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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인생의 의미: 무엇을 위하여 우리는 이토록 열심히 사는 걸까?

by 욕심쟁이77 2025.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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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위하여 우리는 이토록 열심히 사는 걸까?
이 질문은 인류가 수천 년간 품어온 가장 근본적인 물음이자, 수많은 철학자와 예술가, 그리고 사상가들의 사유를 불러일으킨 화두다. 노르웨이의 세계적인 사회인류학자 토마스 힐란드 에릭센(Thomas Hylland Eriksen)은 이 오래된 질문을 다시금 조명하며, 인생의 의미를 일곱 가지로 압축해냈다(Eriksen, 2023). 그는 말기 암 판정을 받은 뒤, 자신의 학자적 삶과 30년 넘게 연구해온 인류의 문화적 궤적을 ‘인생의 의미’라는 주제로 재편성함으로써 인류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가치, 욕망, 그리고 결핍을 정리해내고자 했다. 그 결과로 도출된 일곱 가지 핵심어—‘관계, 결핍, 꿈, 느린 시간, 순간, 균형, 실 끊기’—는 이미 노르웨이 독자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며 삶을 성찰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본 글에서는 에릭센이 제시한 이 일곱 가지 의미를 중심으로, 인간이 왜 이러한 가치를 찾고 갈구해왔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더불어 그의 시선이 어떻게 철학, 과학, 예술, 대중문화 등 여러 지식의 장(場)을 가로지르면서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입체적으로 접근하는지를 알아본다. 나아가 플라톤(Plato), 몽테뉴(Montaigne), 다윈(Darwin), 모차르트(Mozart), 슬라보예 지젝(Zizek),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같은 지적·예술적 거인들, 그리고 재즈 뮤지션 칼라 블레이(Carla Bley)나 옥스퍼드의 철학자 로만 크르즈나릭(Roman Krznaric)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으로 확장되는 학제 간 통찰을 함께 살펴볼 것이다.


1. 인생의 의미: 시대를 초월한 질문

인간의 역사에서 ‘삶의 의미’라는 질문은 단 한 번도 사라진 적이 없다. 플라톤(Plato)은 《국가(Republic)》에서 올바른 삶과 행복의 관계를 논의하면서, 우리가 진정 가치 있게 여기는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대화를 전개했다(Plato, 1997). 몽테뉴(Michel de Montaigne)는 《수상록(Essais)》을 통해 개인적 체험과 성찰을 바탕으로 인간이 지향해야 할 도덕적·실천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고찰하였다(Montaigne, 1580). 이런 철학적 전통이 근대에 이르러 과학적·진화론적 사유로 이어졌을 때, 다윈(Charles Darwin)은 인간이 ‘진화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생명체로서 삶의 기원을 재정의했다(Darwin, 1859). 사회적 존재이자 생물학적 존재라는 이중성을 가진 인간에게 ‘인생의 의미’라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현대에 들어서는 예술, 과학, 그리고 대중문화까지 삶의 의미를 다루는 매개체가 점차 폭넓어지고 있다. 예컨대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의 음악은 ‘인생의 아름다움’과 ‘조화’라는 가치를 예술로 승화시켰고, 한편 슬라보예 지젝(Slavoj Zizek)은 급변하는 후기자본주의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인간이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성찰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Zizek, 2010). 록음악계의 전설적인 아이콘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역시 대중음악을 통해 ‘정체성’과 ‘존재’에 대한 의미 있는 질문을 던졌다. 이처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이어져온 인간의 물음은, AI나 빅데이터가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도 유효하다.

하지만 에릭센은 이 모든 지식과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일수록, ‘삶의 의미’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에 직접적으로 다가가는 일은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한다(Eriksen, 2023). 즉, 인류학자로서 세계 곳곳의 문화를 탐구하고 사람들과 교류했지만, 정작 암 판정을 받고 남은 시간이 한정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뒤에야 “나는 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더욱 절실하게 마주했다는 것이다. 이는 그가 제시한 일곱 가지 의미가 각기 독립된 가치가 아니라, 인간의 삶을 다면적으로 구성하는 ‘서로 연결된 지점들’임을 보여준다.


