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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꾸뻬 씨의 행복 여행"

by 욕심쟁이77 2021.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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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 를로르

1953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다. 1985년 의학박사학위와 정신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의과대학에 재학 중이던 를로르는 아동 자폐증 전문가를 아버지로 둔 탓에 정신과 의사란 직업이 얼마나 어렵고 고통스러운 직업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지만 환자들을 검진하기보다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데 깊은 관심을 갖게 됨으로써 아버지 뒤를 이어 정신과를 택하게 되었다. 의사 자격증을 취득한 다음 1년 간 미국 정신의학계에 몸담게 되며, 프랑스로 귀국해서 1986년~88년, 파리 르네 데카르트 대학 병원인 네케르 병원의 정신과 과장을 지낸다.

건축과 회화, 문학 등 다방면에 관심을 가진 그는 현대인들의 정신질환을 치유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으로 글쓰기를 시작하고, 빼어난 글 솜씨 덕택에 펴낸 저서 가운데 여러 권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2002년 자신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엑또르 씨의 행복 여행』(국내 『꾸뻬 씨』로 소개)을 출간했다. 행복의 의미를 찾아 떠난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출간과 동시에 유럽에서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며 전 세계 12개 국에서 소개되었다. 2006년 9월에는 세 번째 시리즈 『엑또르 씨의 시간 여행Le nouveau voyage d'Hector a la recherche du temps qui passe』이 출간되었다.

현재 를로르는 정신과 의사로서 NGO단체 알랭 카르팡티에 센터에서 일하며,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를로르의 저서로는 『꾸뻬 씨의 행복 여행』,『감정의 힘』,『엑토르, 그리고 사랑의 비밀』, 『혼란스런 사랑 나라의 윌리크』, 『다루기 힘든 사람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미치광이들을 위한 자유』, 『엑토르 씨의 시간 여행』, 『정신과 의사의 콩트』 등이 있다.

예전에 이 책을 본 듯한 기억이 있다. 왠지 끌려 다시 보게 되었는데 전혀 다른 책인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 행복을 찾아다니는 여행, 참 좋은 생각인듯 하다. 어떤게 행복일까? 정의하기 어렵지만 많은 연구자들이 행복을 다양한 방법으로 정의하고 있다. 내용에서 어느 교수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행복은 당신이 조사한 그게 다 우리고 연구한 행복의 전부라는 글귀가 생각이 난다. 하버드대학교 행복의 조건 이라는 책에서 조지 베일런트 교수는 "공부가 돈보다 값진 희망과 행복을 만든다"라고 강력하게 이야기 한다. "평생 누릴 행복을 찾아가기에 아직은 늦지 않았다.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의 말처럼 '삶을 배우려면 인생이 걸린다'. 늘 배우며 살라." 우리 모두 돈이 많으면 행복하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어느정도는 맞는 이야기일듯 하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그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을 보면서 주인공인 꾸뻬씨와 같이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여행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인생을 배우면서...

그럼 한번 꾸뻬씨가 찾아나선 그 행복은 무엇이었는지 한번 살펴보자.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정신과 의사

직업적인 기술과 약, 심리요법, 사람들을 향한 진정한 관심이라는 그만의 비결은 꾸뻬를 능력 있는 정신과 의사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리하여 능력 있는 정신과 의사나 얻을 수 있는 성공적인 결과들이 그에게 매번 돌아왔다. 완전히 치료된 환자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환자들은 매일 약을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건강 상태를 유지하면서 그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종종 병원을 찾아왔다. 더 심한 환자들의 경우, 꾸뻬는 그들이 자신의 병을 견뎌 내고 병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도와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뻬는 자신에 대해 만족을 느끼지 못했다. 무엇보다 그는 행복하지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자신이 사람들을 진정한 행복에 이르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기 때문이다.

불행하지도 않으면서 불행한 사람들

이제 꾸뻬는 여러 나라를 여행할 것이고, 세상 모든 곳에서 무엇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무엇이 불행하게 하는가를 발견하고자 할 것이다. 만일 행복의 비밀이 있다면 반드시 그것을 찾아내고야 말겠다고 꾸뻬는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어디서 왔는가 알기 위해 멀리 떠나다

꾸뻬에게는 클라라라는 이름의 여자 친구가 있었다. 꾸뻬는 그녀에게도 여행을 떠날 것이라고 알렸다. 그리고는 혹시 함께 떠나고 싶지 않느냐고 물었다. 클라라가 다정다감하지는 않지만 꾸뻬는 그녀를 좋아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함께 여행한 적이 많지 않았다.

