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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언컨택트" 더 많은 연결을 위한 새로운 시대 진화 코드

by 욕심쟁이77 2020.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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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섭

(트렌드 전문가)

Trend Insight & Business Creativity를 연구하는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 트렌드 분석가이자 경영전략 컨설턴트, 비즈니스 창의력 연구자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 GS, CJ, SK, 한화, 롯데 등 주요 대기업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외교부 등 정부기관에서 2,000회 이상의 강연과 비즈니스 워크숍을 수행했고, 150여 건의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주간동아〉, 〈머니투데이〉, 〈세계일보〉, 〈국제신문〉, 〈비즈한국〉 등 다수 매체에 칼럼을 연재했으며, KBS 1라디오 〈최경영의 경제쇼〉, 〈박종훈의 경제쇼〉, 〈함께하는 저녁길 정은아입니다〉, 〈생방송 오늘〉, 〈성공예감〉, 〈생방송 토요일 아침〉, KBS 월드라디오 〈생생코리아〉, 〈한민족 네트워크〉, CBS 라디오 〈뉴스로 여는 아침〉, SBS CNBC 〈경제, 굿앤노굿〉, 평화방송 〈신부님 신부님 우리 신부님〉, TBS FM 〈유쾌한 만남〉, 〈김갑수의 마이웨이〉 등 각 프로그램에서 트렌드 관련 고정코너를 맡아 방송했다. SERICEO에서 트렌드 브리핑 〈트렌드 히치하이킹〉을, 휴넷CEO에서 〈트렌드 인사이트〉를 통해 대한민국 CEO들에게 최신 트렌드를 읽어주고 있으며, 다수 기업들을 위한 자문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저서로 『펭수의 시대』, 『라이프 트렌드 2020 : 느슨한 연대(Weak Ties)』,『요즘 애들, 요즘 어른들 : 대한민국 세대분석 보고서』, 『라이프 트렌드 2019 : 젠더 뉴트럴(Gender Neutral)』, 『라이프 트렌드 2018 : 아주 멋진 가짜(Classy Fake)』, 『실력보다 안목이다』, 『라이프 트렌드 2017 : 적당한 불편』, 『라이프 트렌드 2016 : 그들의 은밀한 취향』, 『라이프 트렌드 2015 : 가면을 쓴 사람들』, 『라이프 트렌드 2014 : 그녀의 작은 사치』, 『완벽한 싱글』, 『라이프 트렌드 2013 : 좀 놀아본 오빠들의 귀환』, 『집요한 상상』(공저), 『아이의 미래를 망치는 엄마의 상식』, 『트렌드 히치하이킹』, 『페이퍼 파워』, 『디자인 파워』(공저), 『소비자가 진화한다』(공저), 『날카로운 상상력』, 『대한민국 디지털 트렌드』 등이 있다.

흥미로운 건 불안과 편리, 이 두 가지가 언컨텍트 트렌드의 핵심 배경이라는 것이다.

코로나 19가 언컨택트 트렌드의 티핑 포인트 Tipping point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티핑 포인트는 어떠한 현상이 서서히 진행되다가 작은 요인으로 한순간 폭발하는 것을 말하는데, 2005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는 토머스 셸링 Thomas Schelling이 하버드대 교수 시절인 1969년에 쓴 <분리의 모델 Models of Segregation> 논문에서 제시한 티핑 이론에 나오는 개념이다.

PART 1 일상에서의 언컨택트 :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게 될 때!

마스크 키스와 코로나 모텔 : 우린 다 계획이 있다!

전염병은 우리에게 접촉에 대한 불안감을 깊이 각인시켰다. 시간이 지나 코로나19는 종결되겠지만, 우리가 겪는 불안과 타안에 대한 불신은 아무 일 없었듯 쉽게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불안감이 성욕을 이길 수 있을까?

언컨택트의 욕망은 컨택트의 본능이자 문화를 지속하려는 관성에서 비롯된다. 전면적 언컨택트가 아닌, 컨택트의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는 것으로의 부분적 언컨택트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수 있다.

레니나 헉슬리는 왜 존 스파르탄에게 섹스를 하자고 했을까?

미국에선 이미 2010년부터 섹스로봇이 개발되어 상품화되기도 했고, 인공지능이 적용된 섹스로봇도 계속 개발 중이다. 언제가 될진 몰라도 우리의 일상에 로봇이 깊숙히 들어올 것이고, 가사로봇이든 반려로봇이든 연인로봇이든, 사람을 대신해서 우리 옆에 둘 수도 있다. 결국 사람과 사람의 접촉은 당연한 필수에서 선택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사회적·문화적 진화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애정 표현과 섹스, 남여 관계에 대한 욕망이 과거의 익숙한 관성을 대신해 새로운 대안을 계속 찾아낼 것이다. 아니, 이미 그 과정을 거치면서 지금까지 왔다. 컨택트 사회에서 가졌던 불편과 불만이 계속해서 언컨택트 사회의 욕망을 만들어왔던 것이다. 그러니 레니나 헉슬리는 우리가 미래에 만날 보편적 모습일 가능성이 크다.