2. 첫 번째 의미: 관계(Relation)

에릭센이 가장 먼저 강조하는 것은 ‘관계’다. 그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예시를 통해 이를 설명한다. 아침에 길에서 만나면 우리는 습관적으로 “식사하셨어요?”라는 인사말을 건네지만, 원주민들은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이 곧바로 ‘도덕적 의무’나 ‘행동’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만약 상대방이 “아직 식사를 하지 않았다”고 답하면, “식사하셨어요?”라고 물은 사람은 실제로 음식을 나누어줄 의무가 생긴다. 즉, 이들에게 ‘함께 먹는 행위’는 단순한 식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들은 음식을 공유함으로써 사회적 결속을 재확인하고, 인간관계의 끈을 더 단단하게 묶는다(Eriksen, 2023).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잊어버리기 쉬운 이 ‘관계’의 중요성은, 재즈 뮤지션 칼라 블레이(Carla Bley)의 노래 〈혼자 하는 식사〉와도 맞닿아 있다. 혼자 식사한다는 것은 영양 섭취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적 삶에서 소외되었다는 정서적·사회적 상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사회적 동물이고, 따라서 연결과 유대감은 삶의 의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에릭센이 ‘관계’를 맨 첫 번째 의미로 제시한 것도 이러한 인류학적 통찰에서 기인한다.


3. 두 번째 의미: 결핍(Lack)

두 번째 의미인 ‘결핍’은, 인간이 원하는 것을 온전히 얻지 못하는 상태에서 비롯되는 갈망과 열정에 주목한다. 에릭센의 주장에 따르면, 결핍이 없는 삶은 오히려 무의미해질 수 있다(Eriksen, 2023). 마치 모든 욕망이 충족된 유토피아적인 세계가 도래한다면, 우리는 오히려 삶의 동력을 상실할지도 모른다.

예컨대 경제적으로 풍족한 노르웨이에서조차 사람들은 여전히 불안과 결핍을 느낀다. ‘원유와 천연가스 덕분에 경제적 걱정은 사라진 사회’라는 통념이 있더라도, 인간은 더욱 새로운 욕망을 만들거나 미처 만족시키지 못한 부분을 채우고자 한다. 지젝(Zizek)은 이러한 결핍 구조가 자본주의 체계 안에서 더욱 극단적으로 노출된다고 분석했다.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과 욕망을 창출해내는 자본주의야말로, 결핍과 욕망을 동력으로 삼는 기제가 되기도 한다(Zizek, 2010). 결핍이 존재하기에 인간은 무언가를 향해 앞으로 나아간다. 따라서 ‘결핍’은 삶을 움직이는 강력한 원동력이다.


4. 세 번째 의미: 꿈(Dream)

‘꿈’은 결핍 상태를 넘어 가능성을 추구하는 인간의 정신적·문화적 산물이다. 에릭센은 중증 장애를 가진 친구가 꿈에서 달리고 뛰어노는 장면을 떠올린다며, 꿈의 세계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고 말한다(Eriksen, 2023). 실제 삶에서 충족하기 어려운 욕망이 꿈을 통해 실현되는 사례는 보편적이다.

혁명가들이 노래하는 사회적 유토피아 역시 ‘집단적 꿈’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장애인이 ‘걸을 수 있게 되는 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모두가 평등하고 결속이 이기주의를 이기는 세상을 꿈꾸는 것은, 마치 불가능에 도달하고 다시 시작하는 것을 무한히 반복하는 일처럼 보이지만, 바로 그 꿈이 있는 한 우리는 삶을 견뎌낼 수 있다. 꿈은 결핍을 해소할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더라도, 그 방향성을 제공하고 미래를 향한 희망을 붙잡게 해준다.


