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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저널

코로나19 시대 ‘마음 챙김’이 주목받는 이유

by 욕심쟁이77 2021.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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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자극에 무의식적으로 반응하시나요?
그 사이에 ‘여유 공간’을 만들어주세요

Article at a Glance

마음 챙김은 ‘현재 순간에 집중해 있는 그대로를 수용적으로 자각하는 것’ 정도로 정의할 수 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 등의 여파로 불안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마음 챙김을 실천하는 명상 및 기공법 등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마음 챙김 명상은 주의력을 의도적으로 ‘지금’ ‘여기’로 되돌려 놓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몸, 감정, 생각, 판단, 기억 등 다양한 것의 자동 반응성을 알아차리고, 외부 자극에 무의식적으로 반응하기 전에 자극과 반응 사이에 여유 공간을 만들어준다. 이는 자연스럽게 다양한 언행과 감정, 의견들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마음의 개방성으로 이어지고 이것은 삶의 다양한 자극 속 스트레스를 경험하며 사는 현대인들의 스트레스 관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방역이라는 말은 이제 일상적 용어가 됐다. 특히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한 방역 외에 코로나 블루로 인한 우울증과 무기력증을 해결하기 위한 멘탈 관리 및 정신 건강 프로그램들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마음 방역’이라는 새로운 말까지 생겨났다. 그리고 개인 차원의 마음 방역 방법 중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바로 ‘명상’이다. 명상은 상당히 긴 역사를 자랑하지만 초기에는 종교적인 색채가 강해 일반인들의 삶과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1960년대 허버트 벤슨(Herbert Benson)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연구로 명상이 정신 및 육체 건강에 직접적인 효과가 있음이 증명되면서 서양에도 점차 보급되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들어 실생활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다양한 명상법이 개발되면서 명상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국립보건통계센터(National Center for Health Statistics)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성인 가운데 1년 이내에 명상을 경험한 비율은 2012년 4.1%에서 2017년 14.2%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미국 어린이와 청소년 중 명상을 경험한 비율도 2012년 0.6%에서 2017년 5.4%로 크게 늘었다.1

마음 챙김 명상이 주목받는 이유

다양한 명상 방법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최근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이 바로 ‘마음 챙김 명상(mindfulness Meditation)’이다. 마음 챙김 명상의 붐을 일으킨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미국의 존 카밧진((Jon Kabat-Zinn) 박사가 1979년에 만든 MBSR(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 마음 챙김 기반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이다. 카밧진 박사는 1974년 미국에 온 한국의 숭산 스님에게 참선 공부를 배운 것을 비롯해 티베트불교와 요가 등 다양한 수행 공부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다 메사추세츠대 의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만성 통증이나 만성 고통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환자들의 스트레스 완화를 위해 MBSR를 개발해 적용하기 시작했다. MBSR는 불교의 명상법을 종교색 없이 현대인에게 맞게 보편화해 구조화했다. 그리고 병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의료 명상으로 시작, 다양한 의학적 효과를 검증해냈다.

1990년대에 들어서 MBSR의 신경생리학적, 신경해부학적, 심리학적, 뇌 가소성 등의 다양한 효과가 언론에 노출되고 의학적 효과가 검증되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에선 MBSR 명상이 의료보험에 적용되기 시작했고 더욱 다양한 뇌과학적, 의학적 연구 결과들이 쌓였다. 그리고 이런 연구 결과들에 힘입어 사람들이 명상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됐다.



그렇다면 마음 챙김은 어떤 뜻인가? 대표적인 학자들의 정의를 보면 아래와 같다.

“마음 챙김은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함양되는 자각에 관한 것이다. 독특한 방식(의도적, 지금 여기에서, 판단하지 않고)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즉, 순간에 주의를 집중하는 능력을 의미하며, 이를 통해 의도적으로 몸과 마음을 관찰하고 순간순간 체험하는 것을 느끼며, 또한 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 존 카밧진 박사, MBSR 개발자

“마음 챙김은 개인의 생각과 감정을 현실의 반영이 아닌 내적인 정신적 사건으로 자각하는 능력이다. 아울러 자신을 생각과 감정에서 분리해 거리를 두는 힘이다.”

