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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존관계로 형성되는 권력의 본질과 전략”

by 욕심쟁이77 2025.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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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서론
권력이란 무엇일까? 권력은 역사적으로 왕의 지위나 군대의 규모처럼 눈에 보이는 형태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실제로 권력은 그보다 훨씬 복합적이며, 인간관계의 미묘한 역학에서 비롯된다. 왕이 형식적으로 최고의 지위를 차지하더라도, 그 주변에서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실력자’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자신을 제거하면 상대도 손해를 본다”**는 메시지를 상대방에게 심어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권력 확보 전략임을 보여주는 사례가 무수히 많다. 오토 폰 비스마르크(Otto von Bismarck)와 점성술사의 일화는 이러한 전략의 정수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독일 통일의 ‘설계자’라고 불린 비스마르크는 역설적이게도 힘없는 왕을 동맹자로 삼아 자신의 권력을 강화했다. 그리고 프랑스의 ‘거미 왕(Spider King)’이라 불렸던 루이 11세(Louis XI)와의 에피소드 속 점성술사는 **“왕보다 사흘 먼저 죽을 것이다”**라는 예언을 통해 왕의 심리에 파고들어 자신의 안전과 지위를 확보했다.
본 에세이는 이 두 사례를 중심으로 권력이 어떻게 인간관계에서 구체화되며, **“상대방을 의존하게 만드는 것”**이 왜 결정적 전략인지 살펴본다. 나아가 이 전략을 뒷받침하는 사상가로 니콜로 마키아벨리(Niccolò Machiavelli)의 통찰을 검토하고, 오늘날 조직과 비즈니스 환경에서의 적용 가능성까지 논의한다. 결론적으로, 권력이란 독립적이고 고립된 위치가 아니라, 인간관계 속에서 형성된 의존구조를 통해 극대화되는 것이라는 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Ⅱ. 비스마르크의 정치 공학: 힘없는 왕을 동맹으로

  1. 프로이센의 격동기와 비스마르크의 등장
    1847년, 32세의 젊은 비스마르크는 프로이센 연합의회 의원으로 처음 정치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Steinberg, 2011). 당시는 자유주의와 보수주의, 그리고 왕권이 서로 충돌하는 변혁기였다. 왕인 프리드리히 빌헬름 4세(Friedrich Wilhelm IV)는 국민과 의회에 시달리며 권력을 점점 상실해가고 있었고, 이는 겉보기엔 왕이 매우 취약한 존재로 비쳤다. 많은 이들은 당시 자유주의가 승기를 잡고 있다고 믿었으며, 강력한 동맹 세력을 확보하려는 정치인이라면 의회나 기타 유력 파벌을 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비스마르크는 의회나 자유주의자와 손을 잡기보다, 오히려 ‘힘없는 왕’을 자기 편으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이는 언뜻 비합리적으로 보였다. 왕은 우유부단하고 자유주의자들에게 쉽게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정치적으로도 비스마르크의 보수적 입장과는 정반대되는 행보를 보일 때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스마르크는 왕에게 접근해 그의 기분을 살피고, 그를 공개적으로 지지함으로써 왕의 호감을 샀다.

  1. 왜 힘없는 왕이었나?
    비스마르크가 자유주의 의회나 강력한 지배 세력이 아니라 힘이 약해진 왕을 택한 이유는, 왕을 강하게 만들어주면서 동시에 그를 자신에게 의존하게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었다(Freedman, 2000). 이미 견고하게 자리 잡은 세력과 동맹을 맺으면 자신이 오히려 그들에게 종속될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권위가 흔들리는 왕을 붙잡고 그를 다시 강하게 만들면, 왕이 비스마르크에게 크게 빚지고 의존하게 될 것임을 기대할 수 있었다.

결국 비스마르크는 “왕의 명예를 지키는 충실한 신하”라는 이미지를 쌓으며, 왕이 정치적 공격에 직면할 때마다 왕을 일관되게 변호했다. 마침내 그는 1851년 장관직을 맡게 되는데, 이는 왕이 그를 중용할 수밖에 없었음을 보여준다. 이때부터 비스마르크는 군사력 증강과 자유주의 세력에 대한 강경대응 등을 왕에게 조언하며, ‘왕 없이는 비스마르크가 힘을 쓸 수 없고, 비스마르크 없이는 왕이 더 큰 문제에 봉착한다’는 상호 의존 관계를 만들어갔다.