5. 네 번째 의미: 느린 시간(Slow Time)

에릭센이 일깨우는 네 번째 의미는 ‘느린 시간’이다. 이는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속도 중심 문화’에 대한 반작용이기도 하다. 로만 크르즈나릭(Roman Krznaric)은 《좋은 조상(The Good Ancestor)》에서 옥스퍼드 뉴칼리지(New College)의 들보 교체 일화를 언급한다(Krznaric, 2020). 14세기 건축 당시, 미래에 천장이 썩거나 훼손될 것을 대비해 도토리를 심어 참나무를 길렀고, 약 500년 뒤 실제로 그 도토리나무가 자라서 건물을 보수하는 데에 쓰였다. 이는 ‘장기적 안목’과 ‘느림의 가치’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오늘날 우리는 주차 위반 딱지, 임박한 마감일, SNS의 실시간 정보 업데이트 등에 쫓겨 느리게 사유할 여유를 잃어가고 있다. 그러나 한 개인이 길게는 수십 년, 짧게는 몇 년을 내다보며 삶의 방향을 고민해야 할 때, ‘느린 시간’은 오히려 본질에 집중하게 만든다. 급하게 만들어진 계획보다는, 충분한 숙고와 기다림 끝에 완성된 계획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느린 시간’이야말로 인간이 미래 세대와도 연결될 수 있는 통로이며, 일상의 속도전을 잠시 내려놓게 해주는 의미 있는 지점이다(Eriksen, 2023).


6. 다섯 번째 의미: 순간(Moment)

‘느린 시간’이 장기적 안목이라면, ‘순간’은 지금 이 시점을 온전히 살아가는 태도를 말한다. 음악가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가 공연에서 보여준 감각적인 퍼포먼스나,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의 교향곡 한 소절에서 느껴지는 황홀경은 ‘단 한 번 스쳐 지나가는 순간’에 압축되어 있다. 에릭센은 이러한 순간이야말로 인간이 삶의 풍요로움을 ‘직접 체험’하는 초점이 된다고 설명한다(Eriksen, 2023).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종종 의미 있는 순간을 놓치기도 한다. 회사의 보고서를 준비하면서 마감 기한에 쫓기는 와중에는, 창밖의 풍경이나 가족과의 단 한 번의 대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러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음미하는 행위는, 우리가 삶에 대한 감수성을 유지하고 ‘살아 있음’을 실감하게 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플라톤이 말했던 ‘선(善)의 이데아’를 체험하는 일은 커다란 사건이 아니라,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가는 한 순간의 깨달음에 담겨 있을 수도 있다(Plato, 1997).


7. 여섯 번째 의미: 균형(Balance)

여섯 번째 의미인 ‘균형’은 인간이 다양한 가치를 조율하면서 살아가는 방식과 관련된다. 현대사회는 빠른 기술 발전과 경제 구조의 변화로, 어느 한쪽으로 쉽게 기울어지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낸다. 예컨대 자본주의 체제에서 개인의 경쟁력 강화가 강조되면, 공동체적 가치는 약화될 수 있다. 반대로 개인의 창의력이나 사생활을 지나치게 우선시하면, 사회적 연대가 흔들릴 수 있다.

따라서 ‘균형’을 유지한다는 것은, ‘과도한 경합’과 ‘과도한 방임’ 사이에서 길을 찾는 일이다(Eriksen, 2023). 몸과 마음, 개인과 공동체, 생산과 소비, 욕망과 절제로 이어지는 수많은 대립적 가치들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결국 조화로운 삶을 모색해야만 한다. 지젝(Slavoj Zizek)이 제시한 세계관 역시 극단적 자본주의나 근본주의적 이념이 초래하는 불균형을 경계하면서, 인간이 스스로 ‘타자’와의 관계에서 균형점을 찾을 것을 촉구한다(Zizek, 2010).


8. 일곱 번째 의미: 실 끊기(Cutting the Thread)

에릭센이 마지막으로 제안한 의미는 ‘실 끊기’이다. 이는 삶을 구성하는 다양한 ‘인연의 끈’—인간관계, 사회적 위치, 물질적 소유, 심리적 집착 등—을 과감히 끊어낼 용기도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무소유(無所有)’의 가치와도 닮아 있는 이 개념은, 우리가 본질적으로 자유로운 존재임을 상기시킨다(Eriksen, 2023).

특히 죽음을 직면한 개인에게 ‘실 끊기’는 더 없이 중요한 결단이 될 수 있다. 암 판정을 받고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한 에릭센에게,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붙들어야 할지에 대한 성찰은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때로는 우리가 쌓아놓은 것들을 지키려 애쓰면서 정작 중요한 가치를 잃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실 끊기’를 통해서야 비로소 새로운 시야와 자유를 획득할 수 있다고 에릭센은 말한다.


