 현실에 판타지를 더해주는 역할입니다.
둘째는 편의성입니다. 자동차 앞 유리에 길 안내 이미지가 나타나는 HUD,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필수적으로 제공하는 자막, 효과음, 이모티콘 등은 우리가 새로운 정보를 접하는 상황에서 주의를 많이 기울이지 않거나,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우리에게 많은 정보를 편하게 전해주는 요소입니다.
0.005%만 취하는 뇌: 게으른 뇌가 선택한 쾌락
우리 뇌는 우리가 인지하는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여, 무언가를 결정하고 몸을 움직이게 하는 무거운 책임을 쉼 없이 수행하고 있습니다. 체중 66kg인 제 몸도 결국 두개골 속 1.5kg의 고깃덩어리인 뇌에 의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인간의 뇌는 오감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를 초당 1,000만 비트 정도 받아들입니다. 너무 큰 숫자여서 이상하게 여길 수 있으나, 피부를 통해서 들어오는 신호만 따져도 초당 100만 비트가 넘습니다. 비트라는 단위에 익숙하지 않다면, 글자 수로 바꿔서 생각해봅시다. 1,000만 비트의 신호를 글자로 따지면 대략 100만자가 넘는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그런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우리 뇌는 이런 정보를 다 처리하지는 못합니다. 대부분은 버립니다. 우리가 처리하는 정보량은 초당 50비트를 넘지 못합니다. 0.005%의 정보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과감히 버리는 뇌, 어찌 보면 참 게을러 보이지만, 많은 정보를 쉼 없이 감당해야 하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이런 게으른 뇌를 깨워내는 수단으로 등장한 게 증강현실입니다. 어차피 대부분의 정보는 버려지니, 버려지지 않도록 정리, 요약된 정보를 눈에 띄게 만들어서 던져주는 방식입니다. 이런 증강현실 장치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것과 동시에 특정 상황에서 우리에게 강한 실재감을 전해줍니다.
후퇴하는 호모 사피엔스: 자막 없는 영상의 몰락
주의를 조금만 기울여도 정보를 받아들이고, 콘텐츠 제공자의 의도대로 지역과 공간을 이해하는 것, 이 상황은 자칫 인간의 고유한 능력인 상상력을 퇴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현빈 & 박신혜가 보여준 메타버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세계적인 조사기관인 가트너Gartner Inc.는 미래 기술의 발전 추세를 보여주는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을 매년 발표하고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하이프 사이클을 놓고 보면, 증강현실 기술이 향후 5~10년 정도의 시간 내에 안정화되리라 예상하고 있으나, 드라마처럼 실시간으로 실제 공간과 이질감 없이 3차원적으로 완벽하게
매핑mapping되는 영상을 눈앞에 보여주기는 어렵습니다.
주인공은 이성과 만나 레스토랑에서 데이트를 즐깁니다. 이성의 호감도를 높이기 위해 증강현실 렌즈가 제공하는 여러 가지 미션을 수행하고, 렌즈가 제공해주는 정보를 참고하면서 대화를 이어갑니다. 운동, 요리까지는
괜찮았으나, 사람과의 교감까지 이런 증강현실 렌즈의 도움을 받는 상황이 괜찮을지는 여러분이 직접 유튜브에서 영상을 마저 보시고 생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21세기 봉이 김선달: 나이앤틱의 지구 땅따먹기
인그레스는 기본적으로 땅을 빼앗는 경쟁 규칙으로 운영되는 메타버스입니다. 다시 한번 더 말씀드리지만, 이런 놀이를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우리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스마트폰 인그레스 앱으로 지도를 보고, 실제 공간에 포탈이 나타나면 그 포탈을 내 것으로 만드는 방식입니다. 어린 시절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즐겼던 땅따먹기 놀이를 전 지구를 대상으로 즐기는 셈입니다.
현실의 물리적 공간을 활용하는 상황에서 생각할 부분이 두가지 있습니다. 첫째, 요원 간에 물리적인 접촉이 생기는 경우입니다.
둘째, 소유권에 관한 문제입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인그레스의 지도에 등장하는 땅은 현실 세계에서 다른 이가 소유한 사유지이거나 국가가 소유한 공유지입니다.
코카콜라의 텔레포트: 싱가포르에 눈을 뿌리다
싱가포르의 일 년 평균 기온은 대략 30도입니다. 겨울이 있지만, 따뜻한 바람이 불고 짧게 지나갈 뿐입니다. 이런 싱가포르에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를 선물하기 위해 새로운 장치(윈터 원더랜드 머신)를 제작했습니다. 커다란 자판기 모양의 기계를 두 대 만들어서 하나를 핀란드 라플란드의 산타마을에 설치하고, 다른 하나를 싱가포르 래플스 시티에 설치했습니다. 두 기계에는 공통적으로 카메라와 커다란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핀란드에 설치한 기계 앞에 누군가 다가가면 그 모습이 동영상으로 촬영되어서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싱가포르에 설치한 기계의 모니터에 나타납니다. 반대로도 작동합니다. 싱가포르 기계 앞에 누군가 다가가면 그 모습도 핀란드 기계에 달린 모니터에 나타납니다. 여기까지 보면 길거리에 설치된 대형 화상통화 장치쯤으로 보입니다.
도둑질 대회: 대박 난 호텔의 비결
범죄 심리학의 격언 중 이런 말이 있습니다. “나쁜 사람은 좋은 사람이 꿈속에서만 생각하는 것을 실행한다Bad men do what good men dream.” 우리는 소설, 영화 등을 통해 예술 작품을 교묘하게 훔쳐내는 멋진 도둑의 이야기를 많이 접해왔습니다. 물론, 현실에서 그런 도둑질은 엄연한 범죄이지만, 한 번쯤은 꼭 비싼 물건을 훔쳐서 부자가 되겠다는 목적이 아니더라도 그런 스릴 넘치는 일을 내가 해보면 어떨까하는 망상을 하기도 합니다. 아트 시리즈 호텔은 바로 그 부분을 메타버스로 구현했습니다. 예술 작품을 훔치지만, 훔치다 걸리거나 훔쳐가도 처벌받는 위험부담이 없는 세상, 그리고 도둑질할 물건은 복제품이 아니라 실제 세상에서 고가에 거래되는 진짜 예술 작품, 이렇게 현실과 판타지를 교묘하게 잘 버무려냈습니다.
스틸 뱅크시의 몇 가지 착안점을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첫째, 증강현실이라고 해서 꼭 렌즈, 스마트폰 앱 같은 하이테크를 동원하지 않아도 됩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현실에 무언가를 덧씌워서 사람들의 감각, 경험, 생각을 증강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끌 수 있는가 입니다.
둘째, 증강현실 메타버스가 현실 세계의 규칙, 법을 그대로 따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돈 내고 감옥에 갇히는 Z세대: 방탈출 카페
아날로그적 장치만으로 방탈출 카페를 거대한 메타버스로 성장시키기는 어렵습니다. 최근에는 국내외 몇몇 기업을 중심으로 방탈출 카페를 건물 내부에 꾸며진 공간에서 소규모로 즐기는 방식이 아니라 야외에서 대규모로 즐기도록 구현한 사례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해당 사이트에 접속하면 지역, 공간적 제약 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과 함께 특정 지역으로 이동해서, 해당 공간에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여러 단서를 조합해서 즐기는 야외형 방탈출 게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증강현실로 탄생한 또 다른 나: 스노우 & 제페토
10대, 20대들이 스마트폰에 꼭 설치하는 앱이 있습니다. 사진을 보정하는 앱인 스노우, 소다, 우타캠 등입니다. 젊은 세대들은 ‘앱으로 보정된 모습까지가 실제 내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서로 인정해주는 문화입니다. 카메라 앱을 활용해 눈, 코 크기를 바꾸거나, 턱선을 날렵하게 만드는 것뿐 아니라, 피부톤을 보정하고 다양한 화장효과까지 연출합니다. 실제 자신의 모습을 자신이 바라는 이상적 외형으로 증강하는 셈입니다.
증강현실이 만들어낸 스마트 팩토리: 에어버스 & BMW
제품 생산 과정에 다양한 정보통신기술을 적용해서 생산 효율을 향상시킨 미래형 공장을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라 부릅니다. 증강현실은 제조 현장, 공장의 환경까지 변화시키며 스마트 팩토리를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조립 공정에 증강현실을 도입하면, 엔지니어들은 여러 부품 정보를 확인하고, 그 부품을 조립해야 하는 위치와 작업 방법까지 실시간으로 파악합니다. 전투기 조립과정에 증강현실을 도입한 사례에서 작업 정확도와 생산 속도는 각각 96%, 30% 향상되었습니다. 실제로 에어버스Airbus에서는 미라MiRA라는 증강현실 시스템을 통해 제작 중인 항공기의 모든 정보를 엔지니어들에게 3차원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에어버스의 경우 미라를 통해 브래킷 검사에 필요한 소요 시간을 3주에서 단 3일로 단축한 사례가 있습니다. 보잉Boeing은 보잉 747-8 항공기의 배선 작업 공정에 증강현실을 적용하여, 작업 시간을 25% 단축하고, 작업 오류 비율 0%를 기록했습니다.
