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셀레스트 헤들리
1999년부터 NPR과 PRI 등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국에서 20년 가까이 뉴스 진행 및 다양한 프로그램의 호스트를 맡았고, CNN, BBC, PBS, MSNBC 등 다수의 방송에 출연하면서 미국 최고의 방송인 가운데 한 명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녀가 TED에서 진행한 대화법 관련 영상은 전 세계적으로 1,3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함으로써 대화법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녀가 집필한 책은 ‘2017년 NPR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2017년에는 인간관계와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실버 노틸러스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녀는 현재 미국 조지아주의 공영 방송국에서 데일리 뉴스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하고 있으며, 저자이자 강연가, 대화 전문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프롤로그 : 말센스가 말재주를 이긴다
소통에서 가장 주요한 것은 공감이다. 그런데 그 공감이 말재주나 말솜씨가 뛰어나다고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단 한 마디 말, 혹은 진심 어린 표정만으로도 얼마든지 공감은 가능하고, 어떤 경우엔 아무말 없이 계속해서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말재주의 향상이 아니라, 말센스의 향상이다. 말센스란 적재적소에 필요한 말을 필요한 만큼만 하는 것이다.
상대의 마음은 절대 펼쳐진 책 갗지 않다. 설를 더 잘 이해하는 비결은 상대의 입장을 해석하는 능력이 아니라, 상대가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도록 공을 들여 관계를 맺는 것이다.
[말센스 01] 주인공이 되고 싶은 욕구를 참아낸다
우리는 상대와 대화를 나누기보다
자기 하고 싶은 말을 하기에 바쁘다.
상대가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언제나 나와 결부시켜
얘기하는 것이다. 이래서는 상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나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내가 주인공이지만,
상대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상대가 주인공이 돼야 한다.
대화란 주고받는 것이다. 그러나 그 주고받는 것이 꼭 말일 필요는 없다. 눈빛만으로도 감정을 공유할 수 있고, 표정만으로도 상대에게 나의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 함께 웃음으로써 기쁨을 공유할 수 있고, 함께 울면서 슬픔을 나눌 수도 있다.
물론 어느 순간에는 말이 필요하다. 상대가 잘못된 판단에 따라 잘못된 행동을 하려고 할 때는 말로 설득할 필요가 있다. 상대가 나에게 자신이 잘 모르는 것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면 그 또한 논리적으로 잘 설명해 줘야 한다.
하지만 대화의 절반은 말이 아닌 것들이다. 숨소리, 표정, 몸짓 그리고 침묵 속에 말보다 더한 공감력이 있다. 대화를 잘한다는 것은 그러한 비언어적 공감력을 발휘할 줄 안다는 것이다. 말을 해야 할 때와 말을 하지 말아야 할 때를 구분할 줄 안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화의 나머지 절반도 말하는 것만으로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말하는 것보다는 듣는 것이 더 많아야 한다. 상대의 말에 공감해 주기 위해 굳이 내 얘기를 꺼낼 필요까지는 없다. 그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공감력을 발휘한 것이다.
[말센스 02] 선생님이 되려는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왜 사람들은 상대가 물어보지
않는 것조차 길게 설명하려고 할까?
그 이유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상대에게 충고나 조언을 함으로써
그 사람을 통제하고 싶은 것이고(통제병),
다른 하나는 그렇게 함으로써 상대로부터 관심이나
인정을 받고 싶은 것이다(관심병).
당신은 자아가 사라진 빈 공간으로 정보가 쏟아져 들어오는 모습을 보면서, 새롭게 드러난 지식과 관점, 통찰, 경험들에 압도당하게 될 것이다. 당신은 자기 이야기를 하는 데만 몰두하느라 지금까지 듣기를 거부해 온 이야기들을 비로소 듣게 될 것이다. 무언가 배우려는 태도로 모든 대화에 임한다면, 당신은 결코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자기 견해를 분명히 표현하고 싶다면 블로그에다 글을 써라. 하지만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자신의 견해를, 최소한 잠시 동안만이라도, 한편으로 치워놓아야 한다. 이것을 한 번 경험해 보면, 아마도 이전의 태도로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질 것이다. 당신은 자신이 이전보다 성장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말센스 03] 질문을 통해 관심과 사랑을 표현한다
상대에게 질문을 하라.
감명 깊게 읽은 책은 무엇이며,
가고 싶은 여행지는 어디인지,
어떤 영화를 재미있게 봤고,
어떤 가수를 좋아하는지,
제일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며,
가장 하기 싫은 것은 무엇인지.
상대에 대한 호기심의 표출은, 내가 상대를
사랑하고 있다는 가장 큰 증거다.
