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리더십, 그리고 눈에 보이는 존재감과 신비감 간의 상호작용은 고대부터 인간 행동을 관찰해온 이들에게 매혹적인 주제였다. 기원전 8세기경, 메디아(Media, 현재 이란 북서부 지역)에서 살았던 데이오세스(Deioces)의 고대 이야기는 한 개인이 공적으로 물러남으로써 오히려 권력을 축적하고 강화할 수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Herodotus)의 기록을 비롯해, 이후 정치 이론서들과 현대적 해석에 이르기까지, 이 이야기는 우리가 흔히 맞닥뜨리는 역설을 드러낸다. 즉, 존경을 받기 위해서는 언제 등장해야 하고, 또한 어떻게 사라져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폴레옹(Napoleon)이 “극장에 너무 자주 모습을 드러내면, 사람들은 나에게 더 이상 눈길을 주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한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원리는 “존재와 부재의 법칙”(law of presence and absence)과 정확히 맥을 같이한다. 사람들은 희소성에 끌리는 경향이 있으며, 이를 경제학·사회심리학에서는 이미 근본적인 원리로 제시해왔다.
본 논문에서는 데이오세스 이야기를 중심으로 **“존재와 부재의 법칙”**이 권력 관계를 어떻게 형성하고, 효과적인 리더들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본다. 아시리아(Assyria)의 폭정에 시달린 메디아인들이 군주제를 경계하면서도, 결국 데이오세스를 새로운 왕으로 추대하게 된 과정을 통해, 인간은 일상생활과 동떨어져 있다고 여겨지는 존재를 더욱 높이 평가하고 이상화하려는 경향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본 글은 고전 사료, 심리학·경제학 이론, 역사 속 예시(예: 나폴레옹)를 종합하여, 자신의 노출 빈도를 통제하는 것이 리더, 연인, 예술가 모두에게 어떤 이점을 가져다주는지 논의할 것이다.
데이오세스의 역사적 맥락(The Historical Context of Deioces)
아시리아 통치 이후와 메디아의 부상(Aftermath of Assyrian Rule and the Rise of Media)
헤로도토스(2003)에 따르면, 아시리아인들은 오랜 세월 동안 가혹하게 북부 아시아 여러 민족을 지배해왔다. 그러나 기원전 8세기에 메디아인들이 독립에 성공하면서, 이들은 폭정에 대한 거부감으로 한 사람에게 절대적인 권력을 부여하는 제도를 꺼렸다(Herodotus, 2003). 아시리아의 압정에 시달린 기억이 너무도 생생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중앙집권체제를 해체하자마자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구심점 없이 해체된 메디아는 혼란에 빠져, 마을끼리 충돌하거나 범죄가 늘어났다.
이처럼 사법체계와 질서가 무너진 곳에서는, 분쟁을 공정하게 해결해줄 인물에게 권력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어떠한 정치체제이든, 법과 제도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 사람들은 질서를 세워줄 강력한 존재에게 의존하게 된다(Greene, 1998).
데이오세스: 존경받는 판관에서 전략적 은둔자로(Deioces: From Respected Judge to Strategic Recluse)
그 혼란스러운 시기, 데이오세스라는 인물이 공정함과 청렴함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는 뛰어난 지혜로 분쟁을 해결하며 명성을 쌓았다. 사람들은 그의 평판을 듣고 먼 곳에서도 그를 찾아와 재판을 부탁했고, 점차 **“메디아 유일의 정의로운 중재자”**가 되었다(Herodotus, 2003).
그러나 가장 인기와 영향력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데이오세스는 판관의 일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 그 순간 메디아는 다시 무질서에 빠지고 말았다. 국민들은 통탄하며, 그가 없으니 다시 범죄와 혼돈이 가중된다고 한탄했다. 결국 사람들은 그에게 군주가 되어 달라고 간청하기에 이른다.
데이오세스는 왕이 되자마자 다음과 같은 조건을 내세웠다.
- 왕을 직접 뵙는 것을 금지한다.
- 오직 전령을 통해서만 왕에게 말을 전한다.
- 에크바타나(Ecbatana)라는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고, 그곳 성벽 안에서 대중과 분리된 궁전을 지어 거처한다.
바로 이 공적 장면에서의 후퇴와 엄격한 접근 제한이 데이오세스에게 신비로운 후광을 더해주었고, 사람들은 그를 일상적인 인간이 아니라 거의 신성에 가까운 존재로 바라보게 되었다. 헤로도토스(2003, p. 45)는 “사람들이 왕을 보기 어렵게 되자, 오히려 그를 더 추앙하며, 더 특별한 존재로 인식했다”고 기록한다.