사만다와 사랑을 나눈 테오도르는 현실의 당신일 수 있다

낭만이 사라지는 시대, 남는 건 효율뿐이다. 가성비를 따져 소비하듯, 뭐든 계산하고 따지는 시대에 연애나 섹스는 비용 대비 효율은 낮은 분야일 수 있다. 거기다 접촉을 통한 질병 전염에 대한 공포를 겪는 사람들이 안전한 새로운 대안을 고민해보는 건 당연한 일이다. 완전히 대체되진 않겠지만, 변화는 충분히 이뤄질 것이다. 우리의 욕망이 바뀌면 그 속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커지게 될 것이고 산업적 대응도 적극적으로 바뀔 것이다. 욕망은 결국 우리의 일상뿐 아니라 비즈니스 기회도 바꾼다.

조지 버나드 쇼와 엘런 테리는 언컨택트한 것인가?

육체적 사랑과 대비되는 말로 플라토닉 러브 Platonic love라는 말을 쓰는데, 육제가 배제된 순수하고 정신적인 연애라는 뜻이다.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지금까지도 영향력을 미치는 철학자인데, 사실 그는 2500년 전의 사람이다. 놀랍게도 그 오래전에도 섹스나 키스 같은 신체적 접촉 없이도 연애가 가능하다고 한 셈이다. 사실 육체적 사랑과 정신적 사랑을 굳이 이분화시킬 필요는 없다. 그 또한 각자의 선택일 뿐이다. 어쩌면 언컨텍트는 인류에겐 꽤 오래된 욕망 중 하나다. 컨택트가 대세이던 시대에 그 반대의 욕망을 찾아냈던 게 인류다. 지금처럼 언컨택트가 기술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또 산업적으로 좀 더 확대될 환경을 맞았으니, 이제 언컨택트가 대세이자 주류가 된다고 해도 놀랄 일도 아닌 것이다.

왜 독일 내무장관은 메르켈 총리의 악수를 거절했을까?

19세기까지만 해도 악수는 윗사람이 먼저 청하는 것이지, 아랫사람이 먼저 청하는 걸 무례하다고 보는 나라가 많았다. 악수가 보편적 인사법으로 전 세계로 퍼진것에 대해 평화의 확산, 권위주의가 퇴색하고 수평화가 확산되어서라고 보기도 한다. 신체 접촉이 이루어지는 거라서 남자가 여자에게 악수를 청하는 것을 무례하게 보기도 했다고 한다. 이렇듯 우리는 그동안 악수를 두고 시대별로 다양한 의미를 해석해내고, 그 속에서 예의도 따져왔다. 그런데 이제 여기에 더해 악수에 대한 위행과 안전까지 본격적으로 따지기 시작했다.

왜 미국에선 의사도, 야구선수도 악수를 금지하려 할까?

변화는 당연했던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선택하는 일이다. 당연히 기존 방식과 문화를 지지하는 이들의 저항이 나올 수밖에 없고, 이해관계에 따라서 기존 방식과 새로운 변화 중 어떤 것이 이득일지도 따질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2천 년 이상 이어온 악수라는 세계 공통의 보편적 인사법마저도 언컨택트 시대를 맞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이다.

가장 친밀한 인사인 비주,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을까?

'비주 Bisou, Baiser'는 프랑스식 인사법으로 서로 뺨을 맞닿듯 가까이 붙이고 입술로만 쪽 소리를 내는데, 이때 양쪽 뺨을 번갈아서 한다.

악수보다 포옹이, 포옹보다 비주가 더 친밀한 인사다. 인사 방식이지만 연인이 할 때는 스킨십이자 애정 표현이 된다. 손잡고 포옹하고 키스하는 건 연인의 전형적인 스킨십 유형이다. 그동안 우리의 인사법은 신체적 접촉을 관대하게 허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친밀함을 드러내고 신뢰를 보여주는 데 접촉만큼 강력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접촉에 대한 감염의 불안, 공포는 코로나19가 지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지는 한시적인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접촉 중심의 인사법에 대한 변화를 간절히 욕망하게 될 가능성이 충분히 커진 것이다.

구내식당도 바뀌는데 회식은 언제까지 유효할까?