질문의 질을 향상시키려면, 우선 질문을 많이 던져 봐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외로 대화 중에 질문을 잘 하지 않는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기중심적으로 대화를 이끌어가려는 우리의 성향과 어느 정도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해볼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이유야 어찌되었든 대화 중에 질문이 없다는 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질문에는 대화를 이끌어가는 실로 강력한 힘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질문은 당신의 배려를 나타내고, 상대를 향한 관심과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다. 나는 내성적인 사람들로부터 말을 이끌어내고, 아이들을 격려하며, 간과된 사실들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는 데 질문을 활용해 왔다. 친구가 어려움에 처해 있을 경우, 나는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만 내 역할을 제한하기도 한다. 그래서 가장 동정심 많고 인내심 많은 대화 전문가 중 한 명인 프레드 로저스는 언젠가 질문의 힘을 이렇게 묘사한 바 있다.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우리가 서로에게 해줄 수 있는 최상의 일은 귀와 가슴을 열고 상대의 말을 들어주는 것입니다. 질문도 답변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진지한 질문은 우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조차 열어젖힐 수 있다. 사회 심리학자인 로버트 치알디니는 《설득의 심리학》이라는 유명한 책에서 당신을 싫어하는 사람을 당신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두 가지 전략을 제시한다.
그 하나는 ‘칭찬을 해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조언을 구하는 것’이다. 조언을 구하라는 것은 결국, 질문을 던지라는 것이다! 상대가 감명 깊게 읽은 책이 무엇인지, 직장에서 마주치는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만약 당신이 나라면 어떻게 하겠는지 등 나와 상대의 관계를 끈끈하게 만들 수 있는 질문을 던져라.
상대가 가장 좋아하는 휴양지가 어디인지, 12살짜리 조카에게는 어떤 선물이 좋을지, 사랑하는 이에게는 어떻게 고백해야 할지 등 아주 사적인 질문을 던진다면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
장담하건대, 당신은 질문을 주고받음으로써 온갖 종류의 개인적인 사실들에 대해 알게 될 것이고, 당신이 알지 못했던 새로운 이야기를 듣게 되는 즐거운 경험도 하게 될 것이다. 질문은 상대와의 거리를 좁힐 뿐 아니라, 내가 가진 경험과 지식의 한계를 뛰어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질문을 던져도 좋다는 말은 아니다. 질문을 던지는 것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잘못된 질문은 오히려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고 관계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말센스 04] 대충 아는 것을 잘 아는 척하지 않는다
가 보지도 않은 여행지를 가 본 것처럼 말하지 말고,
보지 않은 영화를 본 것처럼 말하지 말라.
그 아는 척이 상대를 곤경에 빠트릴 수도 있다.
모르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진짜로 부끄러운 것은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는 것이다.
진실을 말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로는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솔직한 고백을 통해 신뢰를 얻고 정직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고, 둘째는 자신 역시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겸손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화는 관계의 기반이며, 관계는 신뢰를 토대로 한다. 당신은 ‘자기 지식의 한계에 대해 더 솔직해지면 질수록, 사람들이 당신의 의견에 그만큼 더 무게를 둔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무언가에 대해 잘 모를 때는, 솔직히 “잘 모릅니다”라고 말하라. 이 말이 당신과 상대 사이의 유대감을 강화시켜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런 솔직함은 더 많은 배움과 성장으로 향하는 문이 되어주기도 한다. 무언가를 배우려면 배워야 할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부터 인정해야 한다.
[말센스 05] 귀가 아닌 마음으로 듣는다
진정한 듣기는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이어야 한다.
수동적인 듣기란 단순히 상대의 말에 응답하기 위해 듣는 것이고,
능동적인 듣기란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 듣는 것이다.
상대의 말뿐 아니라 그의 어조와 몸짓도 살펴라.
귀로만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들어라.
우리는 상대의 말을 듣고는hearing 있지만 귀 기울이지listening 않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그래서 내 경우 상대가 나에게 듣지 않는다는 불평을 할 경우 말하는 것을 중단하는 훈련을 지속해 왔다. 누군가가 내게 자기 말을 듣지 않는다고 말할 때는 거의 대부분 그들이 옳기 때문이다.
듣기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최상의 척도는 들은 내용에 대한 기억이다. 연구자들은 누군가가 말하는 내용을 가볍게 듣기만 할 경우, 8시간 내로 전체 내용의 절반가량을 잊어버리게 된다는 점을 발견해냈다. 만약 내가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면서 그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되묻는 것이 많다면 그만큼 내가 그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는 의미다. 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나와 대화하고 있는 사람이 나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되묻는다는 것은 내 말에 집중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진정으로 ‘들으려면’ 청취자는 말뿐만 아니라, 그 말에 영향을 미치는 비언어적 표현까지도 함께 이해해야 한다.”
