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드러커
시대를 앞서가는 경영철학과 미래사회에 대한 탁월한 통찰력으로 널리 알려진 피터 드러커는 1909년 11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공무원인 아버지와 의사인 어머니 사이에 장남으로 태어났다. 1931년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국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933년 영국으로 건너가 은행, 보험회사, 증권회사 등에 근무했다. 1937년 미국으로 이주한 뒤에는 사라 로렌스 대학, 베닝턴 대학, 뉴욕 대학에서 강의하는 한편 GM, GE와 같은 기업들에 대한 컨설팅을 담당했다. 1939년 최초의 저서 『경제인의 종말』을 출판한 이래 드러커는 정치, 경제, 그리고 사회 문제에 대해 날카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현대 조직 및 현대 경영학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로 자리매김했다. 1971년부터 캘리포니아 주 클레어몬트 대학의 피터 드러커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과 사회과학을 강의했으며, 피터 드러커 비영리 재단의 명예 이사장을 역임했다. 30년 이상 국내외에 걸쳐 기업, 공공기관, 정부 등에 대해 전략을 수립하고 또 분석해주는 자문 교수 및 컨설턴트로 일했으며, 세계 5개국으로부터 10개의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5년 11월 11일 96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저서로는 『넥스트 소사이어티』 『기업가 정신』 『위대한 혁신』 『혼란기의 경영』 『경영의 실제』 『리더의 도전』 『피러 드러커 자서전』 등이 있다.
제1부 경영혁신의 실천
제1장 기업가정신의 체계적 발휘
"기업가(entrepreneur)는 경제적 자원을 생산성과 수익성이 보다 낮은 곳으로부터 보다 높은 곳으로 이동시킨다"라고 1800년경 프랑스 경제학자 J. B. 세이(J. B, Say, 1767 ~ 1832)가 말했다. 그러나 세이의 정의는 '기업가'가 누구인지는 말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세이가 약 200년 전 이 같은 정의를 내린 후, 아직까지도 '기업가'와 '기업가정신'에 대한 정의를 두고 우리는 철저히 혼란에 빠져 있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는 종종 기업가를 '자기 자신의, 새롭고 규모가 작은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최근 미국 경영대학원의 인기 강좌인 '기업가 정신' 과정은, 30년 전 그와 같은 자기 소유의 소규모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을 위한 과정의 직계 후손이다. 그리고 많은 경우 별반 달라진 것도 없다.
하지만 모든 새로운 소규모 사업이 기업가적이거나 또는 기업가정신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교외에다 조제식품 판매점이나 멕시코식 식당을 또 하나 개업하는 부부는 분명 위험부담을 안고 시작한다. 그렇다고 그들이 기업가인가? 그들이 하는 것이라고는 예전에 누차 해왔던 일이다. 그들은 그 외식 수요가 늘어날지를 두고 도박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비자의 새로운 만족이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비록 그들이 하는 사업이 새로운 벤처기업이긴 하지만 분명 그들은 기업가는 아니다.
그러나 맥도널드 체인은 기업가정신이 발휘된 것이다. 분명 그것은 결코 새로운 것을 발명하지 않았다. 맥도널드의 최종 제품은 미국의 여느 점잖은 레스토랑이면 오래 전부터 만들어왔던 것이다. 그러나(고객이 바라는 '가치'가 무엇인가를 질문하고는) 경영의 개념과 경영기술을 적용하고, '제품'을 표준화하고, 프로세스와 기구를 디자인하고, 종업원이 해야 할 일을 분석한 후 훈련을 시킨다. 그리고 그 다음 필요한 표준을 정함으로써, 맥도널드는 자원의 생산성을 급격하게 향상시켰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장과 고객을 창출했다. 이것이 바로 기업가정신이다.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매우 위험이 크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예컨대 마이크로컴퓨터나 생명공학과 같이 매우 눈에 잘 띄는 하이테크 분야의 혁신은 진정 실패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그리고 성공률이나 심지어 생존율조차도 매우 낮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왜 이것이 꼭 그래야만 하는가? 기업가는 원칙적으로 생산성과 성과가 낮은 분야에 투입된 자원을 생산성과 성과가 높은 분야로 이동시킨다. 물론, 그들이 성공하지 못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심지어 조금만이라도 성공하게 되면, 거기서 발생하는 이익은 어떤 위험이라도 보상하고도 남음이 있다. 따라서 우리는 기업가정신을 발휘하는 것이 기존자원의 최적화를 추구하는 것보다 훨씬 덜 위험한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정말이지 경영혁신을 추구하는 것이 적절하고도 이익이 기대되는 분야에서, 즉 혁신의 기회가 이미 존재하는 분야에서 기존의 자원을 최적화하려고 노력하는 것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이론적으로, 기업가정신의 발휘는 가장 위험한 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가장 덜 위험한 것이어야만 한다.
사실, 기업가 정신과 경영혁신은 위험이 크다는 거의 일반화된 통념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할 만큼, 그 성공률이 높은 기업가적 조직들이 우리 주변에 무수하게 존재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에는 AT&T의 혁신 추진기관인 벨연구소(Bell Laboratories)가 있다. 1911년경 벨연구소는 자동교환대를 최초 설계한 것을 시작으로, 트랜지스터와 반도체의 발명뿐 아니라 컴퓨터에 관한 기초이론과 공학적 성과를 포함해 1980년경 광섬유 케이블을 설계하기까지 70년 동안 혁신적인 제품을 연이어 성공적으로 생산했다. 벨연구소가 이룩한 업적을 보면 심지어 하이테크 분야에서도 기업가정신과 경영혁신의 위험률이 낮을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IBM은 컴퓨터 산업에서도 빠르게 변하는 하이테크 분야에 진출해 있고, 전기 및 전자산업 분야에서는 ‘역전의 프로들’과 자웅을 다투고 있다. 하지만 지금껏 단 한 번의 중요한 실패를 기록하지 않았다. 그 점은 매우 평범한 산업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예컨대 세계 주요 소매업자들 가운데 가장 기업가적인 영국의 백화점 체인 마크스&스펜서도 실패를 경험하지 않았다. 자사 상표를 부착한 포장 소비재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프록터&갬블(Procter & Gamble)도 역시 거의 완벽하게 경영혁신을 추진해 오고 있다. 그리고 미네소타 주 센트폴에 있는 ‘미들 테크’ 업체 3M은 지난 60년 동안 약 100개의 새로운 사업체나 새로운 주요 제품을 시도했는데, 매 5건마다 4건을 성공했다. 이런 것들은 어쨌든 낮은 위험으로 혁신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몇몇 기업가의 예에 지나지 않는다. 낮은 위험으로 기업가정신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것들 가운데는 요행이거나, 신의 섭리라고 할 수 있는 것이거나, 어쩌다 그렇게 된 것이거나, 또는 우연한 결과인 것들이 너무도 많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제2장 목표지향적 경영혁신과 혁신기회의 7가지 원천
성공적인 기업가들은 그들의 개인적인 동기가 금전적이든, 권력이든, 호기심이든, 또는 명예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을 받기를 원하는 것이든 간에, 가치를 창조하고 인류 사회에 공헌하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그들은 목표를 높게 잡는다. 그들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을 단순히 개선하거나 변형시키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들은 새롭고도 다른 가치, 그리고 새롭고도 다른 만족을 창출하고자 노력하고, ‘물질’을 ‘자원’으로 바꾸어놓고자 노력한다. 또는 기존의 자원을 새롭고도 더 나은 생산적인 모습으로 결합시키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새롭고도 다른 것을 할 수 있도록 항상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곧 변화다. 그러므로 체계적 경영혁신(systematic innovation)은 변화를 목표지향적·조직적으로 탐색하고, 그런 변화가 불러올 수 있는 경제적 ·사회적 혁신 기회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활동이다.
일반적으로, 이들 변화는 이미 발생되어 왔거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것들이다. 성공적인 경영혁신의 내용을 보면 압도적 다수가 변화를 활용한다. 분명, 혁신 그 자체가 중요한 변화인 경우도 있다. 라이트(Wright) 형제가 발명한 비행기가 그 예다. 하지만 이는 매우 특수한 예다. 성공적인 혁신들은 대부분 생각보다 훨씬 더 평범한 것으로, 그것들은 변화를 활용한 결과다. 따라서 경영혁신의 기본 원칙(그리고 이것은 기업가정신을 발휘하기 위한 지식의 기초다)은 체계적인 현상진단 원칙이다. 즉 전형적으로 기업가적 기회를 제공하는 변화들을 체계적으로 검토하는 것 말이다.