3. 라이프로깅 세계: 내 삶을 디지털 공간에 복제한다
현실의 나 -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나 + 이상적인 나 = 라이프로깅 세계
자신의 삶에 관한 다양한 경험과 정보를 기록하여 저장하고 때로는 공유하는 활동을 라이프로깅이라 부릅니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소셜미디어, SNS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등이 모두 라이프로깅 메타버스에 포함됩니다. 로이프로깅에 참가하는 사람은 크게 두 가지 역할을 합니다. 첫째, 학습, 일, 일상생활 등 자신이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순간을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등으로 기록하고 이를 온라인 플랫폼에 저장합니다. 자신에게 일어난 상황들을 기록하기 위해 자신의 기억에 의지하거나, 스마트폰 카메라를 사용하거나, 몸에 입거나 착용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정보를 수집합니다. 둘째, 다른 사용자가 올려둔 라이프로깅 저장물을 보고 그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텍스트로 남기거나, 이모티콘으로 감정을 표시하고, 나중에 다시 보거나 공유하기 위해서 자신의 라이프로깅 사이트에 가져옵니다.
메타버스 속 친구의 의미: 인생의 동반자 vs. 여행의 동반자
현실 세계에서 사람들은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자동차를 타고 다닙니다. 라이프로깅 메타버스에서는 와이파이를 타고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누군가를 만납니다. 자동차 제조사들과 페이스북의 영업이익을 비교해보면 라이프로깅 메타버스의 규모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메타버스 속 스키너 상자: 상처받은 뇌를 위한 안식처
자신 삶의 기록을 남기려는 목적도 있겠으나, 타인과 연결해 주는 소셜미디어의 기본 특성을 볼 때 자신이 겪은 좋은 일에 대한 인정이나 축하, 나쁜 일에 대한 위로나 격려를 받고 싶은 마음이리라 생각합니다. 소셜미디어에 사진이나 글을 올리면 타인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해 하며 기대합니다. 이 부분에 인간의 보상기대시스템이 작용합니다. 소셜미디어에 무언가를 올리면, 타인이 내게 반응해주리라는 기대감에도파민이 분비되며, 실제 타인이 내가 기대했던 반응을 보여주면 엔도르핀이 분비되면서 행복감을 느낍니다.
뇌의 전속 질주: 40% 더 빨라지는 시간
메타버스의 대부분 콘텐츠, 플랫폼은 디지털의 힘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디지털 기반의 메타버스는 우리 뇌를 조금은 다르게 작동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디지털 지구, 메타버스에서 살아갈 때 혹시 내가 누군가의 메시지를 너무 빠른 속도로 읽고 넘어가다가 무언가를 놓치지 않는지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읽고 판단하는 시간이 40% 줄었지만, 우리의 뇌가 그만큼 빨리 움직인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서로를 돕는 멍청한 개미이다
멍청한 개미가 집단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주었을까요? 멍청한 개미는 때로 샛길로 빠지기 일쑤입니다. 얼핏 보면
샛길로 빠지는 개미가 내게 별 도움이 안 된다고 여겨지지만, 그 빠진 샛길이 때로는 지름길이 되거나, 그 길에서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배우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랜 시간을 두고 보면, 우리에게 샛길로 빠지는 조금 멍청한 개미는 의미 있는 동반자입니다.
라이프로깅 메타버스에서 우리는 때로 서로에게 멍청한 개미 역할을 해줘도 좋습니다. 그래야 그 메타버스에서 우리는 장기적으로 더 많이 성장합니다.
21세기 지킬과 하이드: 멀티 페르소나
페르소나persona는 연극을 할 때 사용하는 탈, 가면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사람person, 성격personality의 어원이 페르소나입니다. 사회학적으로 보면 페르소나는 집단으로 살아가는 세상에서 개인이 겉으로 드러내는 모습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혼자있을 때나 집에서 가족들과 있을 때와 밖에서 사회생활을 할 때의 모습이 조금은 다릅니다. 심리학자 구스타프 융은 페르소나를 개인과 사회적 집합체 사이의 일종의 타협이라 정의했습니다. 원래의 내 모습과 사회에서 기대하는 나, 이 둘 사이의 어딘가라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현실 사회에서 당신의 모습과 라이프로깅 메타버스, 소셜미디어에서 활동하는 당신의 모습은 거의 같은가요? 아니면 꽤 다른가요?
한 명의 사람이 현실 세계와 여러 개의 메타버스를 동시에 살아가면서, 여러 개의 페르소나를 보여주는 세상입니다. 가정에서의 나, 직장에서의 나, 익명의 소셜미디어에서의 나, 온라인 게임에서의 나 등 각각에서 겉으로 나타나는 성격이 서로 다른 경우가 흔합니다.
메타버스에는 외톨이가 없다
당신이 외톨이가 되고자 굳게 마음먹은 게 아닌 이상 메타버스에서 외톨이가 될 가능성은 정말 낮습니다. 우리는 현실 세계보다 메타버스에서 서로 쉽게 친해집니다. 왜 그럴까요? 카페, 술집들은 조명을 조금 어둡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간은 어두운 곳에서 누군가를 만나면 상대의 표정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심리적 경계를 낮추는 경향이 있습니다. 상대의 반응을 내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면서, 상대에게 쉽게 다가가게 됩니다. 이런 특성을 암흑효과라 부릅니다. 소셜미디어 메타버스에는 현실 세계와 비슷한 암흑효과가 존재합니다. 상대방의 프로필 사진은 보통 웃고 있는 표정, 맑은 날씨의 풍경 등입니다. 상대가 내게 남겨주는 감정 이모티콘은 주로 긍정적 이미지를 보여 줍니다. 따라서 소셜미디어 메타버스에서 우리는 상대가 내게 품은 감정을 내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메타버스에서 만난 이들끼리 서로 이렇게 생각하니, 메타버스에서 외톨이가 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인간극장’에서부터 ‘나 혼자 산다’까지
첫째, 암흑효과가 존재하는 메타버스에서 이미 알고 지낸 사람이기에 상대방을 현실 세계에서도 역시 가깝게 느낍니다. 둘째, 노출 빈도가 가져오는 친밀감에 관한 착시현상이 있습니다.
인간 극장과 나 혼자 산다는 둘 다 10%대의 꽤 높은 시청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만큼 대중이 누군가의 라이프로그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인간극장과 나 혼자 산다 이외에도 온앤오프, 1호가 될 순 없어 등의 관찰 프로그램들은 라이프로깅을 방송용 포맷으로 만든 사례입니다. 그러나 방송 주인공만 라이프로그를 제공하고, 그 라이프로그에 대해 실시간으로 다른 이들이 의견을 제시하며 교감하지는 못한다는 점에서 메타버스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사생활 판매 경제: 방학 일기는 안 썼지만, 브이로그는 꼭 한다
동영상을 뜻하는 비디오video와 블로그blog를 합친 개념이 브이로그vlog입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의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공유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직장에서 주로 고객에 관한 이야기, 경쟁 업체와 산업에 관한 정보를 이야기합니다. 학교에서는 이론으로 정리된 지식, 역사적 사실 등을 이야기합니다. 현대인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하지만, 자신에 관해 이야기하는 기회는 의외로 적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내 이야기를 담은 브이로그를 공유하는 메타버스가 급성장한다고 생각합니다.
흥한 페이스북, 유튜브 vs. 망한 싸이월드
싸이월드가 사라지고, 페이스북이 급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몇 가지 이유를 살펴볼 만 합니다. 첫째, 접근성입니다. 싸이월드는 기본적으로 컴퓨터를 통해 접속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2007년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컴퓨터를 켜서 소셜미디어에 접속하기보다는 스마트폰으로 소셜미디어에 빠르게 접속하는 게 일반화되었습니다.
둘째, 사용자 메뉴의 편리성입니다. 싸이월드도 기존 인터넷 홈페이지에 비해서는 메뉴 구성이 단순하고 운영하기가 쉬운 편이었지만, 페이스북은 메뉴 구성을 훨씬 더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구성했습니다.
셋째, 플랫폼적 특성입니다. 싸이월드는 도토리를 바탕으로 자신들이 제공하는 아이템만 사용자들이 구매하게 했습니다.
라이프로깅을 위한 소셜미디어 메타버스가 성장하려면, 누구나 빠르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복잡하게 익히는 과정 없이 쉽게 쓸 수 있어야 하며, 다양한 개인과 기업이 메타버스에 녹아들도록 문을 활짝 열어줘야 합니다.
나는 널 언제라도 자를 수 있어!
