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Is8_0cJx82w
제1부. 거짓말의 정체: 두 가지 수수께끼
01. 이중간첩의 활약: 낯선 사람이 면전에서 거짓말을 하는데도 왜 알아차리지 못할까?
변절자 아스피야가의 망명ㅣ피델 카스트로의 복수ㅣ스파이를 위한 세상
등반가는 세계에서 가장 수준 높은 기관에서 일하는 가장 유능한 인물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는 굴욕적인 변절을 세 번이나 목격했다. 처음에는 피델 카스트로 때문에, 두 번째는 동독인들에게,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앙정보국 본부에서 게으른 주정뱅이에게. 중앙정보국이 그렇게 여러 차례 완벽하게 속아 넘어갈 수 있다면, 과연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어떨까?
첫 번째 수수께끼: 낯선 이가 우리 면전에서 거짓말을 하는데 왜 우리는 알지 못할까?
02. 총통과의 회담: 낯선 사람을 만나지 않을 때보다 왜 직접 만났을 때 더 알기 어려울까?
체임벌린의 외교상 임무ㅣ히틀러의 첫인상ㅣ범죄자인가, 피해자인가ㅣ솔로몬과 인공지능의 대결ㅣ총통을 알게 된다는 것ㅣ비대칭적 통찰의 착각
나의 두 번째 책 <<블링크>>에서 오케스트라가 신입 단원을 뽑을 때 지원자의 모습을 가리는 장막 오디션으로 진행하면 훨씬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린다는 이야기를 한 바 있다. 선발위원회에 정보를 주지 않으면 더 좋은 판단 결과가 나왔다.
멀레이너선의 인공지능은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에 관한 감사의 이야기를 얼결에 들을 수 없으며, 숨기려고 해도 금세 드러나는 게슴츠레한 표정을 볼 수도 없다. 이런 사실은 솔로몬을 비롯한 판사에게 대단히 유리한 조건이 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어떤 이유인지 그렇지 못하다.
두 번째 수수께끼: 낯선 이를 직접 만나면 만나지 않는 것보다 그 사람을 파악하는 데 오히려 방해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우리는 몇 가지 단서를 설렁설렁 훑어보고는 다른 사람의 심중을 쉽게 들여다볼 수 있다고 여긴다. 낯선 이를 판단하는 기회를 덥석 잡아버린다. 물론 우리 자신한테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우리 자신은 미묘하고 복잡하며 불가해하니까. 하지만 낯선 사람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 책에서 내가 당신에게 한 가지를 설득할 수 있다면, 이런 사실일 것이다. 낯선 사람은 쉽게 알 수 없다.
제2부. 진실기본값 이론의 승리: 낯선 사람을 파악하기 위한 첫 번째 도구
03. 펜타곤을 주무른 여왕: 낯선 사람을 항상 믿는다면
격추 전의 경고ㅣ완벽한 타이밍ㅣ스파이의 자질ㅣ당신은 의심을 품었다ㅣ거짓말탐지기가 작동하지 않는 이유ㅣ마침내 쿠바의 여왕을 발견하다
고전적인 스파이 소설에서 비밀 첩자는 솔직하지 않고 교활하다. 우리는 적의 명석한 두뇌에 교란당한다. 중앙정보국의 많은 내부자가 플로렌티노 아스피야가의 폭로에 관해 설명한 것도 그런 식이었다. 카스트로는 천재다. 첩자들은 탁월한 배우들이었다.
인간 속이기를 연구하는 학자의 수는 세계 곳곳에 대단히 많다.
우리가 거짓말하는 이유와 거짓말을 탐지하는 방법에 관한 이론은 케네디 암살에 관한 이론보다 많다. 이렇게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서 러바인은 단연 돋보인다. 그는 속이기에 관한 통합 이론을 세심하게 구축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이론의 고갱이에는 바로 첫 번째 상식 시험 연구에서 얻은 통찰이 자리 잡고 있다.