- 존 티즈테일 연구원, MBCT 개발자

“마음 챙김은 어떤 특정 관점에 집착하지 않고 자신과 세계를 새롭게 경험하는 심리적 자유의 상태다. 자신의 믿음은 그저 하나의 관념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믿음은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 마틴 셀리그먼 교수, 긍정심리학자

현재 명확하게 합의된 정의는 없지만 대표적 학자들의 정의를 종합하면 마음 챙김은 ‘현재 순간에 집중한 나의 감정이나 몸 상태 그대로를 비판단적으로 자각하고 수용하는 것’ 정도로 정의할 수 있다. 정의만 보면 마음 챙김을 실천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시도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필자는 마음 챙김 명상 교육 과정에서 교육생들에게 먼저 1분간 잠시 눈을 감고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쉬어 보라고 주문한다. 1분이 지난 뒤 교육생들에게 반응을 물어보면 98% 이상이 그 짧은 시간에도 이런저런 생각에 휩싸여 쉬지 못했다고 답한다. 왜 그럴까. 인간은 생존 메커니즘이 지나치게 발달된 터라 가만히 쉬라고 해도 스스로 과거의 기억을 되짚고 오지 않은 미래까지 걱정한다. 이렇게 쉴 새 없이 과거와 미래를 왔다 갔다 하는 사이 우리 몸과 마음은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고 에너지가 소진될수록 주의력과 집중력, 문제 해결 능력 저하 현상이 나타난다. 아무리 쉬어도 피로가 해소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하는 현대인들의 만성피로 원인 중 하나는 멈추지 않는 생각의 바다에서 하루 종일, 심지어 잠자리에 누운 순간까지도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생각의 굴레에서 잠시 벗어나 뇌에 휴식을 주려면 생각을 통해 과거나 미래 속에서 사는 것이 아닌 지금 여기에 온전히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우리는 의도적으로 현재에 주의를 기울이는 연습을 시작해야 한다. 그 ‘생각의 쉼’이 ‘뇌의 쉼’으로 연결돼 심신의 생명력이 살아나고 집중력과 문제 해결 능력이 높아지며 당면한 현재 문제에 온전히 주의를 기울여 주어진 직무에 몰입할 수 있게 된다.

다른 예로 1분간 눈을 감고, 자신의 들숨, 날숨을 관찰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1분 후 들숨 날숨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관찰했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그러지 못했다고 답한다. 주의가 너무 쉽게 다른 곳으로 벗어나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마음 챙김 명상은 우리의 떠도는 주의력을 의도적으로 현재, 지금 여기로 되돌려 놓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몸, 감정, 생각, 판단, 기억 등 다양한 것의 자동 반응성을 알아차리고 외부 자극에 무의식적으로 반응하기 전에 자극과 반응 사이에 여유 공간을 만들어준다. 호흡을 관찰하듯 내•외면의 자동 반응적 요소들을 관찰하다 보면 늘상 경험하던 것들에서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게 된다. 쉽게는 자신이 어떻게 호흡하고 있었는지부터 어떻게 걷고, 앉고, 대화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감정적이 되는지, 어떤 생각들이 주로 나의 주의를 빼앗아가는지 등을 알 수 있다. 그러면서 그러한 요소들을 한 걸음 뒤에서 떨어져 관찰하는 연습을 하면 몸, 감정, 생각, 행동 등을 조율하는 힘이 커지는 것은 물론, 그것들이 인간을 구성하는 자원들일 뿐 나의 실체를 대변해 줄 수는 없음을 깨우치게 된다. 그것은 자연스럽게 다양한 언행과 감정, 의견들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마음의 개방성으로 이어진다. 이것은 삶의 수많은 자극 속에서 매 순간 스트레스를 경험하며 사는 현대인들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스트레스에 대한 현명한 대응력을 갖게 해준다.

정신 건강, 스트레스 관리, 불안, 건강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다루는 미국 멜로우닷컴의 명상통계에 의하면 사람들이 명상을 하는 첫 번째 이유는 스트레스와 불안을 줄이기 위해서다. 명상은 오랫동안 자연적인 스트레스 해소제로 받아들여져 왔다. 우리는 하루 종일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이에 대한 신체의 자연스러운 반응인 호르몬(에피네프린)을 방출해 혈압을 높이고, 심박 수를 증가시키며, 더 빠르게 호흡한다. 명상은 이러한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그 외에도 사람들이 명상을 하는 이유는 매우 복합적이고 다양하다. 2