우리는 소셜미디어 메타버스에서 발생하는 인간관계와 소통에서 현실 세계와는 다른 통제감controllability을 느낍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보기 싫은 글, 보기 싫은 사람이 생겨도 ‘내가 결정하면 언제라도 끊어버릴 수 있어.’라는 강한 통제감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는 그런 통제감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세계인의 운동 기록을 삼킨 나이키 메타버스
나이키는 하드웨어가 아닌 앱을 기반으로 소비자들이 더 빠르고 쉽게 나이키가 만든 운동 메타버스로 빨려들도록 전략을 수정했습니다. 나이키는 몇 번의 서비스 개선을 통해 현재는 크게 두 가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달리기를 위한 앱인 나이키 플러스 러닝Nike+ Running과 종합적인 운동을 관리하는 앱인 나이키 트레이닝 클럽Nike Training Club입니다. 나이키 플러스 러닝에서는 자신의 달리기 경로, 기록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고 친구들과 서로 격려하며, 경쟁합니다.
4. 거울 세계: 세상을 디지털 공간에 복제한다
현실 세계 + 효율성 + 확장성 = 거울 세계
실제 세계의 모습, 정보, 구조 등을 가져가서 복사하듯이 만들어 낸 메타버스를 세계라고 합니다. 현실 세계에 효율성과 확장성을 더해서 만들어집니다. 예를 들어 배달의 민족앱을 살펴봅시다. 배달의 민족 앱에서 보이는 식당들은 모두 현실 공간 어딘가에 있습니다.
구글어스, 네이버 맵 등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도 거울 세계에 해당합니다.
거울 세계는 우리에게 현실 세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지만, 하나의 거울 세계가 현실 세계의 전체를 다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땅콩 먹는 원숭이의 뇌
배달 앱으로 음식을 주문할 때 우리 머릿속에서는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주소, 지도상의 위치를 보고 실제 그 식당이 어디쯤 있는지를 생각합니다. 진짜 음식을 보고 주문하지는 못하지만 음식에 관한 설명과 많은 리뷰를 살펴보면서 음식 맛을 머릿속에 떠올립니다. 주문한 후에는 배달 앱에 음식이 도착할 때까지 남은 시간이 나타나는데, 그 시간을 보면서 배달 오토바이가 대략 어디쯤 있을지 짐작합니다. 음식 냄새가 가득한 매장에 가서 음식을 주문하고, 주방에서 나오는 음식을 볼 때와 비슷한 감정을 배달 앱 화면만 보고도 느끼는 이유는
바로 거울 신경 세포가 있기 때문입니다.
구글은 왜 지도를 만들까?
지금도 그렇지만, 거울 세계 메타버스를 만들고 활용하는 기업, 국가가 늘어날수록 구글이 갖고 있는 지도 데이터의 영향력은 실로 막강해질 겁니다. 구글이 지도 서비스를 공개적으로 제공한 초창기, 사람들은 구글이 왜 많은 비용을 투자해서 지도를 만들고 그것을 무료로 공개하는지 의아해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지도를 가지고 돈을 벌 수 있는 방법도 별로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거울 세계 메타버스가 활성화되면서, 구글은 이제 여러 거울 세계의 밑그림을 쥐고 있는 거대한 권력자가 된 셈입니다.
마인크래프트 세상을 3조 원에 사들인 마이크로소프트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노력해서 만든 것을 더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를 노력정당화효과 effort justification effect 라고 부릅니다. 남이 만든 것, 이미 완성된 것보다 내 상상과 노력으로 직접 만든 것을 우리는 더 값지게 여기고 좋아합니다. 마인크래프트 메타버스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우리가 아이들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현실 세계에서 충분히 주지 못했다는 미안함, 어른이 만들어 놓은
세상을 그저 망가트리지 말고 따라오라고 지시만 하지 않았나하는 반성이 들었습니다. 사실 이런 노력정당화효과는 어른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이케아에서 무거운 박스를 집으로 옮겨와서, 혼자 가구를 조립하고 매우 행복해하는 어른의 모습은 마인크래프트 메타버스 안에서 자신의 세계를 만드는 아이의 마음과 같습니다. 오죽하면 이런 어른들의 성향을 놓고 이케아 효과라는 용어가 생겼습니다.
방 없는 호텔: 에어비앤비
혁신을 나누는 여러 방법 중 핵심역량약화, 핵심역량강화 분류가 있습니다. 보통 기업들은 가지고 있는 핵심역량을 더 강하게 하고, 독점하면서 경쟁력을 높이고자 합니다. 호텔 체인이 자신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면, 더 많은 호텔을 건설하거나, 경쟁 업체의 호텔을 인수하면서 영역을 확장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때로는 역발상으로 핵심역량에 대한 집착을 버리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게 됩니다. 핵심역량약화는 기업이 제품, 서비스를 생산, 운영하는 데 있어, 일반적으로 핵심적이라 여겨지는 역량을 오히려 약화하면서 이뤄내는
혁신입니다. 에어비앤비는 자체적으로 거대한 호텔, 아파트 등을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전통적 숙박 사업자의 핵심역량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거대한 호텔, 아파트 등이었다면, 에어비앤비는 이 부분을 포기하고, 개인과 개인을 연결해주는 부분에만 집중했습니다. 전통적 호텔 사업방식의 핵심역량을 약화하고, 거울 세계에 거대한 숙박 세계를 만들어냈습니다.
요리 안 하는 식당: 배달의 민족
거울 세계에 입점한 사업자, 사용하는 고객들이 지불해야 할 추가 비용에 관한 논란도 많습니다. 배달의 민족은 음식 카테고리별로 자신의 식당을 상단에 노출하는 광고를 유료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광고를 게재하는 알고리즘과 광고비를 이리저리 바꾼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식당 주인은 배달의 민족에 어느 정도 비용을 지불해야 매출을 올릴 수 있습니다. 소비자는 배달의 민족을 통해 음식을 배달시키면서 배달료 이외에 별도 비용을 내지는 않으나, 식당 주인이 지불해야 하는 광고비가 결국에는 소비자의 음식값에 포함되는 셈이어서, 소비자가
배달의 민족 메타버스를 무료로 사용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즉, 식당 주인과 소비자, 양측이 이 메타버스에 돈을 내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논리입니다. 배달의 민족이라는 음식배달 메타버스를 통해 식당 주인과 소비자 모두가 만족감을 얻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양측이 이 메타버스를 통해 얻는 이득이 추가적으로 지불하는 비용에 비해 더 가치가 있는가입니다. 가치가 있으니 이런 서비스가 멈추지 않고 작동되는 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으나, 꼭 그렇게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종류의 거울 세계 메타버스는 메타버스에서 사업할 업주, 고객들의 규모가 일정 수준으로 커질 때까지는 비용을 적게 받고, 반대로 마케팅 비용을 많이 지출합니다. 그러다가 업주와 고객 규모가 충분해지면 비용을 높이는 방식을 택합니다. 메타버스의 경제 규모가 충분히 커졌다는 의미는 업주와 고객, 양측 모두가 이미 그 메타버스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려운 락인lock-in상태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이런 락인 효과를 맹신해서, 메타버스의 경제 구조, 업주와 고객이 지불할 비용 등을 마음대로 주무르다가는 메타버스 전체가 붕괴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업주와 고객이 없다면, 거울 세계 메타버스는 도로만 깔린 텅 빈 세상과 다를 바가 없으니까요.
하버드보다 입학하기 어려운 대학: 미네르바스쿨
미네르바스쿨은 거대한 캠퍼스를 가진 대학의 장점을 거울 세계에 잘 투영해서 만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대학의 효율성과 확장성을 높였습니다. 어떤 부분이 현실 세계의 기존 대학과 같거나 다른지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효율성 부분입니다. 수업 커리큘럼이 있고, 정해진 시간에 교수와 학생이 만나서 공부하는 방식은 기존 대학과 같습니다. 그런데 수업을 모두 원격 온라인으로 전환하여, 시간 활용의 효율성을 높였습니다. 기존 대학의 운영비용 중 상당 부분은 건물과 시설을 보유하고 유지하는 데 사용되는데, 이러한 비용을 대폭 절감했습니다.
일반 대학의 공간은 학기 중에도 가동률이 100%에 가까운 경우가 매우 드뭅니다. 또한 일 년의 1/3에 가까운 방학 기간 중에는 활용하지 않으면서 관리 비용만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둘째, 확장성입니다. 학생들이 물리적 강의실에 모이지는 않으나, 온라인 플랫폼의 자동화된 기능을 통해 학생 개개인의 수업 집중도와 참여율을 높였습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자동으로 학생들의 발언 비율, 타 화면 조회도 등의 정보를 생성하여 교수에게 제공하며, 소그룹 토론을 자유롭게 운영하는 구조로 교수 입장에서 수업 운영의 확장성을 높였습니다.
또한, 세계 여러 국가를 오가면서 현지 문화를 체험하고 여러 기업의 실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회를 주는 것도 학생들의 배움을 확장한 셈입니다.