회식에 대한 생각이 갑자기 바뀐 건 아니다. 이미 2010년대 초반부터 회식 기피와 거부는 시작되었고, 2010년대 중반 들어 본격화되면서, 2020년 이후 정점에 이르게 될 흐름이었는데 여기에 코로나19가 카운터펀티까지 날렸다. 기성세대식 회식 문화는 직장에 밀레니얼 세대가 많아진 지금 시대에선 직원들의 화합과 단결과도 무관해졌다. 오히려 회식이 화합을 더 해칠 수 있다. 함께 하는 자리가 전혀 필요 없다는 게 아니라, 술자리 중심의 회식 문화는 한계점을 맞았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는 회삭 문화가 저물어가는 데 쐐기를 박았다. 오래전부터 비위생과 감염 문제가 내내 제기돼도 잘 고쳐지지 않았던 술잔 돌리는 문화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 직전이다. 많은 사람들은 술잔 주고받으며 끈끈하게 스킨십하거나 만취하지 않아도 충분히 관계를 형성하고 소통하는 시대를 원하고 있다.

전 세계로 확산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

[The Hidden Dimension] 1996에서 사람과 사람 간의 거리를 4가지로 구분했다.

첫째, '친밀한 거리 Intimate Distance'는 0 ~ 45cm 거리의 공간인데, 여기에 들어올 수 있는 건 연인, 가족이다.

둘째, '개인적 거리 Personal Distance'는 46 ~ 120cm 거리의 공간으로, 친구나 가까운 지인이 들어올 수 있다.

셋째, '사회적 거리 Social Distance'는 1.2~3,6m 거리의 공간으로, 사적인 사이가 아니라 공적인 관계의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다.

넷째, '공적 거리 Public Distance'는 3.6m 이상의 거리로서 상호적 연결을 가지는 관계는 아니다.

시대가 바뀌고, 환경이 바뀌고, 욕망이 바뀌면 소통 방식도 달라진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문자나 메신저로 소통하는 걸 익숙해하는 사람들도 많고, 화상회의도 익숙해진 사람들이 늘어나고, 소셜 네트워크에서 사귄 친구가 현실의 친구가 되고 있다. 사람과 직접 대면하지 않고도 일하고, 쇼핑하고,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 있는 시대다. 친밀한 거리, 개인적 거리 안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그만큼 우리의 사회적 거리는 더 멀어지고 있다.

진짜 얼굴을 숨기고 싶어서 쓰는 다테마스크

다테마스크는 한국인에게도 충분히 학산 될 욕망이다. 한국 사회가 그동안 타인에 대한 의식을 많이 한 건 단일민족, 혈연과 나이, 서열을 중시하는 집단주의적 문화 때문이기도 한데, 기성세대에겐 당연했던 관성이 밀리네얼 세대나 Z세대로 갈수록 퇴색되어간다. 혈연, 학연, 지연 중심의 끈끈한 인맥이 퇴색되고, 역대 최저 혼인율, 역대 최저 출생률이 매년 경신되는 중이다. 평생직장에 대한 환상도 완전히 사라지고, 기 gig 고용 (비정규 근로 고용)이 보편화되며, 직장 동료와의 관계도 끈끈한 위계서열 구도에서 벗어난다. 관계에서의 느슨한 연대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시대다. 지금까지는 대면과 접촉이 중심이자 주류이고 비대면, 비접촉이 보조와 보완수단이었다면, 이제는 그 반대가 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불편한 소통 대신 편한 단절 : 초연결 시대의 역설

기술적 진화의 목적은 위험 회피와 안전 지향과도 연관이 있다. 기술이 위험으로부터 우릴 보호해주고, 이를 통해 우리의 자유를 더 확대시켜준다. 결국 언컨택트는 우리가 가진 활동성을 더 확장시켜주고, 우리의 자유를 더 보장하기 위한 진화 화두다. 비대면의 위상이 높아지는 계기는 기술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가진 욕망의 문제다. 사회가 바뀌고 문화가 바뀌는 것도 결국 우리가 가진 욕망이 바뀌어 우리가 필요로 하는 대로 변화하는 것이다. 언컨택트는 욕망의 진화인 셈이다.

언컨택트가 어떻게 투명성을 높여줄까?

물론 투명성, 효율성은 누구나 바라지만 이해관계에 따라 그걸 거부하는 세력도 있다. 하지만 기술적 진화와 사회적 진화는 그 문제를 풀어갈 방법을 찾아줄 수 있다. 언컨택트는 결국 사회적 진화의 산물이자, 우리가 가진 라이프스타일에서의 기본적 요소가 되는 것이다. 과거엔 하지 못했다면, 이젠 할 수 있어서다. 당연하던 컨택트를 대신해 당연하지 않았던 언컨택트에 대해 우리가 자꾸 관심을 가지고 방법을 모색하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진화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 누구의 잘못이 아니다? 단지 운이 나빴던 걸까?