마음 챙김 명상의 효과성

명상은 기본적으로 몸을 자원 삼아 움직이면서 하는 ‘동적명상’과 고요함 속에서 진행하는 ‘정적명상’이 있다. 즉 몸과 마음의 건강을 동시에 다룰 수 있다. 그리고 자기인식과 자각의 힘을 키워주는 명상과 인간 내면의 연민과 존재적 연결성을 회복해주는 정서성 회복의 명상이 있다. 즉 이성과 감성이 잘 조화되도록 한다. 게다가 주의력과 집중력 및 창의력 향상에 영향을 미치고 스트레스를 줄여 회복탄력성을 높여준다. 그러다 보니 기업에서 복합적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이 명상 교육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좀 더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10여 년가량 먼저 기업에 명상 교육을 도입한 해외와 달리 국내에는 아직까지 한두 번 일회성으로 이뤄지는 명상 교육이 대세다. 그 때문에 국내 기업의 명상 교육 도입과 관련해선 유의미한 통계 자료도 많지 않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직원의 멘탈 헬스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높아졌고 특히 명상 교육이 비대면 상황에서도 효과가 높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전사 차원의 명상 교육을 진행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성공을 부르는 리더의 3가지 법칙』의 저자이자 마음 챙김 명상 신봉자인 라스무스 호가드 포텐셜프로젝트 창립자는 이케아, 나이키,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제너럴일렉트릭 등 세계 초일류 기업들에서 마음 챙김 교육을 진행하면서 경험한 마음 챙김의 효과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압박, 상시 연결, 정보 과잉, 산만함이라는 현실에 처한 현대 직장인들에게 마음 챙김은 가장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는 쉽고, 명확하고, 실용적인 솔루션이다. 선명한 집중과 열린 자각이 1초의 시간과 공간을 제공한다. 습관적인 행동 중독에서 벗어나 매 순간 지혜롭고 효과적인 해결책을 도출하게 한다. 이렇게 1초의 여유로 확보하게 되는 경제적 가치는 200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된다.”

그런가 하면 한국명상심리상담학회가 진행한 ‘기업에서의 호흡 명상 활용 사례 연구’3 에 따르면 회의를 시작하기 전 호흡 명상을 도입하고 최고경영진부터 적극적으로 꾸준하게 실천해 온 기업의 경우 큰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뷰 결과 이에 참여한 임원들은 회의시간에 화를 덜 내게 돼 회의 진행이 부드러워졌으며 상대를 좀 더 배려하게 되고 소통 역시 더 원활해졌다고 평가했다. 직원들 역시 명상으로 인해 차분하게 토론에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마음이 건강해지며, 스트레스 해소에도 큰 도움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명상이 이러한 변화를 일으키는 변화 작용 기제는 크게 ‘탈중심화, 탈자동화, 탈동일시’로 설명할 수 있다. 탈중심화는 즉각적인 경험에서 한걸음 비켜서서 사건과 사건에 대한 자신의 반응 사이의 공간을 만드는 능력이다. 즉, 자신의 사고와 감정을 일시적, 정신적 사건으로 관찰하는 능력이다. 탈자동화는 육체적, 정신적 현상에 의해 유발되는 느낌이나 감정에 강박적으로 집착하거나 회피하는 것을 막아주며, 습관화되고 자동적인 사고방식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시야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탈동일시는 관찰 가능한 몸, 감정, 생각 등의 모든 대상을 자신과 동일시하지 않고 자신을 구성하는 하나의 자원으로 통찰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자신과 동일시한 것들에 대해서는 방어기제가 작동하기 마련이다. 탈동일시를 통해 자기 동일시의 영역이 확장되면 불필요한 자기방어로 인한 내외적 스트레스에서 해방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결국 우리는 명상을 통해 고통이나 실패를 경험할 때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자신을 돌보며 비판단적인 태도를 취하는 자기 연민을 배울 수 있고, ‘왜 나만 이런 일을 겪는가’와 같은 고립된 인식에서 벗어나 자신의 경험을 공통된 인간 경험의 일부로 인식하는 인간 경험의 보편성 인식을 획득할 수 있다. 또한 고통스러운 사고와 감정들에 과잉 동일시되지 않고, 그것을 분명하게 알아차리고 균형된 시각으로 바라보는 마음 챙김의 힘을 얻을 수 있으며 모든 것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음에 대한 이치를 알고, 변화를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힘을 갖추게 된다.