미네르바스쿨은 거대한 캠퍼스를 가진 대학을 거울 세계로 옮겨놓으면서 수업 운영비용을 낮추고, 학습 효율을 높였으며, 교수에게는 수업운영의 확장성을 주고 학생에게는 실무 기반 학습의 확장성을 주었습니다. 미네르바스쿨의 교육 방식이 절대적으로 옳거나, 유일한 정답은 아닙니다. 그러나 언택트가 보편화되는 환경에서 미래 교육을 고민 중인 교육 기관, 기업이라면 꼭 눈여겨봐야 할 사례입니다.
언택트 세상, 모두의 교실이 된 Zoom
수업을 시작하면 강의실에서처럼 강사는 학생들에게 인사를 하고, 학생들에게 카메라를 켜도록 해서 학생들이 수업 내용을 잘 보고 있는지 확인합니다. 수업 중에는 학생들을 소그룹으로 나눠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서로 토론하게 합니다. 소그룹 토론이 끝나면 각 그룹에서 나왔던 의견을 짧게 정리해서 전체 학생들이 공유하게 합니다. 학습한 내용에 관한 학생들의 이해도를 점검하기 위해 가벼운 퀴즈를 진행하는데, 개인 점수가 다른 학생에게 공개되어서 민망해지지 않도록 배려합니다. 투표 기능을 적절히 활용해서 수업에 참가하는 학생들의 의견을 집계하기도 하고, 학습한 내용에 관해 질문할 게 있으면, 온라인의 장점인 익명 기능을 활용해서 물어보도록 합니다.
블록체인으로 만들어진 거울 세계: 업랜드
업랜드는 어린 시절 우리가 즐기던 모노폴리, 블루마블 보드게임과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그런 게임에서 우리는 말판을 돌면서 자신이 멈춘 칸에 있는 땅과 건물을 사고, 그곳을 지나는 이에게 종이로 된 게임화폐를 사용료로 받아서 수익을 올렸습니다. 업랜드는 몇 명이 둘러앉아서, 말판에 적힌 일부 땅을 갖고 하던 놀이를 구글 지도 같은 정밀 지도의 모습으로 여러 부동산을 놓고 거래하며, 거기에 강력한 블록체인 기술까지 접목했습니다. 업랜드의 UPX, 부동산 거래가 단순히 거울 세계 내에서만 끝난다면 모노폴리의 확장판일 뿐이지만, 업랜드의 계획대로 현실 화폐와 연동이 된다면 블록체인 암호화폐로 현실과 거울 세계를 연결한 새로운 경제를 만들어낼지도 모릅니다.
한국인의 94.9%가 이주: 카카오 유니버스
카카오톡의 가장 강력한 힘은 한국인의 94.9%가 쓴다는 점입니다.
카카오가 만드는 거울 세계 메타버스가 앞으로 현실 세계를 어디까지 끌어들일지 궁금합니다. 2020년 8월 기준으로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34조 5천억 원으로 국내기업 중 9를 기록하며, 8위인 현대자동차(시가총액 36조 3천억 원)에 근접했습니다. 카카오가 확보하고 있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고객기반이 흔들리지 않는 한 카카오 유니버스는 점점 더 성장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 것입니다.
에이즈 백신을 탄생시킨 디지털 실험실
끝없이 등장하며 인류를 위협하는 질병, 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해 연구자들은 온라인 거울 세계에 거대한 실험실을 만들었고, 지금 이 시간에도 세계의 수많은 지원자들이 그 거울 세계에서 질병의 비밀을 풀어내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거울 세계의 특징인 효율성과 확장성을 정말 제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슬픔을 비추는 거울: 댓드래곤캔서
댓드래곤캔서를 개발했던 에이미 그린이 2017년 TED 강연에서 남긴 말의 일부를 옮겨봅니다.
“우리는 플레이하기 어려운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딱 맞는 느낌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겪어낸 삶의 힘든 순간들은 우리가 삶에서 이뤄낸 그 어떤 목표보다 우리를 더 많이 변화시키기 때문입니다. 제가 경험한 비극은 제가 이뤄낸 그 어떤 꿈보다 제 마음에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감사합니다.”
메타버스의 미래 또는 그림자 #4: 핑크빛 평등
다은은 다시 깊은 꿈속에 빠져들었다. 동면에 들기 전, 20대 시절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친구 여럿과 카페에 둘러앉아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들은 모두 핑크빛의 같은 얼굴이었다. 핑크빛 아바타가 없던 세상, 그 시절 다은에게 친구들은 이미 핑크빛 아바타였다.
5. 가상 세계: 어디에도 없던 세상을 창조한다
신세계 + 소통 + 놀이 = 가상 세계
가상 세계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본래 모습이 아닌 아바타를 통해 무언가를 합니다. 첫째, 탐험을 즐깁니다. 가상 세계를 이루고 있는 세계관, 철학, 규칙, 이야기, 지형, 사물 등을 탐험가, 과학자와 같은 자세로 누비면서 새로움을 발견하고 즐거워합니다. 둘째, 소통을 즐깁니다. 현실 세계에서 알고 지내던 이들을 또 만나거나,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이들과 소통합니다. 그런 소통을 통해 알고 지내던 이들을 더 깊게 이해하고, 현실 세계에서 마주치기 어려운 이들과 친구가 됩니다. 셋째, 성취를 즐깁니다. 자신이 세운 계획에 따라
무언가를 이루거나, 얻으면서 성취감을 느낍니다. 가상 세계에 존재하는 아이템과 디지털 자산을 얻거나, 높은 레벨과 권한을 얻기도 합니다. 또는 여러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서 하나의 목표에 도달하면서 자신의 뜻이 이뤄진 것을 기뻐합니다.
젊은 야만인의 놀이터
가상 세계에서 사람들이 폭력적으로 돌변한다고 걱정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특히 가상 세계 속 게임을 즐기는 자녀들이 게임에서 난폭한 행동, 무모한 행동을 한다고 걱정하십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누구나 그 나이 때에는 난폭하고 무모한 행동을 합니다.
중고등학생 시절, 인간의 뇌와 호르몬은 덜 성숙하고 불안전한 모습입니다. 한스 게오르그 호이젤의 저서인 ‘Brain View’의 한글 번역서인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에서는 이런 우리 아이들의 머리와 마음을 ‘젊은 야만인’ 상태라고 했습니다. 좀 거칠어 보이지만, 꽤 그럴듯한 비유입니다. 젊은 야만인이다 보니 가상 세계뿐만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도 좌충우돌합니다. 뇌와 호르몬이 원래 그런 것이어서, 아무 걱정하지 말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가상 세계가 아이들의 난폭함과 무모함을 만들어내는 원흉은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현실 세계에서건, 가상 세계에서건 그 시기의 아이들은 언제 위험한 곳으로 튈지 모르는 고무공과 같습니다. 양쪽 세계에서 우리는 아이들이 균형을 잃고 큰 실수를 하지 않도록 잘 관찰하고 지켜줘야 합니다.
초인을 키우는 놀이
프리드리히 니체가 얘기한 철학적 이상의 인간상인 초인에 대해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니체가 얘기한 초인은 초능력자superman는 아닙니다. 의미적으로 보면 자신을 넘어선 사람, Overman에 가깝습니다. 기존 환경을 지배하는 시스템, 사회의 일반적 도덕 등의 구속에서 벗어나 자신을 표현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가는 인간을 뜻합니다. 위험을 극복하고 도전하는 인간의 모습입니다. 초인이 되기 위해 니체는 세 단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얘기했습니다. 순서대로, 낙타, 사자, 어린아이입니다. 낙타는 무거운 짐을 등에 얹고 살아갑니다. 사회가 정해놓은 규칙, 기대에 순응하는 모습입니다. 무거운 짐을 진 채 복종하며 사는 삶입니다. 사자는 날카로운 발톱으로 자신을 가로막는 것과 싸웁니다. 자신을 가로막는 것을 이겨내고 자기 스스로 움직입니다.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지만, 기존의 것에서 벗어날 용기를 가진 자가 사자입니다. 어린아이는 순수를 상징합니다. 낙타와 사자 단계에서의 경험을 편견 없이 받아들입니다. 또한, 좋지 않은 기억은 쉽게 잊습니다. 어린아이는 자기가 원하는 규칙을 만들며 놀이를 즐깁니다. 자신이 겪어낸 삶의 과정을 순수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삶을 놀이처럼 즐겁게 만들어갑니다.