분명한 것은, 언컨택트 사회를 지향하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 나서야 하는 것도, 정부와 기업에 이런 변화를 원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일상에서 탄소배출 절감을 위해 행동하는 것도 우리 모두를 위해 필요한 일이다. 당연하던 모든 것이 당연해지지 않기 전에, 당연했던 것중에서 문제 될 것들을 과감히 내려놓는 것을 우린 받아들여야 한다. 컨택트 사회만 고집하다간 위기 상황 앞에서 일상이 멈춰버린다. 언컨택트 사회를 받아들이면서 우린 계속 일상을 이어가야 한다.

PART 2 비즈니스에서의 언컨택트 : 기회와 위기가 치열하게 다투는 과도기!

재택근무 확산의 우연한 계기

코로나19는 한국 기업뿐 아니라 전 세계 기업에게 재택근무의 필요성을 부각시켰고, 화상회의를 비롯한 비대면에서의 협업을 도와주는 IT 솔루션에 대한 수요를 증대시켰다. 클라우드 기반 업무용 메신저 서비스 '슬랙 Slack'을 서비스하는 슬랙 테크놀로지스와 화상회의의 솔루션 '줌 Zoom'을 서비스하는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등, 재택·원격근무를 도와주는 IT 솔루션 기업들은 코로나19 이슈 시기에 주가도 상승했고 신규 사용자도 증가했다. 특히 중국의 재택·원격 근무 확산은 관련 솔루션 기업에겐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고, 사무실 중심 업무 환경의 수혜를 봤던 일부 영역엔 위기가 되고 있다. 변화는 늘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품고 온다. 또한 놀랄 만큼 갑작스레 올 수도 있다.

재택·원격근무는 삶의 방식 자체가 바뀌는 일이다

장점도 많고 합리적인 제도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원격근무는 일과 일상의 경계를 무너뜨리기 쉽다 보니 오히려 워라밸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다. 원격근무는 성과를 가지고 평가를 받고, 직원에게 주어진 자율만큼 회사와 직원 간의 신뢰가 중요하다. 이러다 보니 오히려 회사에서 대면하며 일할 때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과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원격근무가 통제하지 않고 자율로 하다 보니 느슨해져서 일을 더 못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들의 관점과 반대인데, 이 또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오피스 프리와 로케이션 인디펜던트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 Jeremy Rifkin은 저서 "노동의 종말 The End of Work 1995" 에서 세계는 자동화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노동자가 거의 없는 경제로 향하고 있다고 예측했다. 20여 년 전의 예측은 이미 현실이 되어 고용 없는 성장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가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일하고, 집을 사서 정착했던 건 우리의 본능이 그래서가 아니라 그 시대의 고용과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사회적 욕망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이제 더이상 평생직장을 원치도 않고, 또 가능하지도 않다. 국가적 장벽도 사려지고, 언어적·문화적 장벽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아졌다. 컴퓨터앞에서 일하다 보면 이곳이 지금 서울인지, 뉴욕인지, 치앙마이인지, 사무실 책상인지, 카페인지, 달리는 기차안인지 구분도 안 된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우린 전세계 어디든 접속하고, 전 세계 누구와든 연결된다. 언컨택트 시대는 오히려 물리적 제약에서 벗어나 더 많은 사람들과, 더 많은 기회와 컨택트하게 만든다.

대기업의 주주총회 전자투표, 왜 10년이나 걸렸을까?

합리성보다 불안감이 변화를 이끄는 힘이 될 때가 있다. 한 번 바뀐 건 다시 되돌리기 어렵다. 있었던 일이 없었던 일이 되진 않기 때문이다. 결국 코로나19가 온라인 주주총회, 전자투표제의 흐름에 물꼬를 텄고, 이로써 향후 더 많은 기업이 전자투표제를 시행하게 될 것이다. 전 세계에서 전자투표제를 가장 먼저 시작하고, 전 세계 IT 산업의 중심이 미국이지만 그들에게도 전자투표제가 의무는 아니다. 전자투표제는 기업의 자율적 선택에 따르는데 비율이 그리 높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많은 기업이 주주총회를 온라인으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대규모 컨퍼런스와 전시회의 진짜 목적은 교류다!

디지털 디바이드 Digital Divide, 정보격차는 어느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결국 불안과 위험을 해소하면서 컨택트를 하고, 교류를 통한 비즈니스를 이어가기 위해선 언컨택트의 방법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린 컨택트를 버리자는 게 아니라, 컨택트를 지키기 위해 언컨택트를 도구로 쓰자는 것이다.

기업 강연 시장의 붕괴? 아니면 새로운 교육 시장의 기회?

직원을 교육시키는 것은 기업에겐 점점 더 중요한 숙제이기에, 컨택트 중심의 교육에서 언컨택트 중심의 교육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란 것을 코로나19를 계기로 인식하게 되었다. 에듀테크 Edutech는 그동안 교육 분야에서 바라보는 미래의 교육 방식이었는데, 이 에듀테크가 언컨택트 시대에도 효과적이다.