글로벌 기업들의 명상 교육 프로그램 도입 동향

최근에는 세계적인 혁신 기업들이 직원들의 멘탈 건강 관리를 위한 복지 차원에서 사내 명상 교육들을 선보이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구글 본사는 2007년부터 명상 프로그램을 통해 임직원의 감정 조절과 스트레스 관리를 실행하고 있다. 직원들의 신체 건강만큼 정신 건강이 업무 만족도와 생산성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이해하고 이를 조직 차원에서 관리하려는 시도다. 구글 외에도 페이스북, 인텔, 세일즈포스, 나이키 등 다양한 기업이 직원들의 멘탈 관리를 위해 명상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관련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폴라리스 마켓 리서치(Polaris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전 세계 마음 챙김 명상 앱 시장의 가치는 2019년 2억7039만 달러(약 3110억 원)에서 2020∼2027년 동안 연평균 41%씩 성장해 2027년까지 42억612만 달러(4조837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림 1)



국내 기업도 최근 명상 프로그램 도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2017년, 1000억 원을 투자해 경북 영덕에 연수원을 건립했고 이곳에서 삼성전자 임직원과 가족들을 위한 다양한 명상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LG디스플레이 역시 같은 해 문경에 힐링센터를 열었다. 이 밖에 SK그룹, 포스코, 한국투자증권, 신한은행, CJ 등 대기업들과 미래창조과학부, 한국자산관리공사, 국가보훈처, 한국토지주택공사, 국정원 및 서울시청, 각 시의 시청 및 공기업 역시 명상 프로그램 도입에 나섰다. 여기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마보’ ‘하루명상’ ‘코끼리’ 등 하루가 다르게 다양한 종류의 명상 앱이 출시되고 있다. 국내 최초 명상 앱인 마보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등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명상 앱을 사용하는 개인 사용자 수가 2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코로나 사태 이후 명상 앱을 직원 복지 일환으로 구독, 지원하는 기업도 전년 대비 400% 이상 늘었다.

마음 챙김 명상의 종류 및 방법

마음 챙김 명상의 구성 요소는 크게 ‘주의(attention) 조절’과 ‘경험에의 지향’으로 나눌 수 있다. 주의 조절은 현재 경험을 계속 자각하게 하려는 지속적인 주의 기술을 뜻한다. 경험에의 지향은 현재 경험을 바꾸거나 회피하려는 시도 없이 수용해 내적 경험의 본질을 이해하고 관찰하기 위한 의도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탐색을 뜻한다.

오고 가는 많은 생각으로 인해 끊임없이 주의가 분산되는 현대인들의 주의를 조절하는 첫 방법은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유일한 것인 나의 몸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몸에 주의를 기울인다는 것은 몸이 가진 다섯 가지 감각인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에 주의를 기울여 온전히 ‘지금, 여기’를 경험한다는 의미다.

우리가 오감을 통해 ‘지금, 여기’에 의도적으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순간, 우리는 현재의 경험을 놓치게 되고 우리의 오감은 차단된다. 이러한 주의 결핍은 일상생활이나 직장 생활에서 우리를 위험한 상황에 빠뜨릴 수 있기도 하고,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과 생각, 외면에서 일어나는 환경적 요인, 그리고 마주하고 있는 상대의 표정, 언어, 행동을 자각하기 어렵게 만든다. 업무 상황에서는 잦은 실수를 만들고 잘못된 의사결정을 할 확률도 커진다.



1. 먹기 명상

마음 챙김 명상 교육을 할 때 그 시작점으로 필자는 주로 ‘먹기 명상’을 추천한다. 건포도 두세 알을 안내에 따라 태어나서 처음 마주하는 것처럼 건포도에 대한 관념을 내려놓은 채 건포도의 색깔, 향기, 식감, 소리, 맛을 천천히 음미하는 것이다. 평상시에 케이크나 떡에 부속품처럼 들어가 있어 제대로 씹지도 않고 넘겼을 건포도 두세 알을 먹는데 20∼30분가량 할애하다 보면 많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빨리 씹어 넘기고 싶다는 갈망을 알아차리게 되고, 이내 건포도를 오감으로 온전히 음미하게 되면서 전혀 새로운 차원에서 건포도를 만나게 된다. 건포도의 빛깔, 질감, 향기, 맛 등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얻게 되고, 오감에 주의를 온전히 기울이는 그 순간, 얼마나 마음이 편안한지를 경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머리가 맑아지고 명료해지는 것을 경험하는 것은 물론, 평상시 식습관을 돌아보게 되고, 먹는 것에 대한 감사함과 위장의 감각을 느끼면서 먹을 때 겨우 건포도 두세 알이 주는 포만감에 놀라기도 한다.

