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그만두는 진짜 이유
로리 골러, 자넬 게일, 브린 해링턴, 애덤 그랜트
회사를 그만둘 때 사람들은 ‘직장이 아니라 상사를 떠난다’고 말한다. 우리도 수없이 들었던 이야기라, 직원들이 페이스북을 떠나는 이유를 설문조사 하면서 당연히 관리자가 가장 큰 부분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줬다. 아무리 회사에 남아 달라고 부탁해도 떠날 사람은 떠났고, 그들이 떠난 이유는 예상과는 다르게 관리자 때문이 아니었다.
물론 끔찍한 상사와 일하는 직원일수록 퇴사할 가능성이 높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우수한 인재를 뽑아 훌륭한 관리자로 키우는 데 공을 들이고 있고, 응답자 대부분은 상사와의 관계에 만족했다. 회사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일 때문이었다. 직원들은 일이 재미없고, 역량을 제대로 못 펴고, 업무를 통해 성장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 사표를 냈다.
페이스북 직원들은 상사가 아니라 일 때문에 직장을 떠난다. 그렇다면 직원들이 즐겁게 할 만한 업무를 배당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바로 관리자다.
직원, 특히 훌륭한 인재를 계속 보유하고 싶다면, 관리자가 업무를 구상하는 방식에 더 많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대부분의 기업은 전체 업무를 구상한 다음 그에 따라 인재를 배치한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탁월한 관리자들은 정반대로 일한다. 그들은 우수한 인재를 보면 그에 걸맞은 업무를 새로 만든다.
우리는 피플 애널리틱스 팀과 공동 조사를 진행하면서, 향후 6개월 안에 회사에 머물거나 떠날 직원을 예측하기 위해 자료를 분석했다. 그 과정에서 회사에 계속 머물 직원에 대한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커리어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실력이나 경험을 얻고 있다고 생각하는 직원은 31% 더 일을 즐겼고, 33% 더 자신의 강점을 활용했으며, 37% 더 자신감을 표출했다. 따라서 관리자는 다음 3가지 조언에 따라 직원들에게 맞춤형 커리어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즉 즐거운 일을 하도록 독려하고, 강점을 살리도록 돕고, 개인의 우선 순위를 고려해 경력 관리를 지원해야 한다.
즐거운 업무를 구상하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을 통해 열정을 표출하지 못한 채로 회사를 다닌다. 하지만 열정을 직업으로 바꿀 만한 재능, 기회, 방법이 없어서 전혀 다른 분야에 종사한다 해도, 열정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다. 그들은 관성으로 일한다. 깨어 있는 시간을 대부분 직장에서 보내기 때문에 일을 취미처럼 즐길 여유는 없다. 따라서 사람들은 일에 열정을 불어넣을 방법을 찾는다. 조종사를 꿈꿨던 변호사가 항공 관련 케이스를 수임하고, 음악가가 되고 싶었던 교사가 수업시간에 기타를 연주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면 회사는 사람들이 자신의 역량과 열정에 따라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관리자는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의미 있는 업무를 구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탁월한 관리자는 설령 성과를 보이는 일이 아닐지라도 직원들이 즐길 만한 업무를 찾는다. 몇 년 전 페이스북의 임원이었던 신시아는 인사 관련 파트너들로 구성된 커다란 팀을 이끌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고객 문제를 해결하는 데 좀처럼 시간을 쏟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후 신시아는 페이스북 핵심 리더들의 믿음직한 조언자로서 역량을 인정받아 더 큰 책임을 맡고 팀을 이끌었지만, 일에 대한 의욕은 점점 잃었다.
상사의 도움을 받아 신시아는 새로운 직원을 뽑기로 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새 직원에게 팀 관리를 맡기고, 자신은 서서히 본래 업무로 돌아갈 속셈이었다. 직속 부하직원이 아니라 미래의 상사를 뽑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새 직원이 역량을 발휘하며 조직 운영과 인재 관리를 즐기게 되자, 신시아는 그녀와 역할을 바꿨다. 현재 신시아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며 승승장구 중이고, 새 직원도 팀을 잘 이끌고 있다. 신시아의 상사는 그녀가 즐겁게 일하는 게 특정한 업무를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직원들이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 관리자가 잘 모르는 경우가 너무 많다. 퇴사 인터뷰를 통해 뒤늦게 알아낼 뿐이다. 인사팀에게 퇴사 인터뷰는 직원들이 회사를 나가는 이유와 퇴사를 줄일 방법을 찾아내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절차다. 하지만 왜 퇴사할 때까지 기다리는가? 와튼스쿨 조직심리학 교수 애덤 그랜트는 여러 업계의 기업들과 ‘엔트리 인터뷰entry interviews’를 구상했다. 입사 첫주에 신입사원과 마주 앉아서 지금까지 가장 좋았던 프로젝트, 회사에서 가장 열정을 발휘했던 순간, 어떤 것에 완전히 몰입했던 상황, 퇴근한 뒤 의욕을 갖고 하는 일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이다. 관리자는 대화를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신입사원을 처음부터 세심하게 챙길 수 있다.
