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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by 욕심쟁이77 2021.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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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구치 슈

철학과 예술에서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찾는 일본 최고의 전략 컨설턴트이다. 게이오대학교 문학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미학미술사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일본 최대 광고회사 덴츠를 시작으로 보스턴컨설팅그룹과 A.T.커니를 거쳐 세계 1위 경영·인사 컨설팅 기업인 콘페리헤이그룹의 시니어 파트너(임원)를 역임하며 조직 전략, 기업 혁신, 인재 육성, 리더십 분야의 전문 컨설턴트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독립 컨설팅펌 라이프니츠 랩(Leibnitz Lab)의 대표이자 히토쓰바시대학원 경영관리연구과 겸임교수, 작가, 강연 연사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고교 시절 주로 미술관이나 영화관,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냈다는 그는 인문학과 예술에 대한 오랜 관심을 바탕으로, 경영 컨설턴트로서 일하는 동안에도 인재 양성과 조직 혁신에서 ‘비즈니스와 미의식’, ‘직감과 지적 성과’ 등이 어떻게 결합되어 시너지를 내는지를 고민하고 이를 현장에 적용해왔다. 지은 책으로 국내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를 비롯하여, 『세계의 리더들은 왜 직감을 단련하는가』, 『쇠퇴하는 아저씨 사회의 처방전』, 『독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그들은 어떻게 지적 성과를 내는가』 등이 있다.

『뉴타입의 시대』는 저자 야마구치 슈가 오랜 기간 천착해온 주제인 미의식, 지적 성과, 무기로서의 철학을 잇는 메인 테마로서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론’을 본격적으로 연구한 결과물이다. 2019년 가을 출간과 동시에 기노쿠니야?오리콘 베스트셀러, 40주 연속 일본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물론, 2019 HR어워드 수상, 1만 명의 비즈니스 리더가 뽑은 2019 올해의 책 1위(제31회 <탑포인트>지 선정 하반기 대상) 등에 올랐다.

교양이 없는 전문가는 위험한 존재다

시카고 대학교 총장이었던 로버트 허친스는 리더가 교양을 갖추어야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 교양 없는 전문가야말로 우리의 문명을 가장 위협하는 존재다.

- 전문 능력이 있다고 해서 교양이 없거나 매사에 무지해도 되는 것일까?

참으로 강렬하다. 철학을 배우면 어떤 일에 도움이 된다거나 멋있어 보인다거나 현명해진다는 것이 아니고, 철학을 배우지 않고 사회적 지위만 얻으면 문명을 위협하는 존재, 한마디로 '위험한 존재'가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리는 왜 철학을 배워야만 하는가?

① 사황을 정확하게 통찰한다

② 비판적인 사고의 핵심을 배운다

③ 어젠다를 정한다

④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는다

 

© kmitchhodge, 출처 Unsplash

제1부 무기가 되는 철학

철학을 배우는 새로운 방법

① 목차를 시간축으로 구성하지 않는다

대신 철학자들이 남긴 다양한 개념들을 콘셉트에 따라 정리해 목차를 구성했다. 총 네 가지 콘셉트로 '사람', '조직', '사회', '사고'가 바로 그것이다.

'사람'에 관한 핵심 콘셉트는 타인과 자신의 사고방식과 행동 양식에 관해 더욱더 깊이 통찰하게 한다.

'조직'에 관한 핵심 콘셉트는 집단에 속한 인간이 보이는 행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사회'에 관한 핵심 콘셉트는 사회의 성립 과정과 그 매커니즘을 더욱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사고'에 관한 핵심 콘셉트는 모든 일을 깊고 예리하게 고찰하기 위한 돌파구를 마련해 준다.

② 현실의 쓸모에 기초한다

솔직히 말해서 '사용할 수 있는지 없는지'만을 기준으로 평가해 담았다.

우리의 목적은 즐겁게, 나다운 인생을 살면서 행복해지는 것이다.

③ 철학 이외의 영역도 다룬다

핵심적인 철학 사상 외에 경제학, 문화인류학, 심리학, 언어학에 관한 내용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왜 철학 앞에서 좌절하는가?

모든 철학자의 생각은

두 가지 축으로 정리된다

- 물음의 종류 'What'과 'How'

- 배움의 종류 '프로세스'와 '아웃풋'

-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 What의 물음

-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 How의 물음

'What의 물음'에 대한 다답은 시사한 것이 많다

중요한 것은 과정에서 배운다

철학적 고찰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배움에는 다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 프로세스로부터의 배움

- 아웃풋으로부터의 배움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가 중요하지 않은 이유

저명한 철학 교수가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하다"라고 아무리 강조한들 '왜' 중요한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면, '철학은 아무래도 나와는 맞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초심자는 아무래도 쉽고 빠르게 배우고 싶어 한다.

제2부 지적 전투력을 최대화하는 50가지 철학·사상

© felix_w, 출처 Pixabay

제1장 사람에 관한 핵심 콘셉트 ‘왜 이 사람은 이렇게 행동할까?’

01 타인의 시기심을 관찰하면 비즈니스 기회가 보인다 (프리드리히 니체_르상티망)

르상티망 ressentiment을 여느 철학 입문서에서처럼 설명해 보면 다음과 같다. '약한 입장에 있는 사람이 강자에게 품는 질투, 원한, 증오, 열등감 등이 뒤썩인 감정.' 한마디로 시기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니체가 제시한 르상티망은 우리가 시기심이라고 여기지 않는 감정과 행동까지도 포함한 조금 더 폭넓은 개념이다.

르상티망에 사로잡힌 개인은 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인다.

- 르상티망의 원인이 된 가치 기준에 예속, 복종한다

- 르상티망의 원인이 된 가치판단을 뒤바꾼다

추상적인 상징에 지나지 않는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이라는 개념을 끌어내 파스트 체인점과 가치를 비교하고 나서 자신은 후자를 좋아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자를 좋아하는 사람들보다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것을 내세우는 데 중점을 둔 행동읻. 이는 '르상티망에 사로잡힌 사람은 르상티망의 원인이 된 가치판단을 뒤바꾸려고 한다'는 니체의 지적과 완전히 일치한다. 니체의 주장을 덧붙이자면, 르상티망을 가진 사람은 르상티망에 기인한 가치판단의 역전을 제시하는 언론 등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다.

부를 경멸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너무 신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부를 얻을 가망이 없는 사람들이 부를 경멸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사람들이 부를 얻게 되면 그들만큼 상대하기 곤란한 사람은 없다.

02 우리는 모두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칼 구스타프 융_페르소나)

인격 personality 은 그 자체의 정의로 볼 때 짧은 시간에 크게 변화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상황이나 주변과의 관계를 위해 인격을 달리 포장해야 할 때가 있다. 이를 심리학적으로 분석한 사람이 심리학자 카를 쿠스타프 융이다. 그는 인격 가운데서 외부와 접촉하는 외적 인격을 페르소나 persona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실제 자신의 모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 낸 가면이 페르소나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실제 타협의 범위가 그다지 명확하게 인식되지 않기 때문에 항상 '어디까지가 가면이고 어디까지가 얼굴인가'하는 물음이 따라다닌다.

가면과 맨 얼굴의 경계가 애매해진다는 모티브에 우리가 끌리는 이유는, 자기 정체성이나 인격이 실제로는 매우 취약하며 외부 환경에 따라 왜곡되기도 하고 감추고 싶었던 무의식이 표출될 염려가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03 성과급으로 혁신을 유도할 수 있을까?(에드워드 데시_예고된 대가)

대가를 지급하기로 약속한 결과 창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향상되기는커녕 오히려 저하되었다.

어느 단계에서든 대가를 예고하면 이미 재미를 느껴 몰입해 있는 활동에 대한 자발적 동기가 저하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대가를 약속받으면 높은 성과물을 내려고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적은 노력으로 가장 많은 대가를 얻기 위해서 무엇이든 하게 된다는 것이다. 더불어 스스로 과제를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신의 능력과 지식을 향상시킬 수 있는 도전적인 과제가 아니라 가장 많은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과제를 선택하게 된다.

