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마이크로소프트에 비슷한 시기 입사하여 함께 웃고, 울며 어려운 시간을 보낸 친구이자 동료가 한국 아마존 AWS(Amazon Web Services)에 입사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비스가 아마존의 AWS를 거의 따라잡았고, 시가총액도 가볍게 눌렀다. 하지만 한국 시장으로 한정하면, 아직 AWS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궁금했다. 도대체 뭐가 다르기에 한국에서 아마존의 성장이 파죽지세인지.
아마존은 제프 베조스가 1994년 설립한 미국 전자상거래 기반 IT 기업이다. 도서를 비롯해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세계 최대 온라인상거래로 성장했다. 전자책, 태블릿 PC를 제조 판매하며, 기업형 클라우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다른 건 잘 모르겠는데 AWS가 사람 뽑을 때는 좀 철저하더라. 14개 리더십 원칙(14 Leadership Principle)이란 게 있는데, 거기에 맞는 사람을 뽑으려고 철저히 검증해. 그리고 매일매일 이 리더십 원칙에 맞게 일하는지도 점검하고….”
회사가 원하는 리더십 원칙을 세우고 모든 직원이 이 원칙에 따라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바라는 회사가 있다는 것이 신선하고 놀라웠다. 아마존은 전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기업답게 전 직원의 리더화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궁금한 마음에 아마존 공식 채용 페이지(https://www.amazon.jobs/en/principles)에서 아마존의 인재기준인 14개 리더십 원칙을 찾아보았다. 지면 관계상 제목만 번역했다. 각 원칙 별로 설명이 친절하게 잘 되어 있으니 한 번쯤 찾아보면 좋겠다.
1. 고객에 집착한다(Customer Obsession)
2. 주인의식을 가진다(Ownership)
3. 발명하고 간소화한다(Invent and simplify)
4. 리더는 옳다, 대부분(Are Right, A Lot)
5. 늘 배우고 호기심을 잃지 않는다(Learn and be curious)
6. 최고 인재를 채용하고 성장시킨다(Hire and develop the best)
7. 최고의 기준을 고집한다(Insist on the highest standards)
8. 크게 생각한다(Think big)
9. 신속하게 판단하고 행동한다(Bias for action)
10. 근검절약을 실천한다(Frugality)
11. 다른 사람의 신뢰를 얻는다(Earn trust)
12. 깊게 파고든다(Dive deep)
13. 쉽게 타협하지 않되 결정되면 헌신한다(Have backbone; disagree and commit)
14. 결과를 가져온다(Deliver results)
이런 리더십을 가진 사람을 모아 일을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안다.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Jeff Bezos)의 어머니는 고등학생일 때 임신하여 그를 낳았다. 그의 부모는 곧 이혼했고, 제프 베조스는 양아버지와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창고에서 인터넷 서점 사업을 시작했을 때 3억 원의 창업 자금을 지원한 것은 그의 양아버지였다. 물론 제프 베조스의 능력과 도전 정신이 그를 성공으로 이끌었지만, 본인 혼자 똑똑하고 훌륭하다고 해서 그 정도로 성공할 수는 없다. 아마존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모든 직원을 리더십으로 무장시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마존이 원하는 세계 최고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14개 리더십 원칙을 책상 앞에 붙여 놓고 외우기만 하면 될까? 아마존은 자사에 취업하기 위해 문을 두드리는 수없이 많은 사람을 어떻게 검증하는 것일까?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 ⓒ조선 DB
인터뷰를 통한 철저한 검증
나도 아시아 리전 매니저이다 보니 나와 일할 팀원을 뽑기 위해 수많은 인터뷰를 한다. 최근에는 일본에서 일할 팀원 한 명과 호주에서 일할 팀원 한 명을 전화 인터뷰로 채용했다.
