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고 싶다는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그리고 왜 어떤 사람들은 실패에도 다시 일어나는데, 어떤 사람들은 쉽게 포기해버릴까?"
지수는 중학생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다. 반 친구들은 “와, 너 진짜 재능 있다!”며 칭찬하곤 했다. 그런데 지수는 이상하게도 자신의 그림 솜씨가 좋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했다. 처음 누군가가 “너, 미술 쪽으로 나가봐도 되겠어”라고 말했을 때는 기분이 묘하게 들떴지만, 곧바로 “내가 어떻게… 재능 있는 애들은 따로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격려해줄수록 오히려 마음이 부담스러워졌다. 그래서 그림 대회 공고를 봐도 ‘괜히 나갔다 망하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에 출품을 망설였다.
반면, 지수와 같은 반인 민우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민우는 음악에는 딱히 소질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시작은 남들보다 뒤처지는 듯했다. 하지만 민우는 아침부터 밤까지 연습실에 틀어박혀 며칠씩 새벽을 지새우곤 했다. “빨리 곡을 완성해서 공연에 서 보고 싶다”는 열망이 엄청나 보였다. 주변 친구들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 있어?” 하고 묻자 민우는 “언젠간 내 곡을 대중들 앞에서 멋지게 선보이고 싶어. 잘 될 거라는 느낌이 들어”라며 웃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민우도 숱한 시행착오를 겪고, “정말 이 길이 맞나?” 하고 회의감을 느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웬일인지 포기만큼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작은 성과가 날 때마다 성취감에 들뜬 목소리로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라며 스스로를 북돋웠다.
이 두 사람의 이야기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성취 동기의 차이를 잘 보여준다. 지수에게도 분명 재능이 있고, 주변에서 "너라면 잘해낼 수 있어"라고 응원해주지만, 그녀 스스로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는 단계에서 자꾸 뒷걸음질친다. 반면 민우는 별다른 '재능'이 없어 보여도, 무언가를 해내고 싶은 열망(“저 무대에 서고 싶다”)이 뚜렷하다 보니 실패를 해도 “아, 이제 어떻게 보완하면 되겠다”라는 식으로 다시 일어난다. 결국 결과는 민우 쪽이 더 발전 속도가 빠른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성취 동기는, 이렇게 "어떤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내면의 심리적 열망"을 뜻한다(McClelland, 1961). 이 열망이 강한 사람은 실력을 높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또 실패해도 다음을 기약하며 물러서지 않는다. 하지만 성취 동기가 낮은 사람은 "잘못하면 어쩌지"라는 걱정에만 사로잡혀 첫 발을 떼기도 어려워하거나, 작은 실패에 좌절해버린다. 이때 결정적인 것은 ‘정말 내가 해낼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실패하더라도 배울 수 있다’는 태도다(Bandura, 1977).
특히 주변 환경이 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만약 지수처럼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넌 정말 잘할 수 있어!”라고 말해준다고 해도, 본인이 그 말의 진정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과거에 작은 실패들을 ‘내 능력 부족’으로만 치부했다면 그 말은 오히려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반면 민우처럼 “음, 조금씩 발전하고 있잖아”라는 식으로 과정을 스스로 점검하고, 작은 성공 경험(예를 들어 친구들 앞에서 짧게 연주해봤을 때의 칭찬)을 자주 누린다면, 그건 성취 동기의 씨앗에 기름을 부어주는 격이 된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면, 타고난 재능이 없으면 아무 소용 없지 않나?”라고 질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흥미로운 건, 꼭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도 성취 동기가 높으면 능력이 빠르게 향상된다는 사실이다. 이는 심리학의 여러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결과다. 물론 재능과 환경이 뒷받침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러나 “성취 동기가 높은 사람은 이미 실패를 두려워하는 데 시간을 쓰지 않고, 계획과 실행에 에너지를 쏟아부으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 실패하더라도 “어디가 부족했지?” 하고 원인을 찾고 다음번에 보완해서 또 도전한다. 즉, ‘실패’를 끝이라고 보지 않고 학습 과정으로 보는 태도가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성취 동기가 무조건 높다고 해서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세상에는 “난 무조건 1등 해야 돼!”라고 외치며 지나친 경쟁심에 사로잡히거나, 실패 한 번에 너무 큰 충격을 받아 극단적인 불안을 겪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다 보면 몸과 마음이 지치고 인간관계가 삐걱거리기도 한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성취 동기는 높되, 그 동기가 건강하고 유연하게 작동하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즉, 도전하되 실패할 수도 있다는 걸 받아들이고, 실패 자체가 아니라 그 후의 피드백 과정을 긍정적으로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민우의 경우를 다시 떠올려보자. 만약 민우가 “음악으로 꼭 대박을 내야 해!”라는 생각만을 품고서, 잠깐이라도 삐끗하면 자신을 한없이 몰아붙였다면 어땠을까? 아마 작은 성공도 기뻐하지 못하고, 작은 실패마다 자존감이 크게 흔들렸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민우는 “언젠가 사람들 앞에서 내 곡을 멋지게 연주하고 싶다”는 목표를 세우되, 그 과정에서 실패가 발생하면 “오, 이번엔 이 부분이 문제였구나. 다음번엔 조율을 좀 더 잘하면 되겠어”라는 식으로 접근한다. 덕분에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주변 사람들의 피드백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계속 나아갈 수 있었다.