사람이 창조성을 발휘하여 리스크를 무릅쓰고 나아가는 데는 당근도 채찍도 효과가 없다. 다만 자유로운 도전이 허용되는 풍토가 필요하다. 그러한 풍토 속에서 사람이 주저 없이 리스크를 무릎쓰는 것은 당근을 원해서도 채찍이 두려워서도 아니다. 그저 단순히 자신이 그렇게 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04 사람은 논리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아리스토텔레스_수사학)

다른 사람의 행동을 진정한 의미에서 바꾸고 싶다면 설득보다는 이해, 이해보다는 공감이 필요하다. 논리 사고에 뛰어난 컨설턴트가 종종 일반 회사로 옮긴 후 고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그가 사람이 논리에 의해 움직인다고 잘못 알고 있어서다.

로고스 logos는 논리를 뜻한다. 논리만으로 사람을 설득하기는 어렵다고 하지만, 한편 논리적으로 말도 안 되는 기획이 사람들의 찬성을 얻기도 어려울 것이다.

논리만으로 사람이 움직이지는 않는다. 논리는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이는 토론을 떠올려 보면 이해하기 쉽다. 토론에서는 상대를 꺾어 이기면 그만이지만, 실제로 사회에서 이 같은 행동을 한면 꺾인 상대는 겉으로만 따르는 척할 뿐 속으로는 반발심을 품고 전력을 다해 실력을 발휘하지 않는다. 결코 논리만으로는 사람을 움직일 수 없다.

두 번째로 꼽는 것이 에토스 ethos다. 에토스는 에식스 ethics, 즉 윤리를 뜻한다. 아무리 이치에 맞는 말이라 해도 그 말을 하는 화자가 도덕성을 의심받는 사람이라면 사람들의 힘을 이끌어 낼 수 없다.

마지막으로 파토스 pathos는 패션 passion, 즉 열정을 가리킨다. 본인이 신념을 갖고 열정을 드러내며 말해야 비로소 타인이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직의 리더라면 당연히 자신을 추종하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이끌어 가는 능력이 필요하다.

05 노력하면 구원받을 수 있다고 신은 말하지 않았다(장 칼뱅_예정설)

예정설에 따르면 깊은 신앙심이나 많은 선행은 그 사람이 신에게 구원받는 여부와는 관계가 없다. 이러한 사고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동기'의 인식과 크게 모순을 일으킨다. 대가와 노력의 관계에서 보면, 대가가 약속되어 있기에 노력하려는 동기가 생겨난다는 사고가 보편적이다. 그런데 예정설에 따르면 노력 여부와 상관없이 대가를 받을 사람과 받지 못할 사람이 미리 결정되어 있다.

인사 평가 제도를 설계할 때는 노력한 사람과 성과를 낸 사람이 그에 걸맞는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사고, 즉 인과응보의 가치를 추구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떤가? 아마도 많은 사람이 부정할 것이다. 오히려 인사 평가의 결과를 기대하고 희망을 가지는 사람보다 승진하거나 출세하는 사람은 '미리 정해져 있다'고 느끼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06 타고난 능력이란 없다, 경험을 통해 인간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존 로크_타불라 라사)

타불라 라사 tabula rasa는 라틴어로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석판' 이라는 의미로 타불라는 태블릿 tablet, 즉 판이라는 단어가 그 어원이다.

로크가 도달한 결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어떤 일이든 실제로 존재하는 것에 대한 우리의 생각, 즉 현실 세계에 관한 이해는 직접 감각을 통해 얻은 경험에 의해 이끌리든 가 아니면 간접 경험으로부터 도출된 요소가 바탕이 된다.

로크가 주장한 핵심 주제가 '사람은경험과 학습에 의해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라면 이 주제는 인생의 어느 시점에나 적용해 볼 수 있다. 인간의 수명이 100세에 이르는 시대에는 '다시 새롭게 배우는 일'이 매우 중요한 논점이다.

07 자유는 견디기 어려운 고독과 통렬한 책임을 동반한다 (에리히 프롬_자유로부터의 도피)

자유에는 견디기 어려운 고독과 통렬한 책임이 따른다. 이 고독과 책임을 감당하고 견디면서, 더욱이 진정한 인간성의 발로라고 할 수 있는 자유를 끊임없이 갈구함으로써 비로소 인류에게 바람직한 사회가 탄생하는 법이다. 하지만 자유의 대가로서 필연적으로 만들어지는, 폐부를 찌르는 듯한 고독과 책임의 무게에 몹시 지친 나머지 그들은 비싼 대가를 치르고 손에 넣은 자유를 내던지고 나치의 전체주의를 택한다. 특히 나치즘을 지지하는 세력의 중심에 소상인, 장인, 사무직 근로자들로 이루어진 하층 및 중산계급이 있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프롬에 의함하면 '권위주의적 성격'을 가진 사람은 권위를 따르기 좋아하는 한편, 스스로 권위를 갖고 싶어 하고 동시에 다른 사람을 복종시키고 싶어 한다. 한마디로 '자신보다 위에 있는 사람에게는 아첨하고 아랫사람에게는 거만하게 구는 인간'이다. 이 권위주의적 성격이 파시즘 지지의 기반이 된 것이라고 프롬은 강조했다.

인간이 이상으로 여기는 개인의 성장과 행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분리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매사를 생각하고 느끼고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욱이 무엇보다도 꼭 필요한 것은 자신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데 용기와 강인함을 지니고 자아를 철저하게 긍정하는 일이다. - 에리히 프롬 "자유로부터의 도피"

08 불확실한 것에 매력을 느끼는 인간의 본성 (버러스 프레더릭 스키너_대가)

소셜미디어가 사람에게 주는 대가는 바로 도파민이다. 정신 차려 보면 어느새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들여다보고 있다. 메시지 수신을 알리는 표시가 뜨면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다. 이러한 행위를 '도파민의 조화'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욕구계가 괘락계보다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대부분 사람들이 항상 무언가 느끼고 추구하는 행동을 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도파민 시스템은 예측하지 못한 일에 직면하면 자극을 받는다. 예측하지 못한 일이란 스키너 상자 실험에서 네 번째 조건이었던 변동비율 스케줄에 해당한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문제 메시지는 예측할 수 없다. 이들 미디어는 변동비율 스케줄로 움직이기 때문에 사람의 행동을 강화하는, 즉 반복해서 행동하게 하는 효과가 매우 크다.

왜 사람들은 소셜미디어에 빠지는 것일까? 다름 아니라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최근의 연구가 제시하는 해답니다.

09 인생을 예술 작품으로 대한다면 (장 폴 사르트르_앙가주망)

앙가주망 engagement 이라 하면 주체적으로 관계한 일에 참여 commit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무엇에 참여하는 것일까?

첫 번째 우리 자신의 행동이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자신의 행동을 주체적으로 선택할 권리가 있다.

또한 샤르트르는 우리가 스스로의 행동뿐만 아니라 이 세꼐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바로 앙가주망에 따라 참여하는 두 번째 대상이 '세계'다. 그에 의하면 우리는 자신의 능력과 시간, 즉 인생 자체를 사용해 어떤 계획을 실현하는데, 이대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은 모두 그 계획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

소위 성공은 사회나 조직이 명령하는 대로 행동하고 기대받은 성과를 올리는 것을 의미하지만 사르트르는 그런 건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고 단정했다. 그리고 자유롭다는 것은 사회나 조직이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가치를 손에 넣는 게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10 악의가 없어도 누구나 악인이 될 수 있다 (한나 아렌트_악의 평범성)

아렌트가 의도한 것은 우리가 흔히 '악'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 즉 악은 평범한 것이 아니라 무언가 이상한 점이 있는 특별한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뒤흔드는 일이었다. 아렌트는 아이히만이 유대 민족에 대한 증오나 유럽 대륙에 대한 공격심이 아니라, 그저 단순히 출세하기 위해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자 그 무서운 범죄를 저지른 경위를 방청하고 나서 최정적으로 이렇게 정의했다.

악이란 시스템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세상에는 두 가지 삶의 방식이 존재한다.

① 현행 제도를 부여된 대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어떻게 잘해 나갈까에 사고와 행동을 집중하는 방식

② 현행 제도를 부여된 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제도 자체를 더 나은 것으로 바꾸어 가는 데 사고와 행동을 집중하는 방식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이 ①을 선택하는 것 같다. 서점에 즐비한 비즈니스 도서 코너를 가 보면 알겠지만, 베스트셀러로 불리는 서적은 대부분 ①의 논점에 따라 쓰였다.