구체적으로 말해, 체계적 경영혁신 활동은 혁신 기회를 찾기 위한 7가지 원천의 탐색을 의미한다.
그 가운데 처음 네 가지는, 영리기업이든 공공서비스 기관이든, 또는 제조업이든 서비스 부문이든 간에, 대상 기관 내부에 존재한다. 따라서 이 네 가지 원천은 일차적으로 제조업 또는 서비스 부문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눈에 띈다. 이는 기본적으로 징후들이다. 그러나 이들 징후는 이미 발생했거나 별다른 노력 없이도 발생시킬 수 있는 변화를 알려주는 매우 믿을 만한 지표들이다. 네 가지 원천은 다음과 같다.
• 예상치 못했던 것들:예상치 못했던 성공, 예상치 못했던 실패, 예상치 못했던 외부 사건
• 불일치:실제로 발생한 현실과 발생하리라고 가정되었던 현실 또는 ‘당연히’ 발생해야 할 현실 사이의 불일치
• 프로세스의 필요에 기초한 경영혁신
• 산업구조 또는 시장구조의 변화:아무도 모르는 사이 일어난 변화
혁신 기회를 탐색하기 위한 두번째 부류의 원천들, 즉 세 가지 원천은 기업 또는 산업 외부에서 발생하는 변화와 관련된다.
• 인구구조의 변화
• 인식, 분위기, 그리고 의미의 변화
• 새로운 지식:과학분야의 지식 및 비과학분야의 지식
경영혁신 기회를 제공하는 7가지 원천을 구분하는 경계선은 불분명하며, 그것들은 서로 상당히 중복되기도 한다. 그것들은 동일한 건물에 부착되어 있지만 방향이 다른 7개의 창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제3장 원천 1―예상치 못했던 일
예상치 못했던 성공
성공적인 혁신을 추진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기회로서 예상치 못했던 성공보다 더 풍부한 기회를 제공하는 원천도 없다. 다른 어떤 혁신 기회도 이보다 덜 위험하고 또 힘이 덜 드는 원천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했던 성공은 거의 완전히 무시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경영자들은 그것을 적극적으로 부정하려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하나의 예가 있다.
30년도 더 전에, 나는 뉴욕 최대 백화점 매이시의 사장인 R. H. 매이시(R. H. Macy)로부터 “가정용품의 판매가 너무 늘어나고 있는데, 이것을 줄이는 방법을 몰라 고민하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어리둥절해진 나는 되물었다. “왜 줄이려고 합니까?, 그 부문에 손해를 보고 있습니까?”
그는 대답했다. “그 반대입니다. 그것들은 최근 유행하는 상품들보다 이익이 더 많습니다. 반품도 없고 사실상 좀도둑도 맞지 않습니다.”
나는 이어 “가정용품 고객이 유행품 고객을 쫓아버립니까?”라고 재차 물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그렇지 않아요. 과거 우리는 유행품을 사러온 고객에게 가정용품을 팔아왔는데, 요즘은 가정용품을 사러온 고객에게 유행품을 자주 팔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고 잠시 뜸을 들이고는 계속 말했다. “우리와 같은 백화점에서는 유행품의 매출액이 전체 매출액의 7할이 되어야 정상적이고 또 건강한 것입니다. 가정용품 매출이 너무 빨리 늘어나서 지금은 전체 매출의 6할에 이르렀습니다. 이것은 비정상적입니다. 우리는 유행품 매출이 정상적인 수준을 회복하도록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지만, 잘 되지
않습니다. 지금 남아 있는 단 하나의 수단은 가정용품 매출을 정상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일뿐입니다.”
이런 일이 있은 후 거의 20년 가까이, 매이시 백화점의 뉴욕 지점은 혼미를 거듭했다. 매이시가 뉴욕 소매시장에서 지배적인 지위를 이용하지 못하고 혼미를 거듭하게 된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뉴욕 중심가가 황폐하게 되었다거나, 어쩌면 점포의 규모가 ‘너무 커서’ 점포의 경제성이 없었다거나 하는 등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실은, 1970년 새로운 경영자가 들어서면서 초점을 바꾸고는 가정용품이 전체 매출에 공헌하는 바를 인정하자마자, 매이시 백화점은 도심의 황폐화, 높은 인건비, 그리고 점포의 규모에도 불구하고 즉각
다시 번창하기 시작했다.
매이시가 예상치 못한 성공을 거부했었던 바로 그 무렵, 또 다른 뉴욕의 백화점 블루밍데일(Bloomingdale)은 똑같은 예상치 못했던 성공을 이용해서 뉴욕 소매시장에서 제2위의 자리를 차지했다. 당시 블루밍데일은 기껏해야 겨우 4위였는데도 매이시 백화점보다 유행품 비중이 한층 더 컸다. 그러나 1950년대 초 가정용품의 매출이 증가하기 시작하자, 블루밍데일은 이 기회를 활용했다. 블루밍데일은 뭔가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것을 분석했다. 블루밍데일은 그 다음 가정용품 백화점으로서 시장에서 새로운 위치를 구축했다. 블루밍데일은 또한 유행품과 의류 판매에 다시 초점을 맞추고는 새로운 고객을 유치했다. 가정용품의 폭발적인 판매증가를 불러온 바로 그 고객은 단지 또 하나의 고객이 출현하고 있다는 징후였던 것이다. 매이시는 매출액에 있어서는 지금도 여전히 뉴욕에서 제1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블루밍데일은 ‘멋진 뉴욕 백화점’이 되었다. 그리고 그 짧은 30년 동안 소매업계의 경쟁자들이었던 여러 백화점들은, 예컨대 그 당시 강력한 제2위의 백화점이었고 1950년대 유행품을 주도했던 베스트(best)는 사라지고 없다.
예상치 못했던 외부의 사건은 어쩌면 대규모 기업에게는 최소의 위험에다 최대의 기회를 제공하는 혁신 영역이 될지도 모른다. 예상치 못했던 외부의 사건은 특히 규모가 큰 기존의 기업이 추진하는 경영혁신에 적합한 분야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전문기술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분야일지도 모르며, 그리고 자원을 재빨리 동원하는 능력의 유무가 가장 큰 차이를 내는 분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앞의 사례들이 또한 보여주는 바와 같이, 단순히 규모가 크고 기반이 튼튼한 기업이라고 해서 그기업이 예상치 못했던 외부의 사건을 인식하고, 그것을 활용하려고 스스로 성공적으로 준비할 것으로 보증하지는 않는다.
달리 말해, 기회는 늘 있다. 그것은 커다란 기회이고 또 자주 찾아온다. 게다가 그런 기회가 오면, 그것은 커다란 약속이며, 특히 기존의 규모가 상당히 큰 기업에게는 각별히 그렇다. 하지만 그런 기회는 단순히 행운이나 직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을 필요로 한다. 그런 기회들은 기업으로 하여금 경영혁신의 기회를 찾아나설 것을, 그것에 필요한 조직을 갖출 것을, 그리고 그것을 활용할 수 있도록 관리할 것을 요구한다.
제4장 원천 2―불일치
불일치(incongruity)란 현재의 것과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 또는 실제 현실의 모습과 모두가 그래야 한다고 가정하고 있는 현실의 모습 사이의 괴리이자 부조화다. 우리는 불일치가 발생한 이유를 잘 모를 수도 있다. 정말이지, 때로는 그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불일치 현상이 나타나면 그것은 경영혁신의 기회가 왔음을 알리는 한 징후인 것이다. 지질학자의 용어로 표현하면, 이는 지하에 ‘단층’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런 단층은 바로 경영혁신을 위한 초대장이다. 그것은 불안정 상태를 창출하는데, 그런 불안정 상태에서는 비교적 작은 노력으로도 큰 것을 이동할 수 있으며, 그리고 경제의 모습 또는 사회의 모습에 변혁을 불러올 수 있다. 그러나 불일치는 경영자들이 받아보고 주의를 기울이는 통계숫자나 보고서에 대체로 잘 나타나지 않는다. 각종 불일치는 양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질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성공 여부에 관계없이 예상치 못했던 사건과 마찬가지로, 불일치는 변화의 징후다. 그 변화가 이미 발생했든 것이든 또는 앞으로 발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든 간에 말이다. 예상치 못했던 사건의 저변에 깔려 있는 변화와 마찬가지로, 불일치의 저변에 깔려 있는 변화는 산업, 시장, 프로세스 내에서 발생하는 변화다. 그러므로 불일치는 산업, 시장 또는 프로세스 내부에 있거나 근접해 있는 사람들은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 그것은 그들 눈앞에 직접 놓여 있다. 하지만 그런 불일치를 당연한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는 내부 사람들은
종종 그것을 무심코 지나쳐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그것은 항상 그랬던 그대로이다”라고 말하곤 하는데, 심지어 “항상 그랬다”라는 것이 아주 최근에 발생한 사태인데도 말이다.
