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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지리의 힘" 지리는 어떻게 개인의 운명을, 세계사를,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가

by 욕심쟁이77 2021.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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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팀 마샬

저자 팀 마샬(TIM MARSHALL)은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의 터키 특파원과 외교부 출입 기자를 지낸 저자는 영국 스카이 뉴스SKY NEWS 외교 부문 에디터이자 BBC 기자로도 일하는 등 25년 이상 국제 문제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해 왔다. 그는 중동 지역을 비롯해 전 세계 30여 개국의 분쟁 지역을 직접 현장에서 취재하는 등 세계 각 지역의 갈등과 분쟁, 정치, 종파, 민족, 역사, 문화 등을 꾸준히 취재해 왔다. 현재는 《더 타임스》, 《가디언》 등에 국제 이슈 관련 글을 쓰고 있으며 그의 블로그 FOREIGN MATTERS는 오웰 상(ORWELL PRIZE, 우수 정치 저술에 주는 상)의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 책은 현재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는 등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우리 삶의 모든 것은 지리에서 시작되었다!

1장: 중국, 4천 년 만에 대륙의 나라에서 해양 강국을 꿈꾸다

지리의 보호만큼은 확실하게 받는 나라

현대 중국의 국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효과적인 방어와 교역을 가능케 하는 <지리(혹은 지형)의 보호>를 든든하게 받는 강대국의 형태가 보인다.

이 책에서 나는 북부터 시작해서 시계 방향으로 움직여 보려 한다.

먼저 북쪽을 보면 그 길이만도 장장 20,770킬로미터에 달하는 몽골과의 국경선이 눈에 들어온다. 이 국경선을 타고 안쪽에 고비 사막이 들어앉아 있다. 먼 옛날 유목민 전사들은 여기를 넘어 남쪽으로 쳐들어왔다. 그러나 오늘날의 군대는 이곳에 집결하는 것만도 족히 몇 주는 걸릴 것이다.

고비 사막은 적의 접근도 쉽지 않거니와 설사 적이 접근해 오더라도 미리 알 수 있는 일종의 거대한 조기경보 방어체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국방으로의 확장은 군사적 경로가 아니라 무역을 통해 이루어진다.

다음은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태평양을 따라 이어진 동해가 조금은 분할하고 있는 동쪽 국경이다. 그 위는 러시아의 극동 산악지대로 이곳 역시 인구가 희박한 거대한 황무지다. 그 아래가 만주인데 만약 러시아가 중국 심장부로 들어가고 싶다면 여기서부터 밀어붙여야 하다.

중국이라면 남쪽에서 북쪽으로 주민들을 대거 이주시키는 것도 예상해볼 수 있는데 이는 결국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중국이 보다 유리한 패를 쥘 수 있다는 얘기다.

러시아 극동 지역 아래 연안을 쭉 따라가 보면 중국 측 황해, 동중국해, 남중국해가 나온다. 태평양과 인도양으로 이어지는 이 지역에는 지난 시절 교역에 요긴하게 쓰였던 훌륭한 항구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이곳의 파도 너머에는 웬만한 섬크기에 버금가는 난제들이 놓여 있다. 시계 방향으로 좀 더 내려가 보자.

양측 모두에게는 안될 일이지만 중국의 이 남쪽 국경은 큰 탈 없이 군대가 건널 수 있는 지역이 아니다.

중국이나 베트남 모두 명목상으로는 공산주의 이념을 견지하고 있지만 그 이념이 실제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두 나라의 관계는 둘이 공유하는 지리적 특성이 결정한다.

땅의 나라에서 해양 강국으로!

현재 중국 전역에서는 이런저런 연유로 매일 5백여 건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중국은 전 세계를 상대로 그랜드 바겐을 제안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값싼 물건을 만들 것이다. 그러니 당신들도 싸게 사라."

중국 내 노동자 임금이 오를 만큼 올랐다는 사실을 제쳐 두고라도 양적인 면이나 가격 측면에서 중국은 태국과 인도네시아의 추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상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자원이 고갈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만약 누군가가 그것들을 선점한다거나 혹은 상품을 들여오거나 내다팔수 없게 해상이 봉쇄된다면? 해군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중국인들은 훌륭한 항해사들이었다. 일찍이 15세기 무렵에도 그들은 인도양을 누비고 다녔다.