평범한 인간이야말로 극도의 악이 될 수 있다. 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한 사람은 누구나 아이히만처럼 될 가능성이 있다. 그 가능성에 관해 생각하는 것은 두려운 일일지 모르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그 가능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사고하기를 멈추면 안 된다고 아렌트는 호소했다. 우리는 인간도 악마도 될 수 있다. 그리고 인간이 되느냐 악마가 되느냐는 시스템을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

11 자기실현을 이룬 사람일수록 인맥이 넓지 않다 (에이브러햄 매슬로_자기실현적 인간)

매슬로는 인간의 욕구를 다음 5단계 구조로 설명했다.

1단계: 생리적 욕구 physiological needs

2단계: 안전의 욕구 safety needs

3단계: 소속과 애정의 욕구 belonging & love needs

4단계: 존중의 욕구 esteem needs

5단계: 자아실현의 욕구 self-actualization needs

매슬로는 인간의 욕구 중 최고 우위에 있는 자아실현을 이루었다고 판단한 많은 역사 인물을 비롯해 당시 생존해 있던 아인슈타인과 그 밖의 인물들에 대한 사례 연구를 통해 자아실현을 이룬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 15가지를 밝혔다.

1) 현실을 더욱 효과적으로 지작하고 쾌적한 관계를 유지 소망, 욕망, 불안, 낙관주의, 비관주의에 기인해 예견하지 않는다. 미지의 것이나 애매한 것에 겁먹거나 놀라지 않고 오히려 흥미로워한다.

2) 자연을 비롯해 자신과 타자를 수용 마치 자연을 자연 그래로 무조건 받아들이듯이 인간성의 약점, 죄책감, 유약함, 사악함을 받아들일 수 있다.

3) 자발성, 단순함, 자연스러움 행동, 사상, 욕구에 자발적이다. 행동의 특징은 단순하고 자연스러우며, 거짓을 꾸미거나 결과를 노리느라 긴장하는 일이 없다.

4) 과제 중심적 철학적, 윤리적인 기본 문제에 관심이 있으며 넓은 준거기준 frame of reference 속에서 살아간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일이 없다. 폭넓고 보편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거시적인 안목으로 일을 한다.

5) 초월성-프라이버시의 욕구 혼자 있어도 상처받거나 불안해하지 않는다. 고독과 혼자만의 생활을 즐긴다. 이러한 초월성은 일부 사람들에게 냉정함, 애정의 결여, 우정의 부재, 적의로 해석되기도 한다.

6) 자율성-문화와 환경으로부터의 독립, 능동적 인간 비교적 생리적 환경과 사회적 환경에서 독립해 있다. 외부에서 얻을 수 있는 사랑과 안전에 의한 만족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자기 발전과 성장을 위해 자신의 가능과 잠재 능력을 믿는다.

7) 언제나 새로운 인식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항상 신선하고 천진하게 인식하고 경외와 기쁨, 경이로움과 황홀감을 느낀다.

8) 신비로운 경험-최고의 체험 신비로운 체험을 갖고 있다. 황홀감과 경이로움과 외경심을 동시에 가져오는 굉장히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 일어났다고 확신한다.

9) 공동체 의식 때로는 인류에게 화가 나거나 조바심이 나거나 싫증이 날 때도 있지만 그들에게 동정과 애정을 느끼며 도움을 주고자 한다.

10) 대인 관계 마음이 넓고 깊은 대인 관계를 유지한다. 소수의 사람들과 특별히 깊은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이는 자아실현적으로 매우 친밀해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11) 민주적인 성격 구조 가장 심원한 의미에서 민주적이다. 계급이나 교육제도, 정치적 신념, 인종과 피부색 등에 관계없이 자신과 잘 맞는 성격의 사람과는 누구와도 잘 지낸다.

12) 수단과 목적의 구별, 선악의 구별 매우 윤리적이고 확실한 독덕 기준을 갖고 있어 올바른 일을 행하고 옳지 않은 일은 하지 않는다. 수단과 목적을 명확히 구별할 줄 알고 수단보다 목적에 마음이 끌린다.

13) 철학적이고 악의 없는 유머 감각 악의 있은 유머, 우월감에 의한 유머, 권위에 대항하는 유머에는 웃지 않는다. 그들이 유머라고 인정하는 것은 철학적이다.

14) 창조성 특수한 창조성, 독창성 등 발명의 재능을 갖고 있다. 그 창조성은 건강한 아이의 천진난만하고 보편적인 창조성과 같은 종류다.

15) 문화에 편승하기를 거부 자아실현적 인간은 다양한 방법으로 문화 속에서 잘해 나가지만, 아주 깊은 의미로는 문화에 편승하는 데 저항한다. 사회의 규제가 아니라 스스로의 규제에 따른다.

12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기꺼이 생각을 바꾸는 사람들 (레온 페스팅거_인지 부조화)

세뇌라는 단어는 영어 brain-washing을 중국어(시나오)로 직역한 말이다. 이 용어는 한국 6.25 전쟁 당시 포로수용소에서 시행된 사상 개조에 관해 믹국 첩보기관이 작성한 보고서에 처음 소개되었으며, 그 후 저널리스트인 에드워드 헌터가 중국 공산당의 세뇌 기법에 관해 쓴 저서를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우리는 신념이 행동을 결정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인간관계는 그 반대라는 사실을 인지 부조화 이론은 시사한다.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아 행동이 일어나고, 나중에 그 행동에 합치되도록 의사가 형성된다. 다시 말해 인간은 합리적인 생물이 아니라 나중에 합리화를 도모하는 생물이라는 것이 페스팅어가 내놓은 답이다.

12 개인의 양심은 아무런 힘이 없다(스탠리 밀그램_권위에의 복종)

밀그램 교수가 실시한 아이히만 실험의 결과는 우리에게 다양한 암시를 던져 준다.

우선 관료제에 관해서다. 관료제라 하면 관청 등의 기관에서 채택한 조직 제도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상급자 아래에 트리형으로 인원을 배치하고 권한과 규칙에 따라 실무를 집행하는 것이 관료제라 정의한다면 오늘날 대부분의 사회 조직이 관료제에 의해 운영된다고 할 수 있다. 밀그램의 실험은 악한 행동을 하는 주체자의 책임 소재가 애매하면 애매할수록 사람은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자제심과 양심의 작용이 약해진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 이러한 심리 현상은 아주 위험하다. 조직이 커지면 키질수록 양심이나 자제심이 작동하기 어려워진다면, 조직이 비대한 만큼 악행의 규모 또한 비대화되기 때문이다.

현대와 같이 분업이 표준화된 사회에서는 악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자각 조차 못 한 채 거대한 악행에 가담하고 있기 쉽다. 수많은 기업에서 행하고 있는 은폐와 위장은 바로 분업에 의해 가능하다. 이러한 행위를 막기 위해서는 자신이 어떠한 체계에 속해 있는지, 자신이 하고 있는 눈앞의 일이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짚어 보고 공간적, 혹은 시간적으로 큰 테두리 안에서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후에 무언가 개혁이 더 필요하다고 여겨지면 용기를 내어 "이건 이상하지 않은가? 잘못된 게 아닌가!" 라고 자기 의견을 적극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13 언제 일에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까? (미하이 칙센트미하이_몰입)

각자 분야가 다른 고도의 전문가들이 일에 흠뻑 빠져 있는 상태를 표현하는 말로 종종 '몰입 flow'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칙센트미하이는 절대적 몰입의 상태에 들어가면 다음과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1) 과정의 모든 단계에 명확한 목표가 있다 목적이 불명확한 일상생활에서 생긴 일과는 대조적으로, 플로 상태에서는 항상 해야 할 일을 확실히 알고 있다.

2) 행동에 대해 즉시 피드백한다 플로 상태에 있는 사람은 자신이 어느 정도 잘하고 있는지를 자각하고 있다.

3) 도전과 능력이 균형을 이룬다 자신의 능력에 맞는 도전을 하고 있으며 너무 쉬워서 지루한 일도, 너무 어려워서 도망치고 싶은 일도 없이 절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4) 행위와 의식이 융합한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완전히 집중하고 있다.

5) 집중을 흐트러뜨리는 일은 의식에서 배제한다 완전히 몰입해서 일상생활의 사소한 일이나 고민이 의식에서 배제되어 있다.

6)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완전히 몰입해 있어서 집중력과 능력이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실패에 대해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 만약 마음속에서 불안이 밀려오면 플로 상태가 중단되어 조절 감각을 잃고 만다.

7) 자의식이 소멸된다 자신의 행위에 상당히 몰입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평가에 신경을 쓰거나 걱정하지 않는다. 플로가 끝나면, 반대로 자신이 크게 성장했다는 만족감을 느낀다.

