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규
경제도 쉽고 재미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을 소명으로 여기는 30년 차 경제 기자다. 산 정상은 하나지만 오르는 길은 여럿이듯이 진리도 하나지만 오르는 길은 여럿이고 종국에는 서로 만난다고 믿는다. 탄도가 아무리 우수해도 이를 쏘아 올릴 미사일이 부실하면 소용없는 것처럼 경제 지식도 글쓰기가 관건임을 늘 숙제처럼 여긴다.
한 사람의 일생을 어느 한순간의 계기가 좌우한다고 할 때,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접한 「삼중당문고」가 이 길로 이끌었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해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책 읽기는 인생의 자산이고 공부는 평생 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읽고 쓰고 나누는 데서 보람을 찾고, 평생 10권의 책을 쓰는 것이 목표다.
서울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에서 공부했다. 현재 한국경제신문에서 논설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경제로 읽는 교양 세계사』 『경제학, 인문의 경계를 넘나들다』 『자장면 경제학』 『치명적인 금융위기, 왜 유독 대한민국인가』 『카너먼이 들려주는 행동경제학 이야기-오락가락, 선택은 어려워』 『십 대를 위한 경제 교과서』 등이 있다.
Part 01. 대변화의 경제 세계사
대역병이 사라지고 무엇이 생겨났을까? 18
: 중세를 무너뜨리고 근대를 연 페스트
페스트는 중세 경제 질서와 봉건적 세계관의 몰락을 앞당겼다. 중세 영주들은 페스트로 농노가 줄면서 지배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도시도, 농촌도 노동력이 태부족이어서 임금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1666년 런던 대화재가 일어난 뒤 페스트가 거짓말처럼 자취를 감췄다. 화재가 빈민가의 불결한 무허가 목조 가옥들을 모두 태워 쥐를 박멸한 덕이었다. 이후 런던에서는 벽돌 주택만 허용했고 최초의 화재보험이 등장했다.
‘콜럼버스의 교환’은 어떻게 인류를 기아에서 구할 수 있었나? 24
: 구대륙과 신대륙 교류의 손익계산서
신대륙에선만 자라던 옥수수·감자·고구마·강낭콩·땅콩·고추·피망·호박·토마토·파인애플·담배 등이 유럽으로 전해졌다. 밀·쌀·보리·양파·당근·올리브·사탕수수·후추·계피·사과·바나나·오렌지·커피 등은 구대륙에서 신대륙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신대륙의 대평원에서 소를 사육하면서 인류의 단백질 공급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두 대륙이 곡물·과일·향신료·기호품 등을 주고 받으면서 먹거리가 풍족해졌다.
중국인은 어떻게 19세기 ‘세계 경제 지도’를 바꾸었을까? 32
: 세계 곳곳에 화교가 정착한 이유
1865년 미국의 대륙횡단철도 공사에서 최악의 난코스였던 시에라네바다산맥에 쿨리가 투입되었다. 협곡의 경사도 75도를 넘는 암벽 사이에 구멍을 뚫고 화약을 끼워 넣는 위험한 발파 작업은 죄다 쿨리몴이었다. 이 공사에 투입된 쿨리 4분의 1이 희생되었다.
미시시피강 서쪽은 불모지였는데, 철도 시대가 열리자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기차역을 거점으로 도시들이 생겨나 오늘날 미국의 원형이 갖춰졌다. 미국 대륙이 하나로 통합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빈곤에서 벗어나려면 인구를 억제해야 할까? 40
: 70억 인류를 먹여 살릴 방법
맬서스는 인구 폭발을 방치할 경우 전쟁·기근·전염병 등 잔혹한 '적극적 예방책'이 작동한다고 했다.
실제로 인구 급증에 따른 식량 부족은 역사적으로 잦은 약탈과 전쟁·민족 이동·역병·기아 등의 원인이 되었다.
하지만 맬서스의 예언은 틀렸다. 19세기 이후 품종 개량·비료 및 농기계 발명·윤작 등의 녹색혁명과 20세기 농업 산업화로 식량 공급량은 인류를 부양하고도 남을 정도가 되었다. 인류가 '맬서스 함정'에서 벗어난 결정적 요인은 18세기 중반 일어난 산업혁명이다.