현실 세계에서 우리는 언제 미술가나 음악가처럼 새로움을 마음껏 만들어낼까요? 현실 세계에서 우리는 낙타, 사자, 어린아이 중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요? 가상 세계에서 사람들은 늘 새로움을 추구합니다. 새로운 미션, 새로운 아이템, 새로운 전략을 짭니다. 도전했다 실패해도 그리 낙담하지 않습니다. 새로움을 만드는 과정을 그저 즐깁니다. 실패에 대한 비난의 무게로부터 벗어난 가상 세계에서 마음껏 새로움을 추구합니다. 가상 세계에서 우리는 사자가 됩니다. 그 사회를 지배하는 오래된 규칙이 있어도, 아무리 지배자의 힘이 강해도, 자신을 가로막는 것과 사자처럼 싸워서 이겨냅니다. 그리고 아이처럼 순수하게 서로 어울려 놉니다. 패배하거나, 게임이 잘 안 풀려도, 금세 털어내고 다시 놀이를 이어갑니다. 가상 세계 메타버스에서 사람들은 플라톤이 얘기한 최고의 인간, 니체가 얘기한 초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가상 세계에서 아무리 그렇게 살아도 현실 세계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평가 절하하는 분들이 있으나, 가상 세계에서 내가 선택하고 행동한 모든 것들도 내 경험, 내 삶의 일부입니다. 내가 직접 몸을 움직이며 무언가를 만지면서 경험한 게 아니어도, 우리는 책을 통한 간접 경험에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가상 세계 메타버스의 경험은 우리 현실 세계의 삶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멘탈 시뮬레이션 플랫폼
세 집단의 학생이 있습니다. 집단 A에게는 시험을 준비하면서, 열심히 공부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게 합니다. 집단 B에게는 시험 점수를 잘 받고 기뻐하는 자신을 상상하라고 합니다. 집단 C에게는 이런 상상을 유도하지 않습니다. 시험을 보고나면 이 세 집단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까요? 이런 형태의 실험들에서 집단 A는 집단 B, C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은 시험 성적을 얻습니다. 반면에 집단 B는 집단
C와 비슷한 결과가 나옵니다.
이번에는 학생들에게 현재 받고 있는 스트레스가 무엇인지 적어보라고 합니다. 학생들은 주로 학업 성적에 대한 압박감, 가족이나 친구 간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 등을 주로 적습니다. 학생들을 세 집단으로 나눠서 앞의 경우와 비슷한 작업을 지시합니다. 집단 A 학생들에게는 스트레스의 원인이 무엇이고, 그게 내게 어떤 영향을 주었으며, 스트레스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해서, 어떤 감정을 느꼈는가를 생각해보게 합니다. 집단 B에게는 스트레스가 해소된 상황에서 느끼는 편안한 감정을 상상하게 합니다. 역시 집단 C에게는 특별한 지시를 하지 않습니다.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세 집단의 학생들이 스트레스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파악했습니다. 집단 A 학생들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대처할지 계획을 세우고 대응하는 능력이 올라갔습니다. 역시 집단 B와 C에는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이런 정신적 시뮬레이션 실험에서 집단 A는 과정 시뮬레이션을 했습니다. 실행 의도, 과정을 상상으로 연습했습니다. 집단 B는 결과 시뮬레이션을 했습니다.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초점을 두고 상상했습니다. 과정 시뮬레이션은 좋은 결과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가상 세계에서 우리는 여러 가지 새로운 도전을 하고, 낯선 사람과 친해지거나, 어울리던 이와 생긴 오해를 풀기도 합니다. 가상 세계 속 이런 경험은 정신적 시뮬레이션과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이전에 이미 역병을 이겨낸 WoW
인간의 뇌는 크게 세 가지 감정을 추구합니다. 세 가지 감정은 지배, 자극, 균형입니다. 지배는 경쟁에서 이기거나 누군가를 물리치는 행동, 남에게 무언가를 지시하는 행동에서 느끼는 만족감입니다. 자극은 새로운 음악, 영상을 즐기거나,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가는 경험,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만남 등에서 얻는 탐색, 발견과 관련된 감정입니다. 균형은 안정감을 유지하고 싶은 감정입니다. 위험한 상황, 무서운 것, 불확실한 조건 등을 피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단순히 보면 우리가 메타버스에 올라타는 이유는 이런 세 가지 감정 중 일부 또는 전체를 현실 세계에서 충분히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0년, 세계를 뒤흔든 코로나19 속에서 우리사회가 보여준 모습과 참 많이 닮아있습니다. 누군가는 전염병을 이겨내기 위해 자신의 삶을 포기하며 헌신하고, 누군가는 이 혼란을 틈타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고 합니다. 전염병을 예방하고 이겨내기 위해 사회 시스템이 어떻게 진화해야 할지, 구성원 각자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메타버스에 남겨진 역사의 기록을 다시 들쳐봐야겠습니다.
로블록스 메타버스의 주인이 된 아이들
로블록스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하는지 지켜본 어른들은 보통 두 가지 의견을 냅니다. 다른 온라인 게임류에 비해 아이들이 비교적 건전하게 노는듯해서 다행이라는 의견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특별한 목적 없이 어슬렁거리고 서로 대화하면서 노는 모습을 못마땅해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독일의 시인이자 극작가 프리드리히 본 실러는 ‘인간의 미적 교육에 관한 편지’에서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인간은 여러 가지 육체적, 물질적 욕망과 이성적, 도덕적 욕망을 동시에 가진 존재인데, 우리에게 잠재된 놀이 충동이 이 둘을 조화시킨다고 했습니다.
인간은 놀이를 통해 자유로워지며, 아름다운 존재가 됩니다. 자유와 아름다움을 깨달은 인간만이 참된 목적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철학자 칸트는 놀이가 즐겁고 편한 이유는 아무런 목적이 없기 때문이라 했습니다. 가상 세계 메타버스에서 우리 아이들이 목적 없이 편하게 놀도록 곁에서 지켜봐 주시고, 어른들도 함께 목적 없이 놀면 좋겠습니다. 그러다보면 우리는 자유롭고 아름다운 인간이 추구해야할 목적을 더 잘 찾아낼 겁니다.
가상 세계 속 시간 여행: 레드데드온라인 & 사이버펑크2077
사이버펑크2077가 보여주는 미래 도시 나이트 시티, 그 도시는 수십 년 후 미래를 미리 여행해보고 싶은 이들을 위한 상상의 가상 세계 메타버스일 뿐일까요? 가속되는 부의 양극화, 약화된 사회 안정망, 뉴럴링크와 신체 증강에 관해 연구하는 수많은 기업들, 사적 보험과 경호 산업의 성장 등, 세상의 오늘을 냉정히 바라보고 우리의 미래가 나이트 시티와 다르리라 확신할 수 있을까요? 미래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으로 사람들은 사이버펑크2077 메타버스에서 시간을 보내지만, 자신들이 미리 경험한 2077년이 자신의 실제 삶으로 다가오기를 바라지는 않을 듯합니다.
메타버스 속 인공지능 오토와 인간의 투쟁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과 논란이 뜨겁습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에서 봤듯이 인공지능은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형태로 존재합니다. 그렇기에 인공지능은 가상 세계에서 큰 힘을 발휘합니다. 가상 세계에서 인공지능은 크게 세 가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첫째, 가상 세계에서 살아가는 NPC 역할을 해줍니다. 세계관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역할이 필요한데, 사람이 맡기에 그리 흥미롭지 않거나 중립적인 역할 등을 NPC가 맡고, 그런 NPC가 보다 사람처럼 행동하게 하기 위해 인공지능이 쓰입니다. 가상 세계에서 사람들의 경험을 풍부하게 해주기 위해 중요한 역할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에는 인공지능이 일상화되는 시대가 오면 인공지능과 어떻게 소통하고 어울리며 살아갈지에 관한 걱정과 기대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 가상 세계 메타버스 속에서 사람들은 인공지능 NPC와 어울려 살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NPC가 보여주는 무감정한 반응과 기계적 대응에 실망하고, 때로는 사람보다 더 정교하고 치밀하게 행동하는 인공지능을 만나서 놀라기도 합니다.
현실 세계에서 인공지능 로봇, 프로그램들과 어떻게 어울려서 살아갈 것인가를 우리는 이미 가상 세계 안에서 연습해온 셈입니다.
둘째, 가상 세계 전체를 관리하기 위해 인공지능이 쓰입니다. 가상 세계 안의 여러 현상을 분석하고, 문제를 찾아 대응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사용합니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활동하는 메타버스 안에서는 하루에도 어마어마한 분량의 데이터가 쌓입니다. 인공지능으로 이런 빅데이터를 분석해서 메타버스 속 사람들의 향후 행동을 예측하고, 메타버스의 규칙을 조정하는데 사용합니다.
셋째, 가상 세계에 사람처럼 보이는 인공지능 오토auto를 투입해서 이득을 얻는 경우입니다. 오토는 메타버스 안에서 NPC가 아닌 사람 캐릭터를 사람처럼 대신 조작하는 프로그램을 의미합니다.
메타버스에서는 일반 사용자, 오토, 메타버스 운영자 간 갈등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상 세계 속 상황이지만, 인간이 조정하는 인공지능 로봇에 의해 다른 인간이 삶에서 밀려나는 상황을 그저 현실과 무관한 이야기로만 받아들이기에는 어딘가 찜찜한 구석이 있습니다. 우리는 인간의 삶이 더 나아지기를 기대하며 인공지능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인공지능이 일부의 소유가 되어, 일부가 전체를 더 쉽게 지배하고 통제하기 위해 사용된다면 가상 세계 메타버스에서처럼 인간과 대립하는 인공지능이 될지도 모릅니다.