8) 시간 감감이 왜곡된다 시간이 흐르는 것도 잊은 채 몰입하기 때문에 몇 시간이 몇 분처럼 느껴진다. 혹은 정반대로 스포츠 선수 같은 경우는 어느 한순간이 늘어나 긴 시간처럼 느낄 때도 있다.

9) 활동이 자기 목적이 된다 몰입 상태로 이끄는 체험을, 의미가 있든 없든 단지 플로 체험에서 오는 충족감을 위해 즐길 수 있다. 예술이나 음악, 스포츠는 생활에 꼭 필요하지 않아도 자체의 만족감을 위해서 즐긴다.

칙센트미하이는 '행복한 인생은 어떤 것일까'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심리학의 길로 나아갔고, 그렇게 해서 다다른 것이 몰입의 개념이다.

제2장 조직에 관한 핵심 콘셉트 ‘왜 이 조직은 바뀌지 않는가?’

15 뛰어난 리더의 조건 (니콜로 마키아벨리_마키아벨리즘)

부하에게 사랑받는 리더와 부하가 두려워하는 리더 중 어느 쪽이 더 뛰어난 리더일까? 이는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끊임없이 논의되어 온 문제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부하가 두려워하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단호하게 주장한다.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다른 국가를 정복할 대는 "필요한 개혁을 단번에 과감히 단행하여 날마다 계속해서 원망을 받지 않도록 하라"라고 주의를 주었다. 이 지적은 구조조정을 할 때 초기 단계에서 대규모로 단행해 버리는 편이, 여러 번에 걸쳐 조금씩 고통을 주는 소규모 구조조정보다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기업 재생의 철칙에도 부합한다. 즉 마키아벨리는 부도덕하라고 한 것이 아니라 냉철한 합리자가 되라고 조언한 것뿐이며, 때때로 합리성과 도덕성이 부딪힐 대 합리를 우선으로 할 것을 강조했다.

리더의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상황에 따라 환영받지 못하는 결정이나 부하에게 상처를 주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마키아벨리는 비즈니스든 사회 조직이든, 혹은 가족 안에서든 장기적인 번영과 행복에 책임감을 갖고 있는 리더는 과감히 결단을 내리고 행동해야 할 때가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 준다. 리더의 입장에 선다는 것은 때때로 고독하고, 암흑의 책임을 떠안는 일이다. 한편으로는 그것이 권력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16 끝까지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있는가? (존 스튜어트 밀_악마의 대변인)

악마의 대변인이란 다수파를 향해 의도적으로 비판과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을 뜻한다. 여기서 '의도적'이라는 말은 원래 청개구리 기질이 있어 다수파의 의견에 반대한다는 뜻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이 같은 '역할'을 맡는다는 의미다.

존 스튜어트 밀은 저서 '자유론'에서 건전한 사회를 실현하는 데 '반론의 자유'가 중요하다고 거듭 지적했다.

어떠한 의견이 어떠한 반론에도 논박당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옳다고 상정되는 경우와, 애초에 비판을 허용하지 않을 목적으로 미리 옳다고 상정되는 경우는 상당히 큰 차이가 있다. 자신의 의견에 반박하고 반증할 자유를 완전히 인정해 주는 것이야말로 자시의 의견이 자신의 행동 지침으로써 옳다고 내세울 수 있는 절대적인 조건이다. 전지전능하지 못한 인간은 의외의 방법으로는 자신이 옳다고 내세울 수 있는 합리적인 보증을 얻을 수 없다. -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악마의 대변인은 다수파의 의견이 통합되어 가는 과정에서 대수롭지 않은 일을 세세하게 캐내어 결점을 찾는다. 이 결점을 통해 그때까지 간과했던 문제를 깨달음으로써 빈약한 의사 결정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막는다. 이 악마의 대변인이 극히 중대한 국면에서 효과적으로 기능을 발휘한 사례로 쿠바 사태를 꼽을 수 있다.

17 붕괴된 가족과 공동체의 새로운 대안 (페르디난트 퇴니에스_게마인샤프트와 게젤샤프트)

게마인샤프트는 지연이나 혈연 등으로 깊이 연결되어 있는 자연 발생적인 커뮤니티를, 게젤샤프트는 이익이나 기능, 역할에 의해 연결된 인위적인 커뮤니티를 뜻한다. 원래 독일어로 게마인샤프트 '공동체', 게젤샤프트는 '사회'를 의미한다.

종신고용은 평생 돌봐 주는 대신 충성을 다할 것을 약속하는 것이다. 연공서열은 커뮤니티 내에서는 연장자가 상대적으로 존경받고 종용되는 것을, 노동조합은 동료의 고용을 함께 지키고 누군가가 해고되지 않도록 단결할 것을 약속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제도는 각각 '평생 돌봐 드리겠습니다', '연장자를 소중히 대하겠습니다', '단결해서 개인을 지키겠습니다'라는 뜻이며, 이는 곧 촌락 공동체에서 암묵적으로 전체되었던 약속인 셈이다.

18 변화는 새로운 시도가 아닌 과거와의 작별에서 시작한다 (쿠르트 레빈_변화 과정)

조직 내에서 사람의 행동은 어떻게 결정될까? 쿠르트 레빈 이전의 심리학자들, 그중에서도 특히 행동주의자들에 의하면 사람의 행동은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 하지만 레빈은 조직 내에서 '개인과 환경의 상호 작용'에 의해 사람의 행동이 규정된다는 가설을 세웠고, 오늘날 그룹다이내믹스 gorup dynamics(집단생활에서 구성원들의 행동 특성을 규정하는 법칙과 요인을 과학적으로 분석, 연구하는 분야)로 알려진 광범위한 영역에서 연구를 실시했다.

레빈이 제창한 이 모델은 개인 또는 조직의 변화가 어떻게 실현되는지 세 단계로 보여 준다.

제 1단계 '해동 unfreezing'은 지금까지의 사고방식이나 행동 양식을 바궈야 한다는 현실을 자각하고 변화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제 2단계 '혼란 moving'에서는 예전에 갖고 있던 견해와 사고, 또는 제도와 프로세스가 불필요해지면서 혼란과 고통이 생긴다.

제 3단계 '재동결 refreezing'은 새로운 관점과 사고가 결실을 이루어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는 단계로, 이전보다 나아졌다고 느끼게 되어 변화를 받아들이고 유지하려는 항상성 감각이 되살아난다.

19 권위를 만드는 세 가지 요소 (막스 베버_카리스마)

베버에 의하면 국가나 저치 단체는 정당한 폭력 행사가 지지하는 지배 관계에 의해 질서가 잡혀 있다.

우선 지배의 내적인 정당화, 즉 정당성의 근거 문제부터 살펴보면 여기에는 세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는 '영원한 과거'가 갖고 있는 권위다. 이는 먼 옛날부터 통용되어 온 어떤 풍속을 계속 지키려는 습관적인 태도로 인해 신성화된 경우다. 낡은 형태의 가부장이나 세습군주가 행한 '전통적 지배'를 가리킨다. 둘째는 어떤 개인의 비일상적인 천부적 자질(카리스마)이 갖고 있는 권위다. 개인의 계시나 영웅적인 행위 또는 그 외의 지도자적 자질에 대해 인격적으로 완전히 의지하고 신뢰하는 것에 기초하는 지배, 즉 '카리스마적 지배'다. 마지막으로 '합성법'에 의한 지배다. 이는 제정 법규의 타당성에 대한 신념과 합리적으로 이루어진 규칙에 의거한 객관적인 권한을 기초로 한 지배로, 오히려 이때의 복종은 법규가 명하는 의미 이행의 형태로 실행된다. 근대적인 국가 공무원이나 그와 유사한 권력자들이 행하는 지배가 모두 이에 속한다.

- 막스 베버 '직업으로서의 정치'

베버에 정의에 따르면 카리스마 지도자는 비일상적인 천부적 자질을 지닌 인물이므로 흔하지가 않다. 결국, 우리는 이 흔치 않은 '카리스마 지도자'를 인공적으로 키워 내는 일에 도전하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사람을 끌어모으는 자질을 타고난 인물을 얼마만큼 리버스엔지니어링 reverse engineering(이미 만들어진 시스템을 역으로 추적하여 기본적인 설계 개념과 적용 기술을 파악하고 재현하는 일)해서 더욱 폭넓은 범위에서 공유하고 실천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 될 것이다.