영국에서 시작된 자동차 산업이 미국과 독일에서 발전한 까닭은? 46
: 기술혁신이 못마땅한 사람들의 최후
증기자동차의 최고 속도를 제한하는 적기조례로 영국의 자동차 산업이 쪼그라들자, 경쟁국들은 기술격차를 만회할 호기를 맞았다. 그들은 영국에서 이탈하는 자본과 기술자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그 결과 1885년 독일에서는 벤츠가 세계 최초의 휘발유 자동차를 발명했다. 독일은 도로까지 확충해 자동차 산업을 주도했다.
미국에서는 1903년 포드가 등장하며 대량생산에 나섰다. 자동차는 20세기 '미국의 시대'를 열었다.
Part 02. 전쟁의 경제 세계사
고대에 가장 수익이 높았던 경제활동은? 56
: 전쟁에서 승리하는 데 꼭 필요한 것
대제국 페르시아는 그리스 연합보다 병력이 10배가 넘어 압도적으로 우세했지만, 강제 동원된 다국적 잡탕 군대였고 먼 거리를 이동해 보급에 곤란을 겪었다. 반면 그리스는 애국심이 투철한 자유민으로 구성되어 병력의 질이 달랐다.
영통 확장은 그만큼 부의 증가를 의미했다. 지중해를 둘러싼 패권 전쟁은 고대판 무역 전쟁이자 약탈 전쟁이었다. 힘이 곧 질서였던 시대에 전쟁은 위험하지만 가장 수익이 좋은 '남는 장사' 였따.
잘나가던 로마의 무상복지 정책은 왜 실패했을까? 64
: 지중해 최강국 로마가 몰락한 이유
정복 전쟁이 줄면서 군대 전역자 등 실업자가 늘어나자, 로마 황제들은 시민들에게 매달 한 달치의 빵과 콜로세움 무료 입장권을 주었다. 식량과 이벤트로 시민의 환심을 산 것이다. '빵과 서커스'로 대표되는 대중 인기 영합 정책은 제국의 쇠망을 가속화시켰다. 이는 정치 엘리트인 집정관, 재무관, 감찰관등을 해마다 대중 집회에서 선거로 뽑은 것과도 무관하지 않았다.
병역 면제세는 왜 중세에 활성화되었을까? 72
: 신뢰도가 가장 높은 유럽 최강의 스위스 용병
봉토를 받은 중세의 영주는 토지에서 나오는 수입을 챙길 권리와 함께 군사, 사법, 행정적으로 왕에게 봉사할 의무가 있었다. 하지만 왕이 군대를 소집하면 병역의무를 돈으로 때우는 일이 많았다. 이러한 병역 면제세를 '스쿠타지'라고 한다.
왕은 스쿠타지 수입으로 용병 기사들을 고용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용병이 스위스 용병이다. 스위스 용벙은 13~15세기 유럽 최강이었고, 신뢰도도 가장 높았다. 그들은 고용주와의 계약과 신의를 목숨처럼 여겼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 싸운 다른 나라 용병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특징이다.
자유무역이 이득인 줄 알면서도 보호무역의 장벽이 높아지는 이유는? 80
: 세계 경제를 바꾼 나폴레옹의 대륙봉쇄령
대륙봉쇄령에는 영국의 시장독점을 깨기 위한 프랑스의 의도가 깔려 있었다. 하지만 이미 영국의 생산력이 유럽의 모든 나라를 앞지른 상태여서 러시아는 물론 프로이센,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영국과의 교역 없이는 경제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대륙봉쇄령의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다. 8년의 대륙봉쇄 기간 중 산업혁명에 뒤처진 나라들이 자국 산업을 키울 시간을 번 것이다.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던 까닭은? 88
: 중세 지중해를 누빈 갤리선과 근대 해양 패권을 움켜쥔 갈레온
중세 이탈리아 도시국가, 특히 베네치아는 국가 주도의 갤리선 선단 체제를 구축해 14~15세기에 지중해 무역을 주름잡았다. 주로 사람의 근육으로 움직인 갤리선의 발전사가 곧 지중해 패권의 변천사나 마찬가지였다.
15세기 이후에 포르투칼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으로 이어진 근대의 해양 패권은 갈레온의 성능과 항해술이 좌우했다. 갈레온은 3~5개의 돛대와 삼각돛을 장착했고 갑판이 여러 층인 대형 범선이다. 갈레온은 군함뿐 아니라 무역선으로도 널리 활용되었다.
Part 03. 상업과 무역의 경제 세계사
로마제국과 중국을 오간 고대의 고위험·고수익 벤처사업은? 98
: 유라시아 대륙을 걸어서 횡단한 카라반
교역은 희소성과 수요·공급이 있으면 어떻게든 이루어진다. 로마제국의 귀족들은 중국의 비단을 선호했고 중국 황실은 로마의 유리를 최고 귀중품으로 여겼다. 금 같은 귀금속은 동서양의 공통의 로망이었다.