꾸뻬와 클라라는 서로를 좋아했지만, 둘이서 함께 무언가를 한다는 게 힘이 들었다. 예를 들어 결혼이나 아이를 갖는 문제에 있어서도 클라라는 때때로 그렇게 하고 싶어한 반면에, 꾸뻬는 그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하고 싶어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클라라는 큰 회사에서 많은 일을 했다. 그녀가 다니는 회사는 제약 연구소로, 다름 아닌 정신과 의사들에게 제공되는 알약을 만드는 곳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회사에서 발명한 놀라운 신약, 특히 기적적인 효능을 지닌 최신 의약을 의사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마련한 세미나에서 꾸뻬를 처음 만났다. 그녀는 세상의 모든 정신병 환자들과 의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알약의 이름을 찾아내기 위해 상당히 많은 월급을 받으면서 일하고 있었다. 또 그녀가 하는 일에는 그 회사에서 만든 알약이 다른 곳에서 만든 알약들에 비해 월등히 좋다는 것을 의사들에게 믿게 만드는 일도 포함되어 있었다.

꾸뻬가 함께 여행을 떠나자고 제의하자, 클라라는 그렇게 갑자기 여행을 떠날 순 없다고 대답했다. 이유인즉 그녀의 회사에서 최근에 발명한 새로운 약, 다시 말해 세계 창조 이후에 만들어진 모든 약들 중에서 가장 효능 좋은 약의 이름을 짓기 위해 회의에 참석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녀를 이해했기 때문에 꾸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분은 조금 좋지 않았다. 약품의 이름 따위를 짓기 위한 회의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떠나는 것이 더 중요한 게 아닌가 하고 그는 생각했다.

중국으로의 행복여행으로 비즈니스클래스 좌석을 타며 옆자리에 만난 비비엥과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대화를 시작했을 때부터 꾸뻬는 비비엥에게 행복한가 묻고 싶었지만, 클라라의 반응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조심을 했다. 꾸뻬는 “너무나 편안한 의자군요!” 하고 말하면서 화제를 바꾸었다. 그렇게 시작하면 비비엥은 아마도 비지니스 클래스 여행이 참으로 만족스럽다고 말할 것이고, 그러면 자연히 행복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비비엥이 투덜거리는 것이었다.

“흥, 이 의자는 퍼스트 클래스보다 훨씬 덜 눕혀지는 걸요.”

꾸뻬는 비비엥이 줄곧 비지니스 클래스로 여행해 오다가, 어느 날 한 단계를 높여 퍼스트 클래스에 탑승했을 것이고, 그래서 그 이후로 계속 그것을 기억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꾸뻬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비비엥과 꾸뻬는 지금 완전히 똑같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완전히 똑같은 샴페인을 마시고 있었다. 그러나 둘이 느끼는 감정은 확연히 달랐다. 꾸뻬는 이 모든 것들에 행복해 했다. 비비엥과는 달리 이런 것들에 익숙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비엥과의 또 다른 차이점이 있다면, 비비엥은 비지니스 클래스로 여행하는 것을 알고 기다렸던 반면, 꾸뻬에게는 이 비지니스 클래스 여행이 뜻밖의 선물이라는 것이었다.

그것은 여행이 가져다준 첫번째 작은 행복이었지만, 비비엥을 보면서 꾸뻬는 갑자기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만일 다음번 여행에서 이코노미 클래스를 타게 되면, 오늘 비비엥이 1등석에 타지 못한 것을 불만스러워하듯이 비지니스 클래스에 타지 못한 것을 불만스러워하지 않을까?

이것은 꾸뻬가 여행에서 발견한 첫번째 배움이었다. 그는 이번 여행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작은 수첩을 꺼내 다음과 같이 적었다.

 

배움1_ 행복의 첫번째 비밀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샴페인을 한 모금 더 마신 뒤 꾸뻬는 다시 이렇게 적었다.

 

배움2_ 행복은 때때로 뜻밖에 찾아온다.

일을 그만두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

뱅쌍이 화이트 와인 한 병을 시켰다. 와인은 얼음이 가득 든 양동이 안에 담겨져서 나왔다. 그 순간 매력적인 중국 여인이 뱅쌍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두 사람은 서로를 잘 알고 있는 듯했다. 뱅쌍이 농담을 할 때마다 그녀는 웃음을 터뜨렸고, 그녀 역시 뱅쌍의 귀에 대고 농담을 해서 뱅쌍을 웃게 만들었다.