20 이해할 수 없는 사람과 함께 일해야만 하는 이유 (에마뉘엘 레비나스_타자의 얼굴)

레비나스가 말하는 '타자'는 글자 그대로 자신 이외의 사람이 아니라 '소통이 안 되는 사람,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을 뜻한다. 해부학자 요로 다케시 교수가 쓴 '바보의 벽'이라는 책이 엄청난 베스트셀러였던 적이 있는데, 레비나스의 타자를 알기 쉽게 표현하면 바로 '바보의 벽이 가로막고 있어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라고 할 수 있겠다.

인간에게 '사람을 죽이지 말지어다!'하고 표현하는 '얼굴'의 개념만은 자기만족을 느끼는 동안에도, 혹은 우리의 능력을 시험하는 장애를 겪는 동안에도 회귀하지 않는다. 이는 현실적으로 죽이는 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단지 죽일 수 있는 것은 타자의 얼굴을 응시하지 않는 경우 뿐이다.

- 에마뉘엘 레비나스 '곤란한 자유'

21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부유한 사람은 더 부유해진다 (로버트 킹 머튼_마태 효과)

과학 사회학의 창시자인 로버트 킹 머튼은 좋은 조건의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연구자는 뛰어난 연구 실적을 올림으로써 한층 더 좋은 조건을 얻게 된다는 '이익-우위성의 누적' 메커니즘을 지적한다. 머튼은 '신약성서'의 '마테복음'에 나오는 "부유한 사람은 점점 더 부유해지고, 가난한 사람은 점점 더 가난해진다"라는 문장을 차용해 이 메커니즘을 '마태 효과'라고 명명했다.

저명한 과학자의 글은 성과가 실제보다 부풀려지거나 확대된 형태로 승인되는 한편, 무명 과학자에게는 그런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 가령 노벨상 수상자는 평생 노벨상 수상자로 살게 되는데 수상자가 되면 학계에서 유리한 지위가 부여되어 과학 자원의 배분, 공동연구, 후계자 양성에서 점점 더 큰 역할을 해낸다. 반면 무명인 신인 과학자의 논문은 학술지에 실리기도 힘들고 실적을 발표하는 데 있어 저명한 과학자에 비해 조건이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22 협조할 것인가, 배신할 것인가 (존 내시_내시 균형)

내시 평균은 게임 이론에서 사용되는 용어다. 게임에 참가한 어떤 참가자가 다른 선택지를 고른다 해도 기대치가 올라가지 않는 상태, 즉 '균형'을 이룬 상태를 가리킨다. 내시 평균을 설명하기 위한 사고 실험으로 가장 유명한 것이 '죄수의 딜레마 prisoner's dilemma'다.

결론적으로 두 죄수 모두 자백하고 5년형을 선고받는다. 이득을 최대화하기 위한 합리적인 전략을 채택한다고 해서 반드시 참가자 전체의 이득이 최대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논리로, 이를 전문 용어로는 '논제로섬 게임 non-zero sum game'이라고 한다.

반복적 죄수의 딜레마

우선 협조하고 상대에게 배신당하지 않는 한 계속 협조하는 프로그램이 '반복적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 최강의 전략을 평가받았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23 왜 기장이 조종할 때 사고 발생 확률이 높을까?(헤이르트 호프스테드_권력 격차)

부조종사가 조종타를 잡고 있을 때는 상사인 기장이 부조종사의 행동과 판단에 자연스럽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의 겨우는 어떨까? 기장이 조종타를 쥐고 있을 때 부하 직원인 부조종사는 과연 기장의 행동이나 판단에 반대 의견을 솔직히 말할 수 있을까? 아마도 대개는 심리적인 저항감을 느낄 것이다. 그래서 걱정되는 점이나 다른 의견이 있어도 망설이다 속으로 꿀꺽 삼킨 결과가 '기장이 조종타를 잡았을 때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는 통계로 발현된 것이다.

호프스테데더의 여섯 가지 문화 유형

① 권력거리지수 PDI, Power Distance Index

② 개인주의 IDV, Individualism

③ 불확실성 회피지수 UAI, Uncertainty Avoidance Index

④ 남성성 MAS, Masculinity

⑤ 장기적 적응 LTO, Long-Term Orientation

⑥ 자율성 vs. 통제성 IVR, Indulgence Versus Restraint

24 안정이 계속될수록 축적되는 리스크(나심 니콜라스 탈레브_반反취약성)

외부의 혼란과 압력이 강해지면 성과가 저해되는 성질을 취약성의 정의라고 한다면, 대치되어야 하는 것은 '혼란과 압력이 강해지면 오히려 성과가 상승하는 성질'이라고 본 탈레브는 이를 '반취약성 = anti fragile'이라고 명명했다. 탈레브는 '안티프래질'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반취약성은 내구력이나 강건함을 초월한 의미다. 내구력이 있는 물체는 충격을 견디고 현상을 유지한다. 하지만 반취약성을 지니면 충격을 원동력으로 삼는다. 이 같은 성질은 진화, 문화, 사상, 혁명, 정치 체제, 기술 혁신, 문화적 경제적 번영, 기업의 생존, 훌륭한 레시피, 도시의 융성, 사회, 법체계, 적도의 열대 우림, 세균에 대한 내성 등 시대와 함께 변화해 온 모든 것에도 해당한다. 지구상에서 하나의 종으로서의 인간이라는 존재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인간의 신체와 같이 살아 있는 것, 유기적인 것, 복합적인 것과 책상 위의 스테이플러와 같은 무기적인 물건과의 차이는 반취약성이 있느냐 없느냐에 있다.

-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안티프래질'

가능한 한 젊을 때 많은 실패를 맛보는 것, 여러 조직과 커뮤니티를 경험하면서 인적 자본과 사회 자본을 한 장소가 아닌 분리된 여러 장소에 형성하는 것 등의 요건이 중요해진다.

제3장 사회에 관한 핵심 콘셉트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25 시스템은 인간을 어떻게 소외시키는가 (카를 마르크스_소외)

소외란 인간이 만들어 낸 개념이지만, 이것이 인간에게서 떨어져 나와 인간을 조종하는 양상을 보인다. 많은 해설에서 주로 '서먹서먹해지다'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서먹해지는 것뿐이라면 소외된 사람을 그냥 내버려두면 실제로 심각한 피해는 없다.

소외가 큰 문제인 까닭은 인간이 만들어 낸 시스템에 인간이 휘둘리게 된다는 데 있다.

마르크스는 그의 '경제학 철학 초고'에서 자본주의 사회의 필연적 귀결로 네 가지 소외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첫째는 노동 생산물로부터의 소외다.

둘째는 노동으로부터의 소외다.

셋째는 위의 두 가지를 통해 다다르는 것으로 바로 유적소외다.

넷째는 인간, 즉 타인으로부터의 소외다.

26 독재에 의한 질서 vs. 자유가 있는 무질서 (토머스 홉스_리바이어던)

홉스의 세계라는 구조물의 이상적인 모습을 두 가지로 전제하고 사고 실험을 실시했다.

① 인간의 능력에 큰 차이는 없다.

② 인간이 원하는 것은 희소하고 유한하다.

토지 경작도 항해도 이루어지지 않고 해로로 수입되는 물자의 이용, 편리한 물건, 많은 힘이 필요한 물건 운반 도구, 지표면에 관한 지식, 시간 계산, 기술, 문자, 사회, 그 어떤 것도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불행하게도 끊임없는 공포와 폭력에 의한 죽음의 위험이 있다. 이런 상태에서 인간의 생활은 고독하고 가난하며 불결하고 잔혹하며, 심지어 짧다.

- 토머스 홉스 '리바이어던'

사람들이 외적의 침입이나 서로의 권리 침해로부터 몸을 지키고, 자신의 노동과 대지에서 얻은 수확으로 자신을 부양하며 쾌적한 생활을 보낼 수 있게 하는 것은, 이 공공의 권력이다. 이 권력을 확립하는 유일한 길은 모든 사람의 의지를 다수결에 의해 하나의 의지로 결집할 수 있도록, 한 사람의 개인 혹은 합의체에 그들이 지닌 모든 능력과 강인함을 넘겨 주는 것이다.

- 토머스 홉스 '리바이어던'

홉스의 주장은 우리에게 '거대 권력에 지배된 질서 있는 사회'와 '자유롭지만 무질서한 사회' 중 어느 쪽이 사람들에게 바람직할까 하는 한 가지 물음을 던진다. 물론 홉스의 답은 전자였다.

