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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의미의 발견" 물건이 아닌 의미를 파는 법

by 욕심쟁이77 2020.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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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엘레멘트컴퍼니(LMNT COMPANY) 대표.

고려대에서 언어학을 전공했고, 기호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공동체가 더 나은 삶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그리고 기업이 자기다운 브랜드 경영을 할 수 있도록, 고객 경험 설계와 접점을 디자인하고 있다.

플러스엑스 전략 총괄 이사를 역임하면서 텐센트비디오, 왕이카올라, 알리페이의 BX 전략을 설계했으며, 뱅크샐러드, 스푼라디오 같은 전도유망한 스타트업의 리브랜딩 전략을 수립했다.

지난 10여 년간 GUCCI, 인천공항, 현대건설, CU, CJ, 대한축구협회, 삼성, LG, 현대자동차, 롯데시네마 등 국내외 유수 기업의 브랜드 전략 및 철학, 브랜드 경험 디자인, 인테리어,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브랜드 매니지먼트 영역에서 브랜드 솔루션을 제공해 왔다.

비오, 꼬까참새, 씨드, 펠롱펠롱, 로얄금속, 이풀약초협동조합, 단비식품 등 각 분야의 스타트업 및 수출 강소 기업의 브랜드 경험 또한 구축하면서 함께 성장하고 있다.

브랜드는 공동체에 기여해야 한다고 믿는다.

『본질의 발견』(2017), 『기획자의 습관』(2018)을 썼다.

하나, 의미의 시대

쓰레기에서 찾은 새로운 의미

의미의 발견은 세계관의 발견이다. 쓸모의 발견, 색다른 의미, 새로운 세계관. 이는 세계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 사람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 없이는 쉽게 이뤄지지 않는 것들이다. 누구든 새로운 세계를 기획하는 자는 명심해야 한다. 사람과 사물에 대한 애정과 깊이를 추구하는 시선 없이는 세계를 진실되게 탐험할 수 없다는 것을.

마사이족에게 파리가 의미하는 것

반 유목 생활을 하는 마사이족은 식량과 가죽을 제공하는 소와 양을 매우 중시한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가축을 보유하느냐가 부의 기준이다. 주로 가축을 돌보는 아내의 얼굴과 머리에는 파리가 꼬인다. 그러니까 파리는 부의 상징이다.

이런 사회적 맥락이 있는데, 누군가 와서 파리를 없앤다면 반가워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오른뺨을 맞았는데 왼뺨까지 내밀라는 이유

당시에는 누군가를 때리기 위해선 오른손을 써야 했다. 왼손은 더러운 일에만 허용됐기 때문이다.

'오른뺌을 맞으면 반대로 돌려 대라'는 말은 손등으로 맞지 말라는 뜻이다. 모욕을 당사며 열등한 존재가 되지 말라는 의미다.

숨은 신(Hidden God), 숨은 의미

기업의 규모가 어떻든 상관없다. 1인 기업이건, 강소 기업이건, 중견 기업이건, 대기업이건 기업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강화해 온 '의미'는 기업을 '브랜드'로 만든다. 그리고 브랜드는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 업의 본질을 지키고, 버틸 수 있는 힘과 명분이 된다. 그래서 모든 경영을 위한 궁극적 판단 기준은 '이익'이 아니라 '의미'가 돼야 한다.

둘, 의미의 차원

명품 백 스캔들 : 진짜보다 더 좋은 짝퉁 명품 백

브랜드는 제품이 아니다. 오히려 제품을 넘어서 있다. 그래서 브랜드를 제품에 국한시켜 사고하면 본질을 꿰뚫지 못한 현상적인 전략과 실천만 떠올릴 수밖에 없다.

다이슨은 브랜딩을 하지 않는다?

브랜드를 제품으로만 인식하고, 심지어 제품만 잘 만들면 브랜드는 필요없다고 믿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아직도 상표를 등록하지 않고 제품을 판매하다가 상표권을 침해당하기도 한다. 안타깝지만, 제품 스펙을 아무리 나열해도 고객 가치로 전환되지 않을 때가 많다. 제품을 팔지만, 제품을 넘어서야 한다. 제품을 넘어설 때 비로소 브랜드를 만나게 된다.