2. 마음 챙김 걷기

먹기 명상을 통해 현재의 순간에 주의를 집중하는 것의 효과를 느끼게 되면 마음 챙김 걷기를 해볼 것을 추천한다. 마음 챙김 걷기는 걸으면서 생기는 오감적 요소인 발바닥의 느낌, 다리의 느낌, 몸의 움직임, 시야에 들어오는 환경, 뺨에 와 닿는 바람의 촉감과 온도 등을 알아차리면서 걷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좀비처럼 걷는 현대인들을 ‘스몸비’라고 일컫는다. 스몸비가 아닌 마음 챙김 걷기를 통해 걷는 행위 속에서도 심신의 안정감을 느낄 수 있고, 그 안정감을 통해 걸음이 단순히 이동수단이 아닌 명상적 작용을 일으키면서 뜻하지 않던 고민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게도 한다.

3. 마음 챙김 보디스캔

원하는 곳에 주의를 두고 집중할 수 있는 유연함이 커지면 마음 챙김 보디스캔을 통해 움직임 없이도 몸의 감각을 알아차리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앉거나 누운 상태에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전히 몸의 각 부위에 주의를 두면서 각각의 감각을 느끼게 된다. 이때가 현존감이 가슴으로 와 닿기 시작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몸을 구성하는 피부, 근육, 장기, 뼈 등을 섬세하게 알아차리다 보면 몸에 대해 가지고 있던 자신의 인식을 돌아보게 되고, 그 편견들을 내려놓고 자신을 받아들이는 수용의 힘도 갖게 된다. 보디스캔을 통해 인지하지 못했던 몸의 신호를 알아차린 덕에 늦지 않게 병원에 가게 됐고, 이로써 삶에 큰 전환점을 맞게 된 사람도 있다.

4. 마음 챙김 호흡 명상

그다음 단계로 많이 하는 실습이 마음 챙김 호흡 명상이다. 코 주변 혹은 복부 주변에 주의를 두고, 의도적인 호흡이 아닌 자연스러운 들숨, 날숨을 지켜보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앞의 실습들보다 더 자주 주의가 산만해짐을 경험하게 된다. 『동의보감』에서 말했듯이 마음은 물과 같아서 흔들지 않고 그대로 두면 맑아지게 돼 있다. 기본적으로 호흡은 부교감신경을 활성화시켜 심신을 빠르게 안정시키기 때문에 내면을 고요한 상태로 이끌어준다. 호흡을 통해 마음이 고요해지고 맑아지면 자신에 대한 더 많은 것이 성찰된다. 주의력과 집중력이 훨씬 더 정교하게 강화된다. 한 호흡, 한 호흡에 대한 자각, 들락날락하는 감정과 생각, 그리고 매 순간 몸의 감각이 달라지는 변화들을 알아차리게 되면서 변화가 인간 삶의 기본 요소임을 받아들이게 된다. 변화에 대한 저항 대신 수용의 힘이 커지게 된다.

이 밖에도 각각의 교육 목적과 대상자에 맞게 마음 챙김 기반의 다른 실습들이 추가될 수 있다. 이처럼 명상은 매 순간의 경험에 온전한 주의를 기울이고 생각이나 감정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친절하게 만나며 그것의 속성에 대한 지혜를 키워나가는 통찰 명상이다.

마음 챙김이 주는 통찰

마음 챙김의 핵심은 나의 주의를 현재 혹은 내가 원하는 곳에 두는 것이다. 하지만 한곳에 주의를 집중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다양한 실습을 통해 이해하게 된다. 그러면서 동시에 효율적인 업무 처리 능력으로 각광받고 있는 ‘멀티태스킹(Multi tasking)’이 얼마나 위험한 것이었는지 알게 된다. 실제로 뇌과학적으로 인간은 멀티태스킹이 불가능한 존재다. 우리가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고 할 때 우리 뇌는 시프팅(shifting), 즉 빠르게 한 가지 일에서 다른 일로 전환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시간이 짧아서 우리가 스스로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고 착각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이런 잦은 전환은 주의력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업무 만족도 감소, 기억력 약화로 이어진다. 또한 실제 업무 완결에도 더 많은 시간이 걸리거나 실수가 많아지기도 한다. 하버드경영대학원 연구진은 멀티태스킹이 하나의 임무에 주의를 두어 집중적으로 일하는 경우에 비해 창의성을 훼손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4

마음 챙김이 주는 또 한 가지 의미 있는 통찰은 ‘변화에 대한 수용’이다. 전통 수행에서는 인간의 고통이 “모든 것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고정돼 있다고 착각하는 데서 온다”고 말한다. 현대 스트레스 의학의 대부라 불리는 한스 셀리에(Hans Selye)에 따르면 스트레스는 한마디로 ‘변화에의 적응’이다. 이진법의 기원이 됐으며 우주 변화의 원리를 가장 잘 담아냈다고 평가받는 주역은 천지만물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현상의 원리를 풀어낸 것이다.