학교 수업 방식과 언컨택트 : 홈스쿨링 & 무크

무크 MOOC, Massive Open Online Course는 수강 인원에 제한 없이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고, 온라인으로 수업하고, 미리 정의된 학습 목표에 의해 구성된 정식 강좌를 일컫는다.

MIT 경영대학원은 edX 플랫폼을 통해 8만 달러 정도의 2학기 과정인 MIT 물류경영 MBA 과정의 5개 코스(코스당 150달러)를 제공했는데, 5개 코스 수업과 기말시험비를 포함해 총 1500달러 정도로 한 학기를 수료하면 마이크로석사 자격증 MicroMaster's Credential을 받을 수 있다. 마이크로석사 자격증을 취득한 학생은 원할 경우 일정한 심사를 거쳐 MIT대학 캠퍼스에서 나머지 한 학기를 4만 달러 정도로 이수할 수 있고, 이럴 경우 물류경영 석사 학위 Blended SCM Master's Degree를 취득할 수 있다. 온·오프라인 결합 과정인 셈이다.

기존의 대학이 이제 더이상 과거 방식에 머물러선 경쟁력이 없고, 지금 시대에 4년제 학위라는 것이 가지는 의미도 달라졌기 때문에 대학 교육의 목표도 바뀔 필요가 있는 것이다. 과거엔 하고 싶어도 못 했던 것이 지금은 에듀테크 기술을 통해 실현 가능한 것이 많아졌다. 공교롭게도 그 변화의 방식에 언컨택트가 있다. 갑자기가 아닌 이미 진행되는 흐름이었던 셈이다.

더 가중된 대학의 위기 : 언컨택트 시대에 대학은 어떻게 살아남을까?

수업을 온라인 강좌로 대신하는 대에 따른 몇가지 문제점

첫째는 교육의 품질이다. 오프라인 수업을 그냥 카메라로 찍어 영상을 올려둔다고 온라인 수업이 되는 게 아니다. 온라인 수업에 맞는 콘텐츠 구성과 교육방식, 운영방식, 평가 방식이 있다.

둘째는 돈 문제다. 한국의 대학가에선 온라인 강의 전환 후 학생들의 등록금 인하와 환불 요청이 나왔다. 이건 미국도 마찬가지다.

셋째는 나비 효과다. 학교가 멈추면 기숙사도 멈춘다. 미국의 대학에선 기숙사 퇴거 조치를 한곳이 많다.

대학 졸업장으로 평생써먹는 시대는 끝났고, 계속 교육받고 진화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시대다. 결국 대학이 가진 위상, 기업이 대학 학위를 바라보는 시각이 과거와 달라지는 게 당연하다. 이제 대학 졸업장은 겨우 입사를 위한 평가 도구 중 하나에 불과해지게 되는데, 여기에 4년의 시간과 막대한 돈을 쓰는 것이 과연 앞으로도 유효할까? 산업 구조의 변화, 언컨택트 사회로의 전환은 대학의 역할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드라이브 스루의 진화 : 진료소에서 장례식까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따르면, 고인이 80대 이상인 빈소 비율이 2008년 30.5%였는데 2017년에는 47%였다. 거의 절반이 80대 이상의 장례식장이니, 상주와 문상객의 나이 또한 점점 많아지는 것이 당연하다. 드라이브 스루 장례식은 분명 합리적 대안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 결국 장례식 문화가 크게 바뀔 가능성이 큰 시대를 만났다. 더이상 과거 방식을 고수할 수도 없게 되었고, 그렇다고 없앨 순 없으니 변화를 받아들여서라도 장례식 자체를 유지하려 할 테니 말이다.

쇼핑에서의 언컨택트 : 고객과 마주치지 마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연간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2019년 온라인 쇼핑의 음식 서비스, 즉 배달앱의 음식 서비스 거래액이 9조 7365억 원으로 전년보다 84.6% 늘었다. 2020년 1월은 2019년 1월 보다 69.5%나 늘었다. 코로나19 이슈와 상관없이도 이렇게 급성장세였는데, 코로나19 이슈가 시장을 훨씬 크게 성장시킨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는 비대면으로 음식을 받는 안심·안전배달 옵션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배달원이 문 앞에 음식을 놓고 전화로 도착을 알려주는 방식이다. 현장 결제도 줄이기 위해 배달앱에서 주문하면 선결제하도록 하는 비대면 결제 캠페인도 했다. 음식 배달에서 비대면은 해외에선 보편적으로 하던 것이었는데, 우리는 정서상 직접 사람에게 건네주는 것을 선호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배달앱의 음식 배달에서 비대면을 자리 잡게 하는 확실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사이렌 오더와 아마존 고 : 말 한마디도 필요 없다

확실히 아마존은 유통시장에서 무인 매장 분야의 주도권을 가져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건 유통의 미래가 언컨택트로 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마존의 솔루션은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로 돌아간다. 결국 아마존의 저스트 워크아웃 기술 확산으로 유통업계의 지배력과 클라우드 서비스의 지배력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셈이다. 아마존의 전략이 성공할지 안 할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유통의 방향이 바뀔 것은 장담할 수 있다.

