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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협상, 기술보다 신뢰가 중요한 이유

by 욕심쟁이77 2021.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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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노사 협상은 같은 조직 안에서 장기적으로 유지되는 관계에서 벌어지는 협상이기에 더욱 까다롭다. 협상 기술을 활용하기 전에 신뢰를 구축하는 원칙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여러 개의 항목을 두고 협상할 때 양측은 '바스켓-카타(BASKET-CATA)' 전략을 활용하는 게 유리하다. 또 여러 개의 항목을 동시에 의논하는 '실린더' 방식을 택해 서로 교섭이 가능한 부분을 조정하고, 상대방의 요구에 반대급부를 제시하는 '오버 앤드 언더' 방식으로 더 나은 대안을 만들어 나가자.

 

노사 협상에 신뢰 원칙이 중요한 이유

협상의 출발은 내가 누구와 협상을 하는 것인지 상대방을 정의(define)하는 것이다. 협상의 상대와 어떤 관계인지가 협상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관계의 성격은 크게 장기적, 단기적으로 구분할 수 있다. '단기적인 관계'의 에로는 관광지에서 기념품을 살 때 상점 주인과의 협상이라고 보면 된다. 가격이 가장 중요하며, 다시 볼 일 없는 상대방과의 관계를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반면 노사 관계는 협상의 상대 중 가장 '장기적인 관계'에 해당한다.

신뢰가 없는 노사는 협상에서 이른바 하이볼과 로우볼(high ball & low ball) 전술을 사용한다. 이 전술은 상대방이 어차피 거절할 제안임을 알면서도 더 높고 낮게 시작해야 내 목표에 근접할 수 있다고 여기는 전략이다.

신뢰를 구축하는 일은 어렵다.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잘못된 행동 하나가 신뢰를 망가뜨리기는 쉽지만 올바른 행동 하나로 신뢰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 노사가 협상 안건을 논의하기 전에 신뢰를 쌓기 위한 원칙을 세우고, 이를 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첫째, 노사가 신뢰 구축의 의지를 표명하자.
둘째, 치열하게 토론하되 합의된 약속은 무조건 지킨다.
셋째, 노사 양측이 공통의 목표(Shared Objectives)를 설정해야 한다.

 

첫 번째 기술:MPC

여러 개의 항목을 협상할 때 사용하는 협상 전략, 일명 MPC(Multi Pointed Claim, 복수 항목 협상)이다. 이때는 요청하는 쪽(Basket - 바스켓)과 받는 쪽(CATA - 카타)의 전략이 서로 다르다. 요청하는 쪽은 아래 순서를 따르는 MPC - 바스켓 전략을 사용한다.

1) 개별 항목에 집중해서 항목별로 상대방의 답변을 요구한다. 마치 요구 항목이 하나밖에 없는 것처럼 항목마다 타당한 근거로 무장해서 요구하며 설득하고, 피드백을 요구한다.

2) 답변의 형태는 3가지, '그렇다(Yes), '아니다(No)' '보류(Pending) 혹은 부분 동의'로 나눈다.

3) Yes를 받은 항목들은 모두 바스켓에 넣는다. 잡은 물고기이니 잠시 잊어버리고 다시 남은 항목으로 돌아간다. 더 강한 논거로 다시 설득을 시작한다.

요약하지만 바스겟 전략은 이미 합의가 된 항목은 잡은 물고기인 만큼 내 바스켓에 넣어 놓고 나머지 항목을 추가 협상하는 방식이다. 내가 잡은 물고기가 많아질수록 협상에 유리해진다. 반대로 요구를 받는 측에서는 MPC - 카타(CATA, Can't hAve Them All) 전략이 유용하다.

1) 상대방이 요구하는 개발 항목을 모두 경청한다. 단, 요구 사항을 모두 말할 때까지 피드백이나 의견을 제시하지 말자.

2) '이번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요구 사항의 우선순위 한두 개가 무엇인지' '왜 그것이 중요한지'의 이유를 묻는다.

3) 상대방의 우선순위를 알았다면 일은 쉬워진다. 나의 우선순위와 이유를 알려준 뒤 다음 협상까지 요구 사항(Wish List)과 양보 사항(Concession List)을 포함한 '숙고한 역제안(Considered Counter Proposal)'을 준비한다.

카타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별 항목의 요구에 절대로 그렇대(Yes), 아니다(No)등의 확답과 시그널을 줘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MPC 바스켓-카타 전략의 핵심은 요구하는 쪽 (BASKET)과 요구를 듣는 쪽(CATA)의 전략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기술: 실린더 전략

두 번째 전략은 '깔때기(Funnel)'가 아닌 '실린더(Cylinder)' 기술이다. 깔때기 협상은 합의가 이뤄진 항목을 빼 나가면서 결국 가장 중요한 항목만 남기는 방식이다. 마지막에 단 하나의 항목(Variable)을 놓고 협상하면 결국 흥정 (Haggle)밖에 할 것이 없다. 

 

실린더 협상은 여러 가지 항목(Variables)을 '확답 없이' 끝까지 몰고 가는 방식이다. 여러 가지 항목이 테이블이 있을 때 교섭 가능한 바게닝 영역(Bargaining Arena)이 적거나 없는 항목을 바게닝 영역이 더 큰 항목으로 채우는 '리패키지(Repackage)'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노사가 (A) 건강검진 예산 증액, (B) 일회성 상여금 지급, (C) 기본급 인상안을 두고 협상을 할 때, (B) 항목의 바게닝 영역에 여유가 있다면 (C)의 모자라는 부분을 채울 수 있다. (그림 2) 이렇게 전체 비용을 늘리지 않으면서 내가 가진 항목(Variables) 안에서 리패키지(Repackage)하는 방법은 흥정 없이 내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세 번째 기술: 오버 앤드 언더

마지막으로 노사 협상에 유용한 기술은 오버 앤드 언더(Over and Under)이다. 상대의 요구가 과도할 때 쓰는 전략으로 상대방이 요구한 만큼 반대급부를 요구해서 비용 중립(Money neutral)이 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만약 노조 측에서 임금 인상과 보너스, 명절 상품권, 건강검진 예산 증액, 영업 차량 업그레이드 등의 사항을 동시에 요구했을 때 사측에서 이를 다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럴 때 비용이 올라가는 오버(Over) 항목에 대해 비용이 감소하는 언더(Under) 항목을 요구하며, 중립선(Neutral line)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오버 앤드 언더 기술은 두 가지 이점이 있다. 상대방에게 나의 한계를 알려주면서 생각해보도록 만들고, 나 또한 상대방에게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만든다는 점이다. 이해를 다툰는 항목별로 왜 그게 중요한지, 각각의 이유를 대며 논쟁해봐야 협상은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오직 의미 있는 제안(Proposal)만이 협상을 진전시킨다.

노사는 가장 까다로운 협상의 상대다. 하지만 원칙을 세우고 신뢰를 쌓는 동시에 협상의 구조와 기술을 익히면 의미 없는 감정과 에너지를 소진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건설적인 협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 명심하자. 협상은 "갈등 상황에서 덜 중요한 항목을 더 중요한 항목과 교환하며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는 과정" 이다.

 

김의성 스캇워크 코리아 대표

출처: 동아 비즈니스리뷰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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