진실 기본값 모드에서 벗어나려면 러바인이 말하는 '계기 trigger'가 필요하다. 약간 미심쩍은 정도나 의혹은 계기가 될 수 없다. 처음 품은 가정에 어긋나는 증가가 결정적인 것으로 밝혀질 때만 비로소 진실 기본값 모드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침착한 과학자들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어떤 것이 사실인지 허위인지 천천히 증거를 모은 뒤에 결론에 이르지 않는다. 우리는 정반대로 행동한다. 일단 믿어 본다. 그리고 의심과 걱정이 점점 커져서 해명되지 않을 때가 되어서야 믿는 것을 멈춘다.
나는 뒤에서 조금의 의심과 충분한 의심의 차이를 다시 다룰 것이다. 이 구분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 와서 돌이켜볼 때, 누군가가 거짓말쟁이를 알아채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를 비판한 적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보라. 당신은 알았어야 했다. 온갖 종류의 위험 신호가 있었다. 당신은 의심을 품었다.
04. 천재 사기꾼을 무너뜨린 바보 성자: 낯선 사람을 항상 의심한다면
메이도프의 사기 전략ㅣ마코폴로스의 사기꾼 색출법ㅣ바보 성자의 감각ㅣ진실이 기본값이 아닐 때ㅣ산탄총과 탄띠와 방독면
우리는 어린 시절에 고자질쟁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배우는데, 공정하고 도덕적으로 보이는 목표를 추구하다 보면 때로 받아들이기 힘든 사회적 비용이 수반된다는 점을 이해하게 된다. 어렸을 때 그런 말을 들었다면, 그는 분명 그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을 것이다.
러시아 민담에는 유로지비 yurodivy, 즉 '바보 성자' 라고 불리는 원형적 인물이 존재한다. 바보 성자는 사회 부적응자(괴짜에다가 남에게 불쾌감을 주고 때로는 광인인 경우도 있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은 사실 잘못된 표현이다. 바보 성자는 쫓겨난 사람이기 때문에 진실을 말할 수 있다.
바보 성자가 다른 점은 기만의 가능성에 대해 다른 감각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팀 러바인인 상기시키는 것처럼, 현실 세계에서 거짓말은 흔하지 않다. 거짓말은 극소수의 사람들이 할 뿐이다. 이 때문에 우리가 실생활에서 거짓말을 탐지하는 데 무능한 것도 그렇게 크게 중요하지 않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진실을 기본값으로 놓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우리 사회에는 때때로 바보 성자가 필요하다. 바보 성자는 소중한 역할을 수행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바보 성자를 낭만화한다. 해리 마코 폴로스는 메이도프 전설의 주인공이었다. 내부 고발자를 다룬 영화가 존재한다. 하지만 러바인의 주장에서 두 번째이자 결정적으로 중요한 부분은 우리 모두가 바보 성자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재앙이나 마찬가지다.
05. 학대 혹은 친절: 상상하기 어려운 가능성과 그럴듯한 가능성 중에서
샤워장 안의 소년ㅣ우리 모두의 샌더스키ㅣ확신하지 못하는 목격자ㅣ더 이상 믿지 못할 때까지ㅣ샤워장 밖의 소년ㅣ신뢰가 배신으로 끝나더라도ㅣ누구와 일할 것인가
우리는 우리의 보호자가 모든 의혹에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보호자가 진실을 기본값으로 놓으면 그를 비난한다. 그레이엄 스패니어 같은 사람들을 교도소에 보내려고 시도할 때, 우리는 권한 있는 지위에 있는 모든 이에게 그들이 어떻게 낯선 사람을 파악해야 하는지에 관해 메시지를 보낸다. 그러면서 잠시 멈춰서 그런 메시지를 보내면 어떤 결과가 생길지 고려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마음만 앞설 뿐이다.
제3부. 투명성 가정의 실패: 낯선 사람을 파악하기 위한 두 번째 도구
06. [프렌즈]의 연기: 행복할 때 웃는 사람들
수정처럼 투명한 배우ㅣ희로애락의 표정ㅣ다윈의 아이디어ㅣ도대체 왜 저러지?ㅣ투명성이라는 신화ㅣ잡음인가, 신호인가
팬암 미소 Pan-Am smile 라고 불리는 표정: 항공기 승무원들이 정중하게 보이려고 노력할 때 보여주는 미소다. 이런 미소를 지을 때는 큰 광대근을 사용해 입술 양쪽 끝을 끌어올리면서도 나머지 얼굴 부위는 무표정하게 내버려 둔다. 이 미소는 가짜처럼 보인다. 얼굴 표정에 전혀 공을 들이지 않은 미소다.
