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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는 왜 뛰어난 리더들이 없을까

by 욕심쟁이77 2021.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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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상징이던 피라미드 형태의 수직적 구조가 퇴물이 되어 가고 있다. 강력한 권한의 소수 리더에 의존한 결정이 아닌 다수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통해 현명한 의사결정이 창출되는 조직이 필요하다. 집단지성의 플랫폼이 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 리더들의 새로운 역할은 무엇일까.

 

조직의 리더라는 자리에 오르기까지 성공의 경험을 축적하고 집단에서는 언제나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이들도 비합리적인 판단을 한다. 그런데 잘못된 의사결정들을 되짚어 분석하면 대부분 스스로는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 인지편향과 과신이라는 숨은 조정자를 찾게 된다. 
인지편향은 무의식의 작용으로서 누구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다. 그러나 리더의 인지편향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고 타인보다 엄격하게 통제되어야 한다. 다수의 사람을 대리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권력과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리더의 비합리적 의사결정은 국가의 시스템을 망가뜨리고 잘나가던 기업의 문을 닫게 하거나 회복하기 어려운 재해를 초래하는 등 막대한 폐해로 나타난다. 그리고 그 결과의 비용은 불행히도 모두의 몫이 된다.

지금을 위기의 시기라고 말하는 이유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있는 세상을 뉴노멀이라고 얘기하지만 과연 이후 정상(Normal)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는 세상이 가능할까. 
언제든 수시로 닥쳐올 ‘비정상’, 즉 위기에 대응하는 능력은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되어 버렸다. 진폭이 크고 속도가 빠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국가와 기업 등 모든 조직의 필수 역량으로 언급되는 이유다. 
조직의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것은 리더의 책무이며 이는 리더 자신의 본질적 변화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의사결정의 대부분이 인지편향에 휘둘린 판단의 결과임을 증명해 낸 행동경제학은 리더의 자기 인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한다.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스스로 ‘모른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따라서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었을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 바로 리더의 자기 인식이다. 

미래를 바꿀 혁신가이자 뛰어난 경영자인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기 힘들다”고 솔직히 토로했다. 그는 ‘리더가 가장 잘해야 하는 일 중 하나가 자신이 틀렸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리더의 자존심보다 회사가 ‘덜 잘못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리더의 ‘존재의 이유’는 무엇인가. “직원들이 리더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리더가 직원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일론 머스크의 단언에서 리더십의 본질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인간을 이해하는’ 역량
서점가에는 늘 ‘리더는 이래야 한다’고 주장하는 책들이 넘친다. 개념의 정의도 많고 트렌드에 따라 뜨고 지는 리더십의 유형도 다양하다. 유행하는 리더십의 유형에 부화뇌동하는 경영자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리더십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유형은 실제로는 존재할 수 없다. 위대한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일찌감치 “모든 환경에 들어맞는 리더십 역량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조직을 완벽하게 이끌어 갈 만능의 리더가 있는 게 아니라 외부 환경과 비즈니스의 성숙 단계, 직무 특성 등 요구되는 역할에 따라 그에 맞는 최적의 리더십이 있다는 얘기다. 

다만 행동경제학은 어떤 유형의 리더이든 하나의 자질만큼은 공통적으로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바로 ‘인간을 이해하는’ 역량이다. 서로 다른 개인들을 통합한 역량이 국가와 사회,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다.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 집단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조직문화, 소통의 길을 여는 역할이 바로 리더의 몫이고 이는 인간에 대한 이해 없이 절대로 가능하지 않다. 
리더의 판단과 의사결정에 얼마나 많은 오류가 발생하는지 꼼꼼하게 지적하는 실험과 사례들을 읽다 보면 때때로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착각과 오해들을 직시하고 인지편향에 지배당한 직관으로 자주 세상을 판단하고 있는 자신을 인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통계학자이자 의사인 한스 로슬링은 저서 ‘팩트풀니스(Factfulness)’에서 우리가 편견과 거짓으로 가득한 탈진실(Post-truth)의 시대를 살고 있으며 직관의 판단에 의존할 때 왜곡된 진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경고한다. 
팩트에 기반한 합리적 사고를 위해서는 편협한 인식과 고정관념을 의심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건 변화하는 세상과 정보에 대한 끊임없는 학습과 인간에 대한 탐구다. 더 나은 의사결정 능력을 키우려면 성공한 리더를 벤치마킹할 것이 아니라 먼저 ‘인간으로서 자신을 깨닫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아일랜드 트리니티칼리지의 신경심리학자 이안 로버트슨은 저서 ‘승자효과(The Winner Effect)’에서 모든 사람들은 권력을 갈망하며 “리더의 뇌가 권력에 취하면 사나운 개가 된다”는 말로 권력의 오남용을 경고했다. 속도와 안정, 도전과 신중, 분권화와 통합, 개인과 집단 등 공존이 어려운 양극단의 세상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존재가 바로 리더다. 

 

글 유효상 유니콘 경영경제연구원 원장

출처: Chief Executive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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