그녀가 ‘진로이즈백’을 고집하는 이유

누군가는 단골 가게 사장님이 주는 대로 마시고, 누군가는 광고에서 봤던 연예인의 이미지가 좋아서 마신다. 진지한 사람이라면 주류 회사의 이미지와 조직 관리, 기업의 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활동 여부를 보면서 소주 브랜드를 선택할지도 모른다. 아마 별로 많지 않겠지만. 또 누군가는 아련한 첫사랑과 마셨던 브랜드였고, 그 긍정의 경험 때문에 브랜드를 선택할지도 모를 일이다. 소주 하나만 봐도 구매를 결정할 수 있는 여러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브랜드는 제품을 넘어서 있다

브랜드들은 저마다 뚜렷한 실패의 이유가 있다. 조직 차원의 부정적 이미지(남양유업), 제품과 조직의 문제(임블리/부건FNC), 개성과 상징 차원의 문제(미쓰비시의 파제로)를 드러낸 것이다. '제품', '조직', '개성', '상징', 이 네가지 요소는 브랜드를 이해하는 데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차원을 제시한다.

-Further Study: 브랜드, 네 가지 관점으로 분석하기

1) 브랜드의 제품 차원 Brand as a Product

브랜드를 제품 이상의 것으로 인식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제품과 관련된 의미나 연상 이미지를 무시할 수는 없다.

2) 브랜드의 개성 차원 Brand as a Person

브랜드를 인격화하는 관점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브랜드를 자기 개성 표현의 수단으로 삼는다.

3) 브랜드의 조직 차원 Brand as a Organisation

상품이난 서비스의 속성보다 조직의 속성에 초첨을 맞추는 관점이다.

4) 브랜드의 상징 차원 Brand as a Symbol

네임, 슬로건, 디자인, 징글 Jingle등 브랜드의 가치를 눈에 보이게 드러낸 감각적 요소를 의미한다.

-Practice: 애플(Apple) 아이덴티티 분석

브랜드 자산이 큰 브랜드는 네 가지 차원의 자산을 모두 갖추고 있을 때가 많다. 애플을 예로 들어 보자.

1) 제품 관점: 애플하면 아이팟, 아이폰, 아이맥, 에어팟 등의 제품이 떠오른다. 그 외 주변 장치 역시 제품 포트폴리오로 보유하고 있다. 제품 차원에서는 이음새 없는 매끈한 디자인과 초기부터 선보인 '스노우 화이트snow white'의 디자인 철학이 이어져 오고 있다. 미니멀한 감성으로 '적게 많이 Do more with less 구현하려는 철학이 돋보인다.

2) 개성 관점: 애플의 브랜드 개성을 상징했던 건 독단적이고 고집불통의 이미지였던 스티브 잡스였다. 탁월한 마케터 기질과 시장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통찰을 지닌 사람으로, 혁신을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애플은 '혁신가적 개성'을 지닌 브랜드다.

3) 조직 관점: 구글이 외부에 자유로운 이미지로 각인됐다면, 애플은 폐쇄식이고 신비로운 이미지를 갖고 있다. 누군가에게 이는 매력이다. 구글은 직원 모두를 '스마트 크리에이티브 Smart Creative'로 정의하여 자유롭고 책임감 있는 조직으로 운영했지만, 애플은 잡스라는 혁신적 리더의 강력한 통치로 운영됐다.

4) 상징 관점: 애플을 상징하는 두 가지 상징 요소는 '한 입 베어 먹은 사과심벌, '다르게 생각하라 Think Different라는 슬로건이다. 한 입 베어 먹은 사과는 창세기에서 선악과를 한 입 베어 먹고 지성을 얻은 인류의 모습을 암시한다. 'Think Different는 기존 관습에 도전하는 혁신적 발상과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이미지는 공동체가 브랜드를 존경하거나 사랑하는 이유로 작용한다.

노브랜드 패러독스(No Brand Paradox)

1) 저성장 시대에도 소비자들은 가성비만을 기준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제품이 주는 감성이나 자아 표현적 이미지도 구매를 견인할 수 있다.

2) 노브랜드는 단지 '가성비 높은 제품의 연합체'가 아니다. 노브랜드 역시 제품, 개성, 상징이라는 브랜드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3) 가성비와 브랜드는 상호 모순적인 개졈이 아니다.

가성비의 함정

제품을 넘어선 사고가 필요하다. 이는 가격 출혈 경쟁을 멈출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이다. 소비자들은 디자인, 예쁜 사진 한컷, 스토리, 공익 마케팅, 명확한 자아 효능감 등 명분이 명확하면 가격이 비싸거나, 심지어 기능이 다소 떨어져도 구매한다.