이 모든 것들이 나쁘진 않았지만, 꾸뻬는 이 여행의 목적이 행복의 비밀을 배우기 위한 것임을 상기했다. 그리고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자신이 배운 것들을 잊어버리지 않기를 바랐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작은 수첩을 꺼내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언젠가 3백만 달러를 번 뒤 자신의 일을 그만두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떠올렸다.

배움3_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행복이 오직 미래에만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합병을 결정하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다.

배움4_ 많은 사람들은 더 큰 부자가 되고 더 중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노승이 알고 있는 행복의 비밀

산 위의 역은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거대한 정육면체 모양으로, 아래에 있는 역보다 훨씬 컸다. 내부에는 식당과 기념품 가게들, 그리고 영국 수상과 미국 영화 배우의 밀랍 인형들이 진열된 박물관이 있었다. 그 모든 것들이 점점 더 <푸른 연꽃>의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것이었기 때문에 꾸뻬는 애초부터 좋은 기분이 아니었지만 점점 더 불쾌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역을 빠져나와 산의 더 높은 곳으로 난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마침내 그는 홀로 산길을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를 둘러싼 산봉우리들은 매우 아름다웠다. 초록색 나뭇잎들은 뾰족뾰족하고, 누가 보더라도 중국의 산이었다. 숨이 차긴 했지만 기분이 훨씬 좋아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꾸뻬는 메모를 하기 위해 잠시 멈춰 섰다.

배움5_ 행복은 산속을 걷는 것이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산속을’에 줄을 긋고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산속을’이라고 고쳐 적었다.

배움5_ 행복은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산속을 걷는 것이다.

모두가 보는 것과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것

꾸뻬는 자신의 여행 수첩에 적어 놓은 것을 읽어 보았다. 몇 가지 흥미 있는 요소들이 그 안에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만족스럽지도 않았다. 아직은 진정한 행복론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이론이란 위대한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것이며, 그것은 사물들이 되어가는 이치를 설명한다. 사람들은 또 다른 누군가가 그것보다 나은 이론을 발견할 때까지 그것이 진리라고 믿는다.

그때 문득 꾸뻬에게 좋은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여행의 마지막에 이르러 자신의 목록을 행복에 관한 전문가인 어느 유명한 학자에게 보여 주는 일이었다. 꾸뻬의 여자 친구 하나가 전세계에서 정신과 의사가 가장 많은 나라에 살고 있었는데, 그녀가 그런 학자를 한 명 알고 있었다.

꾸뻬는 작고 네모난 냅킨들과 테이블 위에 촛불이 놓인 이탈리아 식당 안에 앉아 있었다. 식당 주인과 그의 부인은 정말로 이탈리아에서 온 사람들 같아 보였다. 실제로 그들은 시실리아출신들이었다. 그들이 그 사실을 꾸뻬에게 말했다. 꾸뻬가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다는 것을 그들도 알아차린 것이다. 꾸뻬는 음식부터 주문하고 싶었지만, 그들은 꾸뻬에게 자신들이 살아온 내력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 식당은 아직 옛 골목길과 오래된 집들이 남아 있는 비탈진 지역에 위치해 있었다. 꾸뻬는 그런 풍경이 마음에 들어 그곳을 찾아온 것이다. 꾸뻬는 노승을 만난 일을 기억하고 다음과 같이 적었다.

배움6_ 행복을 목표로 여기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그 말을 잘 이해할 순 없었지만, 매우 흥미 있게 느껴졌다. 여행의 마지막에 그 노승을 다시 찾아가리라고 꾸뻬는 다짐했다. 그리고 천 돗자리에 앉아 행복하게 웃고 있던 작은 여자들을 떠올렸다.

배움7_ 행복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다.

그것을 적을 때 꾸뻬는 자신의 심장이 평소보다 조금 더 강하게 뛰는 것을 느꼈다. 왜냐하면, 이미 눈치챘을지 모르지만, 꾸뻬는 지금 잉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계속되는 꾸뻬 씨의 행복 여행

다음날 아침 꾸뻬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잉리는 아무 말도 남기지 않은 채 떠나고 없었다. 꾸뻬는 그 큰 중국인 남자가 생각났기 때문에 잉리에게 돈을 주고 싶어했지만, 잉리는 혼자서 해결하기를 원했다.

꾸뻬는 당장에 뱅쌍과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들은 높은 빌딩의 스카이 라운지에 있는 카페에서 다시 만났다. 월요일이라서 그곳은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뱅쌍은 마치 꾸뻬가 환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때처럼 진지하게 꾸뻬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나서 말했다.