  1. 비스마르크와 빌헬름 1세의 관계
    1861년 프리드리히 빌헬름 4세가 사망하고, 그의 동생 빌헬름 1세(Wilhelm I)가 왕위를 계승했을 때 비스마르크의 전략은 더욱 빛을 발했다. 빌헬름 1세는 개인적으로 비스마르크를 싫어했으나, 이미 정부와 군대를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던 비스마르크를 대신할 인물이 마땅치 않았다. 결국 빌헬름 1세는 비스마르크를 총리로 임명하고, 실질적인 정책 결정은 비스마르크가 주도하게 된다. 이는 비스마르크가 의도했던 **“왕이 나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도, 나 없이 국정을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을 완성한 것이다.

이후 비스마르크는 철혈정책(Eisen und Blut)을 통해 프로이센의 세력을 급속도로 확장했고, 독일 통일을 주도하는 위치에 올라선다. 빌헬름 1세는 명목상 독일제국 황제가 되었지만, 막대한 권력을 실제로 행사한 이는 비스마르크였다. 이 사례가 보여주듯, 권력은 종종 명목상의 지위보다 ‘의존관계를 만들어내는 기술’에서 기인한다(Greene, 1998).


Ⅲ. 점성술사의 생존 전략: 왕보다 사흘 먼저 죽는다

  1. 루이 11세와 점성술사의 일화
    프랑스 역사에서 루이 11세는 “거미 왕(Spider King)”으로 불릴 만큼 계략과 술수에 능했던 군주로 유명하다. 어느 날 궁정 내에 있던 점성술사가 “한 여인이 8일 안에 죽을 것”이라고 예언했는데, 그 예언이 적중했다. 루이는 두 가지 의심을 품었다. 하나는 ‘점성술사가 예언을 증명하려고 여인을 살해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이처럼 미래를 꿰뚫을 정도의 예언 능력을 가진 자는 왕에게도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루이는 점성술사를 제거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나 점성술사는 왕의 의도를 눈치채고, 루이 11세가 그를 죽이려 하기 직전 교묘하게 “폐하가 돌아가시기 사흘 전에 저도 죽을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이 말을 들은 루이는 곧바로 점성술사를 죽이려던 계획을 접고, 오히려 훌륭한 의사와 후한 선물을 제공하며 점성술사를 극진히 대접했다. 루이 입장에서는 점성술사가 살아있는 한, 자신의 죽음이 멀었다는 안도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1. 운명을 함께 묶어버리는 전략
    점성술사는 왕의 심리를 정확히 읽었다. **“왕께서 사흘 뒤에 죽게 된다면, 그 직전에 나도 죽을 것이니, 내가 살아있는 동안은 왕께서도 안심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루이에게 심어준 것이다. 이로써 **“점성술사의 생존이 곧 왕의 생존과 연결된다”**는 상징적 관계가 형성됐다. 그 순간부터 루이는 점성술사를 함부로 건드릴 수 없었다. ‘점성술사를 없애는 행위’가 자신의 죽음을 예고하는 불길한 징표가 될 것이라는 공포가 생겼기 때문이다(Greene, 1998).

재미있는 것은 실제로 점성술사의 예언은 틀렸고, 그가 루이보다 7년 더 살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예언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핵심은 점성술사가 어떻게 ‘왕의 공포심’과 ‘미지의 미래에 대한 불안’을 지렛대로 활용하여 자신의 안전을 확보했는가이다. 이 일화는 권력 게임에서 상대의 심리를 지배하는 방법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Ⅳ. 의존관계가 창출하는 권력