브랜드의 위기가 아니라 로고의 위기

문제는 기업에서는 자주 단기간 내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무언가를 원한다는 점이다. 임원은 단기 계약직이고 직원들은 매번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의 니즈에 맞춰 브랜딩의 효과를 단기적으로 약속해 온 로고 중심주의자들은 지금 다양한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현재 회자되는 '브랜딩의 위기'라는 건 브랜드의 위기라기보다, 로고 중심주의의 위기라 하는 게 더 맞지 않을까?

셋, 의미의 이동

의미를 사는 소비자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만든 데이터 속에서 스스로 취할 만한 의미를 찾는다. '스마트한 소비자'가 되고 싶으면 가성비를 택할 것이고, '세련된 소비자'가 되고 싶으면 가격이 좀 더 비싸도 디자인이 뛰어난 심미적 소비를 할 것이다. '윤리적 소비자' 또는 '개념 소비자'로 보이길 원한다면 조직적으로 CSR을 열심히 실천하는 기업의 제품에 좀 더 높은 점수를 준다. 동기가 무엇이든 '구매해도 괜찮다는 믿음'이 있으면 기꺼이 지갑을 연다. 소비 활동은 어떤 면에서 헌금을 내고, 내가 듣고 싶은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듣는 종교적 제의와 비슷하다.

브랜드 의미 공식

카테고리(Category) + 알파(α: 차별화요소) = 브랜드 의미(Brand Meaning)

'테라' 맥주는 '라거'라는 카테고리에 '깨끗함 Fresh' 이라는 '알파'를 더해 '청정 라거'라는 브랜드 의미를 얻었다. 볼보 Volvo구매자는 4륜 구동 철제 자동차를 사는 게 아니라, '안전'이라는 의미를 소비한다.

브랜드의 믜미 생산을 위한 '알파'는 주로 ① 소비자의 니즈, ② 자사의 특징/ 강점 ③ 경쟁적 차별화(가격, 기능, 상징적 의미...) 등을 검토하여 도출한다.

의미의 맥락을 바꾼다

제품이 사용되는 맥락만 바꿔도 소비를 증대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의미 맥락의 이동 사례

차(Tea) - 커피의 맥락 이동 - 어린이 커피 맛 디저트

차(Tea) - 막걸리의 맥락 이동 - 맥주

부작용 - 설사의 맥락 이동 - 명현 현상

부동산 스펙 - 집의 맥락 이동 - 가족애

잠자는 곳 - 집의 맥락 이동 - 자녀의 꿈이 이뤄지는 곳

네슬레는 맥락 이동을 위해 새로운 디저트를 고안했고, 내 지인은 음료 잔을 바꿨다. 생식을 팔던 사장님은 한마디의 말로 프레임을 바꿨고, 미국의 부동산 중개인은 빵 냄새로 맥락을 바꿨다. 그리고 검사가 희망인 자녀를 둔 부모는 고시 합격생을 배출한 기운과 비법이 있는 집을 구매했다.

기호로서의 브랜드

기호로서의 브랜드는 단순히 제품의 가성빈자 사용 효용을 넘어선다. 브랜드 제품 수준으로 파악하는 모든 담론은 브랜드에 내재된 여러 의미를 은폐한다. 우리는 그러한 좁은 인식을 넘어서야 한다. 기업의 브랜드 경영은 보다 포괄적 맥락에서 운용돼야 한다. 그럴 때 자기만의 차별적 강점과 고유함을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길이 열릴 것이다.

-Further Study: 기호

기호는 '의미하는 것'과 '의미되는 것'의 결합이다. 소박하게 빗대어 보자면, '표현'과 '의미'다. 표현과 의미의 결합은 하나의 기호를 만든다. 멀쩡한 집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면'은 '집에 불이 났음'을 의미한다. 신호등의 '빨간 원'은 '정지'를 의미한다. 마트 주인에게 매민 '1만원'은 '물건 값'이지만, 신호 위반을 단속한 경찰 앞에 내민 '1만원'은 '뇌물'을 의미한다.

옷에서 이야기로: 스토리웨어 꼬까참새

꼬까참새는 대표와 임직원들의 진지한 고민과 실천력으로 2019년 사옥을 올리고 스토리웨어 Story Ware 까지 판매하는 편집 숍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에도 활발히 수출을 하고 있어 글로벌 강소 기업으로 성장 중이다. 이 브랜드는 유아복이라는 카테고리에 자기만의 알파로 '이야기'를 더했다. 지금도 많은 엄마들이 아이와 특별한 경험을 쌓고 싶을 때 꼬까참새를 찾는다.