하지만 비행기나 자동차로 물건을 실어 나를 수 없던 시절이었다. 험준한 산맥이나 척박한 사막 등 중앙아시아의 방대한 자연 장애물을 넘어 육로로 1만km 이상을 걸어서 오간 사람들이 있다. 바로 카라반이다. 그들이 걸어간 길은 그대로 육상 교역로가 되었다.
해상무역은 어떻게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대박 사업’이 되었을까? 106
: 세상의 끝으로 여긴 ‘헤라클레스의 기둥’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었던 시절, 지중해 사람들이 '세상의 끝'으로 여겼던 곳이 있다. 그들은 지중해 서쪽 끝 지브롤터해협에 있는 그곳을 '헤라클레스의 기둥'이라고 불렀다.
15세기 말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모험가들은 세상 끝의 경계를 과감하게 뛰어넘었다. 대항해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헤라클레스의 기둥' 이란 제약을 돌파하자 지중해 무역과 실크로드의 육상무역 대신 대서양의 해상무역이 대세로 떠올랐다.
산업혁명 이전의 가장 빠른 ‘탈것’이자 중형차 이상의 값어치를 지닌 것은? 112
: 시공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한 말(馬)의 역사
말은 약 BC 1000년부터 전쟁에 동원되었다. 고대 이집트 벽화나 로마제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 <벤허>에서 보듯이 그 시대에 말은 주로 전차를 끌었다.
말은 품종 개량을 거쳐 사람이 탈 만큼 크기가 커졌으며 산업혁명 이전에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탈것'이었다. 또한 사람의 이동, 상거래, 문화교류에서 시간과 공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양념이 어떻게 금보다 비쌀 수 있을까? 120
: 향신료를 사이에 둔 네덜란드와 영국의 뒤바뀐 운명
향신료는 적은 양으로도 고기의 풍미를 확 바꿔준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부패를 막는 효과도 있었다.
'향신료의 왕'으로 불린 후추는 화폐로도 통용되어 세금 납부나 뇌물 수수에도 이용되었다.
네덜란드 1665년 영국-네덜란드전쟁으로 향신료 산지 룬섬을 지키며 뉴암스테르담을 영국에 넘겼고, 영국은 인도로 눈을 돌렸다. 인도는 인구가 많고, 면화 후추 커피는 물론 아편까지 재배할 수 있었다. 인도를 손에 넣은 영국은 결국 19세기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되었다.
세계 최대의 휴대폰 제조사 노키아가 몰락한 이유는? 128
: ‘퍼스트 펭귄’이 먹이를 구하기 어려운 까닭
한때 세계 휴대폰 시장의 50%를 점유했던 노키아는 이미 1990년대 중반에 스마트폰 시대를 예견했다. 노키아는 10년간의 노력 끝에 2006년 스마트폰을 출시했지만 혹독한 실패를 맛봤다. 이 때문에 핀란드 경제가 휘청일 정도였다. 노키아의 스마트폰이 성능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애플리케이션이나 모바일 웹사이트는 물론 와이파이망도 제대로 구축되기 전에 스마트폰을 선보인 게 문제였다.
하지만 이듬해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자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다. 소셜미디어, 와이파이망등이 빠르게 갖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Part 04. 음식의 경제 세계사
커피하우스에서 어떻게 보험과 주식거래가 이루어졌을까? 138
: 커피가 각성시킨 정치·경제·예술·과학·금융
17세기 후반, 커피 붐과 더불어 유럽 전역에 카페 문화가 대대적으로 퍼져나가며 정치·경제·예술·과학 등이 커피하우스에서 번성했다. 커피하우스는 금융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특히 영국의 로이드커피하우스에는 주로 해운업자·선주·선장·무역상·보험업자들이 모였다.
로이드는 보험업자를 위해 정기적으로 선박 리스트를 담은 뉴스 레터를 발행했다. 일부 보험업자는 로이드의 커피하우스에 부스를 임대해 영업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주식거래도 커피하우스에서 이루어졌다.
중세 유럽에서 맥주 제조를 권장한 이유는? 146
: 맥주 제조업을 주요 산업으로 발전시킨 맥주순수령
9세기 수도원에서 걸쭉하던 맥주에 최초로 홉을 첨가함으로써 현대 맥주의 원형이 탄생했다. 이렇게 맥주의 품질이 높아지고 값도 싸지면서 도시 서미에게도 맥주가 널리 퍼졌다. 맥주 제조업이 도시의 중요한 산업으로 자란 것이다.