  1. 권력의 본질: 사람들을 움직이는 힘
    권력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을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된다(Dahl, 1957). 그러나 단순히 물리적인 폭력이나 법적·제도적 강제만으로는 온전한 권력을 행사하기 어렵다. 사람들이 어느 정도 스스로 동의하거나 협력하려 해야, 그 권력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그렇다면 사람들을 어떻게 자발적이든 타의적이든 협력하게 만들 것인가? 바로 그 지점에서 의존관계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2. 의존관계의 형성 원리
    상대가 ‘내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 권력이 극대화된다. 두 가지 대표적인 원리가 있다.
  • 대체 불가능성: 특정 전문기술, 지식, 혹은 독특한 재능 등을 통해 나를 대신할 사람이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비스마르크가 왕에게 “통일 전쟁과 외교는 내가 아니면 어렵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처럼, 점성술사가 “미래를 아는 유일한 존재”라는 오라를 만들어낸 것처럼 말이다(Pfeffer, 2010).
  • 운명 공동체化: 상대가 나를 제거하면 스스로도 손실을 입게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만든다. 점성술사가 루이 11세에게 “내가 죽으면 당신도 죽음이 가까워진다”는 인상을 준 것이 전형적 예이다. 이처럼 서로의 운명을 얽어놓으면, 상대는 내 존재를 쉽사리 제거하기 어렵다(Greene, 1998).
  1. 사랑보다 두려움이 낫다
    의존관계가 생겼다고 해서 상대가 반드시 나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비스마르크를 싫어했던 빌헬름 1세처럼, 또는 점성술사를 불편해했던 루이 11세처럼 권력자는 내게 의존하면서도 미움이나 두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니콜로 마키아벨리(Niccolò Machiavelli)는 이를 간파하여 **“사랑받기보다 두려움을 조성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Machiavelli, 1988). 사랑은 상황에 따라 변질되기 쉽지만, 두려움은 더 오랫동안 상대를 구속하기 때문이다.

Ⅴ. 마키아벨리의 통찰과 ‘두려움의 효용’

  1. 『군주론』에서 말하는 두려움과 사랑
    마키아벨리는 『군주론(The Prince)』(Machiavelli, 1988)에서 “군주는 사랑을 받는 것보다 두려움을 심는 쪽이 안정적”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폭력적 지배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이기심과 변덕스러움을 현실적으로 고려한 조언이다. 인간은 이익이 충돌할 때 쉽게 배신하기도 하며, 사랑이라는 감정은 언제든 식거나 다른 대상으로 옮겨갈 수 있다. 그러나 두려움은 ‘상대가 나를 해칠 수 있다’는 강력한 억제효과를 지니므로 배신의 문턱을 높인다.
  2. 비스마르크와 점성술사에게 나타난 두려움
    비스마르크와 점성술사의 경우, 직접적인 무력이나 폭력을 행사한 건 아니다. 하지만 왕이 그들을 쉽게 없앨 수 없도록 하는 ‘두려움의 메커니즘’을 구축했다. 비스마르크가 없으면 국가 정책과 군대 운영이 일순간 마비될 수 있다는 두려움, 점성술사가 죽으면 왕의 죽음이 임박했다는 불길한 징조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
    이들은 “당신이 나를 건드리면, 당신 자신도 크게 다친다”는 메시지를 심리적·정치적 차원에서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Greene, 1998). 결국 상대가 나를 미워하든 좋아하든 상관없이, “그래도 나를 제거할 수 없다”는 점을 인지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3. 두려움을 조성하되, 노골적 위협은 피하라
    두려움은 확실한 지렛대이지만, 이를 노골적으로 위협하거나 협박 형태로 드러내면 역풍이 불 수 있다. 비스마르크나 점성술사 모두 매우 교묘한 방식으로 상대의 심리에 침투했다. 비스마르크는 충성의 외피 아래 보수적 지지 기반과 군사적 역량을 키워 “나 없이는 국가 운영이 안 된다”는 상황을 조성했고, 점성술사는 은유적인 ‘예언’을 통해 왕을 스스로 두려움을 갖게 했다. “내가 위험 인물”이라는 사실을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아도, 상대가 알아서 두려움을 느끼도록 연출하는 능력이 권력 기술의 핵심이다(Pfeffer, 2010).