진정으로 듣는 행위listening는 에너지와 주의력을 필요로 하며, 단순히 듣기만 하는 행위hearing보다 더 많은 감각 기관을 자극한다. 대화를 하는 동안 전달되는 정보에는 언어 정보(발설되는 단어들의 의미)뿐만 아니라, 몸짓 정보(표정, 손짓, 자세)와 어조 정보(말을 하는 방식)까지도 포함된다. 우리 모두는 말의 의미만으로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안다. 메신저에 다양한 표정과 몸짓을 한 이모티콘이 쓰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소통과 관련하여 메신저의 이모티콘이 의미하는 것은, 상대의 말을 제대로 들으려면 말하는 상대의 제스처와 억양, 뉘앙스까지 주의해서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은 상대가 하는 말의 뜻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다. 그러니 그때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앞서 얘기했듯 질문을 던지는 것은 대화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좀 더 깊이 있게 전개할 수 있도록 돕는 좋은 수단이다. 어쩌면 질문이 없는 대화야말로 진정성 없는 대화일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당신이 들은 내용을 머릿속에서 요약해 보자. 상대가 한 말을 마음 속으로 다시 검토하고 되풀이해 보라. 아마도 당신은 불분명한 점이나 놓친 내용을 즉시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그저 가만히 앉아 수동적으로 참으면서 듣는 것은 상대의 말을 건성으로 듣는 것이다. 그런 일은 로봇도 할 수 있다. 능동적인 듣기란 상대의 말에 참여하고 반응하는 것이다.
더 똑똑해지고 싶다면 더 많이 들어라. 결혼 생활을 더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면, 친구 관계를 더 돈독하게 만들고 싶다면 능동적으로 들어라. 입을 다물고 귀를 기울인다면 생각은 열리고 관계는 더 가까워질 것이다.
[말센스 06] 상대가 보내는 신호에 안테나를 세운다
대화하는 도중에 상대가 하품을 하거나
딴청을 피우는가? 혹은 다른 주제로
말을 돌리려고 하는가? 그렇다면 상대는
지금 당신의 말을 지루해하고 있는 것이다.
상대가 수 차례 그런 신호를 보내는데도
자기 하고 싶은 말만 계속하는 것은
상대와의 관계를 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말을 길게 늘어뜨리는 경향이 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지식을 뽐내기 위해 그렇게 하고, 어떤 사람은 상대가 오해할지 몰라서 그렇게 하기도 하며, 또 어떤 사람은 자신의 주장이 일리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그렇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상대는 대부분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이해력이 떨어지지도 않고, 무식하지도 않고, 편협하지도 않다.
대화를 할 때는 항상 상대방의 반응을 살펴 가며 대화를 해야 한다. 내가 말하는 것에 대해 상대방이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인다면 대화의 수위를 조절하거나 대화의 주제를 바꿔야 한다는 신호다.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다.
●하품을 한다.
●딴청을 피운다.
●다른 주제로 말을 돌리려고 한다.
●인내하는 표정을 짓는다.
●말을 끊는다.
“사람들은 꼭 말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려도 하지 않은 채 다른 사람에게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걸 다 말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대화를 시작하기 전, 대화를 통해 당신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일단 메시지를 다 전달했다면, 계속해서 말을 하고자 하는 유혹에 저항을 해야 한다.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대화에서도 중요한 건 양이 아닌 질이다.
대화가 캐치볼 게임과 같다고 얘기한 것을 잊지 말기 바란다. 대화에 임하는 사람들은 모두 자기 나름의 역할을 수행하고 싶어 한다. 이런 상황에서 말을 짧게 하는 것은 대화 상대에 대한 하나의 배려가 될 수 있다. 어쩌면 상대는 정중하게 당신의 기분을 존중하느라 당신의 말을 끊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들의 시간과 인내심을 남용하지 않는 것으로 그들의 정중함에 보답하기 바란다.
인내심을 잃고 후회할 만한 말을 내뱉을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된다. 대화를 가치 있게 만들고 정중하게 이끌려면, 마음가짐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참는 것이 답은 아니다.
너무 짜증이 나서 더 이상 듣고 있기 힘들다면, 그 사실을 단순히 인정하는 쪽을 택하라고 권하고 싶다. 며칠 전 아들이 내게 새로운 비디오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을 때 나는 이렇게 답했다.
“엄마가 지금 기분이 별로라서 이야기를 들어도 재미가 없구나. 좀 조용히 해주겠니? 공평하지 않다는 건 알겠지만, 엄마는 그냥 계속 기분이 나쁘고 싶구나.”
