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나웅준
방송과 강연을 통해 클래식 음악의 즐거움을 전하는 연주자이자 콘서트 가이드, 클래식 크리에이터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사 과정에서 트럼펫을 전공했으며, 그가 리더로 활동 중인 금관앙상블 ‘브라스 마켓’은 2006년 창단연주회를 시작으로 예술의 전당, 롯데 콘서트홀 등 국내 주요 무대에서 꾸준히 연주하고 있다. 음악 심리상담을 바탕으로 한 뮤직 테라피와 클래식 음악회를 접목한 ‘더 뮤직 테라피 콘서트’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대중이 클래식으로 힐링할 수 있게끔 돕고 있다.
클래식 크리에이터로서 네이버 오디오클립 ‘클래식 사용법’과 ‘이불 속 클래식 콘서트’를 운영 중이며, SBS라디오 ‘김영철의 파워FM’에 고정 출연하고 있다. 2017년부터는 클래식 콘서트 가이드로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 롯데 콘서트홀 〈오르간 오딧세이〉, 예술의 전당 〈청소년을 위한 클래식 사용법 콘서트〉, 세종문화회관 〈오후의 피아노〉, 아트센터 인천 〈패밀리 콘서트〉, 수원 SK아트리움 〈당신의 클래식〉 등 국내 주요 공연장에서 관객과 소통하는 해설을 선보이고 있다. 저서로는 『퇴근길 클래식 수업』이 있다.
1장 클래식이 일상이 되는 순간
우리는 하루를 보내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수많은 소리와 음악을 듣는다. 특히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알람 소리들은 긴급상황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모두 음악이 사용되고 있는데, 그중 클래식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크다.
가장 널리 알려지고 자주 사용되는 예시 중 하나는 트럭이 후진할 때 들리는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 멜로디다. 이 멜로디는 수많은 음악과 소리가 공존하는 번화가의 골목에서도 모든 걸 뚫고 우리에게 전달된다. 신기하리만치 알람음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다. 또한 예전에는 지하철이 종착역에도착할 때쯤이면 모차르트의 <터키 행진곡>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기도 했다. 어떻게 이 음악들을 사용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가 궁금해서 찾아봤지만, 아쉽게도 여러 풍문만 존재 할 뿐 납득할 만한 이유를 아직 찾지 못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추론해보자면, 우리에게 낯선 음악 혹은 그 상황과 잘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음악이 역으로 하나의 알람이 된 것은 아닐까? 클래식은 아직 우리에게 친근하기보다 낯선 음악에 가깝고, 연주회장과 같은 특별한 장소나 특별한 상황에서 들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이러한 인식 덕분에 알람음으로서의 역할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 또한 클래식 음악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일상으로 다가오게 되니 나름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클래식을 특정 순간에만 사용하는 알람음에서 더나아가 일상 속에서 우리에게 긍정적인 알람을 주는 기능으로 사용하면 어떨까? 우리가 겪는 하루 일과는 모두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아침과 낮, 저녁 그리고 밤이라는 시간을 함께 공유한다. 그래서 이러한 일상 속에서 함께 사용하면 좋은 클래식을 준비했다. 하루 동안 우리가 듣고 싶지 않아도 수많은 소리와 음악을 어쩔펄 수 없이 듣게 된다면, 차라리 능동적으로 새로운 음악들을 선택해 하루를 채워보자. 그런다면 여러운의 반복적인 일상이 조금 색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그 새로운 음악이 클래식이라면 더 좋은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굿모닝 클래식
아침에 눈을 뜰 때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
칸타타 <눈뜨라고 부르는 소리 있도다> 중 <합창>
Cantata BWV 140 "Wachet auf, ruft uns die Stimme"
여러분이 아침에 가장 먼저 듣게 되는 소리는 무엇인가? 대부분 모닝콜이거나 우리를 깨우는 가족의 목소리일 것이다.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의 기분을 결정하는 그 아침을 클래식과 함께 시작해 보면 어떨까? 그래서 아침 모닝콜로 사용하면 좋은 클래식을 준비했다. 독일 음악가인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칸타타 <눈뜨라고 부르는 소리 있도다>에 나오는 <합창> 부분이다.
모닝콜 역할을 하려면 뭔가 강하고 자극적인 소리여야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잔잔한 음악이라도자신에게 낮선 음악은 하나의 알람이 될 수 있다. 특히 이 음악의 제목에서 '눈뜨라고'는 종교적 의미로 사용되었지만 표현 그대로 '눈을 뜨라는' 중의적 의미로도 읽을 수 있다. 그야말로 눈을 떠야 하는 아침에 모닝콜로 제격인 음악이다.
이불을 박차고 일어날 때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Dmitrii Shostakovich, 1906~1975
<축전 서곡>
Festive Overture op.96
'5분만'을 고치는 방법을 찾아봤는데 아침에 침대에서 눈뜨자마자 이불을 박차고 일어난다면 고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눈뜨자마자 바로 이불을 박차고 나온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생각해봤다. '아침에 일어날 때 생소한 클래식 음악과 함께 해보면 어떨까?' 만약 여러분도 아침에 5분만 더 자겠다며 이불 속에서 잘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클래식의 도움을 받아보길 바란다. 이불을 박차고 일어날 수 있게 돕는 음악, 러시아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축전 서곡>이다.
음악회의 시작을 알리는 음악을 서곡 overture이라고 한다. 이 음악의 제목이 <축전 서곡>이니 우리는 축제의 시작을 알레는 음악이라는 것을 제목에서부터 알게 된다. 하지만 정말 축제음악에 적합하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템포Tempo 때문이다.
포근한이불속을 좀 더 만끽하고 싶다면
에릭 사티Erik Satie, 1866~1925
<짐노페디 1번>
Gymnopédie No.1 Lent et douloureux (orch. Debussy)
이번에는 바로 앞에서 다룬 상황과 반대되는 이야기다. 좀더 여유롭거나 혹은 일이 없어 쉬는 날, 여유로운 주말 아침. 포근한 이불 속에서 좀 더 자도 되어 뒤척이는 시간을 상상해보자. 하지만 이 시간이 길어지면 다시 잠들 수 있는데 이때 클래식을 한 곡 들으면서 시간도 체크하고 잠시 여유로운 기분을 만끽하면 어떨까 해서 소개한다. 프랑스 음악가에릭 사티의 <짐노페디 1번>이다.
이 음악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공백이다. <짐노페디 1번>은 촘촘한 음표들이 숨 고르기 무섭게 나오는 화려하고 빠른 음악이 아니다. 다음 음표가 연주될 때까지 아주 천천히 그리고 단순하게 연주되면서 그 사이사이 공백이 존재한다. 공백은 우리의 심리적 템포를 늦춰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런 뉘앙스 때문인지 이 음악은 시몬스침대 CF의 배경음악으로도 사용된 적이 있다.
가벼운 아침 명상
샤를 카미유 생상스Charles Camille Saint-Saens, 1835~1921
<동물의 사육제》 13번 <백조>
Le Carnaval des Animaux No.13 Swan
하루의 기분을 결정할 수 있는 아침 기분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특히 하루를 시작하기 전 아침에 하는 가벼운 명상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준다고 한다. 그래서 아침에 가볍게 명상할 때 함께 사용하면 좋은 클래식을 준비했다. 프랑스 음악가 카미유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13번 <백조>다.
이 음악의 주된 선율을 이끌어가는 악기는 바로 첼로다. 따라서 첼로의 선율이 제시하는 우아한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함께 호흡하면 좋다. 그러면 우리 잠시 이 음악을 구체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첼로 연주 장면을 상상해보자.
화장실에서 중요한 일을해결할때
요한 슈트라우스 2세Johann Strauss II, 1825~1899
<천둥과 번개 폴카>
Unter Donner und Blitz - Polka op.324
아침에 일어나 보통 가장 먼저 가는 곳은 화장실이 아닐까?
그 목적은 다양하겠지만 주로 밤에 해결하지 못한 아주 중요한 일을 해결하러 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침에 중요한 일을 해결하러 화장실에 갔을 때 사용하면 좋은 클래식을 소개하겠다.
치카치카 양치할 때
요한 슈트라우스 2세Johann Strauss II, 1825~1899
<트리치 트라치 폴카>
Tritsch-Tratsch Polka op.214
아침에 중요한 일을 해결했다면 대부분 그다음에는 양치질을 시작할 것이다. 물론 사람마다 선호하는 순서가 있겠지만 그래도 이 둘은 거의 한 동작처럼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침에 양치질과 함께 사용하면 재미있는 클래식을 준비했다. 요한 슈트라우스2세의 <트리치 트라치 폴카>다.
이 음악은 묘하게 양치와 잘 어울린다. 이 음악이 양치와 잘 어울리는 이유는 바로 시간이다. <트리치 트라치 폴카>의 연주시간은 빠르기에 따라 약 2분 30초에서 3분 정도다.
머리 손질하는그시간에
조아키노 로시니Gioacchino Rossini, 1792~1868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중 <서곡>
Il Barbiere di Siviglia-Overture
아침에 출근을 준비할 때 거치는 가장 마지막 단계는 아마 머리 말리기나 머리 손질이 아닐까? 이 시간은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만약 우리도 셀럽처럼 아침에 바로 헤어숍으로 달려가서 전문가가 만져주는 헤어스타일링을 받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불가능하니, 대신 몇백 년 전 아주 유명했던 세빌리아라는 동네의 '피가로' Figaro라는 만능 이발사가 음악으로 여러분의 아침 헤어스타일링을 도와줄 것이다.