증강현실로 쇼핑하고, 혼합현실로 일하는 시대

혼자 꾸면 꿈이지만 모두 꾸면 현실이 된다. 가상현실에서 증강현실, 혼합현실로 진화했다면, 이젠 공존현실이다. 현실과 가상이 결합된 공간에서 여러 사람과 교류하며 협업도 하고 어울리기도 한다. 혼자서만 가짜를 진짜로 여기는 게 아니라, 여럿이 함께 가짜와 진짜가 결합된 공간에서 시각과 청각, 촉각, 후각까지도 느낀다. 이쯤 되면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함께 느끼는 모든 것을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그 자체로 모든 건 실제하는 진짜가 되는 셈이다. 진짜냐 가짜냐의 의미가 사라지는데, 대면이냐 비대면이냐는 더이상 중요하지 않게 된다. 모든 기술은 언컨택트로 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서서 더 원활하고 효율적인 컨택트를 위해 우린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언컨택트를 받아들이려는 것이다.

코로나19에 대처한 중국의 QR코드와 안면인식 기술 : 빅브라더와 언컨택트

중국 안면인식 기술 전문회사 쾅스쿼지의 기술 시연 장면

조지 오엘 "1984"에 나오는 빅브라더에 가장 가까운 게 지금의 중국이다. 분명 코로나19 대응에서 중국이 사용한 QR코드와 안면인식 기술이 효과적이었는지는 몰라도 사생활과 인권,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성은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코로나19 대응 효과를 내세워 향후에 이런 시스템을 확대 구축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분명 양날의 검이다.

언컨택트 사회는 비대면이지만 오히려 더 촘촘한 감시와 통제가 가능할 수도 있다. 사람이 사람을 통제하는 시대는 끝났다. 사람이 사람을 통제한다는 발상도 유효하지 않은 시대다. 통제가 아닌 관리와 보호를 위해서 사람이 아닌 기술의 힘을 빌릴 방법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시대인 건 분명하다. 언컨택트 사회의 딜레마다.

공장 폐쇄를 겪은 기업에게 공장 자동화란?

공장자동화와 스마트 팩토리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불편한 시선도 분명 존재한다. 로봇과 자동화가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미래를 두려워하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 공장의 로봇이나 자동화 설비 투자에 대해 노조와 갈등을 겪는 일도 이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발생해왔다. 일자리를 둘러싼 이해관계에서의 갈등이자 변화에 대한 저항은 당연한데, 여기에 산업적 진화 말고도 언컨택트가 가지는 새로운 명분도 추가된 셈이다.

기업 업무에서 RPA도입 확산과 언컨택트

단순 반복 업무를 줄여서 인력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모두의 숙제다. 그리고 그 숙제를 푸는 과정에서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사무직 업무 환경에서도 RPA로 인한 언컨택트는 확대될 수밖에 없다. 시장조사 기관 '트랜스퍼런시 마켓 리서티'에 따르면, 전 세계 RPA 시장이 매년 60% 이상 고성장하고 있고, 2020년까지 전 세계 대기업의 85%가 RPA를 업무에 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IT 서비스업계에겐 가장 중요한 당면 시장중 하나다. 생산직에선 공장 자동화가, 사무직에선 RPA가 가야 할 방향인데, 둘 다 산업적 진화와 기술적 진화가 초래한 언컨택트 업무 환경인 셈이다.

왜 아마존은 자율주행 배송로봇에 투자하는가?

일상에 생활 로봇이 자율적으로 이동하며 음식뿐 아니라 가사일도 도울 수 있는 미래가 가까이 다가왔다. 집에서 가사일 도와주던 사람의 역할이 줄어들면 소위 '주방이모'들의 일자리도 위기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던 택배 배송 기사, 음식 배달원, 서빙하는 접객원, 가사도우미 등의 일자리 위기는 가혹하지만, 기업들의 방향은 이미 그렇게 가고 있다. 언컨택트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셈이다.

e스포츠 시장이 더 커질 또 하나의 이유

기존의 인기 스포츠들은 모두 선수들 간의 접촉이 불가피한 종목들이다. 선수만 문제가 아니라, 선수가 감염되면 팬들도 감염될 수 있다. 그래서 코로나19 초기엔 무관중 경기가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 국내에선 배구나 농구의 무관중 경기가 치러지기도 했다. 그런데 무관중 경기라는 것이 대안이 될 수는 없다. 현장에서 팬들이 응원하며 즐기는 스포츠에서 관중이 사라지는 순간 스포츠는 그냥 다 큰 어른들이 뛰어다니며 공놀이하는 것밖에 안 된다. 팬이 없으면 프로 스포츠도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스포츠 산업으로선 앞으로 코로나19와 같은 이슈가 다시 발생하지 않으리란 법도 없고, 플랜 B 차원에서도 언컨택트를 스포츠 산업에 어떻게 적용할지, e스포츠 산업을 기존 스포츠 산업과 어떻게 연결시킬지에 대한 모색을 해야 하는 것이다.