아들의 반응이 어땠냐고?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마음대로 하세요, 엄마.”
[말센스 07] 잡초 밭에 들어가 배회하지 않는다
대화에서 잡초 밭이란 불필요한 내용을
시시콜콜 떠들어대는 것이다.
잡초 밭에 빠지게 되면 대화는 중심을 잃고
부질없는 이야기들만 난무하게 된다.
당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하지 마라. 상대는 그 순간
잡초 밭을 태워버리고 싶을 것이다.
사람들이 횡설수설하게 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주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미 언급한 바 있는데, 그것은 우리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본질적으로 즐거운 일인 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하는 것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초조함을 느낄 때도 말을 과도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불안감이 끊임없이 말을 쏟아내도록 당사자를 부추기는 것이다.
어떤 정보가 필수적이고 어떤 정보가 불필요한지 결정하는 건 당신의 몫이다. 이 일은 때로 어려운 것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숙고하기 시작했다면, 당신은 이미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정말로 필요한지 의식적으로 고려하지도 않은 채, 상대방의 실수를 지적하거나, 바로잡을 필요가 없는 사실을 바로잡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다음번에 개인적인 문제에 대해 수많은 세부 사항을 늘어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면, 상대방의 얼굴을 한번 유심히 살펴보기 바란다. 혹시 그가 당신 옆에 있는 다른 무언가를 쳐다보고 있지는 않은가? 하품을 참느라 애쓰고 있지는 않은가? 만일 그렇다면 상대는 대화를 지루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럴 경우엔 이야기를 중단하고 상대가 원하는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기 바란다. 그러면 당신과 상대하고 있는 친구, 가족, 직장동료, 바리스타, 점원은 당신에게 고마움을 표할 것이다.
[말센스 08] 머릿속의 생각은 그대로 흘려보낸다
대화를 하는 동안 우리는 계속해서
다른 생각에 사로잡힌다. ‘나라면 이랬을 텐데’,
‘그땐 이랬어야지’, ‘왜 그런 생각을 고집할까’,
이런 식으로 계속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상대의 말에 내 얘기를 끼워넣고 싶은 본능이다.
그 본능을 흘려보내라.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
어떤 정보가 필수적이고 어떤 정보가 불필요한지 결정하는 건 당신의 몫이다. 이 일은 때로 어려운 것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숙고하기 시작했다면, 당신은 이미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정말로 필요한지 의식적으로 고려하지도 않은 채, 상대방의 실수를 지적하거나, 바로잡을 필요가 없는 사실을 바로잡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다음번에 개인적인 문제에 대해 수많은 세부 사항을 늘어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면, 상대방의 얼굴을 한번 유심히 살펴보기 바란다. 혹시 그가 당신 옆에 있는 다른 무언가를 쳐다보고 있지는 않은가? 하품을 참느라 애쓰고 있지는 않은가? 만일 그렇다면 상대는 대화를 지루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럴 경우엔 이야기를 중단하고 상대가 원하는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기 바란다. 그러면 당신과 상대하고 있는 친구, 가족, 직장동료, 바리스타, 점원은 당신에게 고마움을 표할 것이다.
훌륭한 대화는 기본적으로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도 같다. 훌륭한 대화는 심지어 물보라가 일고 급격히 굽이치는 거친 강이 될 수조차 있다. 하지만 대화가 댐으로 가로막히거나 방향이 틀어져서는 곤란하다. 그리고 대화를 하다가 다른 보트로 건너 뛴 다음, 당신 친구가 당신을 따라와 주길 기대해서도 안 된다. 당신과 친구는 여행을 하는 내내 그 보트 안에 함께 머물러 있어야 한다.
대화를 순조롭게 진행시키려면 당신은 생각이 마음속을 그냥 통과해 지나가도록 내버려두는 법을 배워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방해가 되는 생각들을 무시하도록 자기 자신을 훈련시키는 일은 충분히 가능하다. 나는 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이런 말을 할 수 있다. 나 역시 성인주의력결핍증을 앓는 다른 사람들처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된 노력을 기울여왔기 때문이다.
대화를 하면서 우리는 생각의 지평을 넓힐 수 있고, 창의력까지도 키울 수 있다. 대화란 좀 과장하자면 상대방의 뇌를 나의 뇌와 접속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상대방의 뇌 속에는 나의 뇌가 가지지 못한 지식, 통찰력, 공감력, 창의력, 유머감각, 표현력이 무궁무진하다.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제대로 대화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많은 보물들을 버리는 것과 같다. 물론 당신 또한 대화를 하면서 당신의 뇌가 가지고 있는 보물들을 상대에게 나눠주는 셈이다. 인간은 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영장류 가운데 가장 진보할 수 있었던 것이고, 인간들 사이의 우열 또한 대화를 하는 능력이 크게 좌우한다.