아침 출근길과 함께
구스타브 홀스트Gustav Holst, 1874~1934
《군악대를 위한 모음곡 2번》 중 <다개슨>
Suite No.2 in F Major for Band op.28b IV. Fantasia on the Dargason
아침에 집에서 나오면 다양한 풍경을 마주한다. 그 풍경은매일 같은 듯 미묘하게 다를 수밖에 없는데 이때 클래식을 사용해본다면 늘 비슷하던 풍경들이 좀 더 생생하게 다가올 것이다.
이 음악은 맨 처음 연주되는 주제 멜로디가 음악이 끝날 때까지 계속 반복되기에 아침 등교 혹은 출근과 더욱 잘 어울린다. 여기에 다양한 멜로디가 합류하는데 이를 일상의 풍경에 대입시킬 수 있다. 주제 멜로디는 이동하는 우리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그 위에 겹쳐지는 다양한 멜로디는 우리가마주하게 되는 풍경이라고 생각해보자.
중요한 일을앞둔아침에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 1882~1971
<풀치넬라 모음곡》중 <신포니 아>
Pulcinella-Suite I. Sinfonia
매일 아침에 느끼는 감정은 다르지만 시험이나 면접 같은 중요한 일을 위해 집을 나서는 아침은 왠지 모를 두근거림이 있다. 이 처럼 긴장되는 순간을 마주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 순간이라면 이음악과 함께해보길 바란다.
《풀치넬라 모음곡》은 원래 발레 공연을 위한 음악이었다. 발레리나들이 무대에 등장하는 순간을 상상해보면 가볍지만 힘차고 경쾌한 스텝이 떠오른다. 발레음악 또한 그 스텝의 느낌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긴장감을 느끼거나 과도한 긴장이 이어지면 우리의 몸은 자신도 모르게 위축된다고 한다. 이때 힘차게 내딛는 발걸음으로 긴장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 '설마, 정말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이 이론에 대해선 동감한다. 왜냐하면 실제로 경험해봤고지금도 활용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즐거운 외출을 위해
에마뉘엘 샤브리에Emmanuel Chabrier, 1841~1894
<에스파냐, 오케스트라를 위한 랩소디>
España-Rhapsody for Orchestra
긴장감 넘치는 하루나 매일 반복되는 아침을 보내는 경우도 있지만 모처럼 쉬는 날에는 여유 있고 가벼운 외출을 하기도 한다. 그 즐거운 순간 여러분의 기분을 잘 표현해줄 수 있는 클래식 한 곡을 함께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않을까? 그래서 여러분이 기분좋게 외출하는 순간에 함께 사용하면 좋은 클래식 한 곡을 추천하려고 한다.
맨 처음 등장하는 현악기들의 강력한 피치카토Pizicato는 우리의 마음을 가볍게 해준다. 그리고 이어지는 아주 리드미컬한 현악기의 연주가 음악을 이끌어간다. 이 음악의 특징 중 하나는 어떤 신나는 멜로디가 연주된다기보다 아주 가볍고 경쾌한 리듬들이 모여서 음악을 만든다는 점이다. 음악에 등장하는 악기 각각의 소리를 들어보면 서로 다른 모습을 묘사하는 듯하다.
해피 클래식
점심시간의 시작
에드바르드 그리그Edvard Grieg, 1843~1907
<홀베르그 모음곡> 중 <전주곡>
Holberg Suite op40 "From Holberg's Time" I. Präludium
점심시간이 시작되었다! 맛있는 점심을 먹기 위해 평소보다 발걸음이 빨라진다. 사무실이 밀집해 있는 공간에서 점심시간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처럼 마음에 여유가 찾아오고 발걸음은 분주하게 움직일 때, 그 상황과 잘 맞는 음악을 들어 본다면 어떨까?
들어보면 금방 느낌이 오겠지만 이 음악이 전해주는 기분은 바로 '가슴 뜀'이다. 시종일관 발생하는 에 너지 넘치는 리듬의 반주는 분수하지만 그 속에 여유로움도 느낄 수 있다. 마치 발걸음은 바삐 움식이지만 마음 한 편엔 1시간이라는 점심시간이 주는 여유를 힘껏 즐기는 여러분의 모습을 상상해보자.
점심시간, 클래식을 반찬으로
게오르크 필립 텔레만Georg Philipp Telemann, 1681~1767
《식탁음악》 제3집 중 서곡>
Tafelmusik-Production III, Overture et Suite in B° Major
요즘엔 어느 식당을 가든 음악이 들린다. 오히려 음악 없는 식당을 찾는 것이 더 힘들다. 다만 모두 똑같은 음악을 들으면서 식사해야 한다는 점이 아쉽다. 그래서 만약 독립적인 공간에서 밥을 먹거나 혼자 밥을 먹는 상황이라면 이 음악을 들으면서 식사해보는 것도 같은 일상을 새롭게 느끼는 방법이 될 듯하다. 독일 음악가 게
오르크 필립 텔레만의 《식탁음악》 제3집 중 <서곡>이다.
이 음악은 제목 그대로 식사할 때 사용되었다. 우리의 시각을 몇백 년 전으로 옮겨보자. 그 당시에는 당연히 지금과 같은 음향 시스템이 없었다. 따라서 귀족들이 식사할 땐 주로 음악이 라이브로 연주되었다.
커피 한잔의 여유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
<커피 칸타타> 중 <트리오>
Cantata BWV 211 "Schweight Stille, plaudert nicht" (Coffee Cantata) Trio
점심 식사 이후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은 사람들에게 어느새 하나의 습관처럼 군어졌다. 그 무렵 카페는 여러 사람의 대화소리로 북적북적하다. 이때 만약 여러분이 손에 커피 한 잔을 든 채로 그 속에 앉아 있다면 어떨까? 마침 이 음악과 함께 커피를 마시면서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면, 여러분 앞에 아주 재미있는 광경이 펼쳐질 것이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커피 칸타타》 중 마지막 음악인 <트리오> 부분이다.
이 음악은 바흐가 독일 라이프치히 '치머만 커피하우스'에서의 공연을 위해 만든 작은 음악극이다. 사실 원제는 따로 있지만 커피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여서 지금은 《커피 칸타타》라고 불린다.
음악의 목적과 주제가 커피이기 때문에 여러분이 있는 카페에서 들어본다면 음악과 풍경이 하나가 되는 멋진 경험을 할 수 있다.
함께 산책하면 좋은 클래식
엑토르 베를리오즈Hector Berlioz, 1803~1869
《환상 교향곡》2악장 <무도회>
Symphonie Fantastique op.14 II. Un bal.
점심 먹고 잠시 산책할 때, 한 손에 커피를 든 상태에서 우리 귀로는 예쁜 멜로디를 가진 음악이 들려온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그래서 이번에는 점심을 즐기고 잠시 산책할 때 함께하면 좋은 클래식을 소개하려고 한다. 프랑스 음악가 엑토르 베를리오즈의《환상교향곡》 2악장 <무도회>다.
보통 음악을 들을 때 잘 안 쓰는 표현이 하나 있다. 바로 멜로디가 '예쁘다'는 말이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보통 멜로디가 좋다거나 아름답다고 이야기해도 예쁘다는 표현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곡을 한번 들어보면 이 표현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다. 《환상 교향곡》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듯한 기분을 연출한다. 누가 들어도 그 경계가 또렷하게 구분된다.
그에 맞춰 여러분의 상황을 대입해본다면 음악을 좀 더 풍성하게감상할 수 있다.
달콤한낮잠을위해
샤를 카미유 생상스Charles Camille Saint-Saens, 1835~1921
《교향곡 3번 '오르간> 1악장 중 포코 아다지오
Symphony No.3 in C minor op.78 "Organ" 1st mov (poco adagio)
하루 10분의 낮잠은 우리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준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여기에 낮잠과 아주 잘 어울리는 클래식 한 곡까지 함께한다면 그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프랑스 음악가 카미유 생상스의 《교향곡 3번 '오르간》 1악장중 포코 아다지오 부분이다.
아마 1악장이면 1악장이지, 1악장 중간 부분을 소개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이 음악을 이렇게 설명할 수밖에 없는유는 뒤에서 다시 다루겠다. 이 음악은 '오르간'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데 실제로 성당에서 사용되는 파이프오르간pe Organ 과 오케스트라가 함께 만들어가는 음악이다. 음악은 맨 처음 시작되는 오르간의 푸근하고 성스러운 울림에 현악기가 조심스럽고 천천히 음악을 입혀가면서 시작된다.
우리는강제 휴식이 필요하다
피에트로 마스카니Pietro Mascagni, 1863~1945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중 <간주곡>
Intermezzo-from Cavalleria Rusticana
2019년 6월 폴란드에서 개최되었던 U-20 월드컵.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오랜만에 우리나라 축구 팬들과 국민들에게 축구의 즐거움을 안겨주었던 대회다. 결승전에서 우크라이나에게 아쉽게 패했지만,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사상 첫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위해 열심히 경기를 뛴 어린 선수들은 팬들에게 아주 강한 인상으 남겨주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이보다 더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다. 바로 '강제 휴식'이다. 강제 휴식은 경기 전반전과 후반전 사이에 있는 정식 쉬는 시간과는 개념이 조금 다르다. 경기 중에 날씨가 너무 덥거나 선수들에게 무리가 갈 것 같다는 판단이 설 때 심판의 재량으로 선수 전원에게 잠시 숨을 고르고 물도 마실 시간을 주는 것이다.