“그들이 그녀를 어떻게 하진 않을 거야. 그녀는 값이 굉장히 비싸거든. 내가 그 중국 남자를 아니까 그 일은 내가 정리할게. 하지만 다시 만날 생각을 하는 건 그녀와 널 위해서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꾸뻬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뱅쌍이 또다시 탄식하듯 말했다.

“가엾은 친구!”

그리고 지금 비행기 안에서, 꾸뻬는 자신의 수첩에 어떤 것을 적을지 찾지 못하고 있었다. 조금 전부터 옆좌석의 아기가 꾸뻬를 쳐다보면서 작은 두 팔을 그에게로 뻗고 있었다. 아기와 유모는 함께 미소지었다. 꾸뻬도 그들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슬픈 기분이 좀 가라앉는 듯했다. 그때 키가 큰 금발 부인이 그들 옆 복도에 도착했다. 꾸뻬는 그녀가 아기의 엄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남편과 함께 비지니스 클래스로 여행을 하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그녀가 유모에게 물었다.

“별일 없죠?”

그리고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자 아기는 얼굴을 찌푸리더니 울음을 터뜨렸다. 꾸뻬는 다시 수첩을 펼쳐 이렇게 적었다.

배움8_ 불행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이다.

부자 나라에서 일하는 가난한 나라의 정신과 의사

꾸뻬는 그녀의 마음의 병이 어떤 종류의 것인가를 알기 위해 알프레도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이야기를 듣고 나니 어떤 약이 그녀를 좋아지게 할지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전에 의학 세미나에서 만난 적이 있는, 알프레도가 사는 나라의 실력 있는 정신과 의사가 기억났다. 알프레도가 그 의사를 알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 의사는 종합병원에서 일을 했으며, 양말에 샌들을 신고 다녔다. 알프레도 같은 사람은 자신과 같은 종류의 신발을 신는 의사들만을 알고 있기가 쉬웠다.

꾸뻬는 알프레도에게 그 의사의 이름과, 그와 상담을 하기 전까지 시도해 볼 약들의 이름을 알려 주었다. 알프레도는 전체가 금으로 도금된 아름다운 만년필로 약들의 이름을 받아적었다. 그 만년필은 마치 순금으로 만들어진 물건처럼 보였다.

그때 장 미셸이 도착했다. 그는 꾸뻬가 알프레도와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는 순간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꾸뻬는 알프레도에게 장 미셸을 소개해 주고 싶었지만, 장 미셸은 바쁜 시늉을 했다. 알프레도가 또 만나자며 고마움을 표시하는 사이에 장 미셸은 재빨리 꾸뻬를 데리고 호텔 밖으로 나왔다.

자동차 안에서 장 미셸은 함께 이야기하던 그가 누구인지 아느냐고 꾸뻬에게 물었다. 꾸뻬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많이는 아니지만 조금.

그러자 장 미셸이 말했다.

“그 자는 이 나라를 똥통 속으로 밀어 넣는 인간이야!”

경호원 마르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장 미셸의 말에 동의하는 듯 보였다. 꾸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수첩에 메모를 하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배움9_ 행복은 자기 가족에게 아무것도 부족한 것이 없음을 아는 것이다.

배움10_ 행복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행복은 자신이 쓸모 있는 존재라고 느끼는 것

꾸뻬는 그가 일을 하게 놔두고 바깥 나무 그늘에서 파이프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경호원 마르셀에게로 갔다. 그는 마르셀에게 왜 이곳 사람들이 도시에 있는 사람들보다 더 행복해 보이는지 물었다.

“시골에선 채소밭과 닭 몇 마리를 갖고도 그럭저럭 살아갈 수가 있어요. 그리고 가족과 함께 살면서, 서로를 지탱해 주거든요. 하지만 도시 사람들은 돈이 없으면 살아나갈 수가 없어요. 가족들도 견디지 못하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술과 마약을 하는 겁니다. 또 사람들은 돈만 있으면 그런 걸 살 수 있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여긴 그런 유혹들이 별로 없어요.”

마르셀의 답변을 듣고, 꾸뻬는 수첩에 이미 적어 놓은 것들 중 세 가지 이상의 배움이 다시 떠올랐다.

동시에 또 다른 배움 하나를 얻었다.

배움11_ 행복은 집과 채소밭을 갖는 것이다.

꾸뻬는 그 나라에 도착한 이후 보고 들은 것들을 모두 떠올리며 수첩에 적었다.

배움12_ 좋지 않은 사람에 의해 통치되는 나라에서는 행복한 삶을 살기가 더욱 어렵다.

그것은 그에게 중국 노승의 삶과 잉리의 가족 이야기를 다시 생각나게 했다. 필연적으로 잉리의 이야기 또한.