Ⅵ. 권력의 궁극적 형태: 완전한 독립이 아닌, ‘관계’ 속에서의 우위

  1. 독립의 환상과 관계의 현실
    흔히 “진정한 권력자는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정치나 조직 운영에서 ‘완전한 독립’은 실질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Dahl, 1957). 어떤 결정이든, 주변의 협조와 자원이 필요하며, 그렇지 않으면 실질적인 성취를 하기 어렵다.
    결국 권력은 상호작용에서 발현되며, 개인이 아니라 집단·조직·시스템 내의 지위와 사람들과의 관계로 나타난다. 비스마르크가 왕이라는 ‘명목상의 권력자’를 오히려 의존하게 만들었고, 점성술사가 왕이라는 ‘절대적 힘’을 가진 존재에게 자신의 생존을 보장받았듯, 관계 안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야말로 권력의 실체이다.
  2. 현대적 시사점
    오늘날 기업, 정부 조직, 심지어 비영리단체에서도 **“나 없이 이 프로젝트가 굴러갈 수 없다”**고 상사가 느끼게 만들면, 해고나 소외의 위협은 크게 줄어든다(Pfeffer, 2010). 또한 인사·재무·기술 등 특정 분야에서 대체 불가능한 전문성을 갖추면, 조직 내에서 특정 의사결정에 대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따라서 완전 독립을 추구하기보다는, **“내가 이 조직 안에서 어떤 네트워크와 교류하며, 누가 나에게 의존하도록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것이 더 실질적인 권력 전략이 된다. 만약 의사결정권자가 나 없이 결재나 진행을 못 하도록 만드는 환경을 구축한다면, 그 순간부터 나는 비스마르크처럼, 점성술사처럼 **“상대가 나를 버리면 곧 스스로에게 손해가 된다”**는 메시지를 심어줄 수 있다.

Ⅶ. 어떻게 사람들을 나에게 의존하게 만들 것인가

  1. 대체 불가능한 역량 확보
    현대의 정보사회에서 하나의 기술만으로 평생 독점적 지위를 누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핵심 전문성+상대의 약점 보완 능력+원만한 소통력’ 등 여러 요소를 결합하면 상당 기간 대체 불가능해질 수 있다(Cialdini, 2001).
    예컨대 상사가 기술적 이해도가 부족하다면, 해당 영역에서 절대적인 업무 역량을 키워 상사가 프로젝트 성과를 내려면 당신의 도움을 필수적으로 얻어야만 하도록 만들 수 있다. 이는 곧 ‘상사가 나를 원치 않아도 필요로 하는 상황’을 창출한다.
  2. 운명을 묶는 심리적 연결고리
    점성술사처럼 직접 “내가 죽으면 당신도 곧 죽는다”는 식의 예언을 하기란 현실에서 쉽지 않다. 하지만 상대의 목표 달성이 나의 존재에 달려 있다는 점을 부각하는 것은 동일한 전략이다. 협상이나 프로젝트 진행 시, **“내가 없으면 이 계약(프로젝트, 사업, 정책)이 무산되어 당신에게도 손해가 크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어필할 수 있다. 상대는 당신을 내치기 전에 그 후폭풍을 고민하게 되며, 이는 결국 의존관계를 강화한다.
  3. 비밀과 약점의 활용
    역사 속 암투나 스캔들에서 흔히 보이듯이, 상대방의 약점이나 치명적 비밀을 파악하고 있으면, 그 사람에게 무언의 압박을 행사할 수 있다(Greene, 1998). 예컨대 비즈니스 세계에서 내부 고발 가능성 혹은 재정적 취약점 등을 활용해 상대에게 협상력을 높이는 사례가 존재한다. 다만, 이러한 전략은 도덕적·법적 위험이 크므로, 매우 신중하고 은밀하게 다뤄야 한다.
    **“내가 이 정보를 쥐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상대는 두려움을 느낀다. 그러나 이를 노골적으로 협박하는 순간, 역공의 빌미가 될 수 있기에 충분히 주의가 필요하다. 점성술사의 경우, 불길한 미래를 왕이 스스로 연상하게 했을 뿐, 직접적으로 “나를 죽이면 너도 죽는다”라고 협박하지 않았다. 이처럼 간접적 암시가 효과적일 수 있다.