이처럼 휴식은 우리의 컨디션에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그 중요성을 머리로는 너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웬지 휴식은 사치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럴 땐 클래식을 사용해서 자신만의 강제 휴식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피에트로마스카니의 오페라<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중 <간주곡>이다.
간주곡은 막과 막 사이 또는 장면과 장면 사이에 전환을 위해 연수하는 음악이다. 비록 지금은 하나의 연주 형식이 되었지만 오페라에서 간주곡의 기능적인 역할은 장면 전환을 위한 음악이다. 그리고 여기에 의미를 부여하자면, 성악가에게 간주곡이란 그들의 목을 잡시 쉬게 만들 수 있는 강제 휴식이라고 볼 수 있다. 당연히 대중가수에게도 간주 부분은 강제 휴식의 시간이다. 결국 좋은 공연을 위해선 중간중간 잘쉬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아하게스트레스를 해소하고싶을때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Georg Friedrich Handel, 1685~1759
오라토리오 《솔로몬》 중 <시바여왕의 도착>
Arrival of the Queen of Sheba - from Solomon HWV 67
하루를 보내는 시간 중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시간은 언제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 각자의 일을 한창 바쁘게 처리하는 낮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하루 중 스트레스가 극심하게 찾아온다면 이 음악으로 잠시 해소해보길 바란다. 영국 음악가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텔의 오라토리오 《솔로몬》 중 <시바여왕의
도착>이다.
이 음악의 핵심은 바로 제목이다. 만약 일하다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면 이렇게 혼잣말을 한번 해보자. "아오! 잠시 쉬바! 여왕의 도착이나 들어야겠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밖에서 일하는여러분에게
에런 코플런드Aaron Copland, 1900~1990
<야외 서곡>
An Outdoor Overture
낮에 일하는 모습은 제각각이지만 외근같이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배달업이나 영업직처럼 아예 밖에서 오후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있는데, 이번엔 밖에서 일과를 보낼 때 함께 사용하면 좋은 클래식을 소개하려고 한다. 미국 작곡가 에런 코플런드의 <야외 서곡>이다.
이 음악은 1900년대 미국 도심의 모습을 현대적 감각으로 만는 음악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도심에서도 음악에 담긴 감성을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졌다. 실제 음악을 들어보면 활기차고 바쁜 도시의 모습을 경험할 수 있다.
인조이 클래식
마트에서 장볼 때 점
앨버트 윌리엄 케텔비AIbert William Ketelbey, 1875~1959
<페르시아 시장>
In a Persian Market
주말이나 평일 저녁 때면 집 근처 대형 마트에 장을 보러 가게 된다. 보통은 카트를 밀며 마트 안을 돌게 되는데그 상황에 따라 클래식 한 곡을 함께 사용한다면 마트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재미있을 것이다. 영국 음악가 앨버트 케텔비의 〈페르시아 시장>이다.
제목 그대로 페르시아 시장의 풍경을 표현한 음악으로, 음악 안에 정말 다양한 시장의 모습들이 공존하고 있다. 마트 안에서 한 바퀴 돌며 물건을 구경 할 때 이 음악을 들어본다면 신기하게도 마트 안의 풍경과 음악이 매우 잘 어울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클래식으로 데이트를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Nikolay Rimsky-Korsakov,
1844-1908
《셰에라자드》3악장 <젊은 왕자와 젊은 공주>
Scheherazade op.35 III. The Young Prince and The Young Princess
퇴근후 저녁에는 연인과 함께 데이트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조금 오래된 연인이라면 매번 함께 시간을 보내며 하는 활동이 거의 같지 않을까? 만약 분위기를 환기시킬 새로운 데이트 방법이 필요하다면 클래식을 사용해서 새로운 기분을 느껴보는 것도 좋다.
러시아 음악가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셰에라자드》 3악자 <젊은 왕자와 젊은 공주>다.
이 음악은 제목처럼 젊은 남녀의 이야기를 다룬다. 거창한 사람이야기는 아니지만 그야말로 달콤하게 대화하는 장면을 떠올릴 수 있다. 연인이 함께이면 그냥 좋듯이 편안한 분위기로 시작되어서는 중간부턴 아주 가벼운 느낌의 음악이 전개된다. 그리고 이내 다시 처음의 분위기로 돌아온다.
교통체증이 심한 퇴근길에서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멜Georg Friedrich Handel, 1685~1759
《왕궁의 불꽃놀이》 중 <서곡>
Music for the Royal Fireworks HWV 351-Overture
퇴근길 차량 정체는 매일 반복해도 겪을 때마다 힘들다. 이때 잠시 클래식을 들으며 기분을 환기시켜보면 어떨까? 퇴근길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줄 이번 음악은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의 <왕궁의 불꽃놀이》중 〈서곡>이다.
불꽃 축제에서는 서로 다른모양과 크기의 폭죽이 멋진 장관을 이뤄낸다. 로켓이 발사되는 소리를 내며 쏜살같이 하늘을 향해 터지는 작은 불꽃부터 사방으로 퍼지는 부채꼴 불꽃까지 여러 폭죽이 밤하늘을수놓는다.
퇴근길 꽉 막힌 도로 위에서 점점 지쳐간다면 붉게 물든 노을을 바라보면서 그 노을빛을 폭죽들이 만들어낸 장면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가벼운 조깅을 할때
알렉산드르 보로딘Aleksandr Borodin, 1833~1887
오페라 《이고르 공》 중 <폴로베츠인의 춤>
Polovtsian Dances-from Prince Igor
요즘 가벼운 운동복 차림으로 가볍게 동네를 뛰는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가볍게 뛰는 조깅의 효능은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안다. 오늘 저녁에 조깅을 한다면 이 음악과 함께해보면 어떨까?
러시아 음악가 알렉산드르 보로단딘의 오페라 《이고르 공》 중 〈폴로베츠인의 춤>이다.
이 음악이 조깅과 잘 어울리는 이유는 바로 음악이 전개되는 흐름 때문이다.
집에서 즐기는저녁식사의 기쁨
프리츠 크라이슬러 Fritz Kreisler, 1875~1962
<사랑의 기쁨>
Liebesfreud
퇴근 후 일찍 귀가해 집에서 저녁을 먹을 때 혹은 가족을 위해 저녁을 준비할 때 아니면 집에서 즐기는 혼자만의 저녁시간에, 어느 순간이든 상관없다. 그냥 집에서 저녁을 맞이할 때 이 음악을 사용해보면 좋다. 프리츠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기쁨>이다.
제목만 듣고 생소하다고 생각한 사람일지라도 음악을 들어보면, 첫 소절만 듣고 바로 웃음이 나올 수도 있고 혹은 '아~' 하는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그만큼 제목은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이미 우리 마음속에 그 존재 자체가 각인되어 있는 음악이다.
설거지도클래식과 함께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교향곡 6번 '전원'》 2악장
van Beethoven, 1770~1827
Symphony No.6 in F Major op.68 "Pastorale" 2nd mov.
집에서 맛있게 식사하고 나서 가장 귀찮은 일 중 하나가 바로 뒷정리다. 그리고 그 뒷정리 중 가장 대표적인 일은 설거지다. 거기다가 가족들과 함께했던 저녁이라면 설거지거리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귀찮고 지루하지만 꼭 해야 하는 설거지 시간에 주방세제처럼 클래식을 사용해보자. 여러분의 주방 보조는 바로 루트비히판 베토벤이다. 그리고 그 보조가 준비해온 준비물은 《교향곡 6번'전원"》2악장이다.
베토벤의 《교향곡 6번》엔 '전원'이란 부제가 붙어 있고 각 악장에도 작은 부제들이 있다. 그중 2악장의 부제는 '시냇가에서'다. 시냇가 하면 곧바로 흐르는 시냇물과 주위의 새소리처럼 순리대로 흘러가는 자연의 움직임이 떠오를 텐데, 이 음악의 분위기가 딱 이와 같다.
헬스장에서도클래식과 함께
미하일 글린카Mikhail Glinka, 1804~1857
오페라 《루슬란과 루드밀라> 중 <서곡>
Ruslan and Lyudmila-Overture
저녁에 가장 많이 하는 일 중 하나가 운동이다. 보통 헬스장에 가는 경우가 많은데, 헬스장에서는 힘든 근력 운동을 더 효과적으로 돕기 위해 주로 자극적이고 빠른 음악을 틀어준다. 실제로 쿵쿵거리며 나오는 음악들은우리의 운동 의지를 올려주기도 한다.
하지만 매일 듣는 음악 말고 다른 음악으로 운동을 하고 싶다면, 클래식을 사용해서 여러분의 운동시간을 조금 색다르게 경험해보는 것도 좋다. 러시아 음악가 미하일 글린카의 오페라<루슬란과 루드밀라》 중 <서곡>을 들어보자.