불일치의 종류를 몇 가지로 나누어 보면 다음과 같다.
• 어떤 한 산업(또는 어떤 한 공공서비스 분야)의 경제적 현실들 사이의 불일치
• 어떤 한 산업(또는 어떤 한 공공서비스 분야)의 현실과 그 현실에 대한 제반 가정들 사이의 불일치
• 어떤 한 산업(또는 어떤 한 공공서비스 분야)에 투입되는 노력과 그 산업의 고객 가치관 및 기대 사이의 불일치
• 프로세스의 리듬 또는 논리의 내부적 불일치
제5장 원천 3―프로세스상의 필요
“기회는 경영혁신의 원천이다”라는 것이 앞선 두 장의 주제였다. 그러나 옛날 속담에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다”라는 것도 있다. 이 장에서는 ‘필요(need)’를 경영혁신의 원천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정말이지 중요한 혁신 기회로 인식한다.
우리가 경영혁신 기회의 원천으로서 논의하게 될 ‘필요’는 매우 구체적인 것인데, 나는 이것을 ‘프로세스상의 필요성(process need)’이라고 부른다. 그것은 막연하거나 일반적인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것이다. 예상치 못했던 것, 또는 불일치와 같이 그것은 어떤 기업, 어떤 산업, 어떤 서비스 부문 내부에 존재한다. ‘프로세스상의 필요성’에 기초한 몇몇 혁신은 불일치를 이용하고, 또 다른 몇몇 혁신은 인구구조의 변화를 이용한다. 정말이지, ‘프로세스상의 필요성’은 다른 혁신의 원천들과는 달리 내부 환경이든 외부 환경이든 간에, 환경 변화를 출발점으로 삼지 않는다. 그것은 마땅히 해야만 할 일을 기초로 시작한다. 그것은 상황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과업에 초점을 맞춘다. 그것은 기존의 프로세스를 완성시키며, 결함이 있는 연결부분을 대체하며, 새로운 지식을 활용해 기존의 낡은 프로세스를 다시 디자인한다. 종종 그것은 ‘잃어버린 연결고리’를 찾음으로써 프로세스를 완성시킨다.
‘프로세스상의 필요성’에 기초한 경영혁신에서는 조직에 근무하는 모든 사람이 그 필요가 이미 존재한다는 것을 언제나 알고 있다. 그런데도 그 필요에 대해 아무도 무슨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그러나 경영혁신이 추진되면, 그 필요는 즉각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곧이어 그것이 ‘표준’이 되게 마련이다.
제6장 원천 4―산업구조와 시장구조의 변화
크든 작든 간에, 세계 자동차 회사들은 모두 응전을 해오고 있었으며,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죽을 운명에 놓여 있다. 그러나 규모가 작고 또 꽤나 한계적인 세 개의 자동차 회사들이 세계화 추세를 혁신의 주요 기회로 삼았다. 그것들은 볼보, BMW, 그리고 포르셰였다.
1960년경 자동차 시장이 갑자기 변하게 되자, 다가올 ‘재편’ 과정에 세 회사는 사라져버릴 것이라는 쪽으로 내기를 거는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그런데 현실은 세 회사 모두 성과가 좋았으며, 그리고 그것들이 주도권을 잡는 틈새시장을 스스로 찾아냈다. 그것들은 너무도 완벽하게 혁신전략을 추진했기 때문에 스스로를 사실상 전혀 다른 회사로 그 면모를 일신했다. 1965년 볼보는 규모가 작았고, 생존투쟁을 벌이며 겨우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정도였다. 몇 년 동안 볼보는 엄청난 돈을 날려버렸다. 그러나 볼보는 그 과정에서 말하자면 제2의 창업을 했던 것이다. 볼보는 우리가 ‘감각이 있는’ 자동차라고 부를 그런 세계 시장에서, 특히 미국 시장에서 강력하면서도 공격적인 판매자가 되었다. ‘감각이 있다’라는 것은 그다지 사치스럽지 않은 대신 저가 자동차와는 한창 거리가 멀고, 전혀 유행을 따르지 않지만, 튼튼하고 공통적인 감각과 ‘더 나은 가치’를 발산하는 그런 것을 의미했다. 볼보는, 자신이 몰고 있는 자동차를 통해 그들이 얼마나 성공했는지를 과시할 필요가 없는, 그러나 ‘올바른 판단력’을 가진 사람으로 평가받는 것을 가치 있게 생각하는 전문직 종사자들을 위한
자동차를 판매하는 회사로 자사를 부각시켰다.
1960년 볼보보다 그다지 더 낫다고 할 것이 없는, 마찬가지로 한계 기업이었던 BMW 또한 성공했다. 특히 이탈리아와 프랑스 같은 나라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BMW는 자사를 ‘젊은 유망주들’을 위한, 즉 자신들이 젊은이로 인정받기를 원하면서도 이미 자신들이 하는 일과 직업에서 상당히 성공을 거둔 사람들을 위한, 자신들은 ‘남다르다는 것을 안다’는 사실을 과시하면서 기꺼이 그에 대해 대가를 치르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로 자리를 잡았다. BMW는 부유한 사람들에게도 손색이 없는 자동차이지만, ‘대를
이어오는 사람이 아닌 자’로 취급받기를 바라는 풍족한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춘다. 메르세데스와 캐딜락이 회사 사장들과 국가 수반들을 위한 자동차인 반면, BMW는 억센 사나이를 위한 자동차이고 또 ‘최상의 운전기계’로 자부했다.
마지막으로 포르셰(원래는 스타일이 독특한 폴크스바겐이었다)는 자사를 스포츠카, 즉 수송수단으로서보다는 속도를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단 하나의 유일한 자동차를 생산하는 회사로 다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사실상 달라진 사업 환경에서 스스로 혁신을 하지 않고 또 다른 것을 보여주지 못한 회사들, 즉 그들의 기존 방식을 답습한 소규모 자동차 회사들은 거의 도산하고 말았다. 예를 들면, 영국의 MG는 30년 전에는 지금의 포르셰와 같이 뛰어난 스포차카 메이커였다. MG는 현재 거의 사라진 상태다. 그리고 시트로앵은 어디에 있는가? 30년 전만 해도 시트로앵은 굳건한 혁신적인 공학기술과 튼튼한 차체를 가진 중산층을 위한 자동차였다. 시트로앵은 현재 볼보가 확보한 틈새시장에서 가장 이상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트로앵은 자사의 사업을 진지하게 숙고하고 또 혁신을 하는 데 실패했으며, 그 결과 제품도 전략도 없이 되고 말았다.
제7장 원천 5―인구구조의 변화
7가지 혁신 기회의 원천들 가운데 나머지는 다음과 같다.
•인구구조의 변화
•인식, 의미, 그리고 분위기의 변화
•새로운 지식의 등장
이런 것들은 외부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그것들은 사회적·철학적·정치적·지적 환경의 변화들이다.
외부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화들 가운데 인구구조의 변화, 즉 총인구, 연령구조, 성별구조, 고용통계, 교육수준, 그리고 소득구조 등 인구통계의 변화로 정의되는 것이 가장 분명하다. 그것들은 모호하지 않다. 그런 변화가 불러올 결과들은 가장 예측이 가능한 것들이다.
인구구조의 변화는 또한 리드 타임(lead time:경영학에서는 어떤 물건을 주문해 창고에 입고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의미하지만, 여기서는 주요 사건이 발생해 종결이 되는 시점까지의 기간을 의미함)을, 그것도 거의 확실한 것을 알고 있다. 2000년 미국의 노동시장에 등장할 사람들은 이미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물론 그들이 꼭 미국에서 살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지금부터 15년 후 미국의 근로자들로 일을 하게 될 많은 사람들 가운데는, 현재 멕시코 푸에블로에 살고 있는 아이들일 수도 있다). 2030년경 선진국에서 은퇴 연령에 이르게 될 모든 사람들은 이미 일을 하고 있으며, 게다가 대부분의 경우 그들이 은퇴하거나 또는 죽을 때까지 하게 될 그런 직업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20대 초반 또는 중반의 청년들이 획득한 교육수준은 앞으로 40여 년 간 그들의 경력경로를 대체로 결정하게 될 것이다.