드넓은 땅을 평정하느라 혼돈의 4천 년을 써버린 중국은 이제는 대양 해군력을 구축하고 있다.

중단기적으로 보면 현재 중국이 해군력을 구축하고 군사력을 훈련, 교육시키고 있는 중이니 중국 해군이 대양에서 경쟁자들과 맞닥뜨릴 일이 머지않아 있을 걸로 보인다.

중국은 점점 더 많은 선박들을 자국의 연안뿐 아니라 태평양으로 내보내고 있다.

남중국해를 통해, 아니 중국해라 이름 붙여진 모든 바다에서 항해하는 것이 두 배로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수많은 영유권 분쟁, 결코 대양 강국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 선박들은 태평양을 향하든 인도양을 향하든, 남중국해를 나서는 순간부터 여전히 난관에 직면한다. 하지만 중국에게 가스와 원유를 수송하는 이 물길이 없다면 중국은 생존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걸프 만의 산유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베트남을 지나가야 한다. 주목할 점은 베트남이 최근들어 미국에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인 필리핀 근해도 지나가야 한다. 그러고 나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가 마주하고 있는 말라카 해협이 나온다. 이 세 나라 또한 외교적, 군사적으로 미국과 연결돼 있다.

이곳은 늘 요충지이자 관문으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중국은 여전히 여기에 묶여 있는 취야한 입장이다. 말라카 해협 잊접국들, 그리고 중국이 접근하기에 가까운 모든 국가들은 하나같이 중국의 부상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들 나라의 대다수가 중국과 영유권을 놓고 다투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거의 전 지역은 물론 그 아래를 지나는 것으로 여겨지는 에너지 공급로의 소유권도 주장한다. 말레이시아, 대만, 베트남, 필리핀, 그리고 브루나이까지도 중국과는 물론이고 자기네끼리도 영유권을 두고 갈등하고 있다.

영유권 다툼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중국은 준설과 간척 사업을 병행하면서 분쟁 대상인 일련의 암초들과 산호섬들을 인공섬으로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중국으로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항로를 지켜야 한다. 자국의 상품들을 시장으로 내보내기 위해서는 물론이고 그 상품들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원자재, 즉 원유, 가스, 귀금속 등을 들여오기 위해서도 말이다. 따라서 봉쇄당하는 경우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이 경우 외교가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겠지만 점점 몸집을 불려가는 자국의 해군력 또한 다른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최선의 보장책은 뭐니 뭐니 해도 파이프라인, 도로, 그리고 항구들이다.

지정학 전문 저술가인 로버트 D. 카플란은 20세기 초반에 카리브 해가 미국의 손에 들어갔듯, 남중국해가 중국의 손아귀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한다. 미국은 자국의 육상 영토를 공고히 통합하고 나서 대서양과 태평양을 아우르는 대양 강대국이 되었다.

중국 역시 태평양과 인도양을 아우르는 대양 강국이 되고자 한다. 이 목표를 위해 중국은 미얀마,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지의 심해 항구에 투자하고 있다. 이들 나라와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서 향후 중국 해군이 이곳을 방문하거나 주둔하게 될 경우는 물론 통상 라인을 중국 본토와 연결하는 것까지 염두에 두면서 이곳을 사들이고 있다.

중국은 향후 10년 내에 좀 더 기민해지고자 안간힘을 쓸 것이다.

1930년대에 미국에 몰아친 대공항 같은 사태가 중국에서도 발생한다면 중국은 수십 년은 후퇴하게 될 것이다. 중국은 세계 경제라는 틀 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가 물건을 사지 않는다면 중국은 만들지 않는다. 그리고 중국이 만들지 못하게 되는 순간 엄청난 실업 사태가 발생한다. 이 대량 실업 사태가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면 도시 지역에 사람들이 주로 몰려 있는 요즘 같은 시대에 커다란 사회적 동요를 피하기는 어렵다. 오늘날 중국에서 보이는 여타의 모든 현상처럼 이는 전대미문의 대규모 사회적 동요로 이어질 수도 있는 문제다.

2장: 미국, 지리적 축복과 전략적 영토 구입으로 세계 최강국이 되다

흔치 않은 지리적 위치를 확보한 나라

17세기에 이 땅에 처음 발을 내딛고 정착을 시작한 유렵인들은 이 처녀지 동부 연안이 천연 항만과 비옥한 토지를 갖춘 곳이라는 것을 금세 알아차렸다. 여기야말로 그들의 모국과는 달리 자유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곳이었다.