뒤셴 미소 Duchenne smile 라고 불리는 표정이다. 이 표정은 진짜 미소처럼 보인다. 눈둘레근 안와부가 관련된 얼굴 동작으로, 빰이 올라가면서 양쪽 눈에 숨길 수 없는 눈꼬리 잔주름이 생겨난다.
퍼게이트의 안면 동작 부호화 시스템 분석은 <프렌즈>에 나오는 배우들이 자기가 연기하는 인물이 마음속으로 느끼는 모든 감정을 얼굴 표정으로 완벽하게 표현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 때문에 우리는 소리를 끄고 그 장면을 보면서도 줄거리를 따라갈 수 있다. 대사는 우리를 웃게 하거나 서사의 특정한 뉘앙스를 설명해준다. 하지만 줄거리를 이끄는 것은 배우들의 얼굴 표정이다. <프렌즈>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연기는 투명하다.
투명성은 행동과 태도, 즉 사람들이 겉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이 그들이 속으로 느끼는 방식에 대한 확실하고 믿을 만한 창을 제공한다는 관념이다.
투명성 Transparency 관념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진화에 관한 유명한 보고서를 처음 내놓은 지 13년 뒤인 1872년, 찰스 다윈은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을 출간했다. 그는 웃음 짓기와 눈살 찌푸리기와 코 주름 짓기는 모든 인간이 진화적 적응의 일환으로 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우리 감정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서로에게 전달하는 것이야말로 인류의 생존에 워낙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에 얼굴이 마음의 게시판으로 발전했다고 주장했다.
이 책 2장에서 설명한 보석 심리도 마찬가지로 투명성을 활용하는 것이다.
만약 현실세계가 <프렌즈>와 같다면, 판사들은 컴퓨터보다 나을 것이다. 그러나 아마 현실 세계는 <프렌즈>와 같지 않을 것이다.
트로브리안드인에게 공포의 감각은 당신이나 내가 느끼는 공포와 전혀 다르지 않다. 그들도 가슴 깊은 곳에서 똑같이 메스꺼운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들은 그 느낌을 우리와 똑같은 방식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분노도 마찬가지로 나쁘다. 당신은 세상 모든 사람이 성난 얼굴이 어떻게 보이는지 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지 않나? 분노는 그만큼 기본적인 감정이다.
만약 트로브리안드인들을 대상으로 <프렌즈> 다섯 번째 시즌의 15화 상영회를 한다면, 그들은 로스가 챈들러와 맞서는 장면을 보고서 챈들러가 화가 나고 로스가 겁에 질렸다고 여길 것이다. 그들이 장면을 완전히 잘못 받아들일 것이다. 그리고 만약 고대 로마에서 키케로와 황제와 귀족 친구들을 모아 놓고 <프렌즈> 시사회를 한다면, 그들은 배우들의 지나치게 찡그리고 일그러진 표정을 보면서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도대체 왜 저러지?
통속심리학 folk psychology은 시트콤 같은 문화적 원천으로부터 우리가 습득하는 일종의 조야한 심리학이다.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그런 식으로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투명성은 일종의 신화다. 우리가 텔레비전을 지나치게 많이 보고 소설을 너무 많이 읽으면서 주워들은 관념인 것이다.
해석은 이렇다. 판사가 컴퓨터에 비해 유리한 점은 실은 유리한 점이 아니다.