인공지능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서두르기에 앞서, 메타버스에서 인공지능이 일으키는 문제를 심각하게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가상 세계로 들어간 기업들: 광고를 삼키는 포트나이트
포트나이트는 에픽게임즈가 운영하는 배틀로얄Battle Royal 구조의 메타버스입니다. 배틀로얄은 프로레슬링에서 한 링에 여러 선수가 동시에 올라가 경기를 시작하여 최후에 남는 1인이 승리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프로레슬링이 아닌 다른 경기나 게임에서도 여럿이 동시에 겨뤄서 최후에 남는 생존자를 승리로 하는 규칙을 배틀로얄이라고 부릅니다. 국내에서 유명한 배틀로얄 방식의 게임으로는 PUBG에서 운영하는 배틀그라운드가 있습니다.
가상 세계로 떠난 명품: 루이비통과 LoL의 콜라보
루이비통은 LoL과 두 가지 방향으로 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첫째, LoL 내에서 사용하는 게임 스킨skin에 루이비통 문양을 넣어주는 방식입니다. 스킨은 게임에서 캐릭터의 겉모습이나 게임을 조작하는 화면의 모습을 바꿔주는 아이템을 의미합니다. 현실 세계로 치자면 우리가 입고 있는 옷, 벽에 바르는 벽지와 비슷합니다.
둘째, LoL 게임에서 사용하는 로고, 등장하는 캐릭터 등을 넣은 루이비통 제품을 만들어서 ‘LVxLOL’이라는 컬렉션으로 직접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실이 된 SF영화: 레디플레이어원 & 하프라이프 알릭스
영화에 등장하는 가상현실 게임인 오아시스는 가상 세계 메타버스라는 점에서 몇 가지 생각할 부분이 있습니다. 첫째, 오아시스 수준의 실재감을 주는 가상 세계 메타버스의 구현 가능성입니다. 현 시점에서 가상현실 게임이 구현하는 실재감의 최대치는 2020년 3월에 발매된 가상현실 게임 하프라이프 알릭스Half-life Alyx 정도입니다. 하프라이프 알릭스는 외계인의 침공에 맞서 싸우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게임입니다.
둘째, 영화에 등장하는 거대 기업인 IOI가 이스터 에그를 찾기 위해 직원들을 오아시스 게임에 접속시켜 일을 시키는 장면을 생각해봅시다. 앞서 얘기했던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학카르 사건에서 블리자드의 게임 운영자들은 직접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안에 들어가서 전염병을 막아내기 위해 함께 싸웠습니다. 그들이 가상현실 장비를 뒤집어쓰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일터는 가상 세계 메타버스였던 셈입니다.
메타버스로 진출한 정치인: 모동숲에 깃발을 꽂은 바이든
미국의 59번째 대통령 선거를 놓고 현직 대통령인 트럼프와 바이든 상원의원이 각축을 벌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바이든 후보는 가상 세계 메타버스인 모동숲에 자신을 홍보하기 위한 섬을 만들었습니다. 이름은 Biden HQ입니다. 바이든 후보는 모동숲 사용자 모두에게 자신의 무인도 코드를 공개하여, 유권자들을 자신의 섬으로 초대했습니다.
섬에는 크게 두 개의 주요 지역이 있습니다. 하나는 바이든의 선거 캠페인 사무실입니다. 사무실에 들어가면, 노트북 컴퓨터와 전단지 등이 가득한 공간이 펼쳐집니다. 젊은 시절 바이든의 모습을 담은 포스트와 모교의 로고도 볼 수 있습니다.
다른 공간은 투표소입니다. 이 지역에 가면 투표를 독려하는 포스터가 있고, 선거일과 투표 방식 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섬에는 바이든 후보의 아바타가 있는데, 아바타를 만나서 말을 걸면 대선 캠페인 슬로건을 랜덤하게 얘기해줍니다. 또한, 바이든 섬을 방문한 것을 기념하는 사진을 찍는 공간이 있습니다. 사진을 찍고 이를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메타버스의 미래 또는 그림자 #5: 기억거래소, 헤븐 서버는 등장할까?
헤븐 서버는 가상 세계 메타버스입니다. 키보드, 마우스, 웨어러블 장치로 조작하지 않고, 모니터나 가상현실용 안경을 쓰고 보는 세계가 아니라, 뇌의 신경다발을 바로 연결해서 살아가는 메타버스입니다.
6. 메타버스, 이렇게 개척하자
삼성전자: 사이버펑크2077에 제품을 깔아보자
2077년이 되면 아마도 삼성전자에서는 다양한 트랜스휴먼Transhuman용 기기를 내놓을 듯합니다. 트랜스휴먼은 신체를 다양하게 개조해서 더 뛰어난 능력을 갖게 된 사람을 뜻합니다. 인간의 시력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기기, 생각한 내용을 문서로 작성해주는 소프트웨어, 텔레파시처럼 자신의 생각을 멀리 있는 누군가에게 전송해주는
이식형 기기 등, 인류가 꿈꾸는 미래의 IT기기를 삼성전자의 컨셉아트와 함께 사이버펑크2077의 거리에 광고하는 방식입니다.
미래 제품을 미리 보여주는 것에 부담이 든다면, 의도적 진부화obsolescence, 陳腐化라 생각해도 좋겠습니다. 삼성전자가 만들어내는 일련의 제품, 서비스가 현 시점에서는 경쟁 기업들과 대비해서 앞서 있으나, 그럴수록 더 진보된 제품을 미리 보여줌으로써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갈망을 부추기는 전략입니다.
SK바이오팜: 디지털 실험실을 오픈하자
누구나 차분히 시간을 투자하면 달성 가능한 점수를 목표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진행되는 시즌마다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제품 개발, 마케팅, 판매까지 이어지는 전체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참가자는 제품 개발, 마케팅, 판매의 과정에서 다양한 의사결정에 직면하는데, 다양한 상황에서 최적의 결정을 통해 업무 효율을 높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와 유사한 형태로 SK바이오팜에서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여러 조직들이 협력하고 소통하는 과정을 체험하는 메타버스를 제공하면 좋겠습니다. 그 메타버스를 통해 취업 준비생들은 SK바이오팜의 신약 개발 과정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현대자동차: 매드맥스 세계관을 넣어보자
세계 자동차 튜닝 시장규모는 100조 원이 넘게 추산되며, 이는 세계 조선업 시장규모를 넘어섰습니다. 해외에 비해 국내는 자동차 튜닝에 대한 규제가 까다로운 편입니다. 해외에서는 어떤 튜닝을 금지하는가를 법률로 통제하는 네거티브 규제를 주로 쓰고 있지만, 국내법은 어떤 튜닝을 허가하는가를 제시하는 포지티브 규제입니다.
매드맥스 세계관을 반영하여 현대자동차의 튜닝된 차량들이 가득한 가상 세계 메타버스를 만들면 재미있겠습니다. 메타버스에 가입하면, 현대자동차에서 생산하는 차량들 중 하나를 랜덤하게 제공해줍니다. 현실 세계에서 현대자동차의 차량을 보유한 고객이라면, 자신이 타는 자동차를 추가로 등록할 수 있습니다.
증강현실 메타버스를 만드는 방법도 있습니다. 현대자동차에서 생산하는 차량의 외관을 가볍게 꾸미는 증강현실 앱을 제작해 배포하는 방식입니다. 증강현실 앱을 가지고, 자신의 실제 차량을 다양한 스티커, 소형 부착물 등으로 미리 꾸며보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LG화학: 메타버스에 화학공장을 건설하자
LG화학에서 일하는 분들은 위에 열거한 내용 정도는 당연히 알고 있으실 겁니다. 그러나 기업 규모가 크고 다양한 사업부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보니, 기업이라는 생명체가 전체적으로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머릿속에 잘 그려보기는 어렵습니다. 화학제품의 최종 소비자, LG화학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 LG화학에 근무하는 분들이 LG화학의 전체 구조와 가치사슬value chain을 잘 이해할 수 있게 화학 공장을 중심으로 하는 메타버스 건설을 제안합니다.
독일의 전기, 전자, 플랜트 기업인 지멘스Siemens는 자사의 플랜트 관련 기술과 브랜드를 대중에게 홍보하고, 여러 분야 인재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플랜트빌PlantVille을 공개했습니다. 참고로 플랜트 산업은 전력, 석유, 가스 등을 생산하는 설비를 공급하거나 공장을 건설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플랜트빌 통해 사용자는 공장을 건설하고 운영하는 작업을 경험하는데 이를 통해 지멘스의 업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가
향상됩니다.