인구구조는 어떤 물건이 팔리게 될지, 그것을 누가 구입할지, 그리고 얼마나 팔릴지에 대해 큰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미국의 10대들은 싸구려 신발을 매년 여러 켤레 구입한다. 그들은 오래 신을 수 있는 신발이 아니라 유행하는 것을 구입하지만 지갑은 어쩔 수 없이 얄팍하다. 바로 그들이 10년 후에는 매년 신발을 사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아마도 그들이 17세였을 때 구입했던 양의 6분의 1쯤 될지는 모르지만, 그 대신 그들은 편안하고 또 오래 신는 것을 첫번째로, 그리고 유행은 두번째로 고려한다. 선진국에 사는 60~70대 노인들은, 다시 말해 갓 은퇴를 한 사람들은 여행과 레저 시장에 주요 고객이 된다. 그들 또한 10년만 지나면 은퇴자들이 사는 주택, 양로원, 그리고 여러 (값비싼) 의료서비스를 요구하는 고객이 된다. 맞벌이 부부는 돈 쓸 시간보다는 돈이 더 많고, 그리고 그런 것을 고려해 돈을 쓴다. 젊은 시절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 특히 전문직업 또는 기술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10~20년 후에는 고급전문가 과정의 고객이 된다.
여행 및 휴가업계에서 클럽 메드(Club Med)가 성공한 것 또한 인구구조의 변화를 활용한 결과다. 즉 유럽과 미국에서 풍요하고도 교육수준은 높지만, 근로계층을 벗어난 지 한 세대밖에 안 된 젊은 성인인구가 엄청나게 많이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직은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해 자신감이 없으며, 여전히 자신들을 여행가로 취급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휴가, 여행, 그리고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아는 누군가를 만났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게다가 그들은 근로계층의 부모들 또는 자신들보다도 나이가 많은 중산층 사람들과는 진정 어울리기가 싫었다. 따라서 그들은 과거 10대들이 즐겨 찾던 저급한 오락장의 새로운 ‘이국적인’ 변형물이 나타나기만 하면 즉각 고객이 될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제8장 원천 6―개념의 변화
“물컵에 반이 차 있다.”
수학에서는 “물컵에 반이 차 있다”와 “물컵에 반이 비어 있다”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없다. 그러나 이 두 문장의 의미는 전혀 다르고, 따라서 그 결과도 철저히 다르다. 만약 일반적인 인식 또는 지각(perception)이 반쯤 물이 담긴 물컵을 ‘반이 찬 것’으로 보는 것에서부터 그것을 ‘반이 빈 것’으로 보는 것으로 변하면, 그 경우 중요한 혁신 기회가 존재한다.
1. 모든 사실적인 증거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즉 1960년대 초 이후 내내 미국인들의 건강상태는 전례없이 호전·개선되었다. 신생아의 사망률을 보든, 매우 나이가 많은 사람들의 생존율을 보든, 암(폐암은 제외하고) 발생률을 보든, 또는 암의 치유율을 보든, 그리고 그 밖의 것을 보더라도, 육체적 건강과 기능에 대한 모든 지표들은 지속적으로 상승해 오고 있었다. 그런데도 미국은 집단우울증에 걸려 있다. 일찍이 건강에 대해 이처럼 관심을 둔 적도, 그리고 이토록 걱정한 적도 없었다. 갑자기 모든 것이 암을 유발하거나 퇴행성 심장병이나 또는 조기 기억상실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 물컵은 분명 “반이 비어 있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건강과 기능의 획기적인 개선이 아니라, 우리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영생과는 거리가 한참 멀고, 그것을 향해 전혀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사실, 만약 지난 20년 동안 미국인들의 건강상태상에서 어떤 실질적인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정확히 말해 건강과 육체미에 대한 지나친 관심, 즉 늙고, 육체적 아름다움을 상실하고, 만성질병에 걸리고, 또는 노화현상이 나타나는 것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25년 전에는, 국민 건강상 심지어 조그마한 개선만 있어도 커다란 진전으로 인식되었다. 지금은 심지어 커다란 개선마저도 거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각상의 변화를 일으킨 원인이야 무엇이든 간에, 지각상의 변화는 실질적으로 혁신 기회를 창출한다. 한 예로서 그것은 건강과 관련된 새로운 잡지 시장을 창출했다. 그 가운데 하나인 <아메리칸 헬스(American Health)>는 창간한 지 2년 만에 발행부수 100만 부를 돌파했다. 그것은 전통적인 식품들이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활용해 꽤나 많은 새로운 혁신적인 사업 기회를 창출했다. 콜로라도 주 보울더 시에 자리한 셀레스티얼 시즈닝스(Celestial Seasonings)라는 회사는 1960년대 후반 산에서 약초를 캐어 포장을 하고는 길거리에서 내다파는 ‘꽃을 파는 어린이들’ 가운데 한 명이 시작한 것이었다. 15년 후, 셀레스티얼 시즈닝스는 매년 수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성장했다. 그러고는 한 대규모 식품가공회사에 2,000만 달러 이상을 받고 매도되었다. 수익성 높은 건강식품 체인회사들이 많이 등장했다. 조깅 관련용품 또한 큰 사업으로 성장했으며, 1983년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새로운 기업은 실내 운동기구를 생산하는 회사였다.
제9장 원천 7―새로운 지식
지식에 기초한 경영혁신(knowledge-based innovation)은 기업가정신을 발휘하는 방법으로서는 ‘최상급의 혁신’이다. 그것은 매스컴을 탄다. 그것은 돈이 된다. 사람들이 경영혁신이라고 말할 때 일반적으로 의미하는 것이 바로 지식에 기초한 경영혁신이다. 물론, 지식에 기초한 경영혁신이 하나같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어떤 것들은 정말 사소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몇 안 되는 중요한 경영혁신 가운데 지식에 기초한 경영혁신은 높은 자리를 차지한다. 그렇긴 해도 지식에 기초한 경영혁신이 필수적으로 과학상의 혁신 또는 기술적인 혁신은 아니다. 지식에 기초한 사회 혁신(social innovation) 역시 마찬가지로 또는 심지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지식에 기초한 경영혁신은 그 기본적인 성격부터 여느 혁신들과 다르다. 소요기간, 실패율, 예측 가능성, 그리고 그것이 기업가들에게 안겨주는 도전이라는 차원에서 말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최상급의 혁신’과 마찬가지로 지식에 기초한 경영혁신은 까다롭고, 변하기 쉽고, 관리하기가 어렵다.
지식에 기초한 경영혁신이 필요로 하는 것
지식에 기초한 경영혁신의 특성 때문에, 지식에 기초한 경영혁신을 추진하는 데는 구체적인 요건들이 갖추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 같은 요건들은 다른 종류의 혁신과는 다르게 마련이다.
1. 먼저, 지식에 기초한 경영혁신은 관련된 모든 요소들을, 그것이 지식 그 자체이든, 또는 사회적·경제적, 그리고 지각상의 문제이든 간에, 신중하게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분석을 통해, 혁신에 필요한 요소들 가운데 어떤 요소가 아직은 이용할 수 없는지 확인해야만 한다. 그 결과 기업가는 예컨대 잃어버린 수학이론과 관련해 라이트 형제가 판단했던 것과 같이 그 잃어버린 요소를 개발할 수 있는지, 또는 아직은 때가 되지 않았으므로 혁신을 추진하는 것 자체를 연기하는 것이 더 나은지 판단할 수 있다.