단순해 보이는 마음 챙김 실습들은 매 순간에 온전한 주의를 기울여 몸의 감각부터 생각, 감정, 환경 등 존재하는 모든 것이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진리를 받아들이게 한다. 몸과 마음의 항상성에 의해 우리는 자동적으로 변화를 거부하고 저항하는 데 익숙하다. 저항은 고통과 스트레스를 부르며, 변화에 직면하기 어렵게 하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게 만든다. 하지만 마음 챙김 명상은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화에 주의를 기울이고 주관적 판단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자각하게 하기 때문에 변화에 대한 수용력을 키우고, 변화를 직면하게 해준다. 여기에서 수용은 어떤 변화든 순종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보다는 받아들이고 담대하게 직면하게 된다는 의미다. 고요함 속에서의 직면은 각 상황에 대해 창의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우리 내면의 지혜를 깨운다.


이주아 심력연구소 심스쿨 대표 happytalent@naver.com
필자는 심신 통합 치유 전문가이자 심리 진료 코치이며, 명상지도자다. 20여 년간 명상 및 심신 치유, 그리고 심력 교육 센터를 운영하며 기업, 기관, 학교 등에서 교육을 하고 있다.



DBR mini box : Interview: 리 와이스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마음 챙김은 저항 줄여주는 왁스 바르기와 같아”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생전 매일 실천했다고 해서 유명해진 명상법인 ‘마음 챙김’은 업무 성과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인정받았다. 이에 구글, 나이키, 골드만삭스, P&G 등 다양한 기업이 사내 커리큘럼으로 채택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명상을 떠올리면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고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인지 많은 사람이 마음 챙김에 거리감을 느낀다. 특히 일터에서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내는 직장인들은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명상을 꺼린다. 하지만 마음 챙김에서 중요한 것은 명상이 아니다. 명상은 마음 챙김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리 와이스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마음 챙김은 항상 도달할 수 있고 자신에게 익숙한 정신적 상태에 이르는 것, 목표를 세우는 것, 그리고 관점이 전환되는 ‘마이크로 모멘트’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 때문에 특별히 따로 시간을 낼 필요도 없고 일상 속에서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와이스 교수가 말하는 마음 챙김은 명상에 머문 정적이고 자기 수행적인 활동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같이 실질적인 사회 활동의 범주에 있는 영역이다.

와이스 교수의 강의는 스탠퍼드대에서 압도적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포천 500 선정 글로벌 혁신 기업인 구글, 주니퍼네트웍스도 그의 마음 챙김 훈련법을 사내 커리큘럼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리 와이스 교수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직장에서 마음 챙김이 중요한 이유와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마음 챙김 기법에 대해 들어봤다.

마음 챙김이라고 하면 보통 사람들은 명상을 떠올린다. 당신의 책 주제인 ‘일터에서의 마음 챙김’이 일반 명상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마음 챙김은 ‘주의(Attention)’를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일상의 어떤 활동 중에도 할 수 있는 방법이다. 단순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 생각을 지우고 자기를 응시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알고 자신의 마음이 정말로 원하는 것을 파악하는 능력을 기르는 훈련이 마음 챙김이다. 일을 하는 사람들은 통합적인 방식으로 마음 챙김 훈련에 임해야 한다. 이 연습은 ‘왁스 바르기’와 같다. 스포츠 선수들은 저항을 줄이고 경기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운동 도구나 기어에 왁스를 바른다. 크로스컨트리를 생각해보자. 매번 작은 저항에 부딪히면서 스키를 탈 수도 있고, 스키에 바른 왁스 덕분에 같은 길을 힘들이지 않고 갈 수도 있다. 마음 챙김은 왁스처럼 최상의 성과를 내기 위한 도구 같은 것이다. 운전을 하는 동안에도, 커피를 뽑을 때도, 동료와 대화를 나눌 때도, 한마디로 무슨 일을 하든지 우리에게는 ‘왁스 바르기’가 필요하다. 단 몇 초 정도면 된다. 명상은 마음 챙김을 구현할 수 있는 여러 방법 중 하나로 가장 널리 알려지고 효과성이 입증된 방법이다. 하지만 바쁜 일상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어떻게든 시간을 내 명상을 하라고 강요하기 어렵다. 그래서 일터에서는 스스로의 감정과 상태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의 목표를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메타인지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메타인지는 무엇이고,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나?