마이메리어트는 메리어트호텔에서 제공하는 콘텐츠입니다. 이 콘텐츠는 메리어트호텔의 주방과 같은 환경에서 사용자가 한정된 예산을 적절히 활용하여 주방기구 교체, 식재료 구매, 조리사 채용 등을 해결하는 콘텐츠입니다. 밀린 주문을 해결하고, 레벨을 높여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카카오: 자서전을 대신 써주자
카카오 유니버스가 보유한 나에 관한 어마어마하게 다양하고 세세한 기록들을 인공지능 소설가에게 넘겨주면 어떤 작품이 나올까요? 특히, 내가 카카오톡을 통해 주변인들과 소통하고, 업무를 처리했던 대화 기록까지 인공지능 소설가가 들여다본다면 꽤 괜찮은 전기가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시간을 축으로 놓으면, 짧게는 하루의 일기, 길게는 수십 년에 걸친 삶의 기록을 담은 이야기가 될 테고, 주제를 축으로 놓으면, 나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 나의 커리어 관리 이야기, 나의 흑역사 모음 등 다양한 콘텐츠가 나오겠습니다.
빙그레: 로블록스에 빙그레우스 궁전을 건설하자
빙그레가 로블록스에 빙그레우스 궁전을 포함한 왕국을 만들고, 더불어 빙그레의 다양한 상품을 전시하는 홍보관, 빙그레 상품을 형상화한 놀이터, 빙그레 아이템이 등장하는 미니 게임 등을 제공하면 좋겠습니다. 로블록스 플랫폼 자체를 사용하는 데는 별도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물론, 로블록스에 빙그레우스 왕국을 만들려면 전체 지형을 설계해서, 로블록스 스튜디오로 내용을 편집하여 올리고, 사용자들과 소통하며 운영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국순당: GTA 온라인에 주점을 차리자
GTA에서 사용자는 주점에 들어가서 술을 주문해서 마실 수 있습니다. 술을 마시면 화면이 조금 어른거리면서 술에 취한 효과가 연출되기도 합니다. 또한, 술을 마신 상태에서 운전을 하면, 단속을 위해 경찰차가 따로 옵니다. GTA 속 로스 산토스 거리의 주점에서 국순당 생막걸리와 1000억 프리바이오 막걸리를 판매한다면, 국순당이라는 브랜드와 막걸리라는 우리 전통주를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재미있는 홍보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아모레퍼시픽: 메타버스에 디지털 화장품을 팔자
일본의 화장품기업 시세이도는 스냅카메라 프로그램을 통해 디지털 화장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스냅카메라에서 ‘telebeauty’라고 검색하면, 시세이도가 제공하는 네 가지 디지털 화장 렌즈가 나타납니다. 마음에 드는 렌즈를 선택하면 시세이도 화장품으로 화장한 내 얼굴이 나타납니다. 그 상태에서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화장한 모습으로 다른 이를 만나게 됩니다. 시세이도 홈페이지에는 스냅카메라에 있는 네 가지 디지털 화장 렌즈를 통해 화장한 모습처럼 실제 화장을 하려면 어떤 시세이도 화장품을 구매하면 좋을지 추천하는 메뉴가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이 스냅카메라 같은 범용 프로그램에 렌즈 형태로 자사 화장품을 소개하는 방법도 나쁘지 않으나, 좀 다양한 경험을 주기 위해 독자적 툴을 구현하면 좋겠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의 다양한 브랜드에 포함된 화장품을 사용해서, 서로 다르게 화장한 모습을 보여주는 기본 렌즈들을 제공합니다. 여기에 사용자들이 개인 취향에 맞게 화장을 수정하고, 수정한 결과를 새로운 화장법으로 저장하여, 라이프로깅 메타버스인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인들과 공유하게 해줍니다. 화장에 사용한 화장품들이 실제 어떤 제품인지 보여주고 구매할 수 있는 쇼핑몰과 연동해줍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위버스에 K팝 왕국을 건설하자
위버스의 꾸준한 성장을 위해 몇 가지 제안하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첫째, 위버스 메타버스에서 각 사용자에게 특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전략입니다. 현재 위버스 메타버스는 한 아티스트의 팬들 모두에게 동일한 경험을 제공하는 구조입니다. 예를 들어, BTS 커뮤니티는 그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팬들과 아티스트의 피드 등을 모든 팬들에게 동일하게 보여줍니다.
둘째, 메타버스만의 디지털 상품을 공급하는 전략입니다. 메타버스에서 팬이 사용하는 아바타 이미지에 아티스트의 모습을 합성해서 제공하거나, 아티스트의 영상과 음성을 학습시킨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통해 팬 개인에게 특별한 영상 메시지를 보내주는 식입니다. 또는 증강현실 기능을 사용해서, 팬이 특정 공간에서 사진을 찍을 때 아티스트가 곁에서 함께 있는 모습을 연출해줘도 좋습니다.
셋째, 기존 K팝 아티스트와 기획사들은 홍보, 티켓과 상품 판매, 공연 중계 등을 대부분 파트너 기업의 도움으로 해결했으나, 위버스는 이를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모두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입니다.
CJ대한통운: 거울 세계에 이야기를 입히자
CJ대한통운에서 택배원들의 이야기를 라이프로그 형태로 소셜미디어에 공유해주면 어떨까요? 특정 개인의 이야기를 올린다면 부담스러울지 모르니, CJ대한통운의 택배원을 상징하는 가상의 페르소나를 만들면 좋겠습니다. 여러 택배원들이 자신의 배달 사례를 CJ대한통운의 라이프로깅 메타버스 관리자에게 보내줍니다.
7. 메타버스가 낙원은 아니다
현실은 소멸되는가? 메타버스와 현실의 관계
인간은 왜 메타버스를 끝없이 만들고, 메타버스를 원할까요? 플라톤은 놀이의 기원을 신과 연결해서 설명했습니다. 인간은 진지한 존재인 신이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창조한 피조물인데, 인간은 스스로 놀이를 하면서 신을 기쁘게 한다고 했습니다. 신이 인간에게 알려준 놀이가 바로 모방입니다. 플라톤은 인간의 놀이를 미메시스mimesis로 설명했습니다. 미메시스는 모방을 뜻하는 말로, 무언가를 비슷하게 만들거나 재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화가는 풍경을 모방해서 그림을 그리고, 음악가는 자연의 소리를 모방해서 노래를 만듭니다. 각각 시각과 청각의 모방입니다. 인간에게 메타버스는 거대한 모방의 공간입니다. 상상 속의 이야기를 모방한 증강현실 세계, 서로의 삶을 기록으로 모방하는 라이프로깅 세계, 현실의 구조물과 관계를 모방하는 거울 세계, 자신이 살아온 세상에 상상력을 더해 모방한 가상 세계, 모든 메타버스는 모방의 산물입니다. 메타버스는 결국 모방을 통한 놀이의 공간입니다. 메타버스를 만든 이의 목적이 무엇이건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놀이, 재미를 원합니다. 게임 프로그램이나 웹툰이 아닌 배달의 민족 앱이 재미와 풍자 코드를 플랫폼에 녹여 넣는 이유, 그런 것들을 이용자들이 좋아하는 이유가 모두 놀이에 있습니다. 놀이를 좋아하는 인간의 속성이 변하지 않는 이상 더 다양한 메타버스가 끝없이 등장하며 그 영역을 넓혀갈 것입니다.
도피인가? 도전인가?
메타버스와 현실 세계는 보상이라는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하버드대 로버트 웜슬리 교수가 진행한 보상 관련 실험을 살펴봅시다. 웜슬리 교수는 과제와 보상을 세 가지 형태로 다르게 지급하는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1번은 과제에 성공하면 보수를 지급하는 방식이었고, 2번은 보수를 먼저 지급한 후 과제를 제시하고, 과제 수행에 실패하면 보수를 다시 빼앗는 방식이었습니다. 3번은 과제 수행에 성공해도 아무런 보수를 지급하지 않는 방식이었습니다. 어떤 경우에 피실험자의 만족도, 성과가 가장 좋았을까요? 1번의 경우가 가장 높았고, 2번의 경우가 가장 낮게 나타났습니다. 아무 것도 주지 않는 3번 보다 2번이 더 낮게 나온 점이 특이합니다. 그만큼 우리는 무언가를 빼앗기는 상황을 불편해합니다. 현실 세계에서 우리가 마주치는 상황들은 1~3번 중 무엇이 많을까요? 시험지를 채점하는 상황을 생각해봅시다. 문항 당 5점씩 총 20문제의 문제를 풀었습니다. 여기서 2문제를 틀렸다면 몇 점이 되나요? 답은 당연히 90점입니다. 어떻게 계산을 하셨나요? 0점 + 5점 * 18문제 = 90점, 또는 100점 – 5점 * 2문제 = 90점, 이중 머릿속에 어떤 공식이 나타나셨나요? 전자로 하셨다면 웜슬리 교수 실험의 1번이며, 후자로 하셨다면 2번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2번으로 계산을 합니다. 그런 이들은 내가 맞춘 열여덟 문제보다 내가 틀린 두 문제 때문에 상처를 받습니다. 그래서 시험을 보면 점수가 괜찮은 편인데도 힘들어합니다. 교통법규를 잘 지켜도 특별한 보상은 없으나, 반대로 신호를 위반하면 벌금 고지서가 날라 옵니다. 이 역시 2번 상황입니다.