지수와 민우의 예시에서, 우리는 성취 동기를 높이기 위한 힌트를 몇 가지 얻을 수 있다. 첫째, 목표가 애매하지 않고 명확할수록 좋다. “잘해야지”가 아니라 “이번 그림 대회에 나가서 완성도를 최대한 높여보자”라는 식으로 구체화하면 도전 의식이 더 크게 생긴다. 둘째, 작은 성공 경험을 자주 맛보는 게 중요하다. 지수가 그림 대회에서 거창한 상을 받지 못하더라도, 가령 SNS에 작품을 공개하고 친구들로부터 응원을 받는 일만으로도 “아, 나도 뭔가 할 수 있구나”라는 자신감이 쌓일 수 있다. 셋째, 실패를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실패를 하면 “역시 난 안 돼”가 아니라 “아, 이 부분은 더 배우면 되겠구나”라고 해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 사회나 직장에서도 이런 원리가 그대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대기업 신입사원 교육을 할 때, 1등만 지나치게 강조하기보다 팀 프로젝트에서 작은 성취를 하고 서로 격려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하면 직원들의 성취 동기가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보고가 있다. 목표가 ‘거대한 성공 하나’가 아니라 ‘작은 성취들을 이어가는 과정’으로 제시될 때, 개인이 느끼는 부담이 감소하고 도전 의지는 오히려 커지는 것이다.
결국 성취 동기는 “얼마나 잘하느냐”보다 “어떤 태도로 도전과 실패를 받아들이느냐”에서 비롯되는 심리적 에너지다. 아주 어릴 적부터 ‘실패해도 괜찮아, 다시 시도하면 되는 거야’라는 메시지를 듣고 자란 아이는, 커서도 새로운 목표를 만났을 때 두려움 대신 기대감을 가지기 쉽다. 반면 “잘해야만 한다. 못하면 넌 문제야”라고 반복해서 들은 아이는 성취 동기가 생기기 전에 불안과 걱정부터 앞설 수 있다.
그렇다고 어른이 된 뒤엔 뒤집을 수 없느냐? 전혀 그렇지 않다. 인생은 살아가면서 배우고 바뀌는 과정이니까. 어떤 시점에서라도 “내가 정말 이루고 싶은 게 뭘까?”, “그걸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단계는 뭘까?”를 스스로에게 물어볼 수 있다. 그런 다음 조금씩 시도해보고, 작은 결실이 맺힐 때 자신을 칭찬해주자. 실패가 생기면 “어디가 문제였고 뭘 바꾸면 좋을까?”를 차분히 돌아보자. 정말 미친 듯이 하고 싶은 목표를 만났다면, 타고난 재능과 상관없이 지치지 않고 몰입하게 된다. 그리고 그게 성취 동기의 강력한 본질이기도 하다.
“결국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실패해도 다시 시도하면 성장한다는 믿음이 합쳐질 때, 우리는 한 걸음씩 성공에 가까워진다.” 이는 누구나 발휘할 수 있는 잠재력이다. 지수처럼 ‘날 때부터 재능이 있어 보이지만 두려움을 못 이기는 사람’도, 민우처럼 ‘뚜렷한 재능은 없어도 용기와 노력으로 돌파해가는 사람’도, 적절한 지원과 자기 성찰을 통해 성취 동기를 북돋울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 언젠가는 스스로도 놀랄 만큼 멋진 성취를 이뤄낼 수 있다.
참고문헌 (Harvard Style)
Bandura, A. (1977) Self-efficacy: Toward a unifying theory of behavioral change. Psychological Review, 84(2), pp.191-215.
McClelland, D.C. (1961) The Achieving Society. Princeton: Van Nostr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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