존재와 부재의 법칙(The Law of Presence and Absence)
과잉 노출, 익숙함, 그리고 경멸(Visibility, Familiarity, and Contempt)
정치든 인간관계든, 과도한 노출은 경멸을 낳을 수 있다. 예로부터 반복 노출이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새로움과 미지의 무언가를 추구하고, 신비감이 사라진 대상을 점차 평범한 것으로 간주한다. 이는 왕조 시대 엄격한 궁정 예법이나 현대 유명 인사의 극도로 제한된 인터뷰 횟수 등에서도 드러난다.
헤로도토스(2003)에 따르면, 데이오세스의 통찰은 사회가 권력에 피로를 느끼는 시점에서 거리 두기를 실현했다는 데 있다. 지도자가 지나치게 자주 드러나면, 결국 ‘똑같은 인간’이라는 인식이 퍼져 권위가 훼손된다. 접근을 제한해야만, 그의 명령이나 판결이 비범한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즉, 데이오세스가 의도적으로 부재를 연출함으로써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심리학적 배경: 희소성에 대한 갈망(Psychological Underpinnings: Desire for the Unattainable)
현대 사회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Robert Cialdini)가 말한 희소성(scarcity) 원리에 따르면, 사람은 희귀하거나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을 더 가치 있게 여긴다(Cialdini, 2009). 어떤 대상이 너무 익숙해지면 그 대상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과 신비로움은 쉽게 시들어버린다(Lynn, 1992). 데이오세스는 이러한 인간 심리를 본능적으로 간파하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필요성을 각인시킨 뒤에 물러나 버림으로써, 그가 지닌 ‘중재자’로서의 가치를 극대화한 것이다.
오늘날 비즈니스나 일상 전략 측면에서 말하자면, “사람들이 당신을 당연하게 여기기 전에 잠시 사라져라”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그리고 당신이 없음을 경험한 사람들은 그제야 당신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닫고, 이전보다 더 높은 위치에서 당신을 다시 불러들일 것이다.
균형 잡기: 완전한 부재와 현존 사이(The Balancing Act: Presence Versus Total Invisibility)
하지만 전면적으로 사라져버리면, 사람들 기억 속에서 완전히 잊힐 위험도 존재한다. 존재와 부재의 법칙에서 핵심은 자신이 사라졌을 때 생기는 신비감을 유지하되, 완전히 무(無)가 되지 않는 것이다. 데이오세스의 경우, 장기간 모습을 감추면서도 결정적 순간에 법과 판결을 내리는 상징적 조치를 통해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를 통해 그는 멀리 있으면서도 메디아인들의 정신 속에서는 결코 잊히지 않았다.
사례 연구: 나폴레옹과 과잉노출에 대한 두려움(Case Study: Napoleon and the Fear of Overexposure)
프랑스의 군사·정치 지도자 나폴레옹 보나파르트(Napoleon Bonaparte)도 이 원리에 정통했다. 그는 “극장에 모습을 너무 자주 드러내면, 사람들은 나에게 눈길을 주지 않게 될 것이다”라고 한 마디로 정확히 짚었다(Napoleon, cited in Greene, 1998, p. 252). 이 한 문장은 지나친 노출이 가져오는 위험성을 꿰뚫어 본 것이었다. 실제로 그는 군사적 승리를 거둘 때마다 화려하게 귀환하는 반면, 때로는 조용히 물러나 기회를 엿보며 자신에 대한 관심이 식지 않도록 조율했다.
오늘날 정치 지도자들도 대규모 행사나 결정적인 순간 이후에는 일정 기간 언론 노출을 줄이곤 한다. 빈번한 기자회견, 정책 발표, 출연은 국민의 관심을 희석시키기 때문이다. **“제왕적 대통령제(imperial presidency) 스타일”**로 불리는 전략들도 데이오세스가 보여준 것과 흡사한 방식으로 공적 노출을 정교하게 조정한다.
개인 및 연애 관계에서의 적용(The Law Applied to Personal and Romantic Relationships)
첫 불꽃: 거리가 불러오는 열망(The First Spark: When Distance Fuels Desire)
존재와 부재의 법칙은 개인적인 관계, 특히 연애 관계에서 더욱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연애 초기에는 상대방에 대한 미지의 영역이 매력적인 후광을 만들어낸다. 둘이 서로를 자세히 알게 될수록, 이 환상은 점차 옅어지기 마련이다.