당신은 이미 당신의 머릿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이제 다른 사람의 관점에 내재된 경이로움을 향해 당신 자신을 열어젖혀 보라. 그건 충분히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말센스 09] 좋은 말도 되풀이하면 나쁜 말이 된다
상대가 어떤 실수를 하면
우리는 그가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까 불안하다.
그래서 그 실수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반복해서 지적한다.
하지만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여러 차례 되풀이하면
반감이 생기는 역효과만 날 뿐이다.
실수는 지적해야 한다. 단, 딱 한 번만!
상대가 진정으로 내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고 생각한다면, 그래서 반복적으로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간격 반복(spaced repetition. 시차를 둔 반복)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간격 반복이란 반복해서 말하려 할 때 시간 간격을 두는 기법으로, 벼락치기의 한 변종이다. 일부 기업 임원들과 의학도들, 그리고 심지어는 약한 수준의 치매 환자들까지 이 기법의 효과를 보고 있다.
반복은 지루하고 불필요하며 비생산적인 경우가 많다. 반복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반복은 청자가 아닌 화자의 기억을 돕는 효과적인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에 대화를 망치는 하나의 요인이 된다.
대화 상황에서 불필요한 반복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당신이 하는 말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뿐이다. 당신 자신의 말에 먼저 주의를 기울여보면, 자신이 똑같은 말을 계속해서 반복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라게 될지도 모른다.
[말센스 10] 이 얘기에서 저 얘기로 건너뛰지 않는다
우리는 대화 중에 인터넷의 링크를 누르듯
이리저리 대화의 주제를 바꾼다. 상대의 진지한
말조차 가벼운 뉴스처럼 취급하는 것이다.
이런 대화는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대화를 나누기가 어렵다면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좋다. 지금은 다른 중요한
일 때문에 대화를 나누기 어렵다고.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효과적으로 처리해낼 수 있다는 생각은 유감스럽게도 잘못된 생각이다. 일반적인 믿음과는 달리 인간은 멀티태스킹에 그리 능하지 못하다.
멀티태스킹이란 애초 사람을 위해 고안된 말이 아니었다. 그 말은 원래 다수의 프로그램을 동시에 처리해내는 컴퓨터를 묘사하기 위해 사용된 말이다. 하지만 인간의 뇌는 컴퓨터 운영 체제와는 달리 한번에 오직 하나의 대상에만 집중할 수 있다.
멀티태스킹을 한다고 생각할 때 우리가 실제로 하고 있는 건, 한 가지 일과 다른 일 사이를 재빠르게 오가는 것이 전부다. 이런 ‘주의력의 전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한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멀티태스킹을 시도하는 것은 그것이 우리 뇌에 즐거운 경험을 선사해주기 때문이다. 신경 과학자인 다니엘 레비틴은 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대화에 집중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이고 탁월한 방법으로 내가 추천하고 싶은 것은 명상이다. 명상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무슨 심오하거나 이상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고, 명상이라는 말에 불교를 떠올리기도 하지만 명상은 이상한 것도 아니고 종교적인 것도 아니다.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중요한 것은 대화의 순간에 집중할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명상을 하듯 다른 사람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그 말을 음미해 보자. 말로 표현된 메시지와 무언의 메시지 모두에 주의를 기울여보자. 그 순간 당신의 대화 수준은 한 수준 도약할 것이다.
[말센스 11] 고독의 시간이 공감력을 높여준다
하버드에서 수행된 연구에 따르면
다른 사람에게 공감을 느끼는 능력이
고독을 경험한 후에 더 향상된다고 한다.
가끔씩 혼자 있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증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더 충실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고독의 시간을 가져라.
중요한 것은 양이 아닌 질이라는 점을 잊지 말기 바란다. 하루 종일 말을 한다고 해서 훌륭한 대화 전문가가 되는 것도 아니다. 끊임없이 수다를 떤다고 해서 말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가 말을 걸어올 때마다 능동적으로 대화에 몰두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 극소수에 불과하다. 아마도 당신은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집에 가서 가족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도록 지하철 안에서 침묵할 시간이 필요하다면, 그냥 조용히 침묵을 지켜라. 그렇게 하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지 말아라.
하루에 대화를 단 한 번만 하더라도, 그 대화는 영감에 차고 일깨움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 대화는 당신의 삶을 풍부하게 하고, 세상과 사람들에 관한 더 깊은 이해를 가져다줄 것이다.
[말센스 12] 말은 문자보다 진정성이 강하다
우리는 말로 해야 할 때조차 문자를 쓴다.