벽장 속의 꾸뻬 씨

꾸뻬 씨, 죽음에 대해 명상하다

대개 우두머리들이란 영리하기 때문에 이 강도들의 우두머리도 이 모든 걸 내다볼 수 있고, 그래서 ‘꾸뻬를 풀어 주자’는 좋은 결론에 이르기를 꾸뻬는 기대했다.

우두머리는 말없이 꾸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꾸뻬의 웃옷 주머니에서 삐져 나온 작은 수첩을 발견했다. 그는 부하에게 그것을 가져오게 하고는 수첩을 펼쳤다. 그의 시선이 첫번째 페이지 위로 떨어졌다.

그곳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배움1_ 행복의 첫번째 비밀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배움2_ 행복은 때때로 뜻밖에 찾아온다.

배움3_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행복이 오직 미래에만 있다고 생각한다.

배움4_ 많은 사람들은 더 큰 부자가 되고 더 중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배움5_ 행복은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산속을 걷는 것이다.

배움6_ 행복을 목표로 여기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배움7_ 행복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다.

배움8_ 불행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이다.

배움9_ 행복은 자기 가족에게 아무것도 부족한 것이 없음을 아는 것이다.

배움10_ 행복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배움11_ 행복은 집과 채소밭을 갖는 것이다.

배움12_ 좋지 않은 사람에 의해 통치되는 나라에서는 행복한 삶을 살기가 더욱 어렵다.

배움13_ 행복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쓸모가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배움14_ 행복이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받는 것이다.

주목할 점_ 우리는 웃고 있는 아이에게 더 친절하다.

우두머리는 끝까지 수첩의 목록을 읽은 다음 꾸뻬를 바라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좋아, 이 자를 풀어 줘.”

살아 있음을 축하하는 파티

꾸뻬는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는 게 너무도 행복해서, 운전사와 경호원뿐 아니라 모두가 기뻐하기를 바랐다. 다행히 그곳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그러했다. 밤이 깊었지만 아무도 자러 가기를 원하지 않았고, 이웃 사람들까지 잠에서 깨어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몰려왔다. 음악이 연주되, 꾸뻬의 부모처럼 나이 든 남자와 부인들까지도 함께 춤을 추었다. 꾸뻬는 춤을 출 줄 몰랐지만, 그래도 기꺼이 추었다. 행복할 때는 자신이 서투르다고 느끼는 그런 것들은 더 이상 중요한 것이 못 된다. 또 그곳엔 마실 것들이 많이 있었다. 위스키와 갖가지 다양한 음료들, 죽음을 기다리던 벽장 안 상자에 있던 것과 같은 기막히게 맛좋은 맥주도 있었다.

꾸뻬는 맥주를 마시고 있는 네스토 곁으로 다가갔다. 그가 다시금 꾸뻬를 얼싸안았다. 음악이 너무 컸기 때문에 그는 꾸뻬의 귀에다 대고 큰 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행복에 관한 설문 조사는 어떻게 돼 가고 있소?”

꾸뻬가 대답했다.

“그럭저럭요.”

네스토가 웃으며 다시 귀에다 대고 말했다.

“여긴 불행해질 수 있는 이유들로 가득한 곳이에요. 운이 좋은 우리들한테도. 그래서 행복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우린 그것이 그냥 지나가도록 내버려두지 않지요! 우린 다음날 있을 문제 따위는 걱정하지 않아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전혀 알 수가 없으니까요!”

비행기 안에서 꾸뻬는 다시 수첩을 꺼냈다.

배움15_ 행복은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나쁘지는 않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잘 설명이 되지 않았다. 그는 연필 끝을 씹다가 이어 이렇게 적었다.

배움16_ 행복은 살아 있음을 축하하는 파티를 여는 것이다.

중국에서의 첫날 저녁처럼 파티 여는 것을 무척 좋아하던 뱅쌍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다음에 꾸뻬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정신과 의사가 아니라 하더라고 그 정도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신과 전문의가 처방하는 약을 통해서도 너무 슬프거나 마음이 불안한 사람들은 평정을 되찾을 수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제약회사가 전에는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행복감을 주는 약을 만들어 낸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과연 환자들에게 이 약을 처방해도 무방할까? 꾸뻬는 그것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는 수첩을 꺼내 적었다.

질문_ 행복은 단지 뇌의 화학적 반응에 불과한 것일까?