언컨택트를 만난 의료 산업 : 비대면 진료와 원격의료

스마트 시티는 단지 도시 건설 자체가 바뀌는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과 삶의 질이 바뀌는 문제다. 센서기술을 통한 실시간 건강 상태 체크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통한 최적의 예방과 치료가 원격진료의 기본이 될 수밖에 없고, 이런 환경에서 언컨택트는 무엇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언컨택트 이코노미와 글로벌 IT 기업들의 퀀텀 점프

언컨택트 사회로의 전환 속도가 빨라졌기에, 기회가 커진 만큼 혁신하지 못했을 때 격을 위기도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변화이자 혁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앞으로도 계속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라면.

PART 3 공동체에서의 언컨택트 : 더 심화된 그들만의 리그와 양극화!

그들만의 리그를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 : Private & Premium

앞선 사례들은 소비에서의 그들만의 리그 사례인데, 코로나19 확산 중에도 이들의 소비는 건재했다. 이런 소비를 하는 사람들이 소비만 이렇게 하고 말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식과 사회적 관계, 공동체에서도 같은 태도가 적용된다도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아무나가 되기 싫은 사람들은 점점 늘어간다. 부자와 지식인, 예술가 등만 자기 개성과 취향을 드러내며 유니크한 존재로서 대접받고 싶은 게 아니다. 취향의 시대가 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아무나가 아닌 특별한 자기 자신으로 평가받고 싶고, 그런 공간과 서비스를 누리고, 그런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 한다.

이웃의 부활과 자발적 고립화 : 우리가 진짜 원하는 관계는?

나만의 아지트를 만드는 사람들도 늘었다. 요즘 동네 책방이나 카페, 북카페 등을 아지트를 만드는 차원에서 시작한 이들이 꽤 있다. 취향도 과시하고 사람들과도 어울리기 위해서다. 물론 본업은 따로 있다. 이건 일종의 '도심 월든' 이다. 고립된 산속이 아니라 도시에서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변화가 생기면서 나온 일이다. 무조건적 연결에서 호의적이자 선택적 연결로, 그리고 선택적 단절을 거쳐 무조건적 단절로 이어진다면, 우린 지금 선택적 단절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바로 언컨택트 사회의 본격적인 시작인 것이다.

느슨한 연대와 언컨택트 사회 :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느슨한 연대는 강력한 메가 트렌드로 앞으로 점점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이고, 언컨택트 트렌드도 마찬가지 메가 트렌드로 우릴 바꾸는 데 영향을 줄 것이다. 이미 두 가지 트렌드 코드는 같은 방향을 보고 나아가고 있는 중이고, 오래전부터 우리가 가진 타인과의 관계, 인간관계에서 겪었던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서 계속 커져왔던 욕망이자 필요였던 셈이다.

관계 스트레스와 ‘미안함’이란 감정의 거북함

감정과 갈등을 원치 않는 사람들을 위해 점점 언컨택트가 확대되어 가는 시대, 우리가 가진 사람과의 관계가 과거와 같을 수야 없지 않겠나. 분명 언컨택트 사회에서의 인간관계 방식이 과거 세대와 요즘 세대의 차이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엄밀히 세대 차이보단 변화한 시대에 적응한 사람들과 익숙한 과거 방식을 고수하는 사람들 간의 차이가 더 맞겠지만 말이다.

새로운 차별이 된 언컨택트 디바이드와 사회적 숙제

누군가에겐 기회가 되는 변화가 누군가에겐 위기가 된다. 기회 쪽에 있는 사람과 위기 쪽에 있는 사람이 서로 대결하는 건 아니지만, 현실에선 두 집단의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정보를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격차가 심각한 위기를 낳았듯, 언컨택트 환경에 적응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격차도 위기가 되고, 이런 위기는 특정 동네에만 몰려 있는 나와 상관 없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속한 공동체 안에서 존재하는 우리의 문제다.

종교와 언컨택트 : 스님과 신부님이 유튜버가 되어야 하는 걸까?