메타인지란 우리가 생각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회사에 있는 상황이라면 매일 업무를 수행하면서 우리가 어디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지 살피는 것을 뜻한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다 보면 진정한 의미에서의 집중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며 우리가 얼마나 자주 그렇게 하지 못하는지를 인식할 수 있다. 우리가 주변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는지, 다른 사람의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우리의 초점이 어디에 맞춰져 있고, 어디로 표류하고 있는지 등을 이해하는 것이 메타인지라고 할 수 있다. 메타인지를 잘 활용하면 우리는 자기 자신의 ‘리듬’, 즉 성별이나 인종, 나이, 종교를 비롯해 역사나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내적프레임처럼 세상을 보는 방식에 영향을 주는 자기 정체성과 경험의 모든 측면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구체적인 실천 방법으로는 모노태스킹을 들 수 있다. 한 번에 한 가지 일에 완전히 집중해 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시간을 정해 10분이면 10분, 타이머를 설정해 두고 스프레드시트 작성, 설거지, 운동 등 현재 하고 있는 활동에 완전히 집중하는 연습을 해본다.




마음 챙김의 가장 첫 단계로 자기 인식을 꼽았다. 왜 자기 인식이 중요한가? 또 이를 향상시킬 좋은 팁이 있는가?

자기 인식은 감성 지능에 중요하다. 나의 감정이 일러주는 지혜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마음 챙김의 시작이다. 우리는 효율적으로 일하고 강한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환경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스스로의 감정적 반응을 이해해야 한다. 일터에서 결정을 내릴 때, 감정이 우리를 ‘진짜의 길’로 안내할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힘든 일을 겪게 될 때, 그저 머리로 해석해버린다. 그리고 곤란한 순간을 만나도 유머나 냉소로 그 상황을 그저 모면하려는 경향을 갖고 있다. 하지만 농담이나 회피는 새로운 사고 경험을 방해하고 성장을 저해한다. 나는 “싸구려가 될 수 없으면 자유로울 수 없다!”고 저서를 통해서도 강조한 바 있다. 자신이 나쁘게 보이거나 말랑말랑하게 보이는 것을 피하는 데 시간을 보내면 진짜 나의 감정을 이해할 수 없고 이를 표현할 수도 없다. 삶과 일터에서, 다양한 종류의 감정을 경험하면서 개인의 정신적인 확장을 이룰 수 있다. 정신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안락한 구역(Comfort Zone)에만 머무르지 말고 잘 모르는 위험이 따르는 영역으로까지 이동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오래된 방식, 습관화된 감정 처리 방법이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와 시간이 필요하다. 자신을 원망하거나, 자신이 나쁘게 보이는 상황을 피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이 표출되지 못하게 하면 자기 인식과 개인적 성장을 위한 능력에 한계가 생긴다. 감정을 제대로 인식하고 진짜 내가 될 수 있는 용기를 내는 데 필요한 것이 마음 챙김이라는 점에서 자기 인식은 마음 챙김으로 가는 첫 단추다.

일터에서 마음 챙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목적과 우선순위라고 설명했는데 직장에서 일이 내가 생각한 우선순위대로 진행되지 않을 땐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떤 일을 다 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어떠한 것도 하지 못할 것 같은 무력함에 대한 공포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목적을 명확히 하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항상 조직 내 개인의 목적과 조직의 목적이 잘 연결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고 업무의 우선순위에 대한 생각도 나와 내 상사가 각각 다를 수 있다. 이때는 정신적으로 유연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상황이 당신이 추구하는 것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원래 마음에 품고 있던 핵심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상황에 따라 어떻게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그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스스로에게나 팀에게나 도움이 된다. 대신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스스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내가 언제, 어떻게 화를 내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좋다.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감정이 폭발하는지 알게 되면 그 감정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자기 연민의 효과를 강조했는데 자기 연민이 자기비판이나 자존감보다 중요한 이유는?

자기 연민에 대해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은 자기 스스로에게 친절하면 나약해지거나 현실에 안주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스스로를 계속 채찍질하는 것이 더 나은 성과를 불러올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실은 정반대다. 실제로 자책하며 도달할 수 없는 기준에 자신을 맞추려는 것이야말로 성과를 떨어뜨린다. 또한 스스로에게 관대한 자기 연민과 남과 비교해 스스로를 높여야 하는 자존감(self-esteem)은 다르다. 자기 연민은 개선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피드백을 듣거나 실패에 대해 관대할 수 있기 때문에 개선의 여지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자기 연민은 성장 마인드셋과도 연결되며 자기 연민이 활성화되면 생산성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조직 내 협업이 더 잘 이뤄질 수 있다. 이에 반해 자존감은 꽤 오랜 기간 교육 및 양육 전략의 핵심 목표로 여겨졌지만 생각보다 개인 및 조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한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더 낫다는 느낌이 들 때 기분이 좋아지고 이 기분에 집중한다. 그들은 종종 경쟁 상태에 빠져 있고 자신을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또한 이들의 자의식은 자신이 최상의 존재라는 인식 위에 구축된다. 그래서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타인과 협력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의 확산으로 사회적 고립을 호소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이들이 정신적으로 건강함을 유지하기 위해 현실적 조언을 해준다면?