멀레이너선의 연구를 논리적 결론까지 밀어붙여야 할까? 판사가 피의자를 직접 보지 못하게 해야 하나? 어떤 여자가 니깝을 쓰고 법정에 나타나면, 올바른 대응은 그 사건을 기각하는 게 아닐 것이다. 모든 사람이 베일을 쓰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대응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아이 돌보미를 고용하기 전에 직접 만나야 하는지, 또는 고용주가 당신에게 채용 제안을 하기 전에 면접 일정을 잡는 게 올바른 것인지 충분히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
투명성 문제는 결국 진실기본값 문제와 똑같은 자리에 놓이게 된다. 낯선 사람을 대하기 위한 우리 전략에 큰 결함이 생겼지만 이 전략은 그래도 사회적으로 필요하다. 우리는 형사사법제도와 채용 절차, 아이돌보미 선발을 인간적인 과정으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인간적 요건은 우리가 엄청난 양의 오류를 용인해야 함을 의미한다. 바로 이것이 낯선 이에게 말 걸기의 역설이다. 우리는 낯선 이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일에 서투르다. 그리고 다음 두 개 장에서 살펴볼 것처럼, 우리가 이 일에 얼마나 서투른지에 관해 서로에게 항상 솔직한 것은 아니다.
07. 유죄의 근거: 슬플 때 웃는 사람들
아만다 녹스의 게임ㅣ의심받는 정직한 넬리ㅣ슬픈 사람처럼 보일 것ㅣ내 눈동자는 증거가 아닙니다
인간은 형편없는 거짓말탐지기다. 우리가 판단하는 사람의 태도와 내면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는 형편없는 거짓말탐지기다.
태도와 내면이 일치하는 낯선 사람들의 경우에는 우리도 법집행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 없기 때문에 이런 결과는 참담하다. 우리 모두 이런 사람들이 우리를 현혹하거나 진실을 말할 때 제대로 판단한다. 태도와 내면이 불일치하는 낯선 사람, 즉 어려운 사례를 만날 때 도움이 필요하다.
08. 통하지 않는 신호: 내면과 태도가 불일치할 때
사교클럽 파티의 끝ㅣ제각각의 신호들ㅣ불투명한 잔에 가득 찬 술ㅣ캄바족의 절제된 파티ㅣ술 속에 진실은 없다ㅣ불법은 없었지만ㅣ근시의 위력ㅣ블랙아웃
"성적 행위의 진도를 나가는 데 있어 확고한 동의"
만약 모든 대학생이 콘돔을 가져오는 것은 암묵적인 성관계 동의를 의미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면, 또는 키스나 애무 같은 전희가 진도를 더 나가자는 권유가 아니라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면 동의는 간단한 문제일 것이다. 각 당사자는 상대방이 행동하는 방식을 보고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쉽고 정확하게 추론할 수 있다.
우울할 정도로 만연해지는 캠퍼스 성폭력 사건의 세부 내용을 읽어보면, 두드러지는 사실은 얼마나 많은 사건이 거의 똑같은 시나리오로 펼쳐지는가 하는 것이다. 젊은 여자와 젊은 남자가 파티에서 만나는데, 결국 상대방의 의도를 비극적으로 오해한다. 그리고 둘 다 취한 상태다.
우리는 사람들이 투명하다는 우리의 그릇된 믿음이 낯선 이들 사이의 온갖 문제로 이어지는 것을 안다. 이 믿음 때문에 우리는 유죄인 사람과 무죄인 사람, 무죄인 사람과 유죄인 사람을 혼동한다. 최선의 상화에서라도, 투명성이 부족하면 한 남자와 한 여자가 파티에서 만나는 일이 문제적 사건이 된다. 그렇다면 알코올이 거기에 덧붙여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알코올은 강력한 약물이다. 알코올은 탈억제 작용을 한다. 우리 행동을 제어하는 일군의 제약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취가 폭력, 자동차사고, 성폭력 등과 강력하게 연결되는 것도 놀랍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만약 캄바족의 술잔치가 사회 부작용이 그토록 적고, 멕시코 믹세족 인디오가 술에 취해 싸움을 벌이는 동안에도 각본을 따르는 것처럼 보인다면, 알코올을 탈억제제로 보는 우리 인식은 잘못된 것이 된다. 알코올은 다른 무언가 임이 분명하다. 드와이트와 애나히스가 보리비아에서 한 경험은 주취에 대한 우리 이해를 완전히 재고하게 만든다. 알코올을 연구하는 많은 사람이 더 이상 이를 탈억제제로 보지 않는다. 이제 그들은 알코올을 근시제 agent of myopia로 간주한다.
