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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어째서 우리는 자신의 말과 행동이 안 맞을 때도, 스스로를 합리화하게 될까?

by 욕심쟁이77 2025.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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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이런 상황에 놓인다. 평소엔 “내 건강은 소중해!”라고 말하면서도 야식으로 치킨을 시켜 먹고, 또 입으로는 “환경을 지켜야 한다”면서 종이컵을 펑펑 낭비하는 모습이 그렇다. 때론 스스로 “이건 좀 모순 같아...”라고 느끼면서도, 이상하게 곧 “뭐, 그럴 수도 있지” 하고 합리화해버리기도 한다. 심리학에서 이를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라고 부른다. 쉽게 말해, '내가 가진 믿음(생각)'과 '내가 실제로 하는 행동'이 서로 충돌할 때 생기는 불편함'이다.


"왜 우리는 스스로를 속여서라도 불편함을 줄이려 할까?"

인지 부조화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자신의 생각, 태도, 믿음이 조화롭고 일관성 있기를 원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말처럼 그렇게 될 수 없는 일이 많다. 그래서 모순되는 상황에 맞닥뜨리면 ‘심리적 긴장감’이 생긴다. 예컨대,

  • “금연을 해야 한다”고 굳게 믿으면서도 담배를 끊지 못하고,
  • 다이어트를 하겠다면서 칼로리 높은 음식을 먹고,
  • 본인은 정직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거짓말을 하게 되는 등…

이때 사람들은 이 불편함을 그냥 받아들이기보다는, 자신의 태도나 행동, 혹은 그에 대한 해석을 바꿔서 긴장감을 해소하려 한다.


1) 예시: 내가 담배를 끊지 않는 이유?

가령, “흡연이 건강에 나쁘다”는 사실을 잘 아는 사람이라도 “근데 요즘 스트레스가 너무 많아서 담배가 꼭 필요해”라고 자기합리화를 하거나, “사실 적당히 피우면 크게 문제 될 거 없어” 같은 식으로 생각을 바꾸기도 한다. 이것이 인지 부조화 해소 전략이다.
원래 믿음: “담배는 건강에 나쁘다”
행동: 담배를 계속 피운다
불일치에서 오는 불편함 → 자기합리화(“아, 나 스트레스 해소가 우선이야”)


2) 야식이 그렇게 나쁜 건 아니야?

또 다른 예시로, 다이어트를 결심한 사람이 한밤중에 치킨을 먹으면서 “이 정도쯤은 괜찮을 거야. 하루 종일 거의 안 먹었잖아”라며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한다. 사실 폭식을 하면 살이 찔 가능성이 큰 건 뻔한데도, “지금이 아니면 못 먹어”라거나 “내일 운동 더 하면 되지”라는 핑계를 대며 모순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인지 부조화의 결과: 태도를 바꾸거나, 행동을 바꾸거나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가 제안한 인지 부조화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보통 세 가지 방식으로 이 부조화를 해결하려 한다.

  1. 태도(생각) 바꾸기
    “아, 사실 담배도 어느 정도는 괜찮을 거야. 옛날보다 니코틴 함유량도 적어졌으니까.”
  2. 행동 바꾸기
    “건강이 중요하니까, 정말로 담배를 끊어야겠어.”
  3. 인지(해석) 추가하기
    “흡연으로 얻는 스트레스 해소가 건강 이득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몰라. 더군다나 난 스트레스가 더 위험할 수도 있지.”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부조화를 해소할지는 달라진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많은 경우 가장 손쉬운 방법, 즉 행동을 바꾸기보다는 태도나 해석을 바꾸는 쪽으로 치우친다는 점이다. '담배를 정말로 끊는' 건 힘들지만, '담배가 생각보다 안전할지도 모른다'고 믿어버리는 건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자기합리화를 할까?