컨택트 시대의 종교는 지도자의 권위를 중심으로 강화된다. 예배나 설교를 위한 공간은 좌석 배치만 봐도 리더를 중심으로 일방향으로 되어 있다. 수평적 관계가 아닌 수직적 관계로 일방적 권위가 만들어지기 쉬운 구조인 것이다. 하지만 언컨택트 시대의 종교에선 상호적 관계, 수평적 관계가 중요해질 수 있다. 일방적 권위가 아니라 신뢰에 따른 존중이 더 중요해진다는 말이다. 기존 종교의 방식에선 이것이 분명 단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넘어서야 할 숙제다. 당장은 아니지만 가야 할 방향임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언컨택트 사회가 되어도 우리는 여전히 사회적 동물이다

우린 혼자서 살 수는 없다. 다만 공동체의 연결과 교류 방식에서 폐해를 걷어내는 과정이 나타날 것이다. 사람이 싫은 게 아니라, 집단 자체가 싫은 게 아니라, 그 속에서 개인의 욕망과 탐욕 때문에 부당하고 불합리한 일이 생기는 게 싫을 뿐이다. 이것이 싫다고 집단을 거부하고 고립화를 자처했던 이들도 있었지만, 언컨택트 사회가 투명성을 높이면 이 문제도 해소될 여지가 생긴다. 자신이 하는 부당함을 남이 알지 못할 수 있고, 권력의 힘을 맘껏 휘둘러도 견제가 제한적이던 시대에서 저질렀던 문제가, 투명성과 수평화가 강화되는 시대에서도 그대로 지속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언컨택트 시대의 정치 : 선거운동과 정치에 대한 근본적 변화가 올까?

언컨택트 사회로의 전환에 저항하는 세력은 여러 분야에서 등장한다. 그걸 넘어서는 게 혁신이다. 한국 사회에서 전자투표, 디지털 민주주의가 제기된 지도 20년이 넘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걸릴지 모르겠지만, 분명 가야할 방향이다.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국가가 디지털 민주주의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시도될 것이다. 2300여 년 전에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을 정치적 동물이라고 했던 말이 여전히 유효한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인류에게 정치는 중요한 화두다. 사회가 바뀌면 사람도 바뀌고, 같은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푸는 방식도 바뀔 수 있다. 결국 언컨택트 사회에 맞는 정치 환경의 변화가 앞으로 정치권이 풀어야 할 숙제인 것이다.

초연결 사회와 언컨택트 사회는 반대말이 아니다

초연결의 힘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독심술을 만들어내어 마치 우리가 뭘 원하는지를 정교하게 파악해 우리의 욕망을 충족시켜주며 소비를 이끌게 된다. 초연결과 무관한 산업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초연결이 결국 언컨택트 사회를 만든다. 데이터가 적극활용되는 초연결 사회는 과거에는 하지 못하고 알지 못했던 것을 더 빨리, 더 많이 알게 만든다. 우린 초연결을 통해 더 편리해지고, 더 풍요로워지고, 더 안전해질 수 있다. 그래서 미래 산업의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과감한 법·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과거의 기준으로는 절대 미래를 이끌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린 연결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사람과 사람이 더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고, 사람과 사물을 둘러싼 각종 데이터의 수집과 활용을 통해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은 물론 사회, 정치, 경제, 산업의 방향도 바꾸게 된다.

초연결 사회와 언컨택트 사회가 주는 딜레마, 어디까지가 사생활일까?

초연결의 딜레마가 바로 해킹과 사생활 침해다. 결국 초연결 시대에 연결된 권리만큼 연결되지 않을 권리도 중요해진 것이다. 언컨택트 사회는 눈앞에서 사람과의 접촉, 대면이 줄어드는 것이지, 그를 위해선 네트워크와 IT 기술의 연결이 더 촘촘하고 세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언컨택트 사회를 위해 우리가 치를 그림자이기도 하다.

글로벌화가 초래한 딜레마 : 다시 단절의 세계가 될 것인가?

코라나19 발병으로 중국의 글로벌 공급망으로서의 위상이 줄어들고, 베트남을 비롯한 반사이익을 보는 국가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생산라인에서 사람을 최소화하고 공장 자동화를 실행하는 것도 이런 리스크 관리 차원의 선택이고, 전염병이나 대외 변수가 생겼어도 생산과 공급망에 타격이 최소화될 상황을 만들어두는 것에 대해 앞으로 기업이 관심을 기울일 것은 당연하다. 결코 단절해서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양극화와 디스토피아 : 언컨택트가 우리에게 던진 고민

언컨텍트 사회는 예고된 미래였지만, 코로나19의 갑작스런 등장으로 전환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다. 준비도 안 된 상황에서 언컨택트 환경을 도입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상황이 언컨택트가 가진 문제를 급격히 노출 시키는 계기도 되고 있다. 인간 소외와 새로운 갈등, 새로운 차별과 새로운 위험성, 결국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우리 사회는 언컨택트 사회에 대한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 어차피 가야 할 길이었는데 그 시기가 당겨지고 속도가 빨라졌다. 이미 시작된 언컨택트 사회, 우린 그 속에서 계속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야 한다. 이제 시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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