27 구글은 민주주의의 수호자가 될 수 있을까? (장 자크 루소_일반의지)

아즈마 히로키는 집단 지성 collective intelligence을 불특정 다수에게서 뽑아내는 기술의 성공 사례로 구글을 꼽고, 같은 구조를 확장시켜 사회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의사 결정에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논리를 펼쳤다.

인공지능이나 통신 기술이 이렇게까지 발달한 시대에 우리는 고대 그리스 때와 본질적으로 달라지지 않은 민주주의 운영 체제를 계속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진화하는 테크놀로지를 어떠한 형태로든 사회 운영에 이용할 것인가? 현대의 사회 운영 방식에 많은 사람이 한계를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 해도 프로세스의 블랙박스화를 초래할 수 있는 일반의지에 의한 운용에는 커다란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그 사이 어느 선에서 절충안을 만들어 나갈지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매우 중요한 과제다.

28 머리로 생각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에는 한계가 있다(애덤 스미스_보이지 않는 손)

'보이지 않는 손'은 시장에 의한 조절 기능을 가리킨다. 시장에서 무언가를 팔려고 할 때 너무 높은 가격을 매겨 놓으면 팔리지 않을 것이고, 너무 낮은 가격을 책정하면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없기 때문에 두 경우 모두 시장에서 사라지게 된다.

모든 일이나 상황의 관련성이 점차 복잡해지고 한층 더 역동적으로 변해 가는 현대 사회에서는 이지적인 톱다운 사고에 의지해 최적의 해결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 태도는 지적 오만을 넘어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바야흐로 최적의 해답을 최적의 접근법으로 찾으려만 하지 말고 '만족할 수 있는 해답'을 휴리스틱으로 추구하는 유연성이 필요한 시대다.

29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찰스 다윈_자연도태)

찰스 다윈의 '자연도태'를 철학의 키워드로 소개하는 것이 기이하게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것이. 다윈의 본업은 지질학자이며 생애에 걸쳐 자기 스스로도 지질학자라고 내세웠기 때문이다.

자연도태는 진화를 설명하는 독보적인 단어로, 다윈이 제창한 것은 다음 세 가지 요인이다.

① 돌연변이: 생물 개체는 같은 종에 속해 있어도 다양한 변이가 나타난다.

② 유전: 이러한 변이 가운데는 부모에게서 자식으로 전달되는 인자가 있다.

③ 자연선택: 이 중에는 자신의 생존이나 번식에 유리한 차이를 주는 것이 있다.

30 업무 방식의 개혁 앞에 놓인 무서운 미래 (에밀 뒤르켐_아노미)

여러 회사에 동시에 근무한다, 단기간에 회사를 옮긴다, 애초에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프리랜서로 다양한 프로젝트에 관여한다. 이렇게 일하는 방식이 요즘에는 무척 '쿨'한 거으로 거론되지만, 이런 업무 방식이 표준이 된 사회, 이른바 '포스트 업무 방식 개혁'이 성립된 후의 사회에는 어떤 고민거리가 기다리고 있을까? 내가 우려하는 최대 위기는 아노미 anomie 화다. 아노미는 원래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이 제창한 개념이다. 보통 '무규범', '무규칙'으로 번역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오히려 아노미가 초래하는 결과로 볼 수 있다. 본래 맥락을 존중해 풀이하면 '무연대'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다음으로 '자살론'에서 뒤르켐은 자살을 다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아노미적 자살'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① 이타적 자살(집단본위적 자살) 집단의 가치 체계에 절대적인 복종을 강요하는 사회, 또는 개개인이 가치 체계나 규범에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복종하려고 하는 사회에서 나타나는 자살.

② 이기적 자살(자기본위적 자살) 과도한 고독감이나 초조감에 의해 개인과 집단의 연대가 약해짐으로써 일어나는 자실의 형태. 개인주의가 확대되면서 증가 추세.

③ 아미노적 자살 집단과 사회의 규범이 느슨해져 더 많은 자유를 얻은 결과 ,부풀어 가는 자신의 욕망을 끝없이 추구하다가 끝내 실현되지 않는 데에 환멸을 느끼고 허무감에 빠져 일으키는 자살.

회사나 가족의 해체가 진행되는 와중에 사회의 아노미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가족의 회복이다.

둘째, 소셜미디어가 열쇠가 될 수 있다.

셋째, 회사라는 '종적 커뮤니티'를 대체할 '횡적 커뮤니티'다. 이를 역사적인 말로 표현하자면 길드 guild의 부활에 다름없다.

어느 쪽이든 중요한 건 회사라는 종적 구조의 커뮤니티가 자신에게 더 이상 안전한 커뮤니티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자율적으로 자신이 소속하는 커뮤니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를 갖는 것이다. 가족도 소셜네트워크도 직업별 길도도, 그것을 만들어 내거나 혹은 참가해서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성립한다. 지금은 바야흐로 그렇게 해야만 스스로 아노미 상태에 빠질 위험을 막을 수 있는 시대다.

31 경제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새로운 관계 (마르셀 모스_증여)

모스에 의하면 폴리네시아인들이 행하는 증여는, 오늘날 말하는 증여와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 차이점은 바로 증여를 '의무'로 보았다는 점이다. 모스는 증여에 세 가지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① 증여할 의무: 주지 않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며 체면이 구겨지는 일이다.

② 받을 의무: 상대의 호의나 친절이 오히려 폐가 된다고 생각하더라도 거절해서는 안 된다.

③ 답례 의무: 답례는 반드시 필요하다.

오늘날 사람의 경제 활동 가치를 계량하는 틀은 크게 두 가지다. 한 가지는 모든 일의 가치는 노동량으로 결정된다고 보는 '노동 가치설'이다.

또 하나는, 모든 일의 가치는 효용의 크기로 결정된다고 보는 '효용 가치설'이다.

'혁신 기업의 딜레마'로 유명한 하버드 대학교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최근작 '일의 언어'에서 "사람들은 상품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품을 이용한다."라고 지적했는데, 어렵게 말할 것 없이 이것을 효용 가치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32 성 편견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 (시몬 드 보부아르_제2의 성)

보부아르는 저서 '제2의성' 앞머리에서 그 유명한 "여성은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성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즉, 보부아르는 생물학적인 여성과 사회적인 여성을 규정한 후에 "태어날 때부터 여자는 없다. 모두 사회적인 요구에 의한 결과로 '여자다움'을 획득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우선 우리가 굉장히 강한 성 편견에 지배된 국가라른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한 편견에 우리 자신이 너무나도 자각이 없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자신은 성 편견으로부터 자유롭다고 착각하고 있으며, 그 잔혹한 무자각이 여성의 사회 진출을 가로막는 최대의 장벽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33 재빨리 도망칠 줄 아는 사람이 승리한다 (질 들뢰즈_파라노이아와 스키조프레니아)

파라노이아는 편집증을, 스키조프레니아는 분열증을 말한다. 파라노이아는 무엇에 편집하는 걸까? 바로 '아이덴티티 identity'다. 파라노이아형 인간은 이를테면 'OO대학교를 졸업하고 OO대기업에 근무하며 OO동네에 살고 있는' 자신의 아이덴티티에 집착하고 이 정체성을 더욱 세밀한 부분까지 파고들어 새로운 통합적 특질을 획득하는 데 매진한다.

다른 한편의 스키조프레니아는 무엇을 분열하는 것인가? 이쪽 또한 '아이덴티티'다. 스키조프레니아형 인간은 고정적인 아이덴티티에 속박되지 않는다.

우리는 직업과 일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잘하는지를 생각하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하지만 나는 이미 졸저 '천직을 기다려라'에도 서술했듯 이런 말이 대개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일이란 실제로 해 보지 않으면 재미있는지, 그리고 잘하는지 결코 알 수 없다.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생각하며 망설이다가는 우연찮게 찾아온 기회마저 놓치고 말 우려가 있다.

다른 수많은 사람이 "일단 이 배에 탄 이상 마지막가지 애써 봐야지!"라며 벼르고 있을 때 "나는 이 배와 함께 가라앉을 생각이 없습니다. 먼저 실례하겠습니다"라고 당당히 말하고 나서 도망치려면 얼마만큼의 용기가 필요한지 상상해 보자. 파라노이아와 스키조프레이나를 대비시켜 보면, 후자는 전자보다 경박하고 나약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남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현재 세계에서는 용기와 강인함을 지니지 못한 사람이야말로 파라노이아 유형을 지향하고, 용기와 강인함을 지닌 사람만이 스키조프레니아 유형의 인생을 꿋꿋하게 걸어나갈 수 있다.