굿나잇 클래식
잠시 밤하늘을바라보며
클로드 드뷔시Claude Debussy, 1862~1918
《베르거마스크 모음곡》 중 <달빛>
Clair de lune – from Suite Bergamasque
스마트폰은 우리에게 필수 아이템이 된지 오래다. 다양한 편리함을 제공해주지만 이에 따른부작용도 함께한다. 그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거북목 증후군이 있다.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을 오래 봐서 목에 부담이 가면 생기는 질병인데, 이를 알면서도 고개를 숙이는게 습관처럼 굳어져버려 잘 고쳐지지 않는다. 그래서 가끔씩 생각날때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서 가볍게 목을운동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하지만 이게 또 마냥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한 상황에 놓인다면? 이 순간 사용하면 좋은 음악, 프랑스 음악가 클로드드뷔시의 <베르거마스크모음곡> 중 <달빛>이다.
반신욕할때
펠릭스 멘델스존 Felix Mendelssohn-Bartholdy, 1809~1847
<고요한 바다와 즐거운 항해 서곡>
Overture-Meerestille und glückliche Fahrt op.27
욕조에 따뜻한 물을 가득 받아놓고 그 안에 몸을 담그고 물의 온기를 느끼는 시간, 반신욕. 하루의 피곤함이 풀리는 여유를 느낄수 있다. 반신욕이나 목욕을 할 때도 클래식과 함께한다면 그 순간을 더 여유 있고 낭만적으로 만들 수 있다. 펠릭스 멘델스존의 <고요한 바다와 즐거운 항해 서곡>이다.
이 음악은 처음에 낮은 현악기의 울림으로 시작되는데, 마치 멈춰있는 듯한 음악의 전개는 욕조에 고요하게 받아진 따뜻한 물과 잘 어울린다. 개인적인 욕심으로 더 자세하게 음악의 느낌을 묘사하고 싶지만, 직접 여러분이 눈을 감고 장면을 상상하며 이 음악을 듣거나 혹은 실제 목욕할 때 이 음악을 들어보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다.
아쉬움이 가득한 하루를보냈다면
지아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 1858~1924
오페라 《투란도트》 중 <아무도 잠들지 마라>
Nessun dorma (ver. Orchestra)
아쉬운 하루를 보낸 뒤 자려고 누우면 자꾸 괜한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경험을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 아쉬움을 계속 곱씹자니 흘러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고 잠만 오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클래식을 사용해서 기분을 전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잠자리의 편안함을 느끼고싶을때
안토닌 드보르작Antonin Dvorak, 1841~1904
《현을 위한 세레나데》 1악장
Serenade for Strings in E Major op.22 1st mov.
하루를 마치고 자려고 누웠을 때, 그날따라 이불이 포근하고 폭신한 기분이 든다면 정말 기분 좋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 그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음악이 흘러나온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그래서 이와 같은 순간에 함께 사용하면 좋은 클래식을 소개한다. 체코 음악가 안토닌 드보르작의《현을 위한 세레나데》 1악장이다. 세레나데는 '밤의 노래'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 안의 뉘앙스를 좀 더 감각적으로 해석해보자면 '밤에 전하는 사랑의 노래'라고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자신에게 보내는 따뜻한말한마디
조르쥬 비제Georges Bizet, 1838~1875
<카르멘 모음곡> 중 <인터메초>
Carmen Suite No.1 III. Intermezzo
하루를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누운 순간 누군가 자신에게 오늘 하루도 고생했다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해준다면 어떨까? 그것도 한명이 아닌 여러 명이 돌아가면서 이야기한다면? 아마도 하루의 피로가 싹 풀리지 않을까. 그래서 그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한 순간, 그러나 누군가에게 해달라고 하기도 애매한 상황에는 클래식
을 통해 따뜻한 한마디를 전해 듣는 것도 좋다. 프랑스 작곡가 조르쥬 비제의 《카르멘 모음곡》 중 <인터메초>다.
잘자, 좋은꿈 꿔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 1810~1856
《어린이의 정경》 중 <꿈>
Kinderszenen op.15 VII. Träumerei
밤은 우리에게 다양한 감정과 생각을 안겨준다. 그리고 아주 가끔씩 문득 나의 어릴 적 꿈 혹은 지금의 모습이 과연 내가 원했덴 모습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불러온다. 조심스럽게 예상해보지만 아마도 지금 여러분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은 마냥 즐거워 보이지만은 않을 것이다. 물론 지금의 모습에 매우 만족한다면 그야말로 최고의 밤이 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모습이 아니어서 괴롭다면, 또는 지나간 과거에 대한 후회가 밀려온다면 오늘 밤은 이음악을 들으면서 잠시 여러분의 마음을 달래주자.
하루를마무리하며
샤를 구노Charles Gounod, 1818~1893
<아베 마리아>
Ave Maria
하루를 마무리할 때, 스스로에게 '오늘 하루 어땠어?라고 물어보는 것은 생각보다 근사하다. 혹시 쑥스러워서 아직 못해본 분이 있다면 오늘 한번 시도해보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하루의 안부를 묻는 그 순간을 클래식과 함께한다면 더욱 근사한 경험이 될 것이다. 자신에게 안부를 묻는 음악, 프랑스 음악가 샤를 구노의<아베 마리아>다.
<아베 마리아>는 '마리아여, 안녕하십니까?'라는 의미를 가진 노랫말이다. 종교적인 의미로 인해서 많은 작곡가가 <아베 마리아>들 작곡했고 우리에게도 여러 버전이 소개가 되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소개하고 싶은 음악은 프랑스 음악가 샤를 구노가 작곡한 <아베 마리아>다.
밤에 쉽게 잠에 들지 못할 때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
<골드베르크 변주곡>
Goldberg Variations BWV 988
밤에 자려고 누웠을 때 괜히 잠이 오지 않을 때가 있다. 보통 그 이유는 각자 다른 사정이 있어서겠지만 이런 시간이 오랜 기간 지속되면 불면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요즘 쉽게 잠이 안 온다면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사용해 잠을 청해보길 바란다.
왜냐하면 이 음악은 바흐가 오직 불면증을 위해 작곡했기 때문이다. 연주 시간 또한 50분 정도로 매우 길다.
2장 자연을 노래하는 클래식
유명 연주자의 인터뷰를 보면 모두 자신이 생각하는 클래식의 의미와 깊이를 이야기한다. 물론 그 이야기가 모두 이해되거나 공감되진 않는다. 그들의 표현이 독특하다기보단 내가 그 위치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그들의 철학을 아직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인터뷰를 읽을 때마다 과연 내가 저 위치에 도달해서 비슷한 깊이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을지 생각해본 적이 있다.
그러던 중 어느 연주자가 그동안 내가 고민해왔던 내용을 아주 깊고 멋지게 표현한 걸 보았다. "클래식 음악은 자연을 닮으려고 노력하며 자연을 노래하고 대변한다. 그리고 자연 그대로의 방식으로 연주하고 최대한 자연의 소리와 비슷한 사운드를 내려고 하는 것이 바로 클래식이다." 결국 앞에서 언급한 음향장치를 거치지 않은 자연적인 울림이라는 말과 같은 소리다.
우리가 몇백 년 전 서양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서양음악(우리나라에서는 이것을 클래식이라고 통칭한다.)을 듣고 그 안에 녹아든 이야기를 이해하고 공감하긴 어렵지만, 자연을 중심으로 만든 음악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들이 겪었던 자연은 지금 우리도 함께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러분에게 클래식이 전해주는 자연을 소개하려고 한다.
이번 장에서는 사계절을 중심으로 음악을 구성했다. 뚜렷한 날씨와 계절은 작곡가들에게 좋은 영감을 가져다주었다.
그중 우리에게 가장 유명한 음악은 비발디의 《사계》다. 비발디의 《사계》와 더불어 각 계절의 감성을 작곡한 음악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꼽아봤다. 각 계절에 사용할 수 있는 클래식 음악들로 계절의 감정과 감성을 풍부하게 느껴보길 바란다.
스프링 클래식
봄이 왔다
안토니오 비발디Antonio Vivaldi, 1678~1741
《사계》 중 <봄〉 1악장
Concerto No.1 in E Major RV 269 La primavera(Spring)" 1st mov.
사계절, 즉 '사계'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음악가가 있다. 바로 이탈리아 음악가 안토니오비발디다. 비발디의 《사계》는 워낙 유명하고 심지어 교과서에서도 만날 수 있는 음악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그냥 감각적으로 음악을 느끼면 된다. 하지만 이 음악이 어떤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는지 알게 된다면 그동안 어렴풋한 이미지로 경험했던 음악을 퀄리티 높게 즐겨 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우리가들어볼《사계》 중 <봄>의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겠다.
봄이 왔다.
작은새들은 즐겁게 노래하며 봄에게 인사한다.
산들바람에 실려 나와 냇물은 도란도란흘러간다.
하늘이 어두워지자, 봄날의 천둥이 울려 퍼지고, 번개가 번
폰풍우가 지나가고 나면 작은새들이 다시 아름다운 노래를
지저귀기 시작한다.
웅장한봄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 1810~1856
《교향곡 1번 '봄'》 1악장
Symphony No.1 in B° Major op38 "Spring" 1st mov.
봄을 맞이하는 기분과 봄이 주는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래서 이번엔 교향곡이 전하는 웅장한 봄을 소개하려고 한다. 독일 음악가로베르트 슈만이 작곡한 《교향곡 1번 '봄’》 1악장이다.