Ⅷ. 감정과 권력의 분리: 의존한다고 해서 호감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비스마르크가 빌헬름 1세의 호감을 얻었는가? 점성술사가 루이 11세의 절친한 벗이 되었는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왕들은 이들을 꺼림칙하게 여기거나 두려워했다. 그러나 그 감정은 의존관계에 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의존관계의 본질은 ‘이해관계’이지, ‘호감’이 아니기 때문이다(Pfeffer, 2010).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상사가 당신을 좋아하지 않아도, 당신이 없으면 업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결국 당신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권력의 실체이며, 감정적 친밀감과는 별개의 영역이다.


Ⅸ. 결론

**비스마르크의 사례와 점성술사의 일화는 ‘상대방에게 의존을 강제함으로써 권력을 장악하는 고전적 전술’**을 잘 보여준다. 비스마르크는 권력을 잃어가던 왕을 다시 강하게 만들어주되, 동시에 왕에게 군사와 정치 운영에서 자신이 필수불가결한 존재임을 각인시켰다. 그 결과 프로이센 왕들이 비스마르크를 싫어하거나 불안해해도, 결코 그를 함부로 할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점성술사는 “왕이 죽기 사흘 전에 자신이 먼저 죽는다”는 예언을 던져, 왕의 생존을 자기 생존과 교묘하게 연결했다. 왕은 이 점성술사를 제거했다가 혹시나 자신의 죽음을 앞당기는 징조가 될까 두려워, 오히려 그를 적극 보호했다.

이처럼 사람들을 내게 의존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점은 **‘네가 나를 제거하면 스스로에게도 큰 손실이 온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Greene, 1998). 이는 직접 협박이 아니라, 상대가 스스로 깨닫게 하거나 공포감을 느끼도록 심리적 장치를 마련하는 과정을 통해 달성된다. 그리고 마키아벨리가 지적했듯, 사랑받는 것보다 두려움을 심는 것이 배신과 변심을 막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Machiavelli, 1988).

현대 사회라고 해서 이러한 권력 관계의 본질이 완전히 달라진 것은 아니다. 조직이나 비즈니스 현장에서도 대체 불가능한 역량을 갖추고, 상사의 약점을 보완해주고, 운명 공동체적 상황을 연출해 ‘내가 없으면 당신도 곤란해진다’고 느끼게 만든다면, 우리는 안정적이며 강력한 권력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완전한 독립을 꿈꾸는 것은 사실상 고립에 가깝고, 진정한 권력은 인간관계 속에서 상대방을 의존하게 만드는 데서 나온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Dahl, 1957).

결론적으로, “의존”은 권력의 가장 견고한 틀이다. 왕이든, 대통령이든, CEO든, 또는 평범한 조직인이든, 자기 역할을 수행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존재가 되어주면, 상대는 당신을 미워하더라도 ‘버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여기서부터 권력은 시작된다. 명목상의 최고 권력자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누가 누구에게 의존하는가’**가 정말로 중요하다. 비스마르크와 점성술사는 이 사실을 간파해 역사의 무대 위에서 탁월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사례에서 배워, 현대의 다양한 인간관계와 조직 상황 속에서도 동일한 원리를 발견하고 적용할 수 있다.


참고문헌(References)

  • Cialdini, R. (2001) Influence: Science and Practice. 4th edn. Boston, MA: Allyn & Bacon.
  • Dahl, R. A. (1957) ‘The Concept of Power’, Behavioral Science, 2(3), pp. 201–215.
  • Freedman, P. (2000) ‘Bismarck’s Tactics and Statecraft’, Journal of European History, 12(4), pp. 33–49.
  • Greene, R. (1998) The 48 Laws of Power. New York: Viking Press.
  • Machiavelli, N. (1988) The Prince, trans. by H. Mansfield. Chicago: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 Pfeffer, J. (2010) Power: Why Some People Have It and Others Don’t. New York: HarperCollins.
  • Steinberg, J. (2011) Bismarck: A Life.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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