2. 지식에 기초한 혁신이 필요로 하는 두번째 요건은, 먼저 전략적 위치에 분명하게 초점을 맞추고 그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실험적으로 추진할 수는 없다. 새로운 혁신이 소개되면 세상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그리고 여러 경쟁자들을 끌어들이게 되는데, 이는 혁신가가 처음부터 올바르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가 첫번째는 실패하고 한번 더 기회를 또 갖게 될 가능성은 없다. 지금껏 논의한 다른 모든 혁신들의 경우, 혁신가가 일단 자신의 혁신에 성공하면, 그는 상당 기간 시장을 혼자서 독차지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지식에 기초한 혁신에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여기서는, 혁신가들은 자신들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숫자보다도 훨씬 더 많은 경쟁회사들과 거의 즉각적으로 경쟁하게 된다. 이 분야의 혁신가들이 도산하는 데는, 단 한 번만 실수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3. 마지막으로, 지식에 기초해 경영혁신을 추진하는 혁신가는, 그리고 특히 그가 추진하는 경영혁신이 과학적·기술적 지식에 기초한 경우에는, 기업가적 경영관리를 배우고 실천할 필요가 있다(이에 대해서는 제15장을 참조할 것). 사실, 기업가적 경영관리는 다른 어떤 종류의 혁신보다도 지식에 기초한 혁신에 더욱더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그 위험도가 너무 높기 때문에, 재무적 측면과 관리적 측면 둘 다를 예측하는 과제에 훨씬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한층 더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또 시장지향적으로 운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지식에 기초한, 특히 첨단기술에 기초한 혁신은 기업가적 경영관리를 거의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지식에 기초한 산업의 실패율이 높은 것은 주로 지식에 기초한, 그리고 특히 첨단기술에 기초한 혁신가들 그 자신들에게 문제가 있다. 이들 혁신가는 ‘첨단기술’이 아닌 것은 무엇이든 경멸하는 경향이 있는데, 특히 자신들과 동일한 분야에 있지 않은 사람들을 경멸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기술에 탐닉하는 경향이 있으며, 종종 ‘품질’이라는 것은 사용자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기술적으로 정교한 것을 의미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그들은 대체로 여전히 20세기의 기업가라기보다는 19세기적 발명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제10장 멋진 아이디어
멋진 아이디어(bright idea)에 기초한 경영혁신들은 아마도 다른 모든 유형의 경영혁신들을 합한 것보다도 더 많을 것이다. 예컨대 10개의 특허 가운데 7~8개가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기업가와 기업가정신에 관한 책들에 서술된 새로운 기업들 가운데 많은 것들이 ‘멋진 아이디어’에 기초해 설립되었다. 지퍼, 볼펜, 에어로졸 스프레이, 소프트 드링크와 맥주 캔을 따는 뚜껑 등 예를 들자면 많다. 그리고 많은 기업에서 연구로 지칭되는 것들은, 그것이 아침 식사용 콘 프레이크나 소프트 드링크에 첨가하는 새로운 향이든, 좀더 나은 런닝 슈즈를 개발하는 것이든, 또는 옷을 태우지 않는 또 하나의 전기다리미 등에 대한 연구이든 간에, 사실은 멋진 아이디어를 찾고 또 이용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멋진 아이디어는 가장 위험성이 높고 또 가장 성공 가능성이 낮은 혁신 기회의 원천이다. 큰 재난으로 끝날 확률이 매우 높다. 이런 종류의 혁신을 통해 획득한 특허 100건 가운데 개발비용과 특허 관련 비용을 보상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수익을 내는 것은 한 건을 넘지 않는다.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적은 몫으로, 어쩌면 500건 대 1건가량의 낮은 비율로 지출된 비용 이상으로 조금이라도 돈을 번다.
제11장 경영혁신의 추진 원칙
경험이 많은 의사들은 모두 ‘기적적인 치유’를 경험하게 된다. 불치의 병으로 고생하던 환자가 갑자기 회복하는 일이 실제로 있다. 때로는 그냥 자연적으로, 종종 영적 지도자를 만나서, 어떤 때는 이상한 식이요법으로 식사 습관을 바꿈으로써, 또는 낮에는 잠을 자고 밤에는 내내 일어나 있는 방법으로 병이 고쳐지는 예가 있다. 오직 고지식한 의사들만 이런 기적적인 치유를 인정하지 않고 ‘비과학적’이라고 무시해 버린다. 기적적인 치유는 현실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어떤 의사도 이와 같은 기적적인 치유법을 의학 교과서에 싣거나 의과대 학생들에게 가르칠 과목에 넣지 않는다. 기적적인 치유법은 되풀이될 수도 없고, 가르칠 수도 없고, 배울 수도 없다. 또한 기적적인 치유는 매우 드물게 일어난다. 불치병의 경우, 절대 다수는 결국 죽고 만다.
마찬가지로, 경영혁신의 경우도 앞의 장에서 설명하지 않은 혁신의 원천들로부터 달성된 것이 있으며, 조직적이지도 않고, 목적의식도 없이, 비체계적인 방법으로 달성된 혁신도 있다. ‘뮤즈 여신이 키스를 해준 덕분’에 혁신을 이룩한 사람도 있는데, 이들의 혁신은 고되고, 조직적이고, 목적지향적 작업으로부터가 아닌 ‘천재적 영감’의 결과다. 그러나 그런 혁신은 되풀이될 수 없다. 그것들은 가르칠 수도 없고, 배울 수도 없다. 어떻게 하면 천재가 되는지 가르칠 재간이 아직은 세상에 없다. 그러나 또한, 발명과 혁신에 관한 과장된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것과는 달리, ‘천재적 영감’의 결과는 극히 드물다. 한층 더 실망스런 사실은, ‘천재적 영감’이 혁신으로 이어진 예를 나는 하나도 알지 못하고 있다. 처음에 떠들썩하던 그것들 모두가 화려한 아이디어로서만 끝이 났다.
꼭 해야 할 일
1. 목적지향적 · 체계적 혁신은 기회 분석으로부터 시작한다. 그것은 내가 혁신 기회의 원천들이라고 명명한 것을 철저히 검토하는데서부터 시작한다. 혁신의 분야가 다르면, 달리 말해 상황에 따라 각각의 원천은 그 중요성도 달라질 것이다.
예를 들면 인구통계는 기본적으로 공업 프로세스를 혁신하려는 사람에게는, 그리고 제지공업과 같이 경제적 현실들과는 분명 불일치가 있는 프로세스에서 ‘잃어버린 연결고리’를 찾으려는 사람에게는 거의 관심 밖의 일일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인구변화가 초래한 필요 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해 새로운 사회적 도구를 모색하려는 사람에게 새로운 지식은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열거한 모든 혁신 기회는 체계적으로 분석되고, 체계적으로 연구되지 않으면 안 된다. 주의를 기울이는 정도로서는 충분하지 못하다. 연구조사 활동이 조직되어야 하고, 그것을 규칙적이고도 체계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2. 혁신은 개념 활동이자 인식 활동이다. 그러므로 혁신 활동에서 꼭 해야 할 일로서 두번째의 것은 밖으로 나가서 보고, 질문하고, 경청하는 일이다. 이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성공적인 혁신가는 자신의 왼쪽 두뇌와 오른쪽 두뇌 둘 다 사용한다. 그들은 숫자도 살펴보고, 사람도 관찰한다. 그들은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어떤 혁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분석적으로 접근한다. 그 다음에는 바깥으로 나가서 고객, 즉 이용자를 관찰하고는 그들이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가, 무엇에 가치를 두는가, 무엇을 필요를 하는가를 찾아낸다.
3. 혁신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간단해야 되고 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야 한다. 그것은 오직 한 가지에만 초점을 맞추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혼란이 생긴다. 만약 그것이 간단하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새로운 모든 것은 언제나 어려움을 겪게 마련이다. 만약, 그것이 복잡한 것이라면 그것을 개선하거나 수정할 수가 없다. 성공한 모든 혁신은 숨막힐 정도로 간단하다. 정말이지, 어떤 혁신이 받을 수 있는 최대의 찬사는 사람들로부터 다음과 같은 말을 듣는 것이다. “이것은 틀림없어. 왜 이런 생각을 진작 못했지?”
심지어 새로운 고객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혁신마저도 구체적이고, 분명하고, 주의 깊게 구상된 용도에 그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혁신은 그것이 만족시켜야 할 구체적 수요, 그리고 그것이 산출해야 할 구체적 최종 결과에 대해 초점을 맞추지 않으면 안 된다.
4. 효과적인 혁신은 작게 시작한다. 거창하지 않다는 말이다. 혁신은 어떤 구체적인 것을 시도한다. 그것은, 움직이는 운반도구가 궤도를 따라 달리는 도중에 전력을 끌어다 쓰도록 하는 시도일 수도 있다. 도시 전차를 가능케 한 혁신처럼 말이다. 또는 성냥갑에다 똑같은 수의 성냥개비(대개 50개)를 집어넣는 것과 같은 초보적인 것일 수도 있다. 이처럼 간단한 생각이 성냥갑을 자동으로 채우는 방법을 개발하도록 했고, 그 결과 스웨덴 사람들은 반 세기 동안 성냥에 대해 세계적인 독점권을 누리게 되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어떤 산업에 혁명을 일으키자’라는 식의 거창한 아이디어는 성과를 낼 것 같지가 않다.