이 교항곡은 일명 '봄 교향곡'으로 불린다. 자연에서 느껴지는 봄을 음악으로 옮겼다기보다는 작곡가가 생각하는 철학적인 봄의 풍경을 교향곡에 담은 것이 특징이다. 맨 처음 시작하는 트럼펫의 팡파르가 봄의 시작을 알리는 하나의 상징이라고 생각해보자. 음악을 들으면 그 팡파르에 맞춰 주변의 풍경이 하나둘씩 봄의 이미지로 변해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트럼펫의 팡파르가 울리면 주위의 자연은 마치 오랜 시간 팡파르를 기다렸다는 듯, 어두웠던 색은 초독색으로 변하고 나무와 꽃은 활짝 피어나게 된다.
따라서 이 교향곡을 들을 땐 트럼펫 팡파르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모습을 함께 좇아가면서 깨어나는 자연을 느껴보자. 봄의 화사함이나 아름다움보다는 봄이 가져다주는 새로운 변화의 시작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원시적인 봄
이고르 스트라빈스키1gor Stravinsky, 1882~1971
《봄의 제전》 중 파트1 <대지에의 찬양>
Le Sacre du Printemps, Part 1: Adoration de la Terre
봄은 시작을 상징하기에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그 시작을 기념하는 행사나 의식이 진행되었다. 그중 아주 오래전 사람들이 행했던 의식들은 예술가에게 큰 도전 영역이 된다. 정제되지 않은 당시의 분위기를 재현하는 것, 그리고 그 모습을 예술로 승화시켜서 무대 위에 올릴 때 사용되는 음악 또한 모험이고 도전이다. 보통 이러한 예전 의식을 '제전'이라고 하는데, 이번에는 봄이 시작되는 의식 《봄의 제전>이라는 음악을 소개하려고 한다. 바로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중 파트1 <대지에의 찬양>이다.
원시 부족의 의식은 신선하면서도 한편으론 무서움이 느껴진다.
새 학기, 새로운출발
요하네스 브람스Johannes Brahms, 1833~1897
<대학축전 서곡>
Academic Festival Overture op.80
봄은 자연이 본격적으로 깨어나는 시기이자 우리의 새로운 생활이 시작하는 시기다. 처음 학교에 가는 날이거나 새로운 직장에 출근하는 날이라면 이 음악을사용해보길 바란다. 독일 음악가 요하네스브람스의 <대학축전 서곡>이다.
봄에 펼쳐지는 대학 캠퍼스의 이미지를 상상해보자. 푸른 잔디 위로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고 그 옆의 벤치에서는 이어폰을 꼽고 잠시 동안 계절을 즐긴다. 흔히 말하는 대학 캠퍼스의 낭만이다.
음악은 이곳에서 시작한다. 마치 하늘에서 드론으로 캠퍼스를 내다보면 그 안까지는 자세히 보이지 않지만 대학교의 활기 넘치는 모습을 감각으로 느낄 수 있다.
우리가잠든사이, 봄이 태어나는과정을 느껴보고싶다면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 1860~1911
<교향곡 1번 '거인"》1악장
Symphony No.1 in D Major "Titan" 1st mov.
우리가잠든 새벽에 자연은 어떻게 깨어날까? 혹은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는 딱 하루가 있다면 그날 새벽 자연의 모습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이 과정을 느껴볼 수 있는 교향곡이 있다.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1번 '거인"》 1악장이다.
이 음악의 앞부분을 듣고 느낀 대로 한번 표현해봤다.
아무도없는 고요한 새벽, 자연 속에서 나무와 꽃은 각자 고요하게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윽고 멀리서 트럼펫의 평파르가 그들의 움직임을 재촉한다. 이에 맞춰 빛이 조금씩 스며들고 자연이 서서히 깨어나기 시작한다. 그리고우리가 생각하는 다체로운 색상을 가진 봄이 시작된다.
핫 썸머 클래식
에어컨바람과 함께
표트르 차이콥스키Pyotr Chaikovskii, 1840~1893
《교향곡 5번》3악장
Symphony No.5 in E minor op.64 3rd mov.
푹푹 찌는 거리에서 에어컨이 아주 빵빵하게 틀어져 있는 건물 내부로 들어왔을 때, 에어컨의 시원한 바람을 맞이하는 순간의 기분은 가슴 속까지 시원할 정도다. 그리고 그 순간 에어컨 바람과 잘 어울리는 클래식 한 곡이 흘러나온다고 상상해보자. 모르긴 몰라도 그 시원함이 배가될 것이다. 뜨거운 여름일수록 듣기좋은 음악이다.
상큼함을느끼고싶을 때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Gcorg Friedrich Handel, 1685~1759
<하프 협주곡》 1악장
Harp Concerto in B Major op4-6 HWV 294. 1st mov.
청량감이 느껴지는 음료수의 CF는 거의 대부분 해변가가 배경이다. 그도 그럴 것이 무더위 속에서 한바탕 놀고 나면 목이 마른것은 당연한데, 그때만큼은 갈증을 해소해줄 시원하고 상큼한 음료수한 잔이 간절하다. 톡 쏘는 청량감과 열매과일의 맛을 가진 음료수, 이번엔 한여름의 청량한 감각을 느끼게 해줄 음악을 소개하려고한다.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의 《하프 협주곡》 1악장이다.
하프의 소리를 감각적으로 표현하자면 한마디로 '톡톡 터지는 상쾌함이라고 묘사할 수 있다. 《하프 협주곡》의 연주 방법은 그 상쾌함을 더욱 돋보이게 도와준다. 거기에 우아하고 아름다운 멜로디는 덤이다. 과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은 그야말로 딱 좋은 탄산이 터지는듯한 느낌의 음악.
여름철 탄산음료와 같은 하프의 소리로 더위에서 잠시나마 벗어나보자. 클래식을 사용해 여러분의 정신을 환기시키는 것도 여름의 무더위를 이겨내는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맹별이 내리쬐는 길에서
알렉산드르 보로딘Aleksandr Borodin, 1833~1887
<중앙아시아의 초원 위에서>
In the Steppes of Central Asia
무더운 여름에 어쩔 수 없이 거리를 걸어야 한다면 흐르는 땀과 맹별을 참고 빨리 가는 수밖에 없다. 이처럼 어쩔 수 없이 견뎌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그 상황과 잘 어울리는 음악을 사용해 짜증 나는 기분을 조금 누그러뜨려보면 어떨까? 이때 사용할 음악으로 러시아 음악가 알렉산드르 보로딘의 <중앙아시아의초원 위에서>를 추천한다.
맨 처음 시작되는 바이올린의 고음 연주는 마치 내리쬐는 햇볕을 연상하게 한다. 바이올린에 이어 차례로 등장하는 멜로디는 더위에 지친 사람들의 모습을 연출한다. 이런 멜로디를 듣고 있다 보면 땡볕이 내리쬐는 한여름, 거리에서 더위에 지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것이다. .
장마철 빗소리와함께 듣기 좋은 클래식
프레데리크 쇼팽Fryderyk Chopin, 1810~1849
<전주곡> 중 <15번 '빗방울'>
Preludes op28, No.15 in D° Major Raindrop'
여름철 뜨거운 태양과 무더위가 우리를 지치게 만들지만 오랜 기간 지속되는 장마도 달갑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자연현상은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저 주어진 날씨에 적응해야 하는데 이때 클래식의 도움을 받아보길 바란다. 장마와 어울리는 음악, 폴란드 음악가 프레데리크 쇼팽의 《전주곡》 중 <15번 '빗방울'>이다.
여름저녁, 야외에서 시원한 바람을느끼며
A Felix Mendelssohn-Bartholdy, 1809-1847
<한여름 밤의 꿈》 중 <서곡>
A Midsummer's Night Dream-Overture op.21
여름철 가장 큰 묘미는 야외활동이다. 한강 둔치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만끽하는 저녁을 떠올려보자. 그리고 이 순간에 음악이 함께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여름 저녁, 음악이 필요하다면 이 음악을 꼭 사용해보길 바란다. 펠릭스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 중 <서곡>이다.
음악이 시작되면 마치 어디론가 빠져들어가는 듯한기분이 들다가 이내 여름철의 불청객 벌레를 만나게 된다. 사실은 요정의 숲으로 들어가며 만난 요정들의 모습을 표현한 것인데, 재미있게도 작은 요정들이 날갯짓을 하며 모여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마치 불빛아래 모여드는 벌레들의 움직임과도 잘 어울린다.
폴 인 클래식
환절기도 클래식과 함께
게오르크 마티아스 본Gcorg Matthias Monn, 1717~1750
<첼로 협주곡》 2악장
Cello Concert in G minor 2nd mov.
계절의 변화는 흘러가는 날짜보다 피부로 와닿는 부분이 크다. 예를 들어 길거리에서 맞는 바람의 온도나 환절기마다 찾아오는 알레르기와 같은 불청객들로 변화를 느낀다. 하지만 계절이 넘어가는 시기의 가장 큰 장점은 양쪽 계절을 모두 겪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아침엔 덥지만 저녁엔 쌀쌀해지는 날씨 말이다. 그래서 이런 환절기, 특히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에 함께 사용하면 좋은 클래식을 소개하려고 한다. 준비한 음악은오스트리아 음악가 게오르크 마티아스 몬의 《첼로 협주곡》 2악장이다.