그러자 1220년 독일의 자유도시 울름에서 최초로 맥주세를 물린 것을 시작으로 각국은 세금 수입을 위해 납세의무가 없는 수도원 대신 민간 전문 양조업자에게 맥주 제조를 권장했다.
면은 어떻게 전 세계에서 주요리로 자리잡았을까? 154
: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누들
수천 년 걸쳐 형성된 실크로드는 비단만 오간 길이 아니다 밀과 국수도 이 길을 따라 서에서 동우로, 동에서 서로 전파되었다. 학자들은 이 길을 '누들로드'라고 명명했다. 도시의 수많은 노동자가 빠르게 한 끼 식사를 때울 음식으로 국수만한 것이 있을까? 국수는 최초의 패스트푸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구나 고기를 먹게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162
: 권력의 상징에서 비만의 주범으로
19세기 말, 소고기가 대중화하면서 미국에서는 소 사육과 도축이 규모 있는 산업으로 발전했다. 미국 중서부 대평원에서는 옥수수가 대량 재배되어 그 주위에 소 사육 지대가 형성되었다. 긴 띠처럼 형성된 콘 벨트와 비프 벨트가 만나는 지점인 시카고에 자연스레 대규모 도축장과 가축, 곡물 등을 거래하는 세계 최대 상품거래소가 들어섰다.
시카고 도축장에서는 소를 컨베이어에 매달아 이동시키며 도축·절단·세척·포장 작업을 했다. 헨리 포드가 이런 공정을 벤치마킹해 자동차 조립공장을 만든 것은 유명하다.
유럽 열강은 삼각무역으로 어떻게 큰 이윤에 남길 수 있었을까? 170
: 근대 항해사가 담긴 럼
삼각무역은 본래 세 지역 또는 세 국가 간 교역을 뜻하지만 좁은 의미로는 16~18세기에 성행한 대서양 일대의 노예 및 설탕 무역을 기리킨다. 유럽의 무기와 화약·의류 등을 아프리카의 노예와 교환하고, 노예를 실어다 신대륙에 넘긴 뒤 설탕·럼·담배·은 등을 가져오는 것이었다. 세 곳을 한 바퀴 돌면 그 수익이 원금의 3배에 이를 만큼 이익이 큰 장사였다. 스페인, 포르투갈에 이어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가 설탕 플랜테인션과 삼각무역에 앞다퉈 뛰어들었다.
Part 05. 법과 돈의 경제 세계사
역사를 관통하는 기본 세율은 얼마일까? 180
: 로마도, 맹자도, 적정 세율은 10%
구약시대의 유대 민족은 재산이나 소득의 10분의 1을 신에게 바치는 '십일조' 관습이 있었다. 정치와 종교가 분리되지 않은 신정일치 사회에서 성전은 곧 정부이고 사제계급은 공무원이며, 십일조는 세금이나 마찬가지였다. 중세 유럽의 교회는 주민들에게 수입의 10분의 1을 교회세로 징수했다. 유대교의 관습에서 비롯된 십일조를 점점 신자의 의무로 강조하다가 아예 세금으로 강제 징수한 것이다.
나라 경제가 망할 것을 뻔히 알면서 왜 돈을 마구 찍어냈을까? 186
: 화폐가 신뢰를 잃으면 휴지 조각과 다름없다
국가는 걷은 돈보다 더 쓴다. 경제가 파탄 나는 데도 로마의 군인황제들이 너나없이 저질 은화를 발행한 것도 돈이 급했기 때문이다. 국가 부채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군대를 유지하고 복지사업을 펴고 호화 생활을 하려면 더 많은 돈이 필요했다. 국가 조폐소에서 귀금속 함량을 줄여 그 차익, 곧 시뇨리지를 챙기는 것은 세금 장수보다 훨씬 쉬운 일이었다.
국가는 왜 세금을 걷는 일에는 창의적일까? 194
: 과중한 세금은 혁명으로 이어진다
명예혁명으로 집권한 영국의 윌리엄 3세는 성난 민심을 무마르기 위해 난로세를 폐지해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전체 세수의 10분의 1을 차지하던 세목이 빠지자 재정에 큰 구멍이 났다. 이때 고안한 세금이 창문세다. 모든 주택에 2실링씩 물리고 창문이 10~20개면 추가로 4실링 21개 이상이면 8실링을 더 물렸다. 이후 몇 차례 세율 조정 끝에 1766년부터 창문 6개까지는 면세 7~9개는 2실링, 10~20개는 4실링, 21개부터는 8실링을 부과했다.