사회적 고립은 하루에 담배를 10개비를 피우는 것만큼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로 위험하다. 당장 코로나바이러스가 잠잠해지지 않는다면 비록 가상의 공간에서라도 스스로의 목적 또는 뜻과 맞는 커뮤니티와 의미 있게 연결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직장의 경우 업무 관련 대화만 나눌 것이 아니라 비공식적인 상호작용을 위한 시간을 의무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좋다. 이를테면 화상회의 전에 가볍게 서로의 근황을 나누는 방식도 가능하다. 가까운 동료라도 이런 과정을 통해 서로를 더 잘 알게 되면 그만큼 소속감이 올라가고 더 나은 협력자와 리더가 된다. 화상회의 툴을 활용해 티타임을 하면서 누군가를 초대하고 그들의 일과 삶에 대해 물어보고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일터에서 짧은 시간에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마음 챙김 훈련법을 소개해달라.

체현, 호흡, 집중하기를 들 수 있다. 체현은 쉽게 말해 몸의 마음 챙김이다. 체현을 통해 우리는 몸에 관심을 갖게 되고 긴장, 순환, 통증, 기쁨 혹은 어깨나 배, 발바닥 족저근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신체 경험을 인식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왜 이런 것을 해야 할까? 이런 훈련을 통해 몸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우리가 현재의 순간으로 돌아가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마음 챙김 훈련은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예측하느라 다른 곳에 가 있는 정신을 현재로 돌리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호흡에 집중하는 연습 역시 중요하다. 호흡은 몸과 정신을 이어주는 대화에서 특별한 역할을 한다. 호흡은 몸의 물질성과 정신의 비물질성 사이에서 서로를 이어주는 다리다. 호흡을 통해 우리는 머리로부터 잠시 벗어나 휴식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동시에 호흡은 우리가 생각과 감정을 결정적인 말이나 궁극적인 진실로 여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런가 하면 집중한다는 것은 원하는 곳에 주의를 둘 수 있는 능력이다. 우리는 집중함으로써 더 큰 목표나 분명한 목적에 주의를 기울이며 관심을 어디에 둬야 할지 알 수 있다. 목표가 마음속에 정확히 박혀 있고 더 높은 목적에 집중할 수 있다면 원치 않는 일로 감정이 상하거나 흥분할 일은 없어진다.

여전히 많은 기업이 직원들을 한계까지 밀어붙여 성과를 내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경우 직원들에게 혁신을 위해선 주 80시간 이상 일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목적과 가치에 따라 다르다. 스스로 가치 있다고 믿는 일을 하고 있고 세상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기여를 하기를 원한다면 그 자체로선 좋은 일이다. 문제는 이런 회사의 비전을 따르는 것이 자발적인 선택이 아닐 때 발생한다. 만약 지금 스스로 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그 일을 하기 위해 나의 건강과 사회적 관계들을 단절해야 한다면 그 일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지속가능하거나 건강한 일이 아니다. 이런 환경을 나는 ‘독성이 높은 환경(Toxic Environment)’이라고 부른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조사에 따르면 매년 194개국에서 75만 명이 과로로 사망한다. 목적이 결여된 상태에서 충분한 휴식 또는 사회적 관계 없이 극한의 시간을 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훈련이 중요한 군인이나 엘리트 운동 선수에게도 휴식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직장인이라고 예외가 돼서는 안 된다.

마음 챙김이나 명상 등 직원들의 정신 건강 관리를 한가한 소리로 치부하는 리더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모든 사람이 명상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마음 챙김은 다르다. 우리는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마음 챙김을 일상화해야 한다. 직원들 스스로 감정과 상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영자가 이끄는 비즈니스는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하고 싶다. 지금이라도 감성 지능, 목적이라는 키워드를 염두에 두고 경영자 자신과 직원들을 위해 마음 챙김의 중요한 기술과 그 실천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출처: 동아비즈니스리뷰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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