미 대륙의 지리적 특성이 여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을 대서양 너머로 끌어들였다.

1732년 조지아 주를 마지막으로 초기 13개 식민지 주가 성립됐다. 이 13개 주는 차근차근 독립의 열망을 키워가다가 결국 독립전쟁(1775-1783)을 일으켰다. 이 시기 초반, 조금씩 연결망을 넓혀가기 시작한 13개 주는 북쪽은 매사추세츠에서부터 1천6백 킬로미터, 남쪽은 조지아까지 뻗어나갔는데 이곳에 거의 250만 명에 달하는 인구가 모인 것으로 추정된다. 또 이들 13개 주는 동쪽으로는 대서양부터 서쪽으로는 애팔래치아 산맥에 이르는 지역을 하나로 묶었다.

1800년대 초반, 이 신생 국가의 지도자는 자신들이 남쪽 바다 혹은 태평양에서 1천6백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자취를 따라가던 일부 탐험가들은 대담무쌍하게 애팔래치아 산맥부터 미시시피에 이르는 길을 돌파했다. 그들은 이 여정을 통해 대양으로 이어지는 물길과, 현재 텍사스와 캘리포니아까지 포함한 태평양 연안과, 남서부를 탐험했던 스페인 사람들이 보았던 광활한 땅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신의 한 수, 루이지애나 구입

당시 막 걸음마를 뗀 미합중국은 안전과는 거리가 먼 나라였다. 또 경계선 안에서 제약을 받고 있던 터라 강대국이 되고자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었다. 국민들은 일찍이 애팔래치아 산맥 서쪽의 오하이오 강까지 진출했지만 미시시피로 이어지는 지역, 즉 뉴올리언스로 내려가는 서쪽 하구는 프랑스가 지배하고 있었다.

프랑스는 골치 아픈 주인이었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해결책은 전쟁이 아니었다.

1803년, 미합중국은 프랑스로부터 뉴올리언스가 있는 루이지애나 지역 전체의 지배권을 사들였다. 이 지역은 멕시코 만에서 시작해서 북서쪽으로 로키 산맥의 미시시피 강 지류들의 상류까지 뻗어 있다. 이 땅의 면적은 오늘날의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그리고 통일 독일을 합친 넓이와 맞먹는다. 신생 미합중국은 이 땅을 흐르는 미시시피 강의 유역을 기반으로 번영으로 가는 길을 닦는다.

1천5백만 달러짜리 서명 하나로 1803년에 미국은 루이지애나를 구입하여 영토를 두 배로 늘렸다. 이는 곧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내륙 수로 수송권>을 확보한 셈이었다.

거대한 미시시피 유역에는 전 세계 다른 하천들에 비해 훨씬 긴 가항수로들이 많다.

풍부한 유역 수계水系의 공급을 받는 미시시피 강은 미니애폴리스 부근에서 발원해서 남쪽으로 약 2,897킬로미터를 흘러 멕시코 만에서 끝난다. 이렇듯 강들은 큰 항구로 이어지며, 수상기를 이용한 운반은 예나 지금이나 육로 운송보다 훨씬 싸게 들어 당시 한창 상승일로이던 교역을 위한 천연수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처럼 미국은 지리적으로 전략적 깊이를 확보함과 동시에 방대하고 비옥한 토지, 그리고 사업을 펼치기에 적합한 대서양 항구들이라는 대안을 얻었다. 또한 동부 해안을 새 영토와 연결해 주는 동서 루트를 확보했고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수계는 인구 밀도가 희박한 지역들을 서로 묶어주면서 단일 통합체를 형성하는 데 일조했다.

중국, 중국, 중국! 그리고 동아시아 태평양 지대

분석가들이 지난 10년에 대해 쓴 것을 보면 대다수가 21세기 중반에 이르면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며 세계의 최강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경제로만 보면 중국은 미국에 견줄 만큼 성장했지만, 그리고 그 덕분에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과 주빈석의 한 자리를 사들일 수 있었지만, 군사력과 전략적인 측면에서는 미국에 수십 년은 뒤처져 있다.

타국 정부에 대한 미국의 지원은 순수하게 이타적이지만은 않다.