투혼에서 공감으로: 대한축구협회의 새로운 정신

브랜드의 체력과 체격 조건으 평가하면서 우리는 국가대표팀이 '재미', '역동성', '열정', '현대성' 등의 브랜드 이미지 활력이 매우 낮은 상황임을 알 수 있었다. 새롱누 자극과 연상 요인이 투입되어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 소비자의 삶에 가까이 다가서는 전략이 필요했고, 이에 따라 국가대표팀의 새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정립할 필요가 있었다. 국가대표팀 브랜드 아이덴티티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보다 본질적인 관점에서 한국 축구 산업의 방향성을 검토해야 한다.

이동에서 생활로: 모빌리티 인문학

미래의 자동차는 24시간 라이프스타일을 모두 넣을 수 있는, 그러면서도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바퀴 달린 아이폰'에 비유할 수 있다.

과거의 자동차는 사는 순간 중고가 되지만, 미래의 자동차는 끊임없이 업데이트되고 이용자 맞춤화를 통해 '탈수록 좋아지는 차'가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 회사들은 차량 성능을 향상 시키려는 공학적 역량뿐 아니라, 개인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하고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려는 인문학적 역량까지 요구받게 될 것이다.

넷, 의미의 확장

사람들이 스타벅스에 가는 이유

스타벅스를 가는 이유가 아래와 같이 범주화된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 네 가지 가치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추구하는 인생의 가치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의미 확장의 기술

-1사분면은 '프로젝트 Project '의 영역이다. 말 그대로 개인의 실존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개인적 프로젝트를 의미한다. 개인이 극복하고 싶은 삶의 문제, 정체성, 기존 상황에서 벗어 나려는 개인 차원의 모험과 일탈을 다루는 영역이다. 지프 Jeep 나, 페라리 Ferrari는 새로운 세계로의 모험, 일상으로부터 벗어남, 꿈을 드러내는 브랜드다.

- 2사분면은 '임무 Mission'라 불린다. 비평적 가치와 이상주의적 가치가 만나는 면이다. 이 영역의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현재를 넘어 혁신과 미래지향적 가치를 추구한다. '프로젝트'의 영역이 보다 개인적 가치에 초점을 둔다면, '임무'의 영역은 보다 공동체적인 사안에 관심을 둔다.

-3사분면은 실용과 비평의 교차점이다. 가장 쉽게 와닿는 영역이다. 제품력, 기능성 등을 중시하는 영역으로 셈프리니는'정보'의 영역이라 호명했다. 경기가 좋지 않을수록 '정보'의 영 역은 중시된다. 이른바 '가성비'의 영역이다. EDLP Everyday Low Price를 외치는 대형 할인 마트와 빠르게 소비되는 일반 소비재 FMCG, Fast Moving Consumer Products들이 주로 이 영역에 해당한다. '정보'의 영역은 세상을 바꾸거나 새로운 시도를 하기보다 제품의 본원적 속성과 가격 대비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담론에 초점을 둔다.

-마지막 4사분면. '행복감'의 영역으로서 유희적 가치와 실용적 가치의 교차점이다. 즐거움, 사치, 유머, 감성적 가치, 만족감의 극대화 등을 추구하는 유형이다.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디자인 가치를 더욱 중시하거나, 아무리 가성비가 뛰어나도심미적 만족감이 없으면 절대 구매하지 않는 사람들이 이러한 가치를 지향한다. 전적으로 이 영역에 속한 소비자들은 심지어 자동차와 같은 고관여 상품을 구매할 때도, 기술력이나 가격에

개의치 않는다. 그들에겐 자신의 심미적 만족감을 충족하는지가 관건이다.

소비자를 닮아가는 브랜드

소비자를 닮은 브랜드 지형도의 예시. 브랜드의 일관된 스타일, 커뮤니케이션 메시지, 브랜드 가치 체계 등을 확인하여 정성적 수준에서 로고를 맵핑했다. 한 브랜드는 마케팅 지향 가치로 볼 때 모든 차원에 속할 수 있으나, 브랜드의 핵심 가치 차원에서 보면 특정 영역으로 포지션되는 경향이 있다.