혁신은 처음엔 돈이 적게 들고, 사람도 많이 필요치 않고, 오직 작고도 한정된 시장만 있으면 되는 소규모로도 출발할 수 있는 것이 유리하다. 그렇지 않으면, 혁신이 성공하는 과정에 거의 언제나 부딪히게 되는 조정, 그리고 수정을 해야 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하게 된다. 혁신을 처음 추진할 무렵에는 “거의 다 됐다”라는 말 이상을 듣는 경우가 드물다. 따라서 수정할 필요가 있을 때는 오직 규모가 작고, 사람과 돈의 요구가 비교적 적을 때에만 가능할 것이다.
5. 그러나 (그리고 이것은 꼭 해야 할 일의 마지막 부분인데) 혁신에 성공하려면 그 목표를 주도권을 잡는 데 두어야 한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거대한 기업’이 되는 것이라는 식으로 설정할 필요는 없다. 사실상, 어떤 혁신이 궁극적으로 큰 기업으로 성공하게 될지 또는 사소한 성과를 올린 채 끝나고 말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혁신이 처음부터 주도권을 목표로 하지 않으면, 그것은 충분히 효과를 발휘할 혁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고, 그 결과 혁신이라고 할 만한 자리매김도 하지 못할 것이다. 전략들은 매우 다양하다(제16장~제19장에 걸쳐 논의된다). 산업 또는 시장에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에서부터, 소규모의 ‘생태적 틈새시장’을 찾고 또 차지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모든 기업가적 전략은, 다시 말해 혁신을 활용하기 위한 전략은 주어진 환경 하에서 주도권을 잡아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오직 경쟁자를 끌어들이는 기회만을 제공하고 끝나고 말 것이다.
하지 말아야 할 일
지금부터는 ‘하지 말아야 할 일’ 몇 가지를 검토하자.
1. 첫째는 무조건 독창적인 것을 하려고 노력해서는 안 된다. 혁신은 평범한 인간이 추진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혁신의 규모가 커지고 조금이라도 중요하게 되면, 우둔한 사람 또는 우둔한 사람에 가까운 사람들이 집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세상에 넘치게 많고 또 공급이 늘 끊이지 않는 것으로 유일한 것은 무능한 사람들뿐인 걸 어쩌겠나. 뭐라도 너무 똑똑한 사람이 필요한 것은, 그것이 디자인이든 봉제가공이든 간에, 거의 실패하게 되어 있다.
2. 다각화하지 말고, 분산시키지도 말고,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시도하지 말라. 물론, 이것은 ‘꼭 해야 할 일’, 즉 ‘초점을 맞추어라!’라는 것으로부터 도출되는 필연적 결과다. 사업 활동의 핵심(core)으로부터 벗어난 혁신은 산만해지기 쉽다. 그것들은 아이디어에 머무를 뿐 혁신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핵심은 반드시 기술이나 지식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실제로, 시장에 관한 지식은 어떤 조직에 대해서라도, 그것이 기업이든 공공기관이든 간에, 지식이나 기술보다는 더 나은 통합의 핵심(core of unity)을 제공한다. 그러나 혁신 노력을 통합시키는 핵심이 있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혁신 노력들은 산만해지기 쉽다. 혁신은 그것을 성공시키는 데 필요한 통합적 노력이라는 집중된 에너지를 투입할 필요가 있다. 혁신은 또한, 혁신이 효과를 발휘하도록 하는 사람들 모두가 상호 이해할 것을 요구한다. 그뿐 아니라 혁신은 통일성과 공통의 핵심(common core)을 요구한다. 혁신은, 말할 것도 없이 다각화와 분산으로 인해 위기에 빠지게 된다.
3. 마지막으로, 미래를 위해 혁신을 하려고 노력하지 말라. 현재를 위해 혁신하라! 혁신의 영향은 오랜 기간에 걸쳐 나타날 수도 있다. 20년이 지나서도 완전한 성숙기에까지 이르지 않을 수도 있다. 컴퓨터는, 우리가 이미 본 것처럼, 최초의 작동 가능한 모델이 소개된 지 25년이 지난 후인 1970년대 초까지도 기업이 일을 처리하는 방법에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나마 영향을 끼치기 시작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처음부터 컴퓨터는 과학 계산, 급료 계산, 비행사의 항공기 조종 연습을 위한 시뮬레이션 등 어느 정도 구체적인 업무에 적용되었다. “앞으로 25년 뒤에는 이것을 필요로 하는 노인들이 엄청나게 많을 거야”라고 말할 수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다음과 같은 말을 할 수가 있어야만 한다. “이것을 사용해 보고는 뭔가 확실히 다르다고 차이를 느낄 노인들이 오늘날 우리 주변에 충분히 있다. 물론 시간은 우리 편이다. 앞으로 25년 동안 수요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응용되지 못하면, 그 혁신은 다 빈치의 노트에 그려져 있는 설계도면과 같다. 하나의 ‘멋진 아이디어’로서 말이다. 세상 사람들 가운데 다빈치에 필적할 천재는 없으며, 우리의 아이디어를 담고 있는 노트만이라도 영원한 생명을 갖게 될 것이라는 기대 또한 할 수 없다.
성공적 혁신을 위한 세 가지 조건
마지막으로, 혁신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데는 세 가지 조건이 있다. 이들은 분명한 것인데도 흔히 무시당하고 있다.
1. 혁신은 작업이다. 혁신은 지식을 필요로 한다. 때로는 위대한 발명의 재간을 요구하기도 한다. 세상에는 보통사람들보다는 타고난 재능이 뛰어난 혁신가도 분명히 있다. 또한, 혁신가들은 한 분야가 아니라 여러 분야에 집중하는 일이 거의 없다.
에디슨은 그의 엄청난 혁신 능력에도 불구하고, 오직 전기분야에서만 활동했다. 그리고 금융분야의 혁신 기업, 예를 들면 시티뱅크가 소매업 또는 건강분야의 혁신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은 있을 법한 일이 아니다. 인간이 하는 다른 분야의 노력에서와 마찬가지로 혁신을 하는 데는 자질이 있어야 하고, 발명의 재간이 있어야 하고, 지식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혁신 아이디어가 제안되고 완성되려면, 혁신은 열성적인, 초점을 맞춘, 의도적인 작업이 되어야만 한다. 그런 작업은 근면성, 집념, 책임감을 요구한다. 만약 그런 것들이 모자란다면 자질, 발명의 재간, 지식은 아무 소용이 없다.
2. 혁신에 성공하려면, 혁신가는 자신의 강점을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성공적인 혁신가는 넓은 시야를 갖고 혁신의 기회를 탐색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다음에는 다음과 같이 자문해 보아야 한다. “이런 기회들 가운데 ‘나’에게, ‘회사’에게 적합한 것이 어떤 것인가? 우리가 (또는 내가) 소질이 있고 또 그 동안 실적 면에서 능력이 검증된 분야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은 어떤 것인가?” 물론 이 점에 있어서는 혁신도 여느 작업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특히 혁신에서 강점을 바탕으로 추진해야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이유는, 혁신에는 늘 위험이 따르고 또한 성공하면 지식 면에서나 수행능력 면에서 매우 큰 보상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벤처 비즈니스와 마찬가지로, 혁신에 있어서도 기질적으로 자신의 ‘적성’에 맞아야 한다. 사업가들이 진심으로 좋아할 만한 일이 아니면 그 사업은 잘 되지 않는 법이다. 제약회사 가운데, 스스로를 ‘진지한’ 인물로 생각하는 과학적인 의식구조를 가진 사람들이 운영하는 회사라면, 입술연지 또는 향수와 같은 ‘하찮은’ 사업을 잘 해왔던 회사는 없다. 마찬가지로, 혁신가도 혁신의 기회와 기질적으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혁신 기회는 자신이 보기에 중요성이 있어야 하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혁신을 성공시키는 데 언제나 필요한 작업, 즉 고된 노력을 꾸준히 해도 종종 좌절감을 맛보게 되는 그 작업을 그들은 추진할 엄두를 내지 않을 것이다.