세상에서 정신과 의사가 가장 많은 나라

꾸뻬는 마지막 배움을 기억해냈다. ‘행복은 살아 있음을 축하하는 파티를 여는 것이다.’ 그는 자밀라 역시 이 새로운 경험에서 배움을 얻기 되기를 바랐다. 삼페인을 마시고 나서 좀더 이야기를 나누자 자밀라는 더 이상 머리가 아프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는 평화롭게 잠이 들었다.

주변 승객들은 걱정스런 표정으로 비행기가 저공 비행하는 것을 창을 통해 지켜보았다. 스튜어디스들이 곧 안내 방송을 통해 왜 그런지를 설명했고, 승객들은 꾸뻬와 자밀라를 바라보며 안심을 했다.

꾸뻬는 잠자고 있는 자밀라 옆에서 생각에 잠겼다. 자밀라, 그녀는 자신의 죽음에 대해 자주 생각해야만 할 것이다. 그가 죽음에 대해 생각한 것은 벽장에 갇혔을 때의 아주 적은 시간 동안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몇 달 전부터 그 벽장 안에서 살아온 것이다. 그런데도 그녀는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나라와 가족에게 행복해질 수 있는 더 많은 기회가 있다는 게 기쁘다고 그에게 말했다.

꾸뻬는 자신의 작은 수첩을 꺼내 이렇게 적었다.

배움17_ 행복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생각하는 것이다.

숫자를 사랑하는 사람

도시 북쪽 더 먼 곳에는 부자들과 영화배우들의 집이 한데 몰려 있는 해변이 있었다. 그러나 그곳에선 구석진 곳을 제외하고는 외부인은 해변을 걸을 권리가 없었다. 이 나라에서는 해변이라 하더라도, 돈만 있으면 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은 주로 이 큰 해변에 모여들었다.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고, 배구를 하거나, 맥주를 마시거나, 여자들을 유혹하며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그들은 마냥 행복해 보였다. 이 해변에서는 아름다운 저택과 멋진 자동차, 그리고 비싼 변호사를 갖고 있는, 자신들보다 더 부자인 사람들을 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꾸뻬는 선글라스를 쓰고서 수첩에 적었다.

배움18_ 태양과 바다, 이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준다.

현재의 삶과 자신이 원하는 삶의 차이

교수가 목록을 읽는 동안, 꾸뻬는 그가 자기를 진정한 지성이 결여된 사람, 아니면 오히려 진짜 순진한 사람, 또는 어리석은 바보로 여기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좀 떨리긴 했지만, 죽음을 가까스로 모면했을 때를 떠올리고는 “그렇지요, 그렇지요?” 하고 말하는 교수 앞에서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교수는 진지하게 꾸뻬의 목록을 읽었다. 꾸뻬는 전날 저녁에 원본을 다시 깨끗하게 베껴 적었다.

배움1_ 행복의 첫번째 비밀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배움2_ 행복은 때때로 뜻밖에 찾아온다.

배움3_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행복이 오직 미래에만 있다고 생각한다.

배움4_ 많은 사람들은 더 큰 부자가 되고 더 중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배움5_ 행복은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산속을 걷는 것이다.

배움6_ 행복을 목표로 여기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배움7_ 행복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다.

배움8_ 불행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이다.

배움9_ 행복은 자기 가족에게 아무것도 부족한 것이 없음을 아는 것이다.

배움10_ 행복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배움11_ 행복은 집과 채소밭을 갖는 것이다.

배움12_ 좋지 않은 사람에 의해 통치되는 나라에서는 행복한 삶을 살기가 더욱 어렵다.

배움13_ 행복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쓸모가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배움14_ 행복이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받는 것이다.

배움15_ 행복은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배움16_ 행복은 살아 있음을 축하하는 파티를 여는 것이다.

배움17_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생각하는 것이다.

배움18_ 태양과 바다, 이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준다.

교수가 목록을 읽으면서 혼자 웃자, 꾸뻬는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다. 하지만 스스로 용기를 갖기 위해 한 가지 배움을 생각해 냈다.

‘행복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배움19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좋은 교훈이 될 것이다.

교수는 목록과 꾸뻬를 번갈아 보았다.

“이거 대단히 흥미로운데요. 당신은 행복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적는 데 성공했어요!”

꾸뻬가 물었다.

“무엇을 다 적었다는 거죠?”

“행복을 결정하는 모든 요소들 말이오. 학자들이 연구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것들이에요. 당신의 방법은 결코 어리석지 않아요!”

화성에서 온 행복 전문가

“내가 화성인이라고 상상해 보세요.”

교수가 말했다.

“그리고 내가 지구에 사는 인간들을 이해하고 싶어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당신은 당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을 나에게 어떻게 이해시킬 겁니까?”