브랜딩의 효과는 단기적으로 나올 수가 없다. 시간과 노력이 투자돼야 한다. 브랜드를 지탱하게 만드는 기업의 정신과 운영 철학은 브랜딩의 시작점을 알리는 핵심 근거다. 마케팅 전략/전술은 단기 성과를 위해 끊임없이 유연하게 움직이더라도, 그러한 활동들이 어떠한 본질과 근본 철학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지 잊지 말아야 한다. 기업의 존재 이유와 철학을 망각하면, 브랜드는 사라지고 상표만 남는다.

-개인의 꿈과 신화에 참여하는 브랜드 : 나영석과 김태호

과거의 브랜드들은 원심적이었다. 현실에서 벗어난 꿈과 모험, 도전, 이상을 추구해 왔다. 하지만 지금은 일상에서 경험하고 모방할 수 있는, 내 일상을 가볍게 바꿔 줄 수 있는 구심적 브랜드들이 사랑받고 있다.

-공동체의 미션을 수행하는 브랜드: ‘(RED)’

(레드)는 좀 다르게 접근한다. 쇼핑만 해도 후원이 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물론 100퍼센트 자기 돈으로 후원해도 된다. 이 쇼핑 캠페인에는 애플, 갭, 코카콜라, 스타벅스, 비츠 등 유수의 브랜드들이 함께한다.

-최적의 정보와 품질을 제공하는 브랜드: 아마존

삶의 질 향상은 소비의 증대에서 비롯된다. 분명 소비는 점점 더 쉬워질 것이다. 그래서 소비를 스마트하게 제어하는 것은 더욱 중요한 일이 된다. 소비 활동 전반에 대한 '진정한 조언'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하는 건 그 때문이다.

-인생을 즐기는 브랜드: 베트멍(Vetement)

기업이 제품/마케팅/브랜드를 통제하는 대신에 소비하는 모든 사람들이 자기 브랜드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브랜드 하이재킹 Hijacking, 납치 이라고 한다. 베트멍에는 '브랜드 하이재킹'을 허락할 여유가 엿보인다. 이 브랜드는 '베트밈 Vetememe'이라는 미국의 패러디 브랜드에 대해서도 이미 이렇게 이야기했다.

"마음껏 베끼고 즐기세요." 마치 우리 기업들에게 보란 듯이.

-Further Study: 당신은 비평가인가요- 미학자인가요

소비 가치의 기호학적 분석은 정량적으로 활용되어 보다 깊은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시장 내 소비 지형이 어떻게 분포됐는지 구조화된 설문을 통해 파악해볼 수 있다.

2017년 고객사의 요청으로 반려동물 시장의 가능성과 하위 사업 영역을 설정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기획한 적이 있다. 시장 내 소비 지형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보기 위해 전통적인 STP 조사와 더불어, 소비 기호학적 분석을 실시했다. 조사 분석에서 총 6개의 소비자 집단을 추출할 수 있었는데, 시장 참여도, 지출비용, 구입률, 구매 빈도, 시장 규모 등을 분석하여 가장 매력 있는 표적 집단을 설정할 수 있었다. 이후 이들에 대한 라이프스타일, 구매 채널 및 미디어활용 성등 관련 정보를 포괄적으로 종합하여 고객에 대한 프로파일을 정리할 수 있었다.

이 그래프를 보면 시장은 크게 2사분면과 4사분면에 치중돼 있다. 가성비가 한창 강조되던 해에도 가성비 영역인 3사분면에 해당하는 소비 집단은 분열돼 있었고 얻고자 하는 가치와 의미가 달랐다.

Seg 1은 반려동물과 인간의 새로운 관계 설정, 반려동물을 '내 새끼'라고 여기며 가족처럼 돌보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가족처럼 따뜻하게 보살피고 함께 살아가는 이미지와 메시지를 주면 구매력 제고를 기대해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Seg 5는 용품의 디자인이나 제품 패키지의 감성이 세련된 것을 우선시했다. 같은 제품, 같은 메시지라도 보다 세련된 룩앤필이 동반돼야 지갑을 여는 사람들이다. 생각보다 디자인이나 정서적 감성을 우선시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볼 때 시장은 크게 나의 감성과 만족도가 중시되는 그룹과 나보다 반려동물의 안위와 편리함, 건강 등을 더욱 챙기는 그룹으로 양분된다. 반려동물시장 역시 유아용품처럼 고객Customer과 소비자Consumer가 분리되어 있어 벌어지는 일이다(고객은 구매하는 사람, 소비자는 그것을 쓰는 사람). 아이 기저귀의 품질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기저귀를 어른 사이즈로 주문해 착용해 보는 엄마 아빠는 거의 없다. 마찬가지로 반려견 사료를 직접 먹어 보는 고객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종류의 비즈니스에서는 고객의 니즈와 소비자의 니즈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력과 마케팅 팁이 필요하다. 이러한 진단은 소비 그룹별 가치 연관성이 높은 상품군을 선정하고 상품의 가치 제안을 마련하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된다.