근시 이론을 처음 제안한 것은 심리학자인 클로드 스틸과 로버트 조지프스였는데 두 사람이 말하는 근시는 알코올의 주요 효과가 우리의 정서적, 정신적 시야를 좁힌다는 것이다. 그들의 말을 빌리자면, 알코올은 '근시 상태'를 야기한다. "피상적으로 이해할 때 근시 상태에서는 직접적인 경험의 측면이 행동과 감정에 압도적인 영향을 미친다." 알코올은 전경에 있는 사물을 훨씬 더 두드러지게 하고, 후경에 있는 사물을 한층 더 흐릿하게 한다. 또한 단기적인 고려사항을 더욱 부각하면서 인식에 집중하게 하고, 장기적인 고려사항은 멀어지게 한다.
여기 한 사례가 있다. 많은 사람이 마음이 울적할 때 술을 마신다. 술이 근심을 몰아내 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억제 사고 inhibition-thinking 다. 알코올이 기분을 좋게 해 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그런 일으 생기지 않는다. 때로는 알코올이 기운을 내게 해준다. 하지만 평소에는 근심 있는 사람이 술을 마시면 그저 근심이 더욱 깊어질 뿐이다.
당신이 술에 취하면 어떻게 될까? 알코올은 이런 갈등을 쫓아내 버린다. 당신은 이제 서투른 농담을 제재해줄 반응에 관해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 당신은 자기가 실제로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믿을 수 있다. 당신이 취하면, 자신의 진정한 모습에 대한 이해가 바뀐다.
술에 취할 때 우리에게 생기는 일은 알코올이 우리 뇌 조직으로 흡수되면서 빚어지는 특정한 경로에 따른 작용이다. 그 효과는 우리 이마 뒤편의 뇌 부위로 주의력, 동기부여, 계획, 학습 등을 관장하는 전두엽에서 시작된다. 첫 잔은 이 영역의 활동을 '약화한다.' 술이 들어가면 우리는 약간 멍해지고, 상충하는 복잡한 고려사항을 다루는 능력이 떨어진다. 술은 행복감을 관장하는 영역인 뇌의 보상 중추를 건드려 약간의 충격을 가한다. 계속해서 편도체로 들어간다. 편도체가 하는 일은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 어떻게 반응할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위협받고 있나? 두려워해야 하나? 알코올은 편도체를 한 단계 낮춘다.
이 세 가지 효과가 결합되면서 근시가 생겨난다. 우리의 뇌는 더 복잡하고 장기적인 고려사항을 다룰 힘이 없다. 알코올이 주는 예상치 못한 쾌락 때문에 정신이 팔려 있다. 우리 신경계의 도난 경보기가 꺼져 있다. 우리는 이 순간에 매인, 바뀐 형태의 우리 자신이 된다. 또한 알코올을 소뇌까지 도달한다. 뇌의 가장 뒤쪽에 있는 소뇌는 균형과 조정에 관여한다. 술에 취하면 비틀거리고 발을 헛디디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술에 취하면 예상되는 결과다.
오늘날에는 두 가지가 바뀌었다. 첫째, 오늘날의 음주자들을 50년 전의 음주자들에 비해 술을 훨씬 많이 마신다. 둘째, 한 세대 전만 해도 뚜렷했던 남성과 여성의 알코올 섭취 격차가, 특히 백인 여성 사이에서 상당히 줄어들었다.
술을 덜 마시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얼마나 많았을까?? 33퍼센트였다. 캠퍼스에서 알코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15퍼센트였다.
이런 답변은 서로 모순되는 명제다. 학생들은 자기 방어 훈련을 받는 게 좋은 방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만약 당신이 인사불성으로 취한 상태라면 자기방어 기법을 하는 것이 과연 무슨 소용일까? 학생들은 남성이 여성을 더 존중하는 것이 정말로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제4부. 진실의 정체: 또 다른 수수께끼
09. 테러리스트의 자백: 낯선 사람을 완벽하게 해독할 수 있을까?