얼굴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에는 문자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정과 감각과
뉘앙스가 있다. 누군가와 좀 더 친밀해지고 싶다면
말을 통한 대화가 필요하다.
“중요한 건 전화가 일을 더 잘 처리하도록 도와준다는 점입니다. 이메일과는 달리, 전화는 더 공감적이고 정확하고 정직해질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지요.”
물론 이 말이 의사소통을 항상 전화로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문제는 우리가 말로 해야 할 때조차 문자나 이메일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말은 문자나 이메일과는 달리 한 번 뱉으면 주워담을 수 없고, 수정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사람들은 갈수록 말하기를 꺼려 한다. 하지만 말은 문자나 이메일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정과 감각과 뉘앙스가 있다. 그래서 누군가와 좀 더 친밀해지고 가까워지고 진정성이 있게 되려면 말을 통한 대화가 필요하다.
[말센스 13] 편리함을 위해 감정을 희생시키지 않는다
스마트폰 같은 기기를 통한 의사소통은
매우 효율적이고 편리하다. 말로 하는 것보다 실수도 덜하다.
하지만 효율적이고 실수가 없는 소통이란 얼마나 비인간적인가?
때로는 실수투성이에 뒤죽박죽이고 엉망인 의사소통이
가장 인간적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는 이론보다는 경험을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따라서 일단 이 책을 다 읽은 후에는 밖으로 나가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자전거에 대한 책을 읽는 것만으로는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울 수 없다. 자전거 타기는 능동적인 활동인 만큼 연습을 필요로 한다. 이는 대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대화에 대해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말센스 14] 말재주와 말센스는 다르다
말을 잘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말하고 싶은 욕구을
참는 것부터 배워야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소통의 달인들은
의외로 말솜씨가 유창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말은 절제돼 있고,
과도한 제스처도 사용하지 않으며,
오히려 들어주는 것에 능숙하다.
많은 사람들이 대화를 쉽게 생각하지만 훌륭한 대화는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 대부분이 두세 살 때부터 단어들을 연결하면서 대화 훈련을 거듭해 왔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그 기나긴 기간 동안 잘못된 것을 훈련하는 데 시간을 허비해왔다는 것이다. 우리는 똑같은 실수들을 전 생애에 걸쳐 반복해 왔다.
안타깝게도 이 문제를 인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실 우리는 자신의 대화 능력을, 우리가 직장에 있든 학교에 있든 아니면 집에 있든, 실제보다 훨씬 더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축적된 데이터 역시 이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수많은 연구 결과들은 자신의 의사소통 기술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별로 정확하지 못하다는 점을 보여줘 왔다. 사회심리학자이자 코넬대학교 교수인 데이비드 더닝은 10년 이상에 걸친 연구 끝에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사회적 능력과 지적 능력에 대해 과도하게 우호적인 관점을 취하는 경향이 있다.”
[말센스 15] ‘옳음’보다는 ‘친절함’을 선택한다
일상적인 대화의 목적은
옳은 것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다.
모두에게 옳은 것은 없다.
나이와 연령과 성별과 국적과
인종에 따라 옳은 것의 기준은 다양하다.
어떤 사람과 진정한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옳은 것을 찾기보다는 친절함을 베풀어야 한다.
씨앗을 심으려면 먼저 땅을 비옥하게 만들어놓아야 하듯, 대화를 하려면 먼저 내가 원하는 것과 상대에게 기대하는 것을 확실하게 해 두어야 한다. 물론 대화는 언제나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진 않는다.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가 완강히 거부할 수도 있고, 상대에 대한 나의 기대가 잘못된 것으로 판명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화에 임할 때 내가 어떤 기준도 갖고 있지 않다면, 예기치 못한 상황은 우리를 더 당황하게 만들 것이고, 생각지도 못했던 방향으로 대화는 흘러갈 것이다. 잡담을 나눌 때는 굳이 어떤 대화의 기준을 가질 필요는 없겠지만, 대화의 기준을 갖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일종의 기준이다. 그건 그냥 상대가 말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두겠다는 것이다.
결론을 내리면 이렇다. 대화 당사자인 두 사람 모두 같은 쇼를 즐기기 위해 그 자리에 있는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면, 성공적이고 즐거운 대화를 위한 무대가 마련된다는 것이다.
[말센스 16] 바로잡지 못할 실수는 없다
혹시 말을 뱉어놓고 미안했던 적이 있는가?
그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후회했던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이렇게 하자. 바로 사과하는 것이다.
사과가 불가능한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과는 불가능한 일을
가능한 일로 만드는 유일한 대화법이다.
오랜 경험과 연구를 통해 나는 생산적인 대화를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다섯 가지 핵심 전략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 다섯 가지는 아래와 같다.