이는 심리학의 ‘습관화(habituation)’ 개념과 맞닿아 있다. 같은 자극에 반복해서 노출되면 반응 강도가 떨어지는 것처럼, 연애에서도 상대방에 대해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알게 되면 처음 느꼈던 설렘이나 신비감이 사라진다. 여기서 잠시 물러나거나, 자율적인 공간을 갖는 것은 상상력을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전부를 다 보여주기 전에 잠시 숨죽이는 시간, 혹은 각자의 공간을 존중하는 태도는 관계에서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지나친 부재: 소외감 조성의 위험(Too Much Absence: The Risk of Alienation)
물론 이 법칙을 개인 관계에서 적용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지나치거나 이유 없는 거리 두기는 무관심이나 냉담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인 관계는 신뢰와 소통에 기반을 두므로, 절대적인 거리 두기는 상호 존중과 유대감을 해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적절한 타이밍과 의도가 중요하다. 잠깐씩 떨어져 있으면서 갈등의 여지를 정리할 시간을 갖거나, 서로를 새롭게 바라볼 계기를 만드는 것은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그러나 장기적·의도적으로 사라져 버리면 상대방이 상실감이나 배신감을 느낄 수 있다.
희소성의 법칙: 경제학적 유추(The Scarcity Principle: Economic Parallels)
상품에서 개인 기술로 확장(From Goods to Personal Skills)
현대 경제이론에 따르면, 희소성은 시장 가치의 핵심 요소다. 수요가 높은데 공급이 제한적인 상품일수록 그 가치가 상승한다(Lynn, 1992). 이 원리는 개인의 재능이나 능력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누군가가 자신의 전문성을 흔하게, 쉽게 내놓으면 그 가치는 빠르게 떨어질 수 있다(Cialdini, 2009).
예컨대 어떤 컨설턴트나 전문가가 끊임없이 저가로 고객을 구하려고 하면, 시장에서는 그를 ‘평범한’ 존재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매우 소수의 프로젝트만 선택적으로 진행하고, 그만큼 높은 보수를 요구하는 전문가는 더욱 각광받는다. 데이오세스가 처음에는 공정한 재판관으로 등장해 수요를 폭증시킨 뒤 돌연 자리를 비움으로써, 자신의 필수적 가치를 극적으로 증명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부재의 시그널 효과(The Signaling Effect of Absence)
경제학에서 ‘신호이론(signaling)’은 말이 아니라 행동을 통해 정보를 전달한다는 개념이다. 부재를 연출하는 것은 “나는 가치가 높으니 아무나 쉽게 접할 수 없는 존재”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강력한 신호가 된다.
기업 경영자나 고위 임원들이 지나치게 회의 일정을 빡빡하게 잡지 않고, 언론과의 접촉도 제한적으로 가져가려는 이유 역시 이와 유사하다. 이는 그들이 유능함과 희소성을 시사하는 일종의 퍼포먼스일 수 있다. 데이오세스가 요새화된 도시를 건설해 스스로를 격리한 것도 “나와 대면하는 것은 당신들의 권리가 아니라 특권”이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 볼 수 있다.
현대적 적용: 미디어, SNS, 그리고 셀러브리티 문화(The Modern Relevance: Media, Social Networks, and Celebrity Culture)
디지털 시대의 과잉 노출(Overexposure in the Digital Age)
SNS, 24시간 뉴스, 실시간 연결이 일상이 된 시대에는 과잉 노출의 위험이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셀러브리티나 인플루언서, 심지어 일반인들도 끊임없이 게시물을 올리다가, 어느새 본인 스스로가 배경음처럼 여겨지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한다.
**“계속해서 누군가의 화면에 등장하면, 그들은 더 이상 당신을 신선하게 느끼지 않는다”**는 오늘날의 격언은 데이오세스의 사례와 어우러진다. 그래서 어떤 배우는 SNS 활동을 전혀 하지 않거나, 베스트셀러 작가가 인터뷰를 극도로 자제할 때, 오히려 대중들은 그들을 더 궁금해하고 소중하게 여긴다.
리더와 인플루언서를 위한 교훈(Lessons for Leaders and Influencers)
최고경영자(CEO)나 정치인 같은 현대의 리더들도 점점 커뮤니케이션을 신중하게 관리한다. *‘이벤트성 연설’*을 계획하고, 필요할 때만 기자회견을 열며, 일상적 발표는 대변인이나 SNS에 맡기는 식이다. 이렇게 해서 공적 노출의 시간을 최소화하면, 사람들은 그들의 등장을 더욱 주목하게 된다.
SNS 인플루언서 역시 존재와 부재의 법칙을 활용해 ‘온라인 단식 기간(offline break)’을 선언하기도 한다. 그러면 팔로워들은 그들의 복귀를 손꼽아 기다리고, 다시 등장했을 때 폭발적인 관심을 받는다. 이는 ‘등장(관심 유도) → 잠시 소멸(희소성 강화) → 재등장(가치 재고)’이라는 주기적 패턴을 통해 사람들이 끊임없이 주목하게 만드는 전략이다.