3. 마지막으로, 혁신은 경제와 사회에 영향을 주며, 고객·교사·농부·안과의사 등 다시 말해 모든 사람들의 행동에 변화를 준다. 혁신은 또한 여러 가지 프로세스를 변화시킨다. 사람의 일하는 방법, 그리고 생산방법에 변화를 준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혁신은 늘상 시장 가까이에서 추진해야 하고, 시장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고, 정말이지 시장지향적이어야 한다.
제2부 기업가정신의 실천
제12장 기업가적 경영관리
기업가정신은 그 조직이 기존의 대규모 조직이든 또는 개인이 혼자서 시작하는 새로운 벤처기업이든, 똑같은 원칙에 기초를 두고 있다. 기업가정신은 기업이든 비기업 공공서비스 기관(nonbusiness public-service organization)이든, 더 나아가 그 조직이 정부기관이든 비정부기관이든 간에 거의 또는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지켜야 할 규칙도 상당히 닮았으며, 기능을 발휘하는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들도 상당히 닮았고, 경영혁신의 종류도 마찬가지이며 또한 추구해야 할 분야도 역시 같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가 기업가적 경영관리(Entrepreneurial Management)라고 불러도 될 그런 원칙이 존재한다.
그러나 기존의 기업은 1인 기업가와는 다른 문제, 다른 한계, 그리고 다른 제약에 부딪히게 된다. 그리고 다른 것들도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 아주 간단하게 말한다면, 기존의 기업은 경영관리는 할 줄 알지만, 기업가가 되는 방법과 경영혁신을 하는 방법은 배울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비기업 공공서비스 기관 역시 독특한 문제에 직면하게 되고, 배워야 할 다른 것들이 있고, 다른 종류의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새로운 벤처기업은 기업가가 되는 방법과 혁신하는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경영관리를 하는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앞에서 말한 세 가지 조직은 다음과 같다.
• 기존의 기업
• 공공서비스 기관
• 새로운 벤처기업
이들 조직 각각은 기업가정신을 실천하는 데 필요한 고유한 지침을 개발해야만 한다. “각각의 조직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가? 그리고 무엇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더 좋은가?” 하는 것들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제13장 기업가적 사업
구체적으로 말해, 기업가적 경영관리(entrepreneurial management)는 네 가지 주요 분야에서 정책과 실천을 필요로 한다.
첫째, 조직은 혁신을 수용하도록 조직되어야만 하고, 변화를 위협이 아니라 기회로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한다. 조직은 기업가라면 마다하지 않을 고된 일을 하도록 조직되어야만 한다. 조직 내에 기업가적 분위기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수립과 실천이 필요하다.
둘째, 성과를 향상하기 위해 학습방법을 내장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가·혁신가로서 회사의 성과를 체계적으로 측정하는 것은, 또는 적어도 평가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셋째, 기업가적 경영관리는 조직구조, 인사배치와 인사관리, 그리고 급여와 인센티브와 포상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넷째, ‘하지 말아야 할 일들’, 즉 기업가적 경영관리에서 해서는 안 되는 일들도 있다.
제14장 서비스기관의 기업가정신
정부기관과 같은 공공서비스 기관, 노동조합, 교회, 대학과 각종 학교, 병원, 지역단체와 자선단체, 전문가 단체와 동업자 조합 등과 같은 단체들도 다른 어떤 기업과 마찬가지로 충분히 기업가적으로, 그리고 혁신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정말이지 그것들은 그런 방식을 더 필요로 할지도 모른다. 오늘날과 같이 사회, 기술, 그리고 경제의 급격한 변화는 서비스 기관에 한층 더 큰 위협인 동시에 좀더 큰 기회를 안겨준다.
그러나 공공서비스 기관이 경영혁신을 추진하는 일은 심지어 가장 ‘관료적인’ 기업의 경우보다 훨씬 더 어렵다. ‘기존’의 것들은 혁신을 하는 데 있어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더 커보인다. 분명 모든 서비스 기관은 규모를 더 키우기를 원한다. 서비스 기관에 있어서는 이윤이라는 검증 요소가 없기 때문에 규모가 서비스 기관의 성공의 한 척도이고, 성장 그 자체가 목표다. 그 다음, 서비스 기관에는 해야 할 것들이 넘친다는 사실은 말할 나위도 없다. 하지만 서비스 기관이 ‘늘 해왔던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하는 것 역시 서비스 기관에게는 하나의 저주이고, 아니면 적어도 참기 힘든 고통이다.
서비스 기관에 있어 대부분의 경영혁신은 국외자로부터 또는 긴급사태로 인해 강제적으로 추진된다. 예를 들면, 근대적인 대학은 교육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국외자인 프러시아의 외교관, 빌헬름 폰 훔볼트(Wilhelm Von Humboldt, 1767-1835)에 의해 창설되었다. 그가 베를린 대학을 창설한 것은, 17~18세기의 전통적인 대학이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 전쟁에 의해 거의 완전히 파괴된 1809년의 일이었다. 베를린 대학 창설로부터 60년 뒤, 미국의 전통적인 단과대학과 종합대학이 시들어가고 더 이상 학생들을 모집할 수 없게 된 무렵, 미국에 현대적인 대학이 생겼다.
마찬가지로, 20세기 군대에서 일어난 모든 혁신은, 그것이 조직상의 것이든 전략상의 것이든 간에, 군대가 심각한 기능장애를 일으켰거나 전투에서 완패한 후에 이루어졌다. 예를 들면 미국의 군대 조직과 전략은, 미국 군대가 스페인 전쟁에서 별로 큰 전과를 올리지 못하자 시어도어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 1858-1919) 대통령 내각의 육군장관이었던 뉴욕 출신의 변호사 엘리후 루트(Elihu Root, 1845-1937)가 만든 것이었다. 그로부터 수 년 후, 영국 군대와 전략을 재조직한 것은, 보어(Boer) 전쟁에서 영국 군대가 마찬가지로 별로 큰 전과를 올리지 못하자, 또 다른 한 민간인 출신의 육군대신 할데인 로드(Haldane Lord, 1856-1928) 경이었다. 그리고 독일 군대의 구조와 전략을 재검토하게 된 것은 제1차 세계대전의 패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정부의 경우에 있어서도 최근 정치 역사상 최대의 혁신적인 발상, 즉 1933~36년 사이에 실시된 미국의 뉴딜 정책은 미국의 사회 조직망을 거의 해체할 정도로 심각했던 대공황에 의해 촉발되었다.
관료주의의 비판자들은, 공공서비스 기관이 기업가정신과 경영혁신에 저항하는 것은 ‘소심한 관료들’, ‘돈 값을 못하는’ 시간만 때우는 사람들, 또는 ‘권력에 굶주린 정치꾼’ 때문이라고 비난한다. 이것은 오래 된 곡조다. 사실, 이것은 거의 500년도 더 전에 마키아벨리가 불렀을 만큼 이미 한물간 노래다. 오직 바뀌는 것은 그것을 부르는 가수다. 20세기 초 그것은 이른바 자유주의자들의 구호였으며, 지금은 이른바 신보수주의자의 구호다. 애석하게도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으며, 개혁주의자들의 영원한 만병통치약인 ‘좀더 나은 사람들’이 관료가 되면 해결된다는 생각은 신기루에 지나지 않는다. 가장 기업가적이고 혁신적인 사람도 그들이 공공서비스 기관, 특히 정부기관의 경영관리를 맡고서 6개월만 지나면 가장 철저하게 시간만 때우는 관료 또는 권력에 굶주린 정치꾼처럼 행동한다.
공공서비스 기관에서 기업가정신과 경영혁신을 저해하는 힘은 공공서비스 기관 내부에 고유한 것이고, 그것의 한 부분이며, 그것과 분리할 수가 없다(공공서비스 기관과 그 특성에 대해서는 나의 책 《경영:과제, 책임, 실제》의 제11장~제14장 ‘서비스 기관의 업적’ 편을 참조─저자 주). 이에 대한 가장 좋은 예는 기업의 관리부문인데, 사실 기업의 관리부문은 기업 내부의 ‘공공서비스 기관’이다. 관리부문은 일반적으로 사업부문 출신으로서, 그리고 경쟁시장에서 그 능력이 증명된 사람이 맡는다. 게다가 내부 관리부문 사람들이 수행하는 서비스는 혁신가로서 듣게 되는 것만큼이나 나쁜 평판을 받지도 않는다. 그들은 관리부문 왕국을 건설하는 것도 곧잘 한다. 그리고 그들은 항상 동일한 것을 더 많이 하기를 좋아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지금 하고 있는 것은 무엇이든 간에 중단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나 일단 지위를 확립하고 나면 그들은 좀처럼 경영혁신을 하지 않는다.