(1) 호기심 갖기
첫 번째 요소인 ‘호기심 갖기’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는 진실된 의도를 품는 것이다. 젤노누흐는 캘빈과 대화하면서 캘빈을 설득하거나 그의 잘못을 입증하려는 의도를 품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캘빈이 그런 신념을 갖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 자신의 존재를 위협하는 입장을 지지하는 그 사람이 대체 어떤 사람인지 알고자 하는 욕구를 품었다.
(2) 편견 검토하기
내 자신의 편견을 없애는 또 다른 방법은, 상대가 말하는 것에 내가 동의하는지 안 하는지 끊임없이 판단하고자 하는 충동에 저항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귀를 기울이는 것’은 그들에게 동의하는 것과는 다르다. 듣기의 목적은 일차적으로 이해하는 것이지, 그 사람의 생각이 나와 같은지 다른지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종종 내가 상대에게 동의하는지 안 하는지 매우 신속하게 판단을 내린다. 우리는 상대의 정치관이나 신념에 대한 실마리가 될 만한 어떤 단어를 들은 뒤, 그 단어를 활용하여 상대를 특정한 집단 속에 분류해 넣는다. 우리는 한 집단에는 우리와 생각이 같은 사람들을 포함시키고, 다른 집단에는 우리와 생각이 다른 모든 사람들을 집어넣는다. 문제는 이런 종류의 분류 작업이 별로 정확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부분적인 단서를 토대로 사람을 대강 분류하려는 심리는 ‘후광 효과 halo effect’ 또는 ‘뿔 효과 horn effect’라고 칭하는 것과 관련돼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다른 사람의 한 가지 측면을 받아들일 경우, 그 사람의 다른 측면들까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의미다. 우리가 누군가를 믿을 만하고, 호감 가는 사람으로 분류하기 위해 필요한 건, 단 하나의 공통된 관심사일 뿐이다.
그 반대 역시 마찬가지다. 상대의 겉모습이나 의견, 지위 등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경우, 우리는 그 사람의 다른 모든 측면을 부정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누군가가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할 경우 우리는 그 사람에 대한 호감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또 아무리 성격이 좋은 사람일지라도 인상이 우락부락하다면 아예 다가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우리가 상대에 대해서는 편견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정작 ‘자기 자신’은 그런 편견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실은 이것이다.
“모든 사람이 편견을 갖는다.”
편견이라는 것이 모두 그릇된 것은 아니다. 편견이란 어느 정도까지는 필수적인 생존 수단이다. 편견은 생존을 위해 그리고 복잡한 세상을 보다 빠르게 이해하기 위해 생겨난 것이기도 하다. 물론 인종주의와 같은 편견은 결코 용인될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인종주의를 근절하길 바란다면 우리는 그 편견의 뿌리를 먼저 이해해야만 한다.
인종에 대한 편견은 그 인종에 관한 고정 관념을 형성할 때, 즉 우리가 ‘이 사람은 나쁘다, 그러므로 이 사람이 속한 인종의 모든 구성원들은 나쁘다’라고 생각할 때 시작된다. 하지만 인종에 대해서만 그럴까? 우리 모두에게는 뿌리 깊은 지역 감정과 민족 감정이 있다. 그것은 모두 공동체 의식에 기반한다. 우리는 모두 한두 가지 이상의 공동체에 소속돼 있으며, 자신의 공동체에 소속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경계심은 생존 본능이라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것이다.
우리의 편견이나 고정관념은 과거사에만 뿌리를 둔 것이 아니다. 고정관념에는 생긴 지 얼마 안 되는 것들도 있고, 새로 생겨나는 것들도 있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고정관념의 발생 과정을 재현하는 데 성공한 바 있는데, 이는 우리가 언제든 고정관념을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3) 존중하는 마음 갖기
세 번째 제안은 항상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라는 것이다. 나는 존중이야말로 모든 의미 있는 의견 교환의 초석이라고 생각한다. 대화를 나눌 때는 서로의 공통점을 찾아가는 것보다, 상대에 대해 존중하는 태도를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
상대를 존중하려면 상대방을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한 명의 인간으로 바라봐야 한다. 의견의 불일치에도 불구하고, 상대와 공감하는 방법을 찾아내야만 한다. 이를 실천하는 한 가지 방법은, 모든 사람이 자신의 삶 속에 어떤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는 것이다. 싫어하는 사람이나 이해할 수 없는 사람과 마주치게 되면 그 사람이 추구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노력해보라.
