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흔히 도파민을 행복을 좌우하는 마법의 물질이라고 말한다.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을 때, SNS에서 ‘좋아요’가 폭주할 때, 혹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우리는 “도파민이 팡팡 터진다”라고 표현하곤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 도파민이 단지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 때로는 우리를 “끊임없이 원하게 만드는” 힘으로 작용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덕분에 도파민은 ‘행복 화학 물질’이자 ‘중독을 부추기는 물질’이라는 엇갈린 별명을 동시에 얻었다.
도파민의 정체
많은 사람들이 도파민을 일종의 ‘쾌락 물질’로 알고 있다. 물론 도파민이 우리가 기분 좋은 자극을 받을 때 뇌에서 활발히 분비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더 정확히 말하면, 도파민은 “보상 예측과 동기 부여”를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로 보는 편이 옳다.
이를테면, ‘달콤한 디저트를 먹으면 기분이 좋아질 것’이라고 뇌가 예상하면, 이미 먹기 전부터 도파민 분비가 슬쩍 올라간다. 그리고 실제로 디저트를 먹어보니 정말 맛있었다면, 다음번에도 그 디저트를 찾아 먹도록 뇌는 학습한다. 결과적으로 “디저트를 보면 도파민이 나오고, 그 즐거움을 다시 느끼려 행동을 반복한다”는 식으로, 도파민은 우리가 ‘행동을 일으키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왜 ‘중독’이라는 말이 따라붙나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건 큰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디저트가 아닌 ‘술이나 마약, 혹은 게임’ 등이 도파민 분비를 과도하게 자극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신경학자들은 도파민 분비가 너무 강렬하거나 자주 일어나면, 우리 뇌가 그 자극을 점점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기 시작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다 보면 같은 수준의 쾌감을 얻기 위해 더 많은 자극이 필요해진다. 이것이 중독의 시작이다.
즉, “이걸 하면 엄청난 보상이 온다”는 뇌의 학습이 과도하게 강해지면, 그 대상에 대한 갈망이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닫게 되는 것이다. 마약이나 도박, 게임 중독에서 흔히 보게 되는 악순환이 바로 이런 원리로 설명된다.
행복감 VS. 끊임없는 갈망
도파민은 분명 우리가 “이걸 하면 즐겁겠다!”라는 기대감을 느끼게 해서 삶에 활력을 준다. 그런데 이게 심해지면 “지금 가진 즐거움”이 아니라 “더 큰 즐거움을 찾아 계속 추적하는” 행동을 부추기기도 한다. 일종의 ‘도파민 굴레’에 빠지는 셈이다.
이를테면, SNS 알림 소리에 반응하는 사람들이나, 스마트폰 게임에 하루 종일 붙들려 있는 상황을 떠올려보자. “다음 알림, 다음 레벨, 다음 보상...”을 기다리는 마음이 멈추지 않는다. 바로 이 갈망(“더! 더!”)을 지속시키는 무대 뒤의 주역이 도파민이다. 그래서 도파민은 우리에게 “지금 즐거운가?”보다 “곧 다가올 즐거움은 뭘까?”라는 식의 기대감을 심어주고, 한 번 꽂힌 대상에 대해 집착하게 만들 수 있다.
어떻게 다뤄야 할까?
도파민이 없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의욕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도파민이 너무 폭발적으로 분비된다면, 중독에 빠져버릴 수도 있다. 그렇다면 도파민을 현명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 작은 보상을 적절히 설계하기
큰 보상을 가끔 얻는 것보다, 작은 보상을 자주 얻을 수 있도록 일상을 디자인해보자. 예를 들어, 일을 할 때 ‘작은 목표 → 달성 → 휴식과 칭찬 → 다음 목표’ 식으로 미션을 나눠보면, 도파민이 과하게 치솟았다가 급락하는 패턴(대형 roller coaster)을 피할 수 있다. - 디지털 기기 사용 통제
SNS나 게임이 주는 도파민 스파이크는 의외로 강력하다. “알림이 울리면 확인해야 해!”라는 강박관념이 생길 수도 있다. 그래서 일정 시간을 정해두고 스마트폰을 멀리하거나, ‘알림 끄기’, ‘타이머 사용’ 같은 기법을 통해 과도한 도파민 자극을 자발적으로 차단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 운동과 휴식의 활용
운동은 도파민 분비를 건강하게 촉진하며, 동시에 스트레스 해소와 긍정적 기분 전환을 이끈다. 또 충분한 수면과 휴식이 보장되지 않으면, 우리의 도파민 시스템이 잘못된 방향으로 과민반응하거나 부족하게 분비될 수 있다. - ‘지금 이 순간’의 행복도 음미하기
도파민은 미래지향적이다. “다음에 뭘 하겠어!”라는 기대감을 높인다. 물론 이는 삶의 활력소지만, 당장 지금의 행복을 잊어버리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가끔은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천천히 음미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명상, 요가, 혹은 산책을 하며 ‘여기와 지금(here and now)’에 집중하는 게 큰 도움이 된다.
도파민과 함께 사는 법
결국 도파민은 우리를 움직이게 만드는 엔진이자, 잘못 다루면 위험한 불씨가 될 수도 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재밌는 게임을 즐기고, 목표 달성을 위해 열정을 불태울 때, 도파민은 강력한 추진력을 제공한다. 하지만 그것이 폭주하면 중독이라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
그러니 “도파민은 행복을 위한 반짝이는 열쇠”라고만 단정 짓거나, 반대로 “중독을 부르는 악마의 물질”이라며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나는 어떤 상황에서 도파민이 많이 나올까?”, “이 갈망이 너무 지나치진 않나?”를 스스로 점검하고, 균형 있는 방식으로 삶을 설계해보는 게 좋다.
원하는 것을 얻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건 인생의 큰 재미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도파민의 과도한 지배를 받다 보면, 우리가 진짜로 원하는 것은 ‘행복’이 아니라, 오직 ‘갈망’ 자체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즐겁게 몰입하지만, 그 즐거움을 과도하게 쫓아 헤매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 도파민은 우리 삶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지만, 무대 위의 주인공은 여전히 우리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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