매우 특이한 질문이었다. 꾸뻬는 혹시 교수가 정말로 화성인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큰 코와 머리카락 뭉치만 빼고는, 그는 타임머신 안에서 약간 오므라든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학자들이 종종 별난 감각을 갖고 있고, 사물을 보는 이상한 방식을 통해 진리를 발견한다는 걸 꾸뻬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진지한 자세로, 화성인에게 하듯 행복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난 내가 기분이 좋고, 즐겁고, 명랑하고, 긍정적이며, 적극적이고, 에너지로 넘친다고 당신에게 말할 수 있어요. 만일 당신이 진짜로 화성인이라면, 당신에게 이 단어들을 이해시키는 게 필요할 테고 감정들에 대해서도 설명해야 하겠죠. 감정이란 색깔과 비슷한데, 이건 설명하기가 무척 어려워요.”

화성인 교수가 말했다.

“완벽해요, 완벽해.”

꾸뻬가 계속 말했다.

“반면에 내가 삶에 만족하고, 원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행복을 느낀다는 건 당신에게 설명하기 쉬울 거예요. 내가 여러 면에서 만족하고 있다는 것, 이를테면 내 일, 내 건강, 내 친구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나쁘지 않아요, 나쁘지 않아요. 그리고 더 없어요?”

꾸뻬는 또 다른 것을 상상하려고 노력했다.

그때 교수가 갑자기 물었다.

“당신은 봄에 시골에서 즐겁게 뛰어노는 어린 송아지를 본 적이 있나요?”

물론 꾸뻬는 그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이미지는 욕실에서 노래를 부르며 행복한 모습으로 걸어나오던 잉리를 생각나게 했다.

꾸뻬가 말했다.

“네, 최근에 본 적이 있어요.”

교수가 다시 물었다.

“그래서요? 당신은 어떻게 해서 그 송아지가 행복하다는 걸 알았지요? 잘 생각해 보세요. 어린 송아지에 대해서. 이번엔 당신이 화성인의 입장이 되는 겁니다. 그렇지요, 그렇지요?”

이것은 또 다른 별난 발상이었다. 하지만 꾸뻬는 어느덧 교수의 특이한 방식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아, 그래요, 난 그 송아지가 행복하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왜냐하면 송아지가 기쁜 울음을 울고, 깡충거리며 뛰어다니고, 장난치고 싶어하니까요. 나 자신도 화성인 앞에서 웃고, 노래하고, 장난치며 뛰어다니고, 재주를 넘어 보일 수 있어요. 인간들이 행복할 때 그런 행동들을 한다는 걸 보여 주는 거죠. 기분이 좋을 때는 인간이든 동물이든 그렇게 하니까요.”

교수가 흥분해서 말했다.

“보세요. 당신은 행복을 측정하는 세 가지 방법을 찾았어요.”

그는 먼저 사람들에게 하루나 일주일에 몇 번이나 즐겁고 기분 좋은 감정을 느끼는가를 질문함으로써 행복을 측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것이 첫번째 방법이다. 또한 여러 가지 면에서 자신의 삶이 만족스러운가를 물을 수도 있다. 이것이 두번째 방법이다. 아니면 몰래 카메라나 다른 복잡한 방법을 통해 그들의 얼굴 표정을 관찰할 수 있다. 인간의 미소는 열두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진정으로 기쁠 때 짓는 미소, 실제로는 화가 났더라도 단지 화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짓는 미소······.

화성인 교수가 말했다.

“우리가 연구실에서 측정하는 것도 같은 겁니다. 당신이 만일 이 세 가지 방법을 통해 사람들을 조사한다면, 그리고 그들이 얻은 점수에 따라 분류한다면, 그들이 얼마나 행복한가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겁니다.”

행복은 다른 사람의 행복에 관심을 갖는 것

그는 행복의 전문가들 사이에 중요한 논쟁이 있어 왔다고 말했다. 학자들 중에는 꾸뻬의 목록에도 있듯이 삶이 기분 좋은 일들로 가득할 때 찾아오는 감정이 곧 행복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또 다른 학자들은 그것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들은 행복이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반이 차 있는 병과 반이 비어 있는 병의 이야기처럼.

교수가 말을 이었다.

“후자의 의견을 지지하는 학자들은 행복에는 일정한 수준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혈압이나 체중과 같은 것이죠. 물론 상황에 따라 약간씩 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각자 사람들에게 맞는 기본 수준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겁니다. 학자들은 큰 성공을 한 사람이나 대단히 불행한 사건을 겪은 사람 둘 다를 연구했는데, 몇 달 뒤 그들의 기분이 거의 전과 같은 수준으로 되돌아와 있는 걸 볼 수 있었어요.”