9. 다양한 학문·문화적 교차점: 플라톤부터 지젝, 보위까지

에릭센의 통찰이 특별한 이유는, 그가 인류학이라는 한 분야에만 갇혀있지 않고, 철학, 사회학, 음악, 영화, 대중문화를 아우르며 폭넓게 서술한다는 점이다. 이는 학제 간 접근(interdisciplinary approach)의 전형적인 사례로 꼽을 만하다.

  • 플라톤(Plato): 에릭센은 플라톤의 대화를 예로 들어, 인간이 본질적으로 ‘선(善)’을 추구하는 존재임을 강조한다. 플라톤의 이데아 사상은 우리에게 ‘영원하고 불변하는 가치’의 존재를 상기시킨다(Plato, 1997).
  • 몽테뉴(Michel de Montaigne): 《수상록(Essais)》에서 몽테뉴는 인간의 경험과 관찰을 바탕으로 고도의 자기성찰을 펼쳤다(Montaigne, 1580). 에릭센 역시 이러한 ‘자기 관찰’을 삶의 의미를 찾는 핵심 방법론으로 삼는다.
  • 다윈(Charles Darwin): 다윈의 진화론은 인간의 생물학적 기원을 설명하지만, 에릭센은 인간이 단순한 생물학적 존재가 아니라, 문화와 결핍, 욕망, 그리고 관계를 통해 ‘인류학적 전통’을 쌓아왔다는 점을 상기시킨다(Darwin, 1859).
  •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모차르트가 펼쳐 보인 음악 세계는, ‘순간적인 예술적 황홀경’을 통해 인생이 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가치 중 하나를 증명한다.
  • 슬라보예 지젝(Slavoj Zizek): 자본주의 구조를 분석하고 인간의 욕망과 이데올로기를 파고드는 지젝의 비판은, ‘결핍’과 ‘꿈’의 연관성을 현대사회의 관점에서 깊이 있게 보여준다(Zizek, 2010).
  •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대중음악의 영역에서 정체성과 예술성을 자유롭게 넘나든 보위의 작업은, ‘순간’이라는 예술적 체험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강렬한 충격과 깨달음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시다.
  • 칼라 블레이(Carla Bley): 〈혼자 하는 식사〉라는 노래는 식사라는 행동을 매개로 한 ‘관계’의 소중함을 역설한다. 혼자 식사한다는 것은 생물학적 영양 섭취가 아니라, 사회적 연결이 상실된 상태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음을 시사한다.
  • 로만 크르즈나릭(Roman Krznaric): 《좋은 조상(The Good Ancestor)》에서 그가 소개한 도토리와 느린 시간의 비유는, 현대인이 놓치기 쉬운 장기적 관점과 인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Krznaric, 2020).

이러한 다양한 예시와 학문적 배경을 토대로 에릭센은 일곱 가지 의미가 단순한 이론적 토대가 아니라, 우리가 실제 일상 속에서 체화할 수 있는 실제적 가이드라인임을 보여준다.


10. 삶의 의미 찾기: 개인적·사회적 함의

에릭센이 제안하는 일곱 가지 의미—관계, 결핍, 꿈, 느린 시간, 순간, 균형, 실 끊기—는 단순히 ‘지적인 퍼즐’을 맞추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무엇을 위하여 우리는 이토록 열심히 사는 걸까?”라는 물음에 대해 직접적이고 실천적인 대답을 제공한다.

개인적 차원에서 볼 때, 우리는 ‘관계’를 통해 외로움을 해소하고, ‘결핍’을 통해 지속적인 동력을 얻으며, ‘꿈’을 통해 불가능에 맞서 도전하는 자세를 취할 수 있다. 또한 ‘느린 시간’을 통해 인생의 장기적 전망을 그려보고, ‘순간’을 통해 현재에 충만한 기쁨을 느끼며, ‘균형’을 통해 다양한 욕망을 조율하고, 마지막으로 ‘실 끊기’를 통해 스스로를 옭아매는 불필요한 집착을 내려놓을 수 있다(Eriksen, 2023).