(4) 논점 유지하기
내가 어려운 대화와 관련하여 해주고 싶은 네 번째 조언은 논점을 유지하라는 것이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던 도중 금기시되는 주제(죽음이나 이혼, 인종문제 같은 주제)가 대두되더라도 그 주제를 바꾸려고 노력하지 말라. 농담을 던지거나 옆길로 새나가지 말라. 어려운 문제에 관한 대화는 불편한 경우가 많으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를 때는 특히 더 그렇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불만을 느끼면서 말을 돌리는 일은 피해야 한다. 도망치는 것보다는 침묵하는 편이 훨씬 더 낫다.
정말로 할 말이 아무것도 없다면, 그저 듣기만 하라. 당신이 상대의 말에 동의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동의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사실을 인식하라. 모든 대화가 공감이나 포옹으로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 자기 생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다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배우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다. 그러니 대화 과정을 그저 즐기려고 노력해 보라.
(5) 잘 마무리하기
내가 해주고 싶은 마지막 조언은 모든 대화 상황에 해당되지만, 어려운 대화 상황에 특히 잘 적용된다. ‘끝맺음을 잘하라’는 것이 그것이다. 끝맺음을 잘한다는 것이 마지막에 멋진 말로 정리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당신은 마지막 순간에 결정적인 발언을 하지 않아도 된다. 상대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자 한다면, 그런 충동은 내려놓는 것이 좋다.
또 대화에 응해준 상대에게 감사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그 사람이 이제 막 만난 사람이든 친한 사람이든 누구에게든 대화가 즐거웠다고, 고맙다고 표현하라. 다른 누군가에게 정치나 종교에 관한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불편하고 겁나는 일일 수 있으므로, 그들이 내준 시간과 그들이 보여준 개방성에 감사를 표하는 것이 마땅하다. 친근하고 품위 있는 태도로 대화를 마무리짓는다면, 당신은 앞으로의 대화를 위한 훌륭한 발판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물론 당신이 이 다섯 가지 제안을 항상 따르지는 않을 것이고, 그런다고 해서 문제될 일도 없을 것이다. 나는 당신이 완벽한 달변가가 되길 기대하지 않으며, 나 역시 그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친다.
그래서 내가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대화의 기술은 ‘사과’에 관한 것이다. 언젠가 나는 남편과 경찰의 총기 사용권에 대해 논쟁을 벌이다가, 며칠 동안 각방을 쓰기까지 했다. 하지만 잊지 말자. 감정은 성격상의 결점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감정적인 동물이었다. 따라서 당신은 가끔씩 감정의 드라마에 굴복하기도 할 것이고, 품고 있던 선한 의도를 잃어버리기도 할 것이다.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리고 당신이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을 입 밖에 냈다면, 즉시 사과하라. 당신의 언급이 잘못됐고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임을 인정하라. 그러면 당신은 실수를 과거에 남겨둔 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대화는 가끔씩 통제 범위를 벗어나기도 한다. 그럴 때 사람들은 상처를 받고 화를 내기 시작한다. 이럴 때 앞으로 나아가는 길은 단 하나, 누군가가 먼저 사과를 하는 것뿐이다.
사과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과는 고통스럽고 어색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핵심은 바로 거기에 있다. 우리가 사과를 할 때, 상대방은 고심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불편해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연민 어린 반응을 나타내 보이기 시작한다. 진정한 사과가 화해를 촉진시키는 강력한 촉매로 작용하는 것이다.
당신이 진심으로 사과할 때 두 가지 중요한 일이 일어난다. 첫째는 상대방의 무장을 해제시켜 준다는 것이다. 당신이 상대방의 화나 슬픔을 받아들이게 될 때, 상대방에게 화를 낼 만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할 때, 이런 태도는 종종 상대의 무장을 해제시킨다. 사과를 받은 상대방은 당신을 더 이상 위협적으로 느끼지도 않고, 자신에게 해를 입힐 사람으로 간주하지도 않는다. 그는 자신의 방어적 태도를 누그러뜨리고, 당신에 대한 용서를 준비한다. 어쩌면 그로 인해 그는 자신의 상처 입은 과거의 기억까지 완전히 벗어던질 수도 있다.
두 번째로, 사과는 사과를 하는 당사자에게도 엄청나게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준다. 누군가에게 사과를 하려면, 당신은 먼저 왜 그들의 기분이 상했는지 이해해야 한다. 이 과정은 나를 상대의 입장에 서게 하고, 상대의 생각과 감정이 무엇이었는지 고민하도록 만든다.
누군가의 생각과 감정에 공감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사과를 통해서 그 일을 더 잘해낼 수 있다. 그것이 진정한 사과라면, 우리는 사과를 하기 위해 상대와의 대화 내용을 곱씹어 보고,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야 하기 때문이다.
사과가 불가능한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로 사과는, 불가능한 일을 가능한 일로 만드는 유일한 대화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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