비판과 한계(Criticisms and Caveats)
윤리적 차원(Ethical Dimensions)
한편으로, 이런 식의 ‘부재 연출’은 조작이나 기만에 가깝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지도자나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접근성을 의도적으로 제어함으로써 지위를 높이는 행위가 과연 진정성 있는가? 현대사회에서는 투명성과 정직성이 중요한 덕목이기에, *“노출 빈도 줄이기 게임”*이 들통나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더불어, 항상 베일에 싸인 통치는 권력 남용이나 책임 회피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 데이오세스의 경우는 메디아를 안정시켰지만, 상황에 따라 이런 방식의 독점적인 권력 집중이 새로운 독재의 씨앗이 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실질적 역량의 중요성(The Need for Substance)
단지 자리를 비우는 것만으로 존경을 오래 유지할 수 없다. 데이오세스가 신망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판관 시절 보여준 공정성과 현명함이 국민들의 마음에 깊이 각인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나폴레옹 역시 군사적·행정적 성과가 없었다면, 사람들이 쉽게 그의 부재를 낭만화하지 않았을 것이다.
즉, 어느 분야에서든 부재 전략의 순간적 이득은 반드시 실질적인 능력과 성과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한다. ‘겉으로만 희소성 전략을 취할 때’ 사람들은 결국 속내를 파악하고, 조만간 신뢰를 거두어들일 것이다.
종합 및 시사점(Broader Implications and Synthesis)
헤로도토스가 전한 데이오세스 이야기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인간은 가까이에서 흔히 접할 수 없는 대상을 더욱 신비롭고 숭고하게 인식한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연애, 비즈니스, 정치, 예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 권력과 신비감: 지도자는 언제 어떻게 ‘사라짐’을 연출해야 하는지 잘 이해해야 한다. 너무 자주 드러나면 권위가 약해지고, 절묘한 타이밍에 모습을 감추면 오히려 권위를 극대화한다.
- 관계 역학: 연인 관계에서도 일시적 거리 두기는 열망을 재점화하지만, 지나치면 소외와 불신을 낳을 수 있다.
- 직업적 가치: 희소성 원리에 따라, 자신의 기술이나 지식을 남발하기보다 제한적으로 제공할수록 시장 가치는 높아진다.
- 문화적 현상: SNS와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에는 과도한 노출이 손쉽게 ‘일상화’로 이어진다. 선택적 ‘부재’가 오히려 더 깊은 주목을 이끌어낼 수 있다.
결국 관건은 ‘때로는 사라짐이 필요한 순간’을 정확히 인지하고, 그 사이에 진정한 역량과 가치를 어떻게 쌓아두느냐에 달려 있다.
결론(Conclusion)
판관으로서 권력의 정점에 달했을 때 오히려 자리를 떠나 버리고, 그 결과 메디아인들의 간청으로 왕의 자리에 오른 데이오세스의 이야기는 “당신이 없어져야만 당신을 다시 부르게 될 것”이라는 역설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데이오세스가 잠시 물러났을 때 메디아가 겪었던 혼란은, 그가 얼마나 필수적인 인물인지를 거듭 확인시켰다. 그는 존재를 감춤으로써 오히려 존경과 두려움을 동시에 얻었고, 결국 권력 기반을 더욱 확고히 했다.
이 고대 사례가 전하는 교훈은 하나다: 리더십이든 애정이든, 때때로 ‘적게 보일수록 많아진다’는 역설적 진실이 작동한다. 하지만 이 법칙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줄 실제 역량과 성과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한순간의 신비로움은 곧 의심과 환멸로 바뀌고 말 것이다.
나폴레옹이 극장 출현을 자제했다고 밝힌 문장, 그리고 현대 마케팅에서 희소성 원리를 강조하는 수많은 전략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결론은 명확하다. 인간은 쉽게 얻을 수 없고, 자주 볼 수 없는 대상을 동경하고 확대해석한다. 권위를 얻고 싶다면, 사랑을 지속시키고 싶다면, 혹은 브랜딩 가치를 높이고 싶다면, 언제 어떻게 ‘사라질지’를 고민하라. 즉, 데이오세스가 보여준 바와 같이, 존재와 부재를 정교하게 배치하는 지혜가 곧 권력의 원천이 된다.
참고문헌(References)
- Cialdini, R. (2009) Influence: Science and Practice. 5th edn. Boston: Pearson.
- Greene, R. (1998) The 48 Laws of Power. New York: Viking.
- Herodotus (2003) The Histories. trans. by Waterfield, R.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 Lynn, M. (1992) ‘Scarcity’s enhancement of desirability: The role of naive economic theories.’ Basic and Applied Social Psychology, 13(1), pp. 67–78.
- Napoleon (1857) Correspondance de Napoléon Ier. T. X: 1809. (cited in Greene, 1998)
“만약 내가 극장에 너무 자주 나타나면, 사람들은 더 이상 나에게 시선을 주지 않을 것이다.” — 나폴레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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