34 공평한 사회일수록 차별에 의한 상처가 깊다 (세르주 모스코비치_격차)

우리가 안이하게 궁극의 이상으로 내건 '공정하고 공평한 평가'는 정말로 바람직한 것일까? 그 이상이 실현되었음에도 '당신은 뒤처져 있다'고 평가받는 많은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해야 자기 존재를 긍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을까? 그러한 사회와 조직은 정말로 우리에게 이상적인 것일까? 공정이라는 개념을 절대적인 선으로 받들기 전에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35 감시당하고 있다는 심리적 압박 (미셀 푸코_파놉티콘)

근대 국가는 법률이나 규칙 등 외부의 제도뿐만 아니라 훈련으로 형성된 도덕과 윤리로도 국민을 지배한다는 것이 푸코의 주장이었다. 우리는 자율적으로 '그것이 좋은 일이므로, 그것이 도덕이므로'라는 식으로 자기 마음속에서 이유를 붙여 행동을 일으킨다고 느끼지만, 푸코는 그것이야말로 새로운 지배 형태라고 경고한다.

이 지적을 경영의 세계에 적용하면 어떨까? 우선, 어떠한 압력을 가할 필요가 있는 상황에서 반드시 실제로 감시할 필요는 없다. 만약 방약무인한 행동을 일삼는 임원이 있다고 할 때 이 인물에게 행동을 고치도록 압력을 넣는 경우, 실제로 감시하기보다 '감시당하고있다'고 본인이 느낄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36 사람들은 필요해서가 아니라 다르게 보이기 위해 돈을 쓴다 (장 보드리야르_차이적 소비)

장 보드리야르는 자신의 대표 저서 '소비의 사회'에서 소비를 '기호의 교환'으로 재정의했다. 소비가 '나는 당신들과는 다르다'라는 '차이'를 표현하는 기호라는 것이다. 고전적인 마케팅 구조에서 소비의 목적은 세 가지로 분류된다.

① 기능적 편익 획득

② 정서적 편익 획득

③ 자아실현적 편익 획득

소비자는 스스로 자유롭게 원하고 선택해 타인과 다른 행동을 하지만, 이 행동이 차이화의 강제나 어떤 종류의 코드에 대한 복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타인과의 차이를 강조하는 것은 동시에 차이의 모든 질서를 새로 만들게 되는데, 이 질서야말로 처음부터 사회 전체가 해야 할 일이며 싫든 좋든 개인을 넘어선다.

- 장 보드리야르 '소비의 사회'

무언가 기호성을 갖지 않거나 또는 갖더라도 희박한 상품과 서비스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아실현적 소비는 시장 성장의 최종 단계에서 발현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때 자아실현이 자발적으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언어와 마찬가지로 '타자와의 차이'라는 형태로 규정된다면, 그 상품 나름대로 서비스가 어떠한 차이를 규정하는지를 의식하지 않는 이상 성공할 만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기는 어렵다.

37 보이지 않는 노력도 언젠가는 보상받는다는 거짓말 (멜빈 러너_공정한 세상 가설)

세상은 공정하지 않다. 그러한 세상에서 한층 더 공정한 세상을 목표로 싸워 나가는 일이 바로 우리의 책임이요, 의무다. 남모르는 노력이 언젠가는 보상받는다는 사고가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는 것을 반드시 명심하자.

제4장 사고에 관한 핵심 콘셉트 ‘어떻게 사고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38 ‘결국 이런 뜻이죠?’라고 말하면 안 되는 이유 (소크라테스_무지의 지)

①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②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③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④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우리는 무의식의 단계에서 마음속으로 '멘탈 모델 mental model'을 형성한다. 멘탈 모델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 마음속에 갖고 있는 '세계를 보는 창'을 뜻한다.

MIT의 오토 샤머 교수는 'U이론'을 제창하여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듣는 방법의 깊이에 네단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1단계: 자신 내면의 시점에서 생각한다 새로운 정보를 자신의 과거에서부터 지녀 온 사고 속으로 입력한다. 미래가 과거의 연장선상에 있다면 효과가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상황은 파멸에 이를 정도로 악화된다.

2단계: 시점이 자신과 주변의 경계에 있다 사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미래가 과거의 연장선상에 있는 경우는 효율적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본질적인 문제에 도달하지 못하고 임시방편으로 그때그때 대처할 뿐이다.

3단계: 자신의 외부에 시점이 있다 고객의 감정을 고객이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언어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일체화한다. 상대와 비즈니스 거래 이상의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4단계: 자유로운 시점 무언가 큰일로 이어지는 직감을 얻는다. 이론의 축적이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온 체험과 지식을 연결할 수 있는 지각 능력이 생긴다.

쉽게 아는 것은 과거의 지각 틀을 그대로 늘려 가는 효과밖에 가져다줄 수 없다. 정말로 자신이 바뀌고 성장하려면 안이하게 '알았다'라고 생각하는 습성을 경계해야 한다.

39 이상은 이상일 뿐, 환상에 사로잡히지 말지어다 (플라톤_이데아)

플라톤이 제창한 이데아는, 쉽게 표현하면 '상상 속의 이상형'이다.

순수한 의미에서의 삼각형은 현실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삼각형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천상계에 있는 '삼각형의 이데아'를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플라톤의 주장이다.

확실히 자람직한 모습의 이상형을 그리는 일은 전략을 세우는 데 중요한 출발점이 되지만, 그 점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불가능한 것을 무리하게 추구하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위험성을 인식해야 한다.

40 오해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프랜시스 베이컨_이돌라)

베이컨이 지적한 네 가지 우상

① 종족의 우상(자연성질에 의한 우상) 베이컨은 인간성 자체를 근거로 인간이라는 종족이 갖고 있는 우상을 '종족의 우상'으로 지칭했다. 즉 '착각'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지평선위로 떠오르는 태양이 실제보다 크게 보인다거나 단것을 먹은 뒤 귤을 먹으면 시게 느껴지는 것이 전형적인 종족의 우상이다.

② 동굴의 우상(개인 경험에 의한 우상) 베이컨은 각 개인의 고유하고 특수한 본성이나 자신이 받은 교육과 타인과의 교류에 의해서 생기는 우상을 '동굴의 우상'이라고 명명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독선'이다. 자신이 받은 교육과 경험이라는 편협한 범위의 자료를 바탕으로 단정해 버리는 오류다. 이를테면 외국인 동료와 '어쩌다' 갈등을 경험한 사람이 '원래' 외국인은 까탈스럽다고 생각하는 것은 전형적인 동굴의 우상이다.

③ 시장의 우상(전문에 의한 우상) 베이컨은 인류 상호의 접촉과 교제에서 비롯된 우상을 '시장의 우상'이라고 정의했다. 언어의 부적절한 사용으로 인해 생기는 우상이다.

커뮤니케이션의 오류라고 할수 있으며, 쉽게 말하면 '거짓말'이나 '전해 들은 말'을 진실이라고 믿고 현혹되는 것이다.

④ 극장의 우상(권위에 의한 우상) 베이컨은 철학의 다양한 학설이나 잘못 증명된 법칙에서 사람들의 마음에 들어온 우상을 '극장의 우상'이라고 일컬었다. 저명한 철학자의 주장등 권위와 전통을 아무런 비판 없이 믿는 데서 생겨난 '편견'을 뜻한다.

두 가지 중요한 관점

하나, 자신이 주장하는 내용의 근거를 이루는 인식이 네 가지 우상 중 어느 것에 의해 왜곡되어 있지는 않은가 보아야 한다.

둘, 타인의 의견에 반론할 때 주장의 근거를 이루는 전제가 이들 네 가지 우상으로 인해 왜곡되어 있지는 않은가 보아야 한다.

41 생각은 아웃소싱할 수 없다 (르네 데카르트_코기토)

데카르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존재가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여기에 모든 것을 의심하고 있는 나의 정신이 있다는 것만은 의심할 수 없다'라느 의미다.

'방법서설'에서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확실한 지점에서 출발해 '신의 존재 증명'을 시도한다.

① 생각하고 있는 나의 존재는 의심할 수 없다.

② 생각하고 있는 내 안에 있는 관념도 의심할 수 없다.