여러분은 지금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가? 그렇다면 어떠한 집단에 보다 가까운가? 물론 어느 유형에도 속하지 않을 수 있다. 날카로운 분석 언어의 바깥에는 언제나 해석 불가능한 미지의 세계가 있게 마련이다.

다섯, 의미와 시대

맥도날드 패밀리

'패밀리'라는 단어를 '정치/경제/문화적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자기 식구'라는 의미로만 사용하는 몰염치한 특정 집단들에게, 맥도날드의 철학은 꼭 가르쳐 주고 싶은 관계의 본질이자, 잘 짜인 공동체 정신이다.

-Further Study: 맥도날드의 멘탈 네트워크

브랜드의 현 수준을 파악할 때, 손쉽게 해 볼 수 있는 건, 브랜드에 대한 연상 이미지를 네트워크처럼 그려 보는 것이다. 소비자에게 내 브랜드를 생각할때 떠오르는 이미지를 조사하여 위와 같은 그림을 그리는데, 이를 '멘탈 네트워크'라 부른다.

멘탈 네트워크는 노드Node=연상 이미지, 동그라미와 글자로 표시와 노드 사이의 연결 관계Link, 선으로 표시로 구성된다. 노드와 노드 사이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많은 사람이 그 이미지를 떠올린다는 의미다. 가령 '재미Fun, '아이들Kids, '가족Family'이라는 노드는 '맥도날드'와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는데, 이는 '맥도날드'하면 이 세 가지 이미지를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떠올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맥도날드의 브랜드 에센스가 '가족'이 라는 것을 보여 주는 실증적인 증거인 셈이다. 맥도날드가 '가족'이라는 본질을 구체화하고 실천해 왔던 '해피밀 세트', '매장 내 놀이터', '생일 축하 파티', 어린이 암 환자 가족을 위한 패밀리 룸' 설치 등 브랜드 활동Brand Action이 없었다면 이런 연상 네트워크는 형성되지 않았을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연탄 나르기’가 아니다

브랜드를 만드는 데에는 하나의 마을이 필요하다고 한다. 기업 스스로 잘나서 브랜드를 키운 게 아니다. 성장의 열매를 공동체에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기업의 책임은 브랜드의 책임으로 치환되며, 브랜드의 책임은 공동체에 대한 응답력이다 .그 응답은 마땅히 공동체의 시대정신과 관련돼야 할 것이다.

이 시대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아직까지는 공유 경제의 맥락에서 산업의 흐름을 단박에 바꿀 강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우버'는 한번 쓴 잔을 들이켰고, 몇몇 공유 주거 서비스들은 비싼 렌트 비용 때문에 대중 시장으로 확산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앞으로 산업이 어떻게 변화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이동 산업과 정주 산업에서 벌어지는 지금의 흐름들은 단지 표면적인 취향이나,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류의 행동 코드 가운데 '움직임'과 '머무름'에 해당하는 중요한 영역에서 우버와 에어비앤비 같은 스타 산업이 등장한 건 우연이 아니다.

개인 소외의 과정, 머무름과 움직임의 역사

행동 코드

움직임

머무름

움직임

머무름

시대 구분

수렵시대

농경시대

산업시대

과학시대

공동체

신의 동산

농촌/마을

시장

데이터 플랫폼

사건

이성의 탄생

개인의 탄생

기계의 탄생

인공지능의 탄생

소외 양상

에덴으로부터 추방

마을로부터

분리/독립

자본으로부터

소외

데이터로부터

소외

브랜드의 책임감은 개인의 행복감

파타고니아는 아웃도어 브랜드 가운데 존경받고 있는 몇 안되는 브랜드다. 환경 문제를 최소화하면서 환경 오염을 해결하기 위한 사업을 하고자 하며, 오래 입을 수 있는 좋은 품질의 옷을 만들어야 불펼요한 소비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의미의 다양성은 공동체가 건강해지기 위한 기본 요건이자, 브랜드를 건강하게 키우는 필수 조건이다. 브랜드의 책임감이 개인의 행복감으로 연결되는 시대, 그런 시대는 이미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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