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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13. 왜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 나도 모르게 휩쓸릴까?

by 욕심쟁이77 2025.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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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저녁, A씨는 친구와 함께 식사를 하러 나갔다. 식당 골목을 돌아다니다 보니, 어떤 식당 앞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고, 바로 옆 가게는 텅 비어 있었다. 친구는 “저기 줄 서는 곳이 맛집인가 봐!”라며 냅다 긴 줄 뒤에 서 버린다. A씨도 딱히 반박할 거리가 없어, 그냥 합류한다. 그런데 정말 웃긴 건, 그 긴 줄을 물어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왜 줄 서 있지?”라고 묻기보다, “저렇게 많은 사람이 줄 서면 이유가 있으려니…” 하고 추측만 했을 뿐.

이렇게 남들의 행동이 우리의 선택을 좌우하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사회적 증거(Social Proof)’라고 부른다.


“나 혼자가 아니라, 남들도 그렇다면 옳은 걸까?”

사람들은 흔히 “난 논리적으로 판단하고, 내 생각대로 결정해”라고 말하지만, 실제 행동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타인의 행동이나 반응을 보고, “아, 저렇게 하는 게 맞나 보다” 하고 판단을 내리곤 한다.
가령, 쇼핑몰에서 상품을 살 때도 별점 5점에 후기가 폭주하는 제품이 있으면 일단 “이건 실패가 없겠지!” 하고 클릭하게 된다. 내가 직접 그 제품을 써보지 않았어도, ‘다른 사람들’이 괜찮다고 하니 믿음이 생기는 것이다. 반대로 별점이 2점인 제품은 왠지 찜찜하게 느껴서 손이 안 간다. “나 혼자가 아니라, 많은 사람이 그렇게 느꼈다면 뭔가 이유가 있겠지”라는 마음이 자동으로 작동한다.

이런 현상을 이용해, 기업이나 마케팅 업계에서는 SNS 리뷰나 유명인의 추천 등을 강조한다. “누적 판매 1만 개 돌파!” 같은 문구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는 “오, 벌써 이렇게 많은 사람이 샀다면 성능이 나쁘지 않을 거야” 하고 결론을 지어버린다. 사실 저 1만 개 중 얼마가 실제 소비자 후기인지, 어떤 맥락에서 팔린 건지는 잘 모를 수도 있는데도 말이다.


“사회적 증거는 왜 이렇게 강력할까?”

  1. 불확실성을 피하려는 본능
    인간은 본능적으로 “옳은 선택”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세상은 너무 복잡하고, 모든 정보를 다 분석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이때 ‘다수가 이미 선택했다’는 정보는 확실하진 않아도, 어느 정도 신뢰할 만한 ‘가이드라인’으로 느껴진다.
  2. 집단에 어긋나기 싫은 마음
    “남들은 다 하는데, 나만 안 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도 작용한다. 친구들이 다 쓰는 앱, 다 보는 드라마를 나 혼자 모르면 대화에 끼어들기 어려울 때가 있다. 소속감을 유지하려는 욕구가 “다 같이 쓰는 게 옳다”는 확신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3. 경험의 축적 효과
    리뷰 사이트나 SNS 후기에서 1,000명이 칭찬하는 제품과, 아무도 언급하지 않은 제품이 있다면, 굳이 내 손으로 ‘실험’할 필요 없이 전자를 고르게 된다. 남의 경험이 곧 나의 참고 자료가 되는 셈이다.

“언제는 좋고, 언제는 위험할까?”

사회적 증거가 늘 좋은 결과만 낳는 건 아니다. 물론 다수의 의견을 참고하면 실패를 줄일 수 있다. 예컨대 식당을 고르거나 여행지를 정할 때, 리뷰가 좋은 곳을 선택하면 크게 만족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남들도 저러니까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지나친 호도(誤導)를 부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군중 심리’다. 공포 상황에서, 누구 하나가 잘못된 방향으로 뛰기 시작하면 뒤따르는 사람들도 함께 우르르 그리로 몰려가는 식이다. 실제로 건물 안에서 화재 대피를 할 때, 어디서 연기가 나오는지도 모르고 한쪽으로만 몰려서 오히려 탈출로를 막아버리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 다른 예로, 온라인 상에서 조작된 리뷰나 ‘가짜 좋아요’가 넘칠 때가 있다. “사람들이 많이 본 영상”이라고 표시되어 있으면 나도 그냥 클릭해보게 된다. 그러나 그 ‘조회수’가 모두 진짜 사람들의 시청이 아니라 알고리즘이나 봇(Bot)의 조작일 수도 있는 것이다.


“사회적 증거, 어떻게 현명하게 쓸까?”

  1. 사람 수에만 현혹되지 말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렇게 했다’ 뿐만 아니라, ‘왜 그렇게 했는지’의 맥락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마케팅 문구에서 “누적 100만 개 판매!”를 본다면, 그 이유나 구매 후기가 실제로 어떠한지(단순 통계 이상의) 확인해보는 게 좋다.
  2. 내 필요와 맞아떨어지는지 확인
    다수가 좋아하는 식당이 나한테도 맞을까? 내 취향이 따로 있을 수 있다. “난 매운 걸 싫어하는데,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 매운 음식 전문점이더라”고 하면 굳이 따라갈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3. 집단이 ‘무조건’ 옳지는 않다
    군중 심리는 때로 집단 사고(Groupthink)를 야기하기도 한다. 아무도 “이게 진짜 괜찮은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의심해볼 기회도 잃어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참조하되, 내가 충분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4. ‘공유·추천’을 할 때도 한 번 더 생각
    내가 좋아서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할 땐, 진짜 그 물건이나 서비스의 장단점을 잘 파악한 후에 하는 게 좋다. 나의 ‘좋아요’ 하나가 또 누군가에게는 강력한 사회적 증거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결국, 남들은 무시하고 살아야 할까?”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 사회적 증거는 때로 아주 유용한 단서다. 우리는 모든 걸 직접 시험해볼 수 없기에, 타인의 행동이나 평가가 도움을 주는 순간이 꽤 많다. 다만, 그것이 ‘망설임 없이 믿을 만한 진리’라고 착각하지 말자는 뜻이다.
“왜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행동할까? 정말 내 상황에도 맞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면, 우리는 군중 속에서도 나만의 선택을 지켜나갈 수 있다. 게다가 이 질문을 통해 더 나은 제품, 더 나은 결정을 만날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

결국 사회적 증거는 늘 우리 곁에 있지만, 그걸 어떻게 활용할지는 개인의 몫이다. 매일 보는 SNS 게시물, 온라인 리뷰, 별점, 좋아요 수... 이 모든 것에 어느 정도는 영향받을 수밖에 없지만, 그걸 무조건 쫓기만 하다 보면 자기만의 기준이 흔들려버릴지 모른다. 반대로, 남들의 경험을 참고하되 끝까지 스스로의 판단을 잃지 않는다면, 군중 속에서도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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