가장 극단적인 낯선 사람, KSMㅣ선진 신문 기법의 탄생ㅣ고통을 즐기는 테러리스트ㅣ극심한 스트레스가 미치는 영향ㅣ영원히 캘 수 없는 진실
KSM에게 사용한 심문기법은 소송과 의회 조사, 끝없는 대중적 논쟁의 주제가 되었다. 그런 시문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이 방법을 '선진 심문 기법 enhanced interrogation techniques (EITs)'이라고 부른다.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은 고문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런 폭넓은 윤리적 질문은 잠시 제쳐두고, KSM 심문이 두 가지 수수께끼에 관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줄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보자.
우리가 낯선 사람에 관해 알고 싶어 하는 진실은 단단하지 않다. 생각 없이 밟으면 뭉개질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실에서 두 번째 주의표시가 나온다. 우리는 낯선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탐색에 실제적인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절대 진실의 전부를 알지 못할 것이다. 온전한 진실에 미치지 못하는 어떤 수준에서 만족해야 한다. 낯선 이에게 말을 거는 올바른 방법은 조심스럽고 겸손하게 하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이런 교훈을 가슴 깊이 새겼다면, 지금까지 내가 묘사한 위기와 논쟁 가운데 얼마나 많은 것을 막을 수 있었을까?
제5부. 결합의 파괴: 낯선 사람을 파악하기 위한 세 번째 도구
10. 시인의 죽음: 특정 방법과 연결되는 행동
자주 예고된 이별ㅣ저주받은 천재의 집착ㅣ일산화탄소와 금문교ㅣ골목에만 머무르는 드라큘라ㅣ언제 어디서 그를 대면했는가ㅣ10년만 늦게 태어났다면ㅣ낯선 사람의 세상
다른 가능성은 자실이 특정한 맥락과 결합된 coupled 행동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결합이란 어떤 행동이 아주 특정한 상황 및 조건과 연결된다는 사고다.
결합 이론은 금문교에 관해 무엇을 말해주나? 만약 자살 방지 구조물이 있어서 사람들이 뛰어내리는 것을 막는다면, 또는 그물이 설치되어 있어서 사람들이 떨어지기 전에 걸린다면 큰 차이가 생길 것이라고 말한다. 다리에서 자살하는 것이 가로막힌 사람들은 다른 곳에서 뛰어내리러 이동하지 않는다. 자살하려는 결심은 그 특정한 다리와 결합된다.
자살은 결합된다.
우리가 낯선 사람과 조우할 때 저지르는 첫 번째 오류, 즉 진실을 기본값으로 놓는 오류와 투명성의 환상은 낯선 사람을 한 개인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우리의 무능력과 관계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오류들에 또 다른 오류를 덧붙이는데, 이 때문에 낯선 사람과 겪는 문제가 위기로 확대된다. 우리는 그 낯선 사람이 움직이는 배경이 되는 맥락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한다.
다른 대다수 사람과 마찬가지로, 제 연구도 사람에 관한 거였죠. 그런데 저는, 어쩌면 우리가 장소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탁월한 젊은 시인 둘이 리츠호텔의 술집에 앉아 각자 첫 번째로 한 자살 시도에 관해 열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걸 엿들으면서 이 두 사람은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결합 이론은 우리에게 정반대의 가르침을 준다. 낯선 사람을 보고 곧바로 결론을 내리지 말라. 낯선 사람의 세상을 살펴보라.
11. 도시의 범죄: 특정 장소와 연결되는 행동
1차 캔자스시티 범죄 소탕 작전ㅣ2차 캔자스시티 범죄 소탕 작전ㅣ기적을 재현하려 ‘시도’하다ㅣ확대하기와 초점 맞추기
미국 헌법 수정조항 제4조는 '불합리한 압수와 수색'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한다. 그 때문에 경찰은 영장 없이 당신 집을 수색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거리에서도 경찰관이 몸수색을 하려면 타당한 이유('합리적 의심')가 있어야 한다. 하짐나 약약 당신이 차 안에 있으면, 경찰관이 그 기준을 충족하는 게 전혀 어렵지 않다. 미국(과 사실상 대다수 나라)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경찰관은 말 그대로 수백 가지 이유를 들어 자동차 운전자를 멈춰 세울 수 있다.