보이지 않는 강점 찾기
전문성이 중요해진 세상에서 르네상스적 인간이 주목받는 시대는 끝났다. 물론 그런 사람을 어쩌다 볼 때는 있다. 마리 퀴리는 물리학으로 노벨상을 받은 뒤 화학에서 또다시 노벨상을 타는 쾌거를 이뤘다. 리처드 파인만은 양자전기역학의 재규격화이론을 완성하고, 마야의 상형문자를 해독했으며, 쉴 때는 금고 비밀번호를 풀었다. 비록 다양한 분야에서 이 정도 천재적 성과를 내는 사람은 드물지만, 여러 방면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페이스북의 다양성 총괄책임자는 전직 변호사, 기자, 토크쇼 진행자였다. 커뮤니케이션 리더 중에는 록밴드 보컬이 있었고, 전직 교사가 제품 담당 매니저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회사의 협소한 업무 형태는 이들이 가진 능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다.
하지만 똑똑한 관리자는 직원들의 강점을 살릴 기회를 포착한다. 인스타그램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는 체이스가 좋은 예다. 6개월 전 체이스가 맡은 팀은 새로운 툴과 포맷을 도입하기 위해 제품을 재빨리 반복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서 대단한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체이스는 프로젝트가 끝나고 엄청난 양의 코딩과 다른 팀과의 협업에 지쳐서 다른 일을 찾기 시작했다. 관리자인 루와 이야기하면서 체이스는, 자신이 콘셉트를 증명하는 프로토타입을 재빨리 반복해서 만들어내는 업무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에는 체이스의 재능을 접목시킬 만한 일이 없었고, 체이스도 전통적인 디자인 업무 경험이 전무했다.
루는 디자인팀이 위험을 무릅쓰고 체이스를 ‘해커먼스hackamonth’에 투입하도록 설득했다. 해커먼스는 페이스북 직원들이 한 달 동안 관심 있는 다른 직군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체이스는 제품 디자인을 총괄하는 라이언과 캡처와 공유를 새로운 방식으로 실험하는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이를 계기로 체이스의 소질을 최대한 활용한 새로운 직무가 생겼고, 비슷한 역량과 관심사를 가진 팀을 조직할 수 있었다. 루는 말한다. “새로운 업무는 체이스에게는 쉬운 일이었고, 인스타그램에는 승리를 안겨줬습니다. 추진력이 없었다면 모두 불가능했겠죠.”
새로운 직책을 만드는 것이 직원들의 강점을 살리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연결된 사회에서는 정보를 찾고 공유하는 일이 업무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식노동자들은 정보를 검색하는 데 자기 시간의 4분의 1이상을 할애한다는 연구조사도 있다. 이때 관리자가 방향을 제시하며 도움을 줘야 한다. 관리자가 직원들의 능력과 관심사를 잘 알수록 업무 분장이 원활해지고, 뛰어난 팀을 조직할 수 있다. 나아가 누구나 검색할 수 있는 전문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면, 직원들이 필요할 때 적합한 인재를 찾을 수 있다.
일과 삶의 균형잡기
경력을 쌓다 보면 개인은 삶의 많은 부분을 희생해야 한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연인과의 오붓한 저녁을 포기해야 한다. 파격 승진한 뒤에는 자녀들과 주말을 보내는 일은 꿈도 꿀 수 없다. 해외 발령이라도 나면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야 한다.
페이스북의 훌륭한 관리자들은 직원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경력개발 기회를 만들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한다. 다음 예를 보자.
에이전시 총괄 쇼나는 출산휴가를 마치고 돌아와서 글로벌 프로젝트에 바로 투입됐다. 하지만 나라마다 업무시간대가 달라서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쇼나는 관리자와 출장 계획표를 새로 짰다. 중요하지만 꼭 필요하지 않은 업무는 로컬 동료들과 논의해 해결했다. 또 쇼나의 관리자는 글로벌 프로젝트 담당자를 쇼나의 멘토로 지정해서 일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했다. 쇼나는 “상사가 세심하게 배려하고 도와준 덕분에 업무에 완벽하게 복귀했고, 딸도 잘 키울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관리자의 따뜻한 관심과 격려를 받은 직원은 일을 잘 해내고 근속연수도 길다. 직장에 대한 자부심도 강하다.
사람들은 회사를 떠난다. 하지만 그들이 머물고 싶도록 업무를 설계하는 일은 모두 관리자에게 달렸다. 탁월한 상사는 방패를 만들어 직원들을 나쁜 환경에서 보호한다. 의미 있는 업무와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다. 직원들이 일을 통해 활력을 찾고, 실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가정을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도 커리어를 쌓을 수 있도록 돕는다. 당신의 행복과 성공, 일과 사생활을 신경 쓰는 관리자가 있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은 직장이다. 분명 다른 회사로 옮기는 일은 꿈도 꾸지 않을 것이다.
로리 골러(Lori Goler)는 페이스북 인사담당 총괄책임자다. 자넬 게일(Janelle Gale)페이스북 HR비즈니스 책임자다. 브린 해링턴(Brynn Harrington)은 페이스북 피플그로스팀 팀장이다. 애덤 그랜트(Adam Grant)는 와튼스쿨 조직심리학 교수이자 < 오리지널스 > < 기브앤테이크 >의 저자다.
출처: 하버드비즈니스리뷰 2018년 3-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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