등산로에서 사용하면 좋은 클래식
에드바르드 그리그Edvard Grieg, 1843~1907
《페르 귄트 모음곡 1번》 중 <아침 기분>
Peer Gynt Suite No.1 op46 "Morning Mood"
가을의 묘미는 단연 단풍놀이다. 그리고 등산의 묘미는 가을 산행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이번엔 등산할 때 등산로 초입에서 함께 사용하면 좋은 클래식을소개하려고 한다. 노르웨이 음악가 에드바르드 그리그의 《페르 귄트 모음곡 1번》 중 <아침 기분>이다.
이 음악은 마치 새가 날아다니며 반갑게 맞이해주는 듯한 플루트 연주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새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자연 한복판에 서 있는 기분이 든다. 마치 등산로 입구에서 조금만 들어가면 마주하게 되는 산속의 풍경을 경험하는 것 같다. 등산로 초입에서 이 음악을 들으며 등산을 시작해보자. 그럼 자연을 좀 더 입체적으로 느끼고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겨울의 문턱에서
에드바르드 그리그Edvard Grieg, 1843~1907
<가을 서곡>
In Autumn-Overture op.11
계절이 바뀌기 전에는 결정적인 자연의 변화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비다. 여름철에 태풍이 왔다가고 기온이 뚝 떨어지늦, 가을비 뒤에도 기온이 뚝 떨어져 겨울을 맞이하게 된다. 그래서 가을을 마무리하고 겨울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함께 사용하면 좋은 클래식을 준비했다. 에드바르드 그리그의 <가을서곡>이다.
이 음악은 신기하게도 가을의 낭만을 음악으로 표현한 게 아니라 까칠함이라고 볼 수 있는 가을의 표정을 음악으로 담았다. 내용은 가을 태풍이지만 우리나라에선 가을비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보슬보슬 내리는 비가 아닌 아주 세차게 내리는 비.
길거리의 낙엽을 보며
요하네스 브람스Johannes Brahms, 1833~1897
<헝가리 무곡 1번>
Hungarian Dances WoO 1, No.1 in G minor
우리나라에서 오케스트라 앙코르 곡으로 가장 많이 연주되는 음악 중 하나는 바로 독일 작곡가 요하네스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이다. 총 21개의 곡으로 구성된 이 음악에서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곡은 <헝가리 무곡 5번>이지만 가을에 유독 어울리는 음악은 <헝가리 무곡 1번>이다.
이 음악은 현악기의 멜로디로 시작하는데 이는 마치 가을에 부는 바람과 같이 느껴진다. 이윽고 펼쳐지는 목관악기들의 빠르게 하행하는 멜로디는 마치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이 장면은 음악 초반에 4번 정도 나타나는데 그때마다 조금씩 다르게 진행된다. 이 짧은 구간의 음악만으로 벌써 진한 가을의 모습이 나타난다. 낙엽이 많이 떨어진 거리나 산책로에서 이 음악을 들으며 잠시 자연을 바라본다면 여러분이 도착하기 전 나무가 흔들리고 낙엽들이 떨어졌던 과거의 이야기가 주마등처럼 전해질 것이다.
가을 산책 그리고 공허함
요하네스 브람스ohannes Brahms, 1833~1897
《교향곡 4번》1악장
Symphony No.4 in E minor op.98 1st mov.
떨어진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거리를 거닐 때면 마음속에 다양한 감정이 공존한다. 낭만적이고 달달한 사랑의 기분을 느끼기도 하는 반면에 문득 스쳐가는 쓸쓸함은 우리에게 공허함을 안겨주기도 한다. 이러한 감성은 사계절 모두 찾아오지만 유독 가을에 더욱 진해진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밝은 감성이나 어두운 감성 모두 우리의 소중한 감정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공허하거나 쓸쓸함이 느껴질 때면 그 기분을 제대로 느끼는 것이 좋다. 그래서 그 순간 함께 사용하면 좋은 클래식을 소개하려고 한다. 요하네스 브람스의 《교항곡 4번》 1악장이다.
윈터 클래식
창밖의 겨울을 바라보는즐거움
안토니오 비발디Antonio Vivaldi, 1678~1741
《사계》 중 <겨울> 2악장
Concerto No.4 in F minor RV 297 “L'inverno(Winter)" 2nd mov.
겨울의 가장 큰 묘미는 창밖으로 바라보는 계절감이다. 따뜻한 실내에서 바라보는 한겨울 야외는 나름의 운치가 있다. 그리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따뜻한 차 한 잔을 손에 든 채 창밖을 바라본다면 겨울만의 낭만이 느껴진다. 겨울의 낭만을 더욱 고조시켜줄 음악, 안토니오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 2악장이다.
눈 쌓인 거리를 걸을때
표트르 차이콥스키Pyotr Chaikovskii, 1840~1893
<안단테 칸타빌레>
Andante Cantabile-from String Quartet No.1
빼놓을 수 없는 겨울의 낭만은 바로 눈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자면 눈 쌓인 거리를 천천히 눈을 밟으며 지나갈 때다. 뽀득뽀득 소리와 함께 하얀눈밭을 걸을 때, 그 기분은 다른설명이 필요 없다. 한겨울 눈이 쌓인 거리를 걸을 때 함께 사용하면 좋은 음악으로 표트르 차이콥스키의 <안단테 칸타빌레>를 추천한다.
소리의 따뜻함을느끼고싶을때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 1810~1856
《4대의 호른을 위한 협주곡》 1악장
Konzertstück for 4 Horns in F Major op.86. 1st mov.
앞서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에서 '겨울은 원래 추운 계절이고 이것이 겨울이다.'라는 내용이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래도 겨울에 따뜻함이 그리운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따뜻한 음악을 소개하려고 한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후끈한 소리라는 말이 맞을 것 같다. 슈만의 《4대의 호른을 위한 협주곡》 1악장이다.
반짝이는 12월 거리에서
지아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 1858~1924
<라보엠 판타지>
La Boheme: A Fantasy for Orchestra
한 해 중 거리가 가장 반짝이고 화려해지는 달은 12월이다. 바로 크리스마스가 있기 때문이다. 거리와 건물모두 너나없이 크리스마스 장식을 해놓는데 이 장식들이 모여서 화려한 12월의 길거리 풍경을 만들어낸다. 그리고우리는 이런 화려한 모습들을 한달 내내 보게 되는데 이럴 땐 눈에 보이는 풍경과 비슷한 음악을 함께 감상하면 좋다. 크리스마스 거리와 어울리는 음악, 바로 지아코모 푸치니의 <라보엠 판타지>다.
새해의 결심
존필립 수자John Philip Sousa, 1854~1932
<맨하탄 해변 행진곡>
Manhattan Beach
새해를 맞이하면 누구나 목표를 정한다. 그리고 가장 대표적인 목표 중 하나는 다이어트다. 나도 항상 실패하는 목표기도 하다. 처음엔 의욕적으로 다이어트를 시도하지만 여러 사정 때문에 미루게 되고 결국엔 타협하게 된다. 그래서 꾸준하게 운동과 다이어트를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다. 가장 효과가 좋은 방법은 자신이 원하는 몸을 가진 사람의 사진을 방에 붙여놓고 자주 보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의지가 좀 더 오래 지속된다고 한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이번엔 다이어트에 대한 의지를 지속하고 싶을 때 함께 사용해보면 좋은 음악을 준비했다. 미국 작곡가 존 필립 수자의 <맨하탄 해변 행진곡>이다.
봄을기다리며
펠릭스 멘델스존Felix Mendelssohn-Bartholdy, 1809~1847
《무언가》 중 <봄의 노래>
Lieder ohne Worte op.62-6 in A Major "Früingslied"
우리는우리도 모르게 클래식을 자주 듣고 있다. 나중에 자주 듣던 음악의 제목을 알았을 때 정말 반가운 기분을 느낄 수 있는데 지금 소개하려는 음악이 그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생각한다. 멘델스존의 <무언가》 중 <봄의 노래>다.
보통 이 음악을 들었을 때의 기분을 생각해본다면 아마도 짜증을 낸 경우가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바로이 음악이 통화연결음으로 자주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전화를 받지 않아 하염없이 이음악을 들으며 기다렸던 경험들은 한 번쯤은 다 있을 것이다. 이 음악의 부제는 <봄의 노래>로 마치 봄에 느껴지는 기분과 산뜻함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3장 클래식이 전하는 행복
우리가 행복을 느낄 때는 언제일까? 과연 무슨 일이 생겨야만 행복할까? 어떤 책에서는 행복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행복은 주관적인 안녕이다." 이처럼 우리가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기준은 너무나도 다르다. 누군가는 어느 날 아무 준비 없이 떠나는 여행에서 행복을 느끼고, 누군가는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에게 감동적인 선물을 받았을 때 행복을 느낀다. 또 누군가는 반대로 상대에게 아주 특별한 선물을 전해주었을 때 행복하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간혹 자신의 건강이 최고의 행복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양복에는 정답이 없다. 그저 여러분 각자가 행복하다고 느끼면 된다. 그래서 이번 장에서는 우리가 삶에서 소소하게 행복을 느끼는 지점을 잡아 그것에 클래식을 연결시켜봤다. 클래식이 전하는 행복을 꼭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클래식과 떠나는 여행
출발
요한 슈트라우스 2세Johann Strauss II, 1825~1899
<관광열차 폴카>
Vergnüngszug - Polka schnell op.281
즐거운 여행을 위해선 이동수단도 중요하다. 이번 여행에서 내가준비한교통편은 열차다. 바로 관광열차.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관광열차 폴카>는 제목 그대로 관광열차의 즐거움과 설렘을 폴카로 만든 음악으로, 여러분이 이 음악으로 여행의 설렘을 느끼고 시작했으면 좋겠다. 여기선 음악에 관한 설명은 생략하려고 한다. 사실 이 음악 안에 큰 내용이나 이야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제목대로 관광열차의 느낌을 '폴카라는 춤곡을 사용해 작곡했을 뿐이다. 우리는 그저 음악이 주는 즐겁고 신나는 기분을 만끽하면 된다. 그럼 출발!