한쪽 브레이크등이 고장 난 채 운전하는 것은 법률 위반 행위처럼 보인다고 경찰관이 판단한 것으로 충분했다.
1차 캔자스시티 실험에서는 예방 순찰이 아무 쓸모가 없다고, 경찰 순찰차를 늘려도 아무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2차 캔자스시티 실험에서는 그런 입장이 바뀌었다. 실제로 순찰자를 추가로 투입했더니 차이가 생겼다. 다만 경찰관들이 재량권을 갖고 의심스럽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누구든지 정차시켜 최대한 많은 사람을 차에서 내리게 하고, 무기를 찾기 위해 비상한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경찰관들이 바쁘게 일해야만 순찰이 효과가 있었다.
그런데 결합 개념에 담긴 주요한 합의가 무엇이었을까? 법집행을 확대할 필요는 없고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압도적으로 많은 범죄자가 몇몇 집중된 범죄 빈발 지점에서 활동한다면, 도시의 이 결정적인 곳을 다른 어느 곳보다 중점적으로 단속해야 한다. 그런 지역에서 경찰이 사용하는 범죄 대처 전략도 사실상 범죄가 전혀 일어나지 않는 광대한 도시 지역에서 사용하는 것과는 완전히 달랴야 한다.
12. 당신이 샌드라 블랜드를 만났을 때: 오해의 시작
엔시니아의 세 가지 실수ㅣ의심하라, 또 의심하라ㅣ범죄자는 범죄자처럼 행동할 것이다ㅣ훈련받은 대로 하라ㅣ가지 말아야 할 곳으로 가라ㅣ한계
브라이언 엔시니아는 투명성을 믿었다. 즉, 사람들이 보이는 태도가 그들의 감정과 성격을 말해주는 믿을 만한 길잡이라고 믿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런 투명성을 가르친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는 경찰관들에게 이런 투명성을 가르친다. 예를 들어, 리드 기법 Reid Technique 이라고 불리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법집행 훈련 프로그램은 연방수사국과 세계 각지의 무수한 법집행 기관들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 주경찰청의 3분의 2 정도에서 활용된다. 리드 시스템은 투명성 개념에 직접적으로 근거한다. 경찰관들에게 처음 보는 사람을 대할 때 태도를 무죄와 유죄를 판단하는 길잡이로 삼으라고 가르친다.
브라이언 엔시니아는 샌드라 블랜드를 대한 방식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 도로 구간의 위험성을 고의로 과장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범죄가 장소와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일어난다는 생각을 꿈에도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문학 이론가들과 교량 공학자들, 경찰청장들은 결합 이론과 분투하다. 순찰 경관들이라고 뭐 다를 게 있을까?
그리하려 브라이언 엔시니아는 결국 가지 말아야 할 곳에 가서 정차 검문을 받지 않아도 될 사람을 멈춰 세우고는 결코 끌어내지 않아야 할 결론을 끌어냈다. 샌드라 블랜드의 죽음은 사회가 낯선 이에게 말 거는 법을 알지 못할 때 일어나는 일이다.
'Book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케팅 때문에 고민입니다 이승민 (0) | 2020.03.31 |
---|---|
부모라면 놓쳐서는 안 될 유대인 교육법 평범한 아이도 미래 인재로 키우는 유대인 자녀교육 6가지 키워드 임지은 (0) | 2020.03.30 |
철학이 필요한 순간 Standpoints 스벤 브링크만 (0) | 2020.03.24 |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2 당신만의 why를 찾아라 Find Your Why 사이먼 사이넥, 데이비드 미드, 피터 도커 (0) | 2020.03.23 |
타이탄의 도구들 1만 시간의 법칙을 깬 거인들의 61가지 전략 Tools of Titans 팀 페리스 (0) | 2020.0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