③ 관념에는 '물건', '동물', '인간', '신'의 네 가지가 있다.

④ 이들을 와전성이라는 관점에서 평가하면 '물건<동물<인간<신'이다.

⑤ 더 불완전한 것은 더 완전한 것의 원인이 될 수 없다.

⑥ ②에서 '신의 관념'의 존재는 의심할 수 없으며, 또한 ⑤에서 '신의 관념'의 원인은 인간이 될 수 없다.

⑦ 따라서 '신의 관념'의 원인은 인간보다 완전한 신뿐이다.

⑧ 그러므로 신의 존재가 증명된다.

42 진보는 나선형 발전으로 이루어진다 (게오르크 헤겔_변증법)

변증법이란 무엇인가? 쉽게 말해서 진리에 이르기 위한 방법론의 이름이다. 즉 대랍하는 사고를 서로 부딪쳐 투쟁시킴으로써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방법론이다.

철학 교과서에서 설명하는 변증법의 프로세스는 대개 다음과 같다.

① 정(正): 명제 A가 제시된다. = 테제 thesis

② 반(反): A와 모순되는 가명제 B가 제시된다. = 안티테제 antithesis

③ 합(合): 마지막으로 A와 B의 모순을 해결하는 통합된 명제 C가 제시된다. = 진테제 synthesis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은 두 가지 명제를 통합해 해소하는 것이 바로 변증법 사고인데, 이때 진테제는 '나선형 발전'에 의해 출현한다는 것을 기억해 두자. 변증법에서는 사물이 직선형이 아니라 나선형으로 발전한다. 나선형으로 발전한다는 것은 다시 말해 '진화, 발전'과 '복고, 부활'이 동시에 일어난다는 뜻이다.

43 사고의 폭을 넓히고 싶다면 어휘력을 길러라 (페르디낭 드 소쉬르_ 시니피앙과 시니피에)

핵심은 두 가지다. 우리는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의 틀에 의해서만 세상을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한층 더 정밀하게, 미세한 메스실린더을 이용해 계량하듯 세상의 현상과 이치를 파악하려 한다면, 언어의 한계를 인지하고 더 많은 언어, 즉 시니피앙을 조합함으로써 정밀하게 시니피에를 그려 내려 노력해야 한다.

44 때로는 판단을 보류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에드문트 후설_에포케)

뷰카는 오늘날의 세계 상황을 잘 드러내는 네 가지 영어 단어 '변동성 Volatility', '불확실성 Uncertainty', '복잡성 Complexity', '모호성 Ambiguity'의 이니셜을 조합한 말이다. 이러한 세상에서는 사물을 올바르게 판단하기가 무척 어렵다.

단순하지 않은 것, 명확하지 않은 것을 명석하게 파악히기는 쉽지 않다. 이미 소크라테스의 '무지의 지' 항목에서 확인한 대로, 성급하게 자신이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의 근원이 된다. 이때 다 안다고 생각하지 않고 판단을 보류하는 것을 에드문트 후설은 '에포케 epoche'라고 했다. 에포케는 고대 그리스어로 '정지, 중지, 중단'을 의미한다.

눈앞에 존재하는 사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생각하는 과정이 바로 후설이 주장하는 '환원'의 사고 프로세스다.

A: '사과가 존재한다'라는 객관적 실체를 원인으로 하여

B: '내가 그 사과를 보고 있다'라는 주관적 인식을 결과로 하는 사고를 멈추고

C: '사과를 인식하고 있는 자신이 있다'라는 주관적 인식을 원인으로

D: '사과가 그곳에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는 주관적 인식을 결과로 한다.

45 과학적인 것이 꼭 옳은 것은 아니다 (칼 포퍼_반증 가능성)

과학이란 무엇일까? 이 물음에 수많은 사람이 다양한 답을 내놓았지만 영국의 과학 철학자 칼 포퍼는 '반증 가능성 falsifiability'을 그 조건으로 제시했다. 반증 가능성은 제안된 명제나 가설이 실험 또는 관찰에 의해 반증될 가능성이 있는 것을 의미한다.

요컨데 나중에 뒤집힐 여지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조건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포퍼가 지적하는 '반증 가능성'이라는 과학의 요건은 우리에게 과학에 대한 인식을 바꾸라고 채근한다. 다시 말해 진정한 의미에서 과학적이라는 것은 반론의 가능성이 외부를 향해 열려 있다는 것이며, 과학 이론은 반증 가능성을 가진 가설의 집합체이 뿐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었다.'는 말을 이야기의 앞부분에 수식어처럼 붙여 주장의 정당성을 집요하게 호소하면서 다른 사람의 반론에는 조금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포퍼의 견해에 따르면 이런 태도야 말로 과학의 취지에 어긋난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이 떠들어대는 '과학적인 말'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46 에디슨은 축음기를 유언장의 대체품으로 발명했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_브리콜라주)

경영학 교과서에는 '혁신을 일으키고 싶으면 우선 타깃 시장을 결정하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기술 혁신이 상정된 용도가 아닌 다른 영역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용도 시장을 지나치게 명확히 설정하면 혁신의 싹을 자를 가능성이 있는 반면, 용도 시장이 불명확하면 맹목적으로 개발에만 매달리게 되어 상업화하기가 수월치 않다. 그래서 이때 중요한 것이 '무엇에 도움이 될지 잘 모르지만 뭔가 있을 것 같다'라는 그레이존 gray zone에 대한 직감이다.

'어디에 쓸모가 있을지 모르지만 만들어 봤더니 나중에 막대한 가치를 생성해 냈다'는 식의 발명은 실제로 앞서 기술한 축음기나 항공기 외에도 셀 수 없이 많다.

현재 글로벌 기업에서는 "그건 어디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경영진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는 아이디어는지금 자원을 못 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앞서 말한 사레를 보면 세상을 바꾸는 거대한 혁신의 대부분은 '왠지 대단한 것 같다' 라는 직감에 이끌려 실현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47 조급해하지 마라, 세상은 그렇게 갑자기 바뀌지 않는다 (토머스 쿤_패러다임 전환)

패러다임의 전환은 이 일시적으로 패턴을 부여하는 '과학적 업적'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대체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즉 원래는 과학 영역에만 한정적으로 사용될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말이지만, 모두가 익히 알고 있듯 오늘날에는 패러다임이라는 말이 당초 토머스 쿤이 상정한 개념에서 상당히 확대되어 과학 영역을 넘어 사회 현상이나 테크놀로지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사용되고 있다.

48 이분법을 넘어서라 (자크 데리다_탈구축)

'다양성이 중요하다', '다양성을 인정하라'라는 주장 자체가 애당초 획일적이고 전체주의적이라는 비판이 성립된다. 당양성이 중요하다면 여러 가지 사고관이 모두 인정되어야 하는데, 그렇다면 획일성과 전체주의는 훌륭하다는 주장 또한 인정받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인정하면 다양성이 반드시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 되어 원래의 명제와 모순된다.

이항대립 구조는 매우 편리해서 기업 경영이나 실제 사회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정리할 때도 자주 사용된다. 강점과 약점이나 기회와 위협등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구조 설정은 오히려 사고의 폭을 제약하기도 한다. 그럴 대는 이항대립의 틀 자체를 완전히 바꾸어 환골탈태하는 '탈구축'을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다.

49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 (앨런 케이_미래예측)

지금 존재하는 세계는 우연히 만들어진게 아니다. 어디선가 누군가가 행한 의사 결정이 축적되어 지금 이 세계의 풍경이 그려진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미래 세계의 경치는 지금 이 순간부터 미래까지 사람들의 선택과 행동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앨런 케이의 메시지는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

50 사람은 뇌뿐만 아니라 몸으로도 생각한다 (안토니오 다마지오_신체적 표지)

철학에서 다루는 기본적인 문제 중 하나로 마음과 신체에 관한 고찰이 있다. 플라톤은 이 문제를 '영혼'과 '육체'라는 두 가지 항목으로 나누어 연구했고, 시대를 한층 건너뛰어 데카르트는 이를 '심신이원론'으로 정리해 기본적으로 양자를 분리, 독립된 별개로 취급했다.

오늘날 사회는 점점 더 복잡해져서 논리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사회에서 오직 이지적이고 논리적이고자 한다면 오히려 큰 판단 실수를 범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시대이기에 다마지오가 주장한 신체적 표지 가설은 더욱더 귀를 기울일 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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