사회적 차원에서도 이 일곱 가지 의미는 공동체의 안녕과 직결된다. 예컨대 ‘관계’가 튼튼한 사회에서는 외부 충격(경제 불황, 자연재해 등)에 대해서도 연대와 협력이 잘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결핍’이 있다면, 그 결핍을 해소하기 위한 혁신이나 창의적 발상을 촉진할 수 있다. ‘꿈’은 미래 지향적 비전을 제시하며, ‘느린 시간’은 장기적 정책이나 환경 문제 해결에 필수적인 태도를 길러준다(Krznaric, 2020). ‘순간’을 통해서는 문화예술 등 공동체가 향유할 수 있는 ‘즐거움’을 공유하고, ‘균형’을 통해 극단적 갈등을 조정하며, 최후에는 ‘실 끊기’를 통해 오래된 악습이나 시대착오적 관행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11. 결론

토마스 힐란드 에릭센이 자신의 말기 암 투병 경험과 인류학적 연구를 결합하여 제안한 ‘일곱 가지 삶의 의미’는, 고도로 발달한 현대사회에서조차 여전히 유효하다. 오히려 AI가 모든 정보를 빠르게 계산하고 예측해내는 시대이기에, 에릭센의 통찰은 더욱 귀중하게 다가온다. AI는 육체도, 꿈도, 인간관계도, 심지어 죽음에 대한 공포도 없다. 그렇기에 ‘인생의 의미’를 성찰하는 작업은 오로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활동이며,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본질적 행위다(Eriksen, 2023).

무엇을 위하여 우리는 이토록 열심히 사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정해져 있지 않을 수도 있고, 사람마다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에릭센의 일곱 가지 키워드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는 우리의 삶에 소중한 단서를 제공한다. 플라톤과 몽테뉴, 다윈과 지젝, 모차르트와 데이비드 보위, 그리고 인류학자 에릭센까지—시대를 달리하고 배경이 다른 이들이 같은 질문을 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인생의 의미’에 대한 탐색은 인간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위대한 여정임을 실감하게 된다.

결국, 삶이란 ‘관계’ 속에서 서로를 지탱하고, ‘결핍’을 동력 삼아 앞으로 나아가며, ‘꿈’을 통해 불가능에 도전하고, ‘느린 시간’으로 미래를 내다보고, ‘순간’을 온전히 만끽하며, ‘균형’을 잃지 않고, 때로는 결단력 있게 ‘실을 끊어’야 하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각각의 과정은 우리에게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부분적인 답변이 되어줄 수 있다. 인생은 길고 복잡하며, 때로는 예측할 수 없는 변수로 가득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발걸음은 더욱 의미가 있다.

삶에 대한 가장 인간적이고 가장 아날로그적인 회귀를 통해 잠시 멈춰 서서, 나는 누구이고 어떻게 살아왔으며 또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다. 에릭센이 말하듯, 이 질문에 정답은 없지만, 질문 자체를 지속하는 태도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 그리고 그 여정은 관계, 결핍, 꿈, 느린 시간, 순간, 균형, 그리고 실 끊기로 이어지는 일곱 갈래 길 위에서 더욱 다채롭고 풍요롭게 펼쳐질 것이다.


참고문헌(References, Harvard Style)

  • Carla Bley (1983) Dinner Music, ECM Records.
  • Darwin, C. (1859) On the Origin of Species, London: John Murray.
  • Eriksen, T.H. (2023) 인생의 의미(The Meaning of Life), Oslo: Kagge.
  • Krznaric, R. (2020) The Good Ancestor: How to Think Long Term in a Short-Term World, London: WH Allen.
  • Montaigne, M. (1580) Essais, Paris: Millanges.
  • Mozart, W.A. (1788) Symphony No. 41 in C major, K. 551 ("Jupiter").
  • Plato (1997) ‘Republic’, in Cooper, J.M. (ed.) Plato: Complete Works, Indianapolis/Cambridge: Hackett.
  • Zizek, S. (2010) Living in the End Times, London: Ver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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