  1. 자존감 유지
    행동을 바꾸기에는 대가가 크고, 내가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건 상당한 자존심 상처이기도 하다. 그래서 적당한 핑계를 만들어 “난 잘못되지 않았어”라고 믿고 싶어 한다.
  2. 투자된 노력·시간
    만약 무언가에 이미 많은 돈이나 정성을 들였다면, “이게 잘못된 선택이다”라고 인정하기는 더 어렵다. 그래서 “아니다, 이건 옳은 결정이었어”라며 생각을 굳히는 경우가 생긴다. 예를 들어, 비싸게 산 물건이 실은 별 효과가 없을지라도 “아니야, 이게 분명 최고 품질일 거야”라는 식으로 믿게 되는 것.
  3. 사회적 압력
    주위에서 “너 그러면 안 돼”라고 말해도, 이미 그렇게 해온 자신을 부정하거나 행동을 완전히 바꾸는 건 쉽지 않다. 그래서 사회적인 비판이나 충고를 듣기보다는, “넌 날 이해 못 해”라며 생각을 더 굳히고 외부와 단절하기도 한다.

부정적 측면 vs. 긍정적 측면

인지 부조화가 늘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예컨대, “나는 환경 보호가 중요하다고 생각해”라는 믿음과 “일회용품을 자주 써버리는” 행동이 충돌해서 불편함이 생기면, 진짜로 텀블러나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며 행동을 고칠 수도 있다.
즉, 불편한 감정이 변화를 이끄는 원동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 변화가 ‘행동 개선’인지 ‘왜곡된 생각으로의 자기합리화’인지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대처할까?

  1. 스스로를 솔직히 들여다보기
    “혹시 지금 내가 합리화 중인 건 아닐까?”라고 의심해보는 태도가 중요하다. 스스로 모순을 느꼈을 때, 그저 핑계부터 찾기 전에 “내가 이 행동을 바꾸면 어떨까?”를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2. 작은 단계부터 행동 변경 시도
    굳게 믿어왔던 생각이나 습관을 바꾸는 건 어렵다. 하지만 조금씩 행동을 변경해보면 그에 따라 믿음도 자연스럽게 조정될 수 있다. 작은 행동 변화가 곧 태도의 변화를 이끌고, 또다시 행동을 강화하는 선순환이 될 수 있다.
  3. 자존감을 안전하게 유지하기
    내가 어떤 부분에서 잘못됐다고 해도, 그게 나 전체의 가치를 폄훼하는 건 아니다. “이 부분은 내가 틀렸을 수 있어. 그래도 괜찮아”라는 마인드를 가지면, 자기합리화 대신 솔직히 문제를 인정하고 바꾸는 길이 열린다.
  4. 합리적 설명과 근거 찾기
    혹여 누군가가 내 주장을 반박하거나 내가 모순된 상태에 있을 때, 무조건 “내가 틀렸겠지”라고 자책할 필요도 없다. 정말 믿음과 행동을 통합할 만한 근거가 있다면, 그걸 찾아서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건 정말 내게 필요한 행동이었어"라는 점이 논리적으로 뒷받침된다면, 굳이 자기합리화라 부를 순 없을 테니 말이다.

누구나 모순 속에 살아간다

왜 우리는 자신의 말과 행동이 안 맞을 때도, 스스로를 합리화하게 될까?”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결국 인간이 모순적인 존재라는 사실로 귀결된다. 우리는 완벽하게 일관된 가치관이나 태도를 유지하기 힘들고, 실제 생활 속에서는 수많은 갈등을 맞닥뜨리게 된다.

인지 부조화는 그런 갈등에서 오는 불편함을 해소하려는 인간의 본능에 가깝다. 하지만 그 과정이 지나친 자기합리화로 끝나면 발전이 없고, 정말로 행동을 고쳐볼 기회를 놓치는 셈이 된다. 반면 이 불편함을 솔직하게 직시하고, “그럼 어떻게 하면 믿음과 행동을 조금 더 조화롭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면, 더 성숙한 선택을 할 수 있다.


결국 우리의 내면에는 크고 작은 부조화가 늘 존재할 것이고, 그걸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나 자신을 성장시킬 수도, 퇴보시킬 수도 있다. 이 과정을 깨닫는 순간, 야식의 유혹과 다이어트 의지 간의 싸움도 단순히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인지 부조화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라는 흥미로운 심리 대결로 보이기 시작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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