해상무역이 발전하면서 커진 사고 위험을 어떻게 피할 수 있었을까? 202
: 중세의 모험대차 거래에서 진화한 보험의 역사
지중해 교역이 활발했던 고대 그리스에서 해상무역의 위험을 덜기 위해 모험대차가 생겼다. 모험대차란 선주와 화주가 항해에 앞서 배나 화물을 담보로 일정 기간 전주로부터 돈을 빌린 뒤 무사히 항해를 마치면 원금과 이자를 붙여 상환하고 사고가 나면 채무를 면제받는 거래였다.
위험을 채권자에게 전가한다는 점에서 보험과 유사했지만 일반 대차거래보다 채권자가 돈을 떼일 위험이 크기 때문에 이자율이 매우 높았다. 평균 10척중 3척이 사고를 당했다면 채권자는 30% 손해를보게 되므로 모험대차의 이자율은 당연히 이보다 높게 책정되었다.
금융과 국제 정치를 좌우한 로스차일드의 실체는? 210
: 한 가문이 일으킨 최초의 국제금융그룹
로스차일드 가문은 국채 주식 등 금융거래에만 집중한 것이 아니었다. 19세기 '철도의 시대'가 열리자 유럽 철도 사업의 자금줄이 되었고 광산업과 철강제련업에도 진출했다. 유럽 대륙의 산업혁명 과정에서 핵심 산업에 자금을 공급한 것이다.
미국 남북전쟁·크림전쟁·프랑스-프로이센전쟁에도 로스차일드 가문이 자금을 댔다. 그리고 1875년 영국의 디즈레일리 수상이 수에즈운하를 사들일 때에도 400만 파운드의 막대한 자금을 대 큰 이익을 안겼다. 또한 2차 세계대전 이후 시오니즘을 지원해 이스라엘 건국을 돕기도 했다.
Part 06. 사회와 문화의 경제 세계사
아이디어가 폭발하는 현상을 왜 ‘메디치 효과’라고 할까? 220
: 금융으로 돈을 벌어 르네상스를 꽃피운 메디치 가문
15세기 예술가를 적극 후원한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은 기존 장사꾼과는 차원이 다른 기업가의 롤 모델이었다. 단순히 돈을 버는 데 급급하지 않고 사업을 환어음·보험·송금·제조업·관광업 등 획기적인 서비스로 발전시키고 다방면의 사회 공헌을 통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한 것이다.
또한 가문 구성원들이 스스로 지식과 교양을 쌓고 예술을 통해 이미지 개선과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공식도 만들어냈다. 메디치 가문은 기업가로서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보여준 셈이다.
반달족은 어쩌다 야만의 대명사가 되었을까? 226
: 문명과 문화를 파괴하는 반달리즘
반달리즘은 문화·예술을 훼손하거나 공공시설을 파괴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보통명사로 통용된다. 이 말이 처음 쓰인 것은 프랑스혁명이 한창이던 1794년께 혁명 군중이 가톨릭교회 건물과 예술품을 파괴하고 약탈했을 때다. 당시 프랑스 주교 앙리 그레구아르가 반달족의 로마 약탈에 비유해 반달리즘이라고 명명한 데서 유래했다.
‘신사의 나라’ 영국에서 젠트리는 진짜 신사일까? 234
: 곡물법 파동으로 촉발된 지주와 신흥 자본가의 마찰
신사를 뜻하는 '젠틀맨'은 양복에 넥타이를 맨 점잖은 남자를 연상하게 하지만 본래 영국의 신분 계급중 하나였다. 작위가 있는 귀족 바로 아래의 중간계급을 분류할 때 젠틀맨은 영지 규모가 가장 작은 사람을 말한다.
이처럼 기사가 아니면서 명예 작위를 얻은 준남작 기사 에스콰이어 젠틀맨 등 하층 지주계급을 통틀어 '젠트리'라고 불렀다. 어원은 옛 프랑스어로 귀한 집안 출신을 뜻하는 'gentil'이다 젠트리는 공작·백작 등의 귀족과 평민 사이에 위치했다.