이탈리아 로마
오토리노 레스피기Ottorino Respighi, 1879~1936
교향시 《로마의 분수》 중 <한낮의 트레비 분수>
Fontane di Roma P.106, III. La Fontana di Trevi al meriggio
이탈리아의 대표 도시 로마, 많은 역사 유물과 그에 얽힌다양한 이야기가존재하는 이곳은 분수의 도시로도 알려져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트레비 분수로 여행을 떠나보자. 이탈리아 음악가 오토리노 레스피기의 교향시 《로마의 분수》중 <한낮의 트레비 분수>다.
스페인 그라나다
프란시스코 타레가Francisco Tarrega, 1852~1909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Recuerdos de la Alhambra
유럽을 여행하며 그 나라의 유적지를 경험하다 보면 다양한 문화를 조우할 수 있어 저절로 감탄이 나온다. 특히 왕족이나 귀족들이 살았던 궁전은 우리나라 고궁과 사뭇 다른 감성을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이번엔 여러분과 함께 스페인의 오래된 유적지를 가보려 한다.
오스트리아 빈
프란츠 폰 주페 Franz von Suppe, 1819~1895
<빈의 아침, 낮, 밤 서곡>
Ein Morgen, ein Mittag, ein Abend in Wien-Overture
아침 일찍 숙소에서 나와 자연을 느끼고 낮에는 활기찬 거리를 만끽하며 밤에는 화려한 도시를 즐기는 것, 새로운 도시를 여행하는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다. 이번엔 오스트리아 수도 빈을 마음껏돌아다녀보자. 프란츠폰주페의 <빈의 아침, 낮, 밤 서곡>이다.
프랑스파리
조지 거슈윈George Gershwin, 1898~1937
따리의 미국인〉
An American in Paris
개선문과 에펠탑, 그리고 모나리자가 소장되어 있는 루브르박물관은 파리를 대표한다. 거기다가 거리에서 사 먹는 바게트와 에스프레소는 파리 여행의 묘미를 더해준다. 이렇게 활기찬도시 파리을 클래식으로 느껴볼 수 있는 곡, 미국 음악가 조지 거슈윈의 <파리의 미국인>이다.
영국 런던
에드위드 엘가Edward Elgar, 1857~1934
<코카인 서곡(런던 시내에서>
Cockaigne(in London Town)-Overture op40
이번 여행지는 영국의 수도 런던이다. 우리는 다른도시를 여행할 때 책에 나오는 관광지 말고 현지인의 문화와 생활을 경험할수 있는 여행지를 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현지 음식을 맛보고 그들의 생활에 깊숙이 들어가보면 우리가 생각하고 바랐던 상황과 조금 이질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이 또한 여행의 묘미가 될 수 있는데 이번 런던 여행은 살짝 이질감을 느껴볼 수 있는 음악으로 준비했다. 영국 음악가에드워드 엘가의 <코카인 서곡>이다.
여기서 코카인은 마약류의 코카인cocaine 이 아니라 무릉도원이라고 불리는 중세 시대의 낙원 코카인cockaigne을 의미한다. 예전에는 런던 시내를 무룽도원에 비유해 코카인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 음악
은 전반적인 런던 시내의 초상화와 같다고 볼 수 있다. 마치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는 당시의 런던을 느낄 수 있다.
스코틀랜드 헤브리디스 제도
펠릭스 멘델스존Felix Mendelssohn-Bartholdy, 1809~1847
<헤브리디스 '핑갈의 동굴' 서곡>
Die Hebriden-Overture "Fingal's Cave" op.26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고 자연이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낸 풍경은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다. 그중 동굴은 정말 자연이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아주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스코틀랜드 헤브리다디스 제도의 한 동굴로 떠나보려고 한다. 펠릭스 멘델스존의 <헤브리디스 '평갈의 동굴' 서곡>이다.
핀란드 이발로
장 시벨리우스Jean Sibelious, 1865~1957
<교향곡 2번>3&4악장
Symphony No2 in D Major op43, 3rd &4th mov.
여행에서 만나는 대자연은 엄청난 감동을 선사한다. 굳이 다른 나라로 찾아가 자연을 만나는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경험할 수 없는 자연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엔 그 대자연을 함께 여행하려고 한다. 북유럽의 나라, 핀란드 하면 오로라가 떠오른다. 오로라를 보기 위해선 헬싱키 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이발로라는 곳으로 가야 하는데, 이번에는 바로 이 이발로의 대자연과 오로라가 떠오르는 음악을 들어보자. 핀란드 작곡가장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2번》 3악장과 4악장이다.
《교향곡 2번》의 3악장과 4악장은 연결되어 있다. 참고로 교향곡 약장과 악장 사이를 쉬지 않고 연결해서 연주하는 것을 이탈리아어로 아타카Attacca 라고 한다. 3악장과 4악장을 연결해서 들으면 마치 우리가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는 모습과 환승하는 모습, 도착해서 마수하게 되는 대자연의 광경을아름다운 선율로느낄 수 있다.
체코 프라하
베드르지흐 스메타나Bedrich Smetana, 1824~1884
교향시 《나의 조국》중 <블타바>
Ma Vlast, II. Vltava
체코의 수도 프라하는 강 건너 구경하는 프라하 성의 야경이 유명하다. 고즈넉하며 고풍적인 풍경은 정말 프라하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성을 전해준다. 서울의 한강에서 건너편 건물들의 화려한 야경을 보는 것과는 조금 다른 기분이다. 그래서 이번엔 체코의 음악가 베드르지흐 스메타나의 음악을 통해 프라하로 여행을 떠나보려고 한다. 스메타니나의 교향시 《나의 조국》 중 〈블타바>다.
미국 그랜드캐니언
퍼디 그로페Ferde Grofe, 1892~1972
<그랜드캐니언 모음곡> 중 <일출>
Grand Canyon Suite, I. Sunrise
미국 하면 떠오르는 광경들이 많다. 미국 드라마에서 자주 볼수 있는 뉴욕의 타임스퀘어와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LA의 헐리우드 또는 마이애미 해변가다. 하지만 이번엔 미국 아리조나 주에는 거대한 협곡으로 떠나보려고 한다. 바로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 이다. 음악은 미국 음악가 퍼디 그로페의 <그랜드캐니언 모음곡>을 준비했다.
멕시코 멕시코시티
에런 코플란드Aaron Copland, 1900~1990
<엘 살롱 멕시코>
El Salon Mexico
새로운 도시를 경험하기 위해선 그들의 놀이를 함께 하면 좋다. 예를 들어 동네 펍에 가서 맥주를 마신다거나 사람 사는 냄새를 듬뿍 느낄 수 있는 야시장에 가는 것이다. 특히 각 도시의 밤은 그곳의 분위기를 잘 알려준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1930년대 멕시코의 유명한 댄스홀 '엘 살롱 멕시코'로 여러분과 함께 여행을 떠나보려고 한다. 미국 작곡가 에런 코플란드가작곡한 동명의 음악 <엘 살롱 멕시코>다.
도심에 있는 유명한 댄스홀은 그 외관마저 화려하다. 그리고 그 문을 여는 순간 음악이 시작한다. 화려한 입구를 통과해 안으로 들어가면 아주 재미있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술을 한잔 한트럼펫 아저씨와 클라리넷 아줌마의 흥겨운 대화가 오늘의 분위기를 미리 말해준다.
우주목성
구스타브 홀스트Gustav Holst, 1874~1934
《행성》 중 <목성>
The Planets op.32, Jupiter - The Bringer of Jollity
이번 여행의 마지막은 아주 근사한 곳으로 떠나보려고 한다. 바로 우주여행이다.
신기하게도 우주여행에 대해서는 아마도 거의 다 비슷한 광경을 떠올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가 실제로 가본 적이 없기 때문이기도하지만, 보통 영화혹은 만화에서 표현하는 우주여행의 장면들을 상상하기 때문이다. 그럼 잠시 그 장면들을 떠올려보자.
도착
에밀 발트토이펄펠Emil Waldteufel, 1837~1915
<고속열차>
Grande Vitesse
클래식과 함께 떠났던 이번 여행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이제 집으로 돌아와야하는데 여행의 시작을 기차와 함께했으니 그 마무 너도기차와 함께해보자. 물론 우리가 시작할 때 타고 갔던 관광열차와는 성격이 다른 기차다.
음악가들로부터의 선물
드보르작의 선물
안토닌 드보르작Antonin Dvorak, 1841~1904
<카니발 서곡>
Carnival Overture op.92
안녕하세요. 저는 체코 음악가 드보르작이라고 합니다.