꾸뻬가 물었다.

“그것에 대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죠?”

교수가 대답했다.

“두 가지 다 약간씩 동의합니다. 우리는 여러 상황들에 좌우되긴 하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행복을 더 많이 타고난 사람들이 있긴 하지요.”

꾸뻬는 불치병에 걸려 고통받으면서도 남동생들이 전쟁터에 나가 죽지 않은 것을 생각하며 행복해 하던 자밀라가 생각났다.

꾸뻬는 수첩을 꺼내 더없이 중요해 보이는 배움 한 가지를 적었다.

배움20_ 행복은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에 달려 있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점에 대해 떠드는 것이 요즘 유행인데, 덕분에 루퍼트 놈은 여성들을 위한 방송에 많이 출연했소. 학장은 학교 이름을 알리는 좋은 계기라며 마음에 들어했고, 그래서 루퍼트 놈에게 가장 많은 연구 기금을 주었던 거요.”

교수는 한숨을 쉬면서, 서로 미소지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는 쟈스민과 루퍼트를 쳐다보았다. 꾸뻬는 한 가지 배움을 머릿속에 적어 놨다가 나중에 수첩에 옮겨 적었다.

배움21_ 행복의 가장 큰 적은 경쟁심이다.

인간은 언제나 서로를 공격하고, 가끔은 전쟁을 하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경쟁의 역사다. 인간은 다른 사람과 똑같이 되기를 바라거나, 아니면 우두머리가 되고 싶어한다.

꾸뻬에게서 오징어 조각을 받은 다람쥐는 멀찌감치서 그것을 조금씩 갉아먹었다. 다람쥐들의 미소를 해독할 줄 몰랐지만, 다람쥐가 꽤 만족해 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교수를 유쾌한 기분으로 되돌아오게 한 아녜스를 바라보면서 꾸뻬는 남동생들의 행복을 기원하던 자밀라와, 가족들에게 돈을 부치던 잉리를 생각했다. 그리고 메모를 했다.

배움22_ 여성은 남성보다 다른 사람의 행복에 대해 더 배려할 줄 안다.

루퍼트가 남성과 여성의 이 차이점을 이미 발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꾸뻬는 그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쟈스민의 기계가 필요하진 않았다. 그런데 이것이 혹시 다음과 같은 배움에 이르게 하진 않을까?

배움23_ 행복은 다른 사람의 행복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꾸뻬 씨, 다시 노승을 만나다

사원 밖의 풍경은 변함없이 아름다웠지만, 꾸뻬는 작별의 슬픔을 느꼈다. 산을 내려오던 도중에 중국 찻잔이 깨지지 않도록 가방 안에 잘 넣기 위해 멈춰 섰다. 두 찻잔 사이에 작은 종이 끝자락이 보였다. 종이에는 다음과 같은 숫자가 적혀 있었다.

‘20―13―23.’

꾸뻬는 얼른 자신의 수첩을 꺼내 읽었다.

배움20_ 행복은 사물들을 보는 방식에 있다.

배움13_ 행복은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쓸모가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배움23_ 행복은 다른 사람의 행복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꾸뻬는 그것이 노승이 다시금 일깨워 주는 훌륭한 가르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도승처럼 말하는 꾸뻬 씨

"좋아, 다음에는 두 종류의 평화로운 행복이 있어. 간단히 말하면 삶에 대해 만족을 느끼는 거야. 그리고 그 만족감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것이지. 비교를 하는 것, 주위의 아는 사람들이나 아니면 자신의 지난 과거와 비교함으로써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 또는 전혀 비교하지 않음으로써 행복을 발견하는 것도 여기에 속하지."

에뜨 부 꽁땅 - 당신은 행복한가

"왜 아이들은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을까요?"

물론 정답은, 사람들이 웃는 아이에게 더 다정하기 때문이다.

꾸뻬는 너무 깊은 슬픔이나 큰 두려움을 갖고 있는 사람들, 정말로 불행한 사람들 또는 불행하지 않으면서도 불행해 하는 사람들을 계속해서 만났다. 여행을 다녀온 후 그는 자기 일을 더 많이 좋아하게 되었다. 이 특별한 여행에서 발견한 배움들을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나눠 주는 것이 그의 삶이 되었다.

꾸뻬 씨를 따라 한국에 가는 뜻밖의 여행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첫번째 실수는 행복을 목적이라고 믿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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