미래의 노동 시장에서는 정말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까? 242
: 골든칼라와 실리콘칼라가 이끌어 갈 노동의 미래
리프킨은 노동의 미래를 매우 부정적으로 봤다. 기계와 로봇이 인간 노동을 대체해 21세기 중반에는 블루칼라가 역사에서 사라지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노동의 종말'일 다가오고 가까운 미래에 제2의 러다이트운동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의 종말이라기보다는 그동안 익숙했던 영역·직업·노동 방식 등의 각종 경계선이 해체되는 과정으로 봐야 할 것이다. 경제사를 돌이켜 보면 생산수단의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날 때마다 일자리에 충격을 줬지만 전에는 없던 일자리도 무수하게 만들어졌다.
초고속 시대에 느리게 살기가 가능할까? 250
: 속도 예찬에서 느림 예찬으로
대량생산·대량소비시대에는 느리면 뒤처진 것이고 게으른 것으로 치부되었다. 바쁘고 빠르게 사는 삶에 익숙할수록 시간은 더 빨리 가는 듯하다. 이런 삶에서 벗어나 '시간의 노예'이길 기부하는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다. 속도 만능주의에 반기를 들고 느림을 예찬하는 생활의 반란이다.
Part 07. 자원과 과학기술의 경제 세계사
연금술은 미신일까, 과학일까? 260
: 황금과 영생에 대한 인류의 집착
금은 시간이 흘러도 땅에 묻혀 있어도 물에 잠겨 있어도 변하지 않는다. 공기와 물론이고, 웬만한 화학 시약에 노출되도 부식되지 않고 특유의 광택을 유지한다. 하지만 금은 교환가치는 높아도 사용가치는 거의 없다. 프랑스 물리학자 겸 화학자 에티엔 조프루아는 황금을 "빈곤을 해결할 가장 강력한 해독제라는 점만 빼면 물리학에서 가장 쓸로없는 금속"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인류는 수시로 황금에 눈이 멀었다.
인류가 가장 오래도록 사용한 금속은? 268
: 구리가 최고의 금속인 이유
구리는 약 7000여 년의 문명사에서 가장 널리 쓰인 실용적인 금속이다. 이런 특성 덕에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다. 무른 금속인 구리는 주로 합금으로 이용했다. 구리에 주석을 주석을 섞으면 청동이지만 아연을 섞으면 황동이 되고 니켈과 합금하면 백동이 된다. 가장 보편적인 청동은 로마시대에 고급 기와의 재질이었다. 청동 기와는 비바람과 햇볕에 강해 판테온 같은 거대한 건축물의 지붕을 장식했고 난간과 문짝에도 장착되었다.
자원은 축복일까, 재앙일까? 276
: 산유국의 좋은 예와 나쁜 예
산유국일수록 독재국가가 많다. 베네수엘라는 산유국임에도 빈곤율이 70%에 달하고 물가 폭등·정국불안·생활필수품 부족·치안 부재 등으로 사실상 국가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물론 오일머니를 흥청망청 쓰지 않고 경제발전과 빈부격차 해소 등에 쓰는 모범 국가도 있다. 노르웨이는 세계 7위 석유 수출국이지만 다른 산유국들과 달리 오일머니로 국부펀드를 만들어 자원 고갈 이후를 대비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국부펀드 규모는 1조 달러에 육박한다.
과학에도 경제원리가 작용할까? 284
: 근대 과학혁명의 토대가 된 ‘오컴의 면도날’
오컴의 면도날은 '단순한 것이 최선' 이라는 점에서 사고 절약의 원칙·경제성의 원칙이라고도 부른다.
길을 갈 때 구불구불 돌아가는 것보다 직선으로 가는 게 빠른 것처럼 인류가 오랜 기간 축적한 경험 법칙을 논리 철학에 적용한 것이다. 오컴의 면도날은 코페르니쿠스 이후 과학자들의 기본 사고방식으로 각인되어 근대 과학혁명의 토대가 되었다.
‘넘사벽’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할 수 없는 것은? 290
: AI 포비아를 극복하는 방법
알파고는 딥러닝의 산물이다. 과거의 무수한 바둑 기보를 찾아보고 이기는 전략을 학습했다. 확률적으로 이기는 데 가장 유리한 수를 순식간에 계산해 냈다. 인간이 이런 인공지능을 이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은 처음부터 인간에게 불리한 게임이었다. 일상에서 머신러닝과 딥러닝은 자동 번역·얼굴 인식·음성 인식·스팸메일 식별·유전자 분석·질병 진단·경로 탐색·무인 자동차등에 널리 응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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