한 예를 들어보겠다. 워싱턴 정부는 적대국인 시리아에서 벌어지는 인권 유린 상황에 분개하면서 자국의 입장을 크게 떠들어대는데 반해 정작 바레인에서 벌어지는 인권 유린에 대해서는 잠잠하다. 바레인 정부의 허락하에 이곳에 정박 중인 미국 제5함대가 이를 덮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일본, 태국, 베트남, 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여타 국가들의 경우 미국은 일찌감치 문을 열고 있다. 이 나라들은 하나같이 거대한 이웃에 불안해하며 워싱턴과 관계 맺기를 열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나라들 또한 제각기 이런저런 문제로 엮여 있다. 하지만 그들이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중국의 패권 아래 차례로 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통된 인식이 있는 한 그 문제들은 크게 부각되지 않을 것이다.

미국 정부의 대외전략 전문가들 중 다수는 21세기 역사는 아시아와 태평양이 주도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이 지역에 거주한다. 특히 인도까지 포함하면 2050년경에는 이 지역이 세계 경제 생산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동아시아 지역에 개입하고 목적을 이루기 위해 미국이 점점 더 많은 시간과 돈을 이 지역에 투자하는 것을 볼 것이다.

미국은 워싱턴 편에 서는 것이 최선의 이익이라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주려 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반대로 나간다. 따라서 양측은 도전을 받았을 때 서로 응대를 해야 한다. 도전이 닥칠 때마다 미국이 회피하면 동맹국의 신뢰는 떨어지고 경쟁국들의 공포심도 점점 누그러져서 마침내 미국의 동맹 가운데서 진영을 갈아타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분석가들은 주눅이 들거나 체면이 손상당하는 것을 기피하는 일부 문화권의 특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비단 아랍이나 동아시아 문화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가 다른 방식으로 표현되는 것뿐이다.

금세기에 치명적인 게임은 향후 중국과 미국, 그리고 그 지역 다른 국가들이 체면을 잃지 않고 서로 분노와 원망의 우물을 깊이 파는 법 없이 위기를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

결국은 기나긴 게임이 될 것이다.

5장: 한국, 지리적 특성 때문에 강대국들의 경유지가 되다

일본, 최대 고민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군사적 동맹을 맺다

손가락 하나로 가른 인위적인 38선

18세기에 한국이 얻은 <은자의 왕국Hermit Kingdom>이라는 별칭은 수세기에 걸친 정복과 점령, 약탈 혹은 어디론가 가기 위한 경유지의 대상이 된 뒤에 이 나라가 스스로 고립을 택한 데서 나온 명칭이다. 만약 다른 나라나 다른 민족이 북쪽에서 내려오면 일단 압록강을 건넌 뒤 해상까지 진출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천연 장벽은 거의 없다. 반대로 해상에서 육로로 진입한다 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런 배경에서 몽골이 한반도에 들어왔다 나갔고 이어 명나라, 만주족의 청나라 그리고 일본도 수차례나 침입했다. 한국이 여러 교역로들과 단절하고 홀로 있기를 희망하면서 바깥 세계와 엮이지 않는 편을 택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1945년 일본이 패망하자 한국은 북위 38도선을 따라 분단되었다. 북쪽은 소련의 관리를 받는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섰고, 남쪽은 대한민국으로 부르는 친미 독재 정권이 세워졌다.

역사학자 돈 오버도퍼Don Oberdorfer 교수는 38도선에 따라 이 나라를 남북으로 임의로 분할한 것은 여러 모로 불운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1945년에 미국 정부는 8월 10일의 일본 항복에만 정신이 팔려서 한반도에 대한 명확한 전략을 수립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한반도 북쪽에서 소련군의 이동이 포착되자 미 백악관은 한밤중에 다급하게 회의를 열었고 오로지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발간한 지도만을 지참한 두 명의 하급 관리는 북위 38도선을 손으로 찍었다. 즉 이 나라를 반쯤 내려온 소련군의 남하를 중단시킬 지점으로 북위 38도선을 찍은 것이다.

이 자리에는 어떤 한국인도 또는 한국 전문가들도 없었다. 만약 있었다면, 당시 트루먼 대통령과 국무장관인 제임스 번스에게 그 선은 약 반세기 전인 1904년에서 1905년에 치른 러일전쟁 이후 러시아와 일본이 서로의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를 상의하던 선이었다는 것을 알려주었을 것이다.