아마존이 진짜 무서운 이유, 메타버스의 거대한 손
미국 기업 아마존은 국내에서도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주로 무엇을 해서 돈을 벌까요? 아마존이란 이름을 들으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amazon.com 쇼핑몰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가장 많으리라 짐작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마존은 온라인 쇼핑몰, 오프라인 매장 판매, 아마존 프라임, 아마존 웹서비스(AWS, Amazon Web Service) 등의 사업영역을 갖고 있습니다.
아마존 이외에도 메타버스의 성장과 함께할 기업들을 몇 군데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마이크로소프트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즈OS, 가정용 비디오게임기 엑스박스, 태블릿, 홀로렌즈HoloLens 등은 메타버스의 접속장치 역할을 하면서 쓰임새가 더 많아질 것이며, 링크드인(앞서 잠시 소개한 링크드인은 마이크로소프트가 2016년에 31조 원에 인수했음)은 라이프로깅 세계, 마인크래프트는 거울 세계 확장에 중요한 플랫폼이 될 것입니다.
둘째, 페이스북을 주목해야 합니다. 현재 페이스북은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통한 소셜미디어 서비스를 주력으로 하고 있으나, 점차 메타버스로 영역을 확대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2014년, 페이스북은 가상현실 장비를 만드는 ‘오큘러스VR’을 2조 4천억 원에 인수했습니다.
셋째, 구글입니다. 구글은 2014년 구글 글래스를 발표하고 실패한 경험이 있으나, 구글 어시스턴트Assistant, 네스트Nest, 핏빗Fitbit 등을 통해 우리의 일상생활, 가정환경과 구글 생태계를 연결하려는 시도를 계속 하고 있습니다. 특히, 앞서 얘기했듯이 거울 세계 메타버스의 핵심 자원 중 하나는 현실 세계를 최대한 정밀하게 복사해낸 지도 정보입니다. 구글은 여러 국가의 기업, 기관이 운영하는 거울 세계 메타버스에서 사용되는 지도 정보를 가장 많이 공급하고 있습니다.
넷째, 게임 기업들입니다. 메타버스들 중 특히 증강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시각적으로 실재감있게 구현하기 위해서는 게임회사가 갖고 있는 시각화 기술이 매우 중요합니다. 게임에서 사용되는 3D 그래픽 엔진 시장의 절대 강자인 유니티 테크놀러지(유니티 엔진)와 에픽게임즈(언리얼 엔진)를 주목할만 합니다.
가진 게 없으나 모든 것을 다 가진 자 vs. 네 것이 맞냐?
메타버스는 대부분 디지털 환경으로 구현되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메타버스 안에서 우리가 생성하는 수많은 정보, 갖고 있는 아이템 등은 모두 디지털 데이터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그런 데이터는 누구의 소유일까요? 메타버스는 특정 기업이 소유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내가 활동하며 내가 만든 데이터이니 내 것이 맞을까요?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특수한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 메타버스에서 생성된 데이터는 대부분 내것이 아닙니다.
정확히 따지자면, 게임회사도 그 아이템을 소유한 것은 아닙니다. 뒷부분에서 다시 얘기하겠으나 게임 아이템은 재화가 아니기 때문에 게임회사는 그 아이템에 대한 저작권을 갖고 있을 뿐입니다.
게임 아이템에 대한 개인의 소유권을 인정하면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생깁니다. 첫째, 게임회사가 기존 아이템을 업그레이드하거나, 새로운 아이템을 선보일 경우 개인이 소유한 아이템의 가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문제가 됩니다. 게임회사가 개인들에게 사전에 동의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둘째, 게임 서비스를 종료하지 못하게 됩니다. 서비스를 종료하는 순간 개인이 소유권을 가진 아이템을 쓰지 못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서비스를 종료하려면, 개인이 소유한 아이템을 게임회사가 비용을 지불하고 모두 매입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메타버스 속 헝거게임
대부분의 메타버스에서 사용자에게 내릴 수 있는 최고의 벌은 사용자의 계정을 영구히 차단하는 밴ban입니다. 밴은 무엇을 금지한다는 뜻의 단어인데, 메타버스에서 사용자의 계정을 삭제하고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게 하는 처벌을 밴이라 부릅니다. 예를 들어 라이프로깅 세계인 소셜미디어에 음란물을 올리거나, 거울 세계인 음식배달 플랫폼에 리뷰를 대량으로 조작해서 올리거나, 가상 세계인 게임에서 오토를 돌리거나 하는 등의 문제를 일으킬 경우 밴을 당합니다.
메타버스에서 하는 행위가 현실 세계의 법에 위배된다면, 현실 세계 법으로 처벌할 수 있습니다. 앞서 예시 중 소셜미디어에 음란물을 올리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그러나 게임 속에서 오토를 돌리는 경우는 현실 세계 법으로 처벌이 불가합니다. 메타버스 세상의 경제를 크게 교란하는 행위이지만, 현행법은 메타버스 안에서 오토를 돌려서 디지털 아이템을 얻는 행위를 금지하지 않고 있습니다.
NPC, 인공지능에게 인권이 있을까?
가상 세계 메타버스가 정교해지고, 실재감이 높아질수록 그 안에 어떤 세계관과 상호작용을 담을 것인가를 더 깊게 고민해야 합니다. 메타버스를 만드는 이와 그 세계에서 살아가는 이들 모두의 숙제입니다. 자칫 새로운 탐험, 소통, 성취 등을 즐기는 공간이라는 미명 아래,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 인간, 진화의 과정을 거슬러서 동물로 되돌아간 이들이 살아가는 세계를 만들어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나이, 성별, 이름을 묻지 않습니다
메타버스의 주축인 Z세대는 그 안에서 서로의 신상정보를 묻지 않습니다. 그게 그 세계의 문화입니다. 이런 문화는 Z세대가 사용하는 용어에서 나타납니다. Z세대의 용어 중 ‘후렌드’란 말이 있습니다. ‘Who(누구와) + Friend(친구가 되다.)’의 의미입니다. 그들은 메타버스뿐만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도 친구를 삼을 때 상대의 나이, 성별, 국적 등을 따지지 않습니다.
네덜란드 조직 인류학자인 호프스테더는 권력거리지수PDI, Power Distance Index라는 개념을 만들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부하직원이 상사에게 반론을 할 때 느끼는 심리적 저항 강도, 부담감 정도를 의미합니다. 즉, 권력거리지수가 높을 경우 우리는 상사, 교사, 나이든 이에게 쉽게 무언가를 편하게 말하지 못합니다. 국가별로 권력거리지수를 조사한 사례가 있습니다. 그 결과 한국의 권력거리지수는 60점으로 OECD 국가들 중 네 번째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상사, 교사, 나이든 이에게 한국인들은 쉽게 자신의 의견을 내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메타버스는 우리가 느끼는 권력거리지수를 낮추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메타버스에서 가급적 다양한 이들과 친구가 되어서 소통의 폭을 넓히는 게 좋습니다.
폭발하는 공격성
현실 세계보다 메타버스에서 사람들은 더 공격적으로 행동할까요? 이 질문을 놓고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현실 세계와 메타버스에서 내가 다른 이를 공격하고 못살게 하면서, 상대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몰랐다고 하는 이가 있습니다. 둘 중 하나입니다.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어서 상대의 고통을 제대로 공감하지 못한 것입니다. 뇌에 있는 감정 중추인 변연계는 앞서 설명했던 거울 뉴런과 연결되어 있으며, 우리가 다른 이의 감정을 공감하게 만들어줍니다. 타인이 기뻐하거나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면 우리는 내가 경험한 것이 아니어도 그 감정을 거울 뉴런과 변연계를 통해 느낍니다. 물론, 상대가 느끼는 감정의 미묘한 차이와 그 깊이까지 정확하게 느끼지는 못할지라도, 기뻐하는 상대를 보면서 괴로워하고 있다고 여기거나, 반대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뻐하고 있다고 느끼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상대가 괴로워하는 것을 알면서도 괴롭힙니다.
첫째, 누군가를 괴롭히면서 사람들은 자신이 더 뛰어난 존재이기에 열등한 이를 괴롭힌다는 우월감을 느낍니다. 둘째, 누군가를 집단적으로 괴롭히는 상황에서 괴롭히는 집단에 포함된 소속감, 동료의식을 느낍니다. 셋째, 괴롭힘을 당하는 대상을 사냥하는 것 같은 전율을 느낍니다. 요컨대, 자신들을 우월하다고 착각하는 이들끼리 모여서 누군가를 사냥하는 스릴감을 즐기는 현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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