먼저 이렇게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진심으로 기쁩니다. 맨 처음 여러분에게 음악을 한 곡 선물해줄 수 있냐는 제안에 기쁘면서도 내심 어느 음악을 전해드리면 좋을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작곡한 여러 음악 중에 나름 유명한 곡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의 대표적인 교항곡이나 슬라브 무곡과 같은 음악들은 언제든지 편하게 들어보실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조금 철학적인 내용을 가진 음악을 준비했습니다. 바로 <카니발 서곡>입니다.
라흐마니노프의 선물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Sergei Rakhmaninov, 1873~1943
《피아노 협주곡 2번》
Piano Concerto No.2 in C minor op.18
안녕하세요. 저는 러시아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입니다. 이렇게 책을 통해서 미래에 계신 여러분과 만나게 되어서 너무 기쁩니다. 더불어 저의 음악과 이야기를 여러분께 직접 전해드리다니 이 또한 새로운 경험이네요. 제가 준비한 음악 선물은 저의 가장 큰 히트작인 《피아노 협주곡 2번》
입니다. 대한민국에서 《피아노 협주곡 2번》이 저를 대표하는 음악처럼 알려져 있다고 들었는데요. 제 스스로 표현하기 민망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말잘 만들어진 음악이긴 합니다.
하이든의 선물
요제프 하이든Joscph Haydn. 1732~1809
《교향곡 45번 '고별》 4악장
Symphony No.45 F* minor Farewell' 4th mov.
어느 유럽 궁정의 음악회장.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헝가리 귀족, 에스터하지 가의 수장인 니콜라우스2세는자신의 여름 별장에 마련된 공연장에서 자신의 오케스트라 공연을 관람하고있
었다. 그리고 연주회를보면서 내심 '역시 자신의 궁정 오케스트라는 최고'라며 흐뭇한 생각을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가문의 수장에 오르자마자 친한 귀족의 집에서 스카우트해온 음악감독이 참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그는 그날따라 교향곡 4악장의 화려함이 평소 다른 음악에 비해 조금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짙게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음악이 갑자기 차분해지기 시작하면서 호른 연주자 한명과 오보에 연주자가 악보를 환하게 비추는 촛불을 입으로 불어 끈뒤무대 밖으로 나갔다. 백작은 순간 당황했지만 그것은 끝이 아닌 시작이었다. 또 얼마 후 현악기 연주자들이 한두 명씩 나가기 시작하더니 결국엔 현악기 몇 명만이 남아서 연주하고 있었다. 이윽고 그들도 연주를 마무리한뒤 모두 무대에서 빠져나갔다.
헨델의 선물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Gcorg Friedrich Handel, 1685~1759
오라토리오 《메시아》 중 <할렐루야>
Messiah HWV 56, Hallelujah Chorus
안녕하세요. 저는 독일 출신의 영국 작곡가 헨델입니다.
제가 듣기론 대한민국에서는 저를 '음악의 어머니’로 기억하신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남자입니다. 죄송합니다. 제 나름대로 유머를 한번 해봤습니다. 사실 뭐든 좋습니다. 저를 기억해주시는 하나의 수식이기 때문에 상관없습니다. 그저 저를 어머니라고 생각해주시고 기억해주신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여러분이 보내주는 그 감사함을 제 음악을 통해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준비한 선물은 오라토리오 《메시아》에 나오는 <할렐루야>입니다. 그럼 왜 이 음악을 드리고 싶은지 그 상황부터 설명해드려
야겠네요.
요제프 슈트라우스의 선물
요제프 슈트라우스Josef Strauss, 1827~1870
<걱정 없이 폴카>
Ohne Sorgen-Polka schnell op.271
안녕하세요. 오스트리아 음악가 요제프 슈트라우스입니다. 아마 저의 이름을 듣고 조금 고개를 갸우뚱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요한 슈트라우스라는 이름은 많이 들어보셨지만 앞의 제 미들네임인 요제프는 조금 낯서실 테니까요.
여러분의 생각이 맞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요한 슈트라우스'고 저의 형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입니다. 저의 아버지와 형 모두 오스트리아 빈에서 너무나 유명한 음악가였습니다. 아마 앞에서 저의 아버지와 형의 음악을 만나보셨을 겁니다. 이렇듯 저의 집안에서 유명한 음악가가 두 분이나 계시는데도 불구하고 제가 여러분께 음악 선물을 전해드릴수 있게 되어서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
로드리고의 선물
호아킨 로드리고Joaquin Rodrigo, 1901~1999
《아랑훼즈 기타 협주곡》 2악장
Concierto de Aranjuez 2nd mov.
안녕하세요. 저는 스페인 음악가 호아킨 로드리고 입니다.
여러분 혹시 1990년대 매주 토요일에 방영되었던 영화 프로그램을 기억하시나요? 그때 두 프로그램이 서로 경쟁했습니다. 바로 ‘주말의 명화와 '토요 명화라는 방송이었죠. 그중 ‘토요 명화' 타이를음악으로 《아랑훼즈 기타 협주곡》2악장이 사용되었는데요. 그 음악의 작곡가가 바로 접니다.
모차르트의 선물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
오페라 《마술피리》 중 <서곡>
Die Zauberflöte - Overture KV 620
안녕하세요. 오스트리아 출신 작곡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입니다. 요즘 하루하루 어떻게 지내시나요? 아마 여러분 각자의 위치에서 아주 열심히 그리고 멋지게 살아가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살아가더라도 어떠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금세 지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열심히 살아가고 계신 여러분에게 마법과 같은 일이 펼쳐지면 좋지 않을까 해서 그 마음을 담아음악을 한 곡 선물로 준비했습니다.
푸치크의 선물
율리우스 푸치크Julius Fucik, 1872~1916
<검투사의 입장>
Entry of the Gladiators op.68
안녕하세요. 저는 체코 음악가 율리우스 푸치크라고 합니다. 아마 “푸치크가 누구지?”라며 저의 이름을 오늘 처음 들어보시는 분들이 대다수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괜찮습니다. 심지어 연주자들도 제 이름을 들으면 여러분과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제가 오늘 준비한 음악 선물을 들어보시면 그 어느 음악가의 음악보다 제 음악을 많이 들어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전혀 서운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제 음악을 기억해주시고 이번 기회로 제 이름까지 기억해 주시면 더 좋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책으로 전설적인 선배 작곡가님들과 나란히 서게 되어 큰 영광입니다.
오펜바흐의 선물
자크 오펜바흐Jacques Offenbach, 1819~1880
오페레타 《지옥의 오르페》 중 <캉캉>
Can Can from Orphee aux Enfers
안녕하세요. 저는 프랑스 출신의 음악가 자크 오펜바흐라고 합니다.
여러분 혹시 운칠기삼 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아마 들어보셨을 겁니다. 모든 일에는 실력이 중요하지만 여기에 운도 함께 따라줘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러분의 자신감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제가 준비한 음악 선물은 여러분의 자신감을 높이기 위한 음악입니다. 바로 저의 가장 큰 히트곡인 <캉캉>입니다.
방캉의 표기법은'Can Can'입니다. 물론 춤의 이름이지만 이 제목의 의미를 보이는 단어 그대로 해석을 한다면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가 됩니다. 썰렁한 '아재 개그'로 보일 수 있지만 신기하게도 이 캉캉이 사용된 저의 오페레타는 할 수 있다는 저의 자신감을 표현한 작품이었습니다.
생상스의 선물
샤를 카미유 생상스Charles Camille SaintSaens, 1835~1921
《동물의 사육제》 4번 <거북이>
Le Carnaval des animaux, 4. Tortues
안녕하세요. 전 프랑스 음악가 카미유 생상스입니다.
이렇게 편지로 그리고 저의 음악으로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서 정말 행복합니다. 맨 처음 여러분의 행복을 위한 선물로 음악을 한 곡 달라는 부탁을 받고 많은 고민이 들었습니다. 물론 자신 없어서가 아니라, 제가 작곡한 수많은 음악들 가운데 자신 있게 선 보일 수 있는 음악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떡하면 저의 선물을 받는 여러분이 단번에 편안하고 재미있게 느낄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전 ‘'건강'을 준비 했습니다.
건강이 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는 것을 잘 아실 겁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큰 행복은 그 무엇보다도 건강입니다. 아무리 돈이 많고 명성이 널리 퍼져도 아프면 다 소용없습니다. 다른 선후배 음악가들이 전해준 선물은 희망, 행복, 위로가 대부분이었으니 전 건강을택했습니다.
베토벤의 선물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교향곡 3번 '영웅'》 1악장
Symphony No.3 in E° Major op.55 Eroica' 1st mov.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독일 음악가 베토벤입니다.
이렇게 편지 형식을 통해서 여러분께 인사를 드리고 저의 이야기를 전한다는 것이 신기하기도하고 재미있기도 합니다. 몇 해 전우연히 인터넷을 하다가 아주 기분 좋은 소식을 보게 되었습니다. 바로 2018년 영국의 BBC 방송국 소속 클래식 전문 월간지에서 역사상 최고의 교향곡을 선정했는데 저의 《교향곡 3번》이 1위에 뽑혔다는 사실입니다. 총 20곡이 선정되었는데 그 목록에는 너무나 뛰어난 동료, 선후배 음악가들의 교향곡이 있었습니다. 그중 저의 음악이 선정된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습니다. 정말 제 나름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교향곡을 만든다고 만들었는데 이렇게까지 인정해주실 줄은 꿈에도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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