결국 거래는 성사됐고 이 나라는 분단되었다. 주사위가 던져진 것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는 어떤 선택을 할까

한반도의 지리는 그다지 복잡하지 않다. 남과 북 사이에 인위적인 분단이 가능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오히려 지리상으로 실질적인 분단은 동쪽과 서쪽이다. 반도의 서쪽 지형은 동쪽보다 훨씬 완만하며 인구의 다수도 이곳에 모여살고 있다. 동쪽은 북한에는 함경산맥이, 남쪽에는 좀 더 낮은 산맥들이 누워 있다. 한반도를 절반으로 가르고 있는 비무장지대도 부분적으로는 임진강 및 한강의 물길을 따라가지만 이 물길이 남과 북 사이의 천연 장벽이 되지는 못한다. 이 강은 외부 세력의 침탈을 너무 자주 받은 이 통합된 지리적 공간 안에 있는 하나의 하천에 불과하다.

두 개의 한국능 기술적으로 여전히 전쟁 상태다.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임을 감안해 보면 이 갈등은 단지 포격 몇번을 주고받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미국은 남한 편에서 싸울 것이다. 그러면 바짝 긴장한 중국군이 압록강 부근으로 모여들 것이고 러시아와 일본이 국면을 초조하게 지켜볼 것이다.

한반도에서 또 다른 대규모 전쟁이 터지는 것을 반길 자는 아무도 없다. 양측 모두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인데도 과거에는 그런 전쟁을 막지 못했다. 1950년 북한군이 38선을 넘어 내려올 때 이 전쟁이 3년에 걸쳐 4백만 명에 달하는 인명 피해를 내고도 교착 상태로 끝나리라는 것을 그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오늘날의 전면전은 그보다 훨씬 큰 재앙을 부를 것이다. 한국의 경제 규모는 북한보다 80배나 크고 인구도 2배나 많다. 한국과 미국의 연합군은 궁극적으로는 북한군을 압도하겠지만, 이는 중국이 한반도에 다시 개입하겠다는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는 것을 가정할 때다.

만약 전면전이 벌어진다면 어떤 상황이 발생할까? 그런 사태를 염두에 두고 진지한 계획을 세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남한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한 적이 있는데 대체로 혼돈 그 자체라는 게 일반적인 결론이다. 한국이 문제를 야기하든 외부에서 터지든 그 결과로 전쟁이 벌어진다면 그 파장은 몇 배는 클 것이다. 일단 많은 국가들에 영향을 미쳐서 그들 또한 결심을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를 것이다.

미국 또한 결정해야 한다. 비무장지대를 넘어 얼마나 더 북진해야 할지, 예컨대 핵을 비롯한 다른 대량 살상 무기의 원료를 보유하고 있는 북한 전역을 포괄해야 할 것인지를 말이다. 중국도 이와 비슷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특히 북한의 핵시설이 북한과 중국 국경에서 고작 217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상황이니 더 그렇다.

일본도 정치적인 선에서 결정해야 한다. 동해를 넘어 영향력을 발휘할 강력한 통일 한국을 자신들이 원하는지를. 일본과 한국 간의 불안정한 관계를 비추어보면 일본이 이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일본에게는 정작 중국이 더 큰 고민거리다. 따라서 일본은 한국의 통일을 지지하는 편에 서게 될지도 모른다. 이전 세기에 오랫동안 한반도를 지배한 탓에 재정적으로 보조하라는 요구를 받게 될지 모를 시나리오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게다가 서울이 알고 있는 것을 일본이 모를 리 없다. 통일에 드는 대부분의 경제적 비용을 남한이 감당해야 하며 이럴 경우 독일 통일 이후처럼 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 말이다.

이에 소요되는 비용 때문에 통일된 한반도의 경제는 한동안 후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시기만 잘 넘기면 석탄, 아연, 구리, 철과 같은 북쪽의 풍부한 천연자원과 현대화된 프로그램 등이 시동을 걸 것이다. 다만 그 기간 동안 세계 최고로 발전된 국가 가운데 한 곳이 번영을 포기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가에 대한 복잡한 입장들이 있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일원이며 대외정책 또한 이를 지향한다. 동, 서, 남 3면은 바다에 면해 있고 천연자원도 부족한 이 나라는 지난 30여 년간 대한민국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동해와 동중국해로 진출할 현대식 해군을 구축하는 데 공을 들였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 또한 에너지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까닭에 그 지역 전체 해상 교통로의 정세에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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