한 명의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 다양한 사람으로 구성된 인터뷰 팀을 구성한다. 보통은 본 팀 매니저, 연관된 팀의 매니저 등 5~6명 정도로 구성된다. 채용 대상자는 이 팀과 1:1 혹은 그룹 인터뷰를 하게 된다. 이 부분은 아마존도, 다른 외국계 기업도 비슷하다. 아마존은 여기에 바 레이저(Bar Raiser)라는 100회 이상 인터뷰에 참여한 직원의 인터뷰를 한 차례 더한다고 한다. 신입 직원의 수준을 평균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하니 정말 철저하다고 하겠다.
아마존은 직원을 채용할 때 여러 차례의 인터뷰를 통해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친다. ⓒshutterstock
아무튼 채용의 핵심 과정은 인터뷰다. 내가 외국에서 일할 직원을 뽑을 때를 떠올려 보면, 그들이 이력서에 적은 대학이나 학과는 기억이 나지도 않는다. 어차피 각 나라의 대표 대학을 빼고는 어떤 대학이 좋은 대학인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통해 철저하게 검증하는 부분은 그 사람의 과거 행적과 인터뷰 과정에서 보이는 태도이다. 직무와 관련된 실제 경험을 구체적이고 세세하게 검증한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아마존과 비슷한 채용 기준을 가지고 있다. 이 사람이 늘 배우는 자세를 가지고 있는지, 자신이 맡아야 할 직무를 완벽히 이해하고 숙지하고 있는지, 회사가 지향하는 최고 수준의 인격과 실력을 갖추고 있는 등을 기준으로 인터뷰 대상자를 판단한다.
채용 과정을 구체적으로 알고 나면 얼마나 실제 경험이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실제 경험을 해보지 않고는 아무리 많은 지식을 머리에 넣고 있어도 첫 번째 인터뷰도 통과하기 어렵다. 물론, 그 경험이 꼭 큰 회사에서 쌓은 경험일 필요는 없다.
리더십은 더 큰 꿈을 꾸는 이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다. 인재 기준에 따라 공부하는 태도, 일하는 자세 등을 업그레이드 해 나가면 리더에 한 걸음 가까워질 것이다.
내가 호주 직원을 뽑을 때 매우 인상적인 지원자가 있다.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고 중소기업에서 일하던 사람이었다. 커뮤니티 매니저 일을 하지는 않았지만, 대학을 다닐 때 마을 커뮤니티 행사의 성공을 위해 자신이 한 일들을 실감나게 얘기해 주었다. 어떻게 마을 사람들을 설득했는지, 필요한 경비 마련을 위해 어떤 전략을 가지고 지자체 공무원을 설득했는지, 부족한 지식을 보충하기 위해 어떻게 공부했는지, 어떻게 행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가 어땠는지 등등. 이런 살아 있는 경험을 들음으로써 그가 일을 대하는 태도, 배움의 자세와 주인의식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러 이유로 이 지원자를 우리 팀에서 뽑지는 못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호주 마이크로소프트의 다른 팀에 채용 되었다고 하니 사람 보는 눈은 모두 비슷한 것 같다.
리더가 되어 무언가를 해본 경험 없이 리더십을 기를 수는 없다. 리더가 되어 작더라도 성공을 해보면 그 다음 성공의 물꼬를 트기 쉽다. 아마존의 사례에서 보듯, 리더십은 더 큰 꿈을 꾸는 이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다.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세계 최고 인재가 될 수 없다고 지레 단정짓지 말라는 말이다. 세계 최고 기업 아마존의 인재 기준을 면밀히 살펴보며 공부하는 태도, 일하는 자세를 업그레이드 해 나가면 된다. 리더십을 기를 수 없는 직무나 환경에 있다고, 혹은 취업조차 못했다고 실망할 필요도 없다. 회사가 아니어도 커뮤니티에서 이런 리더십을 충분히 연마할 수 있다. 내가 만난 수없이 많은 커뮤니티 리더가 산증인이며 나 또한 그 증인 중 한 명이다.
* 커뮤니티 리더십을 다룬 책 《홀로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 내용의 일부입니다. 빠르게 격변하는 시대에 필요한 인재, 이런 인재는 어떻게 탄생되고 또 길러지는지 함께 고민해보기 위해 마련한 장입니다. 많은 의견 부탁드립니다.
글 이소영 마이크로소프트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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