제15장 새로운 벤처기업
기존의 조직에 관한 한, 그것이 기업이든 공공서비스 기관이든 간에, ‘기업가적 경영관리(entrepreneurial management)’라는 용어를 구사할 때 그 지배적 단어는 ‘기업가적’이라는 부분이다. 그러나 새로운 벤처기업(new venture)에 있어 그것은 ‘경영관리’다. 기존의 기업이 기업가정신을 추진하지 못하도록 막는 주요 장애물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사업들이다. 새로운 벤처기업에는 그런 것들이 없다.
새로운 벤처기업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그것은 제품일 수도, 서비스일 수도 있다. 심지어 그것은 매출액을 올리는 것, 그리고 때로는 매우 엄청난 매출액을 올리는 것일 수도 있다. 또한 그것은 수익을 올리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이익을 남기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새로운 벤처기업이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은 ‘사업’이다. 다시 말해 그 사업의 방향이 어딘지, 그 사업이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결과가 무엇이며 또한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를 구성원들이 알고 있는, 경쟁력을 보유하면서 가동되고 있는 조직된 ‘현재 가동되고 있는’ 사업이 없다는 것이다. 새로운 벤처기업이 새로운 사업으로 발전되지 않으면, 그리고 확실히 ‘관리’되지 않으면, 그것이 아무리 훌륭한 기업가적 아이디어라 하더라도, 그것이 아무리 돈을 많이 번다고 해도, 그것이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 해도, 또는 그것에 대한 수요가 아무리 많다 해도 그것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새로운 벤처기업에 있어 기업가적 경영관리에는 네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첫째, 시장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둘째, 재무예측 능력을 필요로 하며, 특히 현금흐름과 미래에 필요한 자본수요에 대한 계획을 갖고 있어야 한다.
셋째, 최고경영자팀을 구성해야 하며, 그것도 새로운 벤처기업이 실제로 필요하기 훨씬 이전에, 그리고 그것을 확보할 여유가 생기기 훨씬 이전에 구성해야 한다.
넷째, 창업자는 자신의 기업에서 자신이 맡을 역할, 일의 범위,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결정해 놓을 것을 필요로 한다.
많은 새로운 벤처기업의 경우, 특히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벤처기업의 경우 지금까지 논의한 경영관리 수단을 무시하고 있고 심지어 경멸하기까지 한다. 그들의 주장은, 지금까지 논의한 수단들은 ‘경영관리’에 대해 말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기업가다”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말은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그것은 무책임한 말이다. 그것은 표면과 본질을 혼동하고 있다. 자유란 법 테두리 안에 있는 것이지, 법을 준수하지 않는 자유는 없다고 하는 것은 오래 된 지혜다. 법을 초월한 자유는 특권인데, 그것은 조만간 무질서로, 그리고 머지않아 독재로 전락하고 만다. 새로운 벤처기업이 선견력을 갖추고 또 원칙을 준수해야만 하는 것은 정확히 말해 새로운 벤처기업이 기업가정신을 유지·강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벤처기업은 자신의 성공이 초래하게 될 새로운 요구에 대해 스스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새로운 벤처기업은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것은, 궁극적으로 기업가적 경영관리가 새로운 벤처기업에 부과하는 과제다.
새로운 벤처기업을 경영하는 일에 대해 재무관리와 인사배치, 그리고 제품의 판매 등에 대해 검토할 것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구체적인 것들에 대해서는 여러 책에서 적절히 논의되고 있다. 이 장에서 제시하려고 하는 것은 기업이든 공공서비스 기관이든 간에, ‘고급기술’, ‘저급기술’ 또는 ‘오래 된 기술’에 관계없이 혼자 또는 여러 명이 창업했든 간에, 그리고 소규모 기업으로 만족하든 ‘또 하나의 IBM’이 되려 하든 간에 새로운 벤처 조직의 생존과 성공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매우 간단한 몇몇 정책들을 확인하고 또 논의하는 것이다.
제3부 기업가적 전략
제16장 총력 전략―“최정예 부대를 동원해 요충지를 선점하라”
구체적으로 기업가적 전략에는 4가지가 있다.
1. “최정예 부대를 동원해 요충지를 선점하라”(Being ‘Fustest with the Mostest’)─총력 전략
2. “적이 없는 곳을 공격하라”(Hitting Them Where They Ain’t)─게릴라 전략
3. “전문분야에서 생태학적 틈새(ecological niche)를 발견하고 또 장악하라”─틈새 전략
4. “제품, 시장, 또는 산업의 경제적 특성을 바꾸어라”─고객창조 전략
이 4가지 전략은 상호 배타적이 아니다. 기업가(여기서는 일반적인 의미의 businessman이 아니라 entrepreneur, 즉 혁신적 기업가를 의미함─옮긴이)는 때로는 4개의 전략 가운데 2개를, 또 어떤 때는 심지어 3개를 하나의 전략 속에 결합하기도 한다. 또한 이 4개의 전략들은 항상 뚜렷이 구분되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면, 하나의 동일한 전략도 게릴라 전략 또는 틈새 전략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렇긴 하지만 4개의 전략들은 각각 선행조건들을 필요로 한다. 첫째, 각각은 어떤 독특한 종류의 혁신에 적합하고, 그리고 다른 종류의 혁신과는 적합하지 않다. 둘째, 각각은 기업가로 하여금 구체적인 행동을 하도록 요구한다. 마지막으로, 각각은 고유한 한계를 갖고 있고 고유한 위험을 부담한다.
제17장 게릴라 전략―“적이 약한 곳을 공격하라”
창조적 모방
창조적 모방[creative imitation:이는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시어도어 레빗(Theodore Levitt)이 만든 용어임]은 분명 용어 자체로서는 모순이다. 창조적이라는 것은 반드시 최초의 것이어야 한다. 만약 모방이 아닌 것이 있다면, 그것은 ‘최초의 것’이다. 그런데도 이 용어는 맞는 말이다. 그것은 ‘모방’이 본질적인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창조적 모방 전략을 사용하는 기업가는 다른 사람이 이미 실행한 것을 따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창조적’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창조적 모방 전략’을 활용하고 있는 기업가가, 모방의 대상이 된 혁신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그것을 발명한 사람, 그리고 그것을 처음 혁신한 사람보다도 더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략을 가장 먼저 실천했고 또 가장 훌륭한 성공을 거둔 기업은 IBM이다. 그러나 P&G가 비누, 세제, 그리고 세면용품 시장에서 리더십을 획득·유지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전략 또한 대체로 그렇다. 그리고 세이코 시계로 세계 시장에서 선두주자가 된 일본의 하토리(Hattori Company)사가 시장을 지배하게 된 것도 ‘창조적 모방 전략’ 덕분이다. 1930년대 초 IBM은 뉴욕 콜럼비아 대학의 천문학자들이 계산을 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고속 계산기를 만들었다. 몇 년 뒤 IBM은 이미 현대적 의미의 컴퓨터로 디자인이 완료된 기계를 만들었다. 또다시 천문학자를 위한 계산기였지만 이번에는 하버드 대학에 납품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IBM은 실질적인 컴퓨터를 제조했다. 이것은 진정한 컴퓨터가 갖추어야 할 속성들, 즉 ‘기억장치’와 ‘프로그램’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최초의 컴퓨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책이 IBM을 컴퓨터 분야의 혁신 기업으로서 조금도 높게 평가하지 않는 데에는 충분한 이유들이 있다. 왜냐하면 IBM은 한층 개선된 1945년형 컴퓨터를 완성한 직후, 뉴욕 번화가에 있는 동사의 전시실에 비치해 일반 시민에게 선보인 최초의 컴퓨터에는 엄청난 인파가 밀려들었지만, IBM은 자신의 디자인을 폐기하고는 경쟁자인 에니악(ENIAC)이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개발한 모델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에니악 모델은 급여계산과 같은 기업의 사무용으로 훨씬 더 적합했는데, 다만 에니악 모델의 설계자들은 이런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IBM은 에니악 모델을 수정해 그것을 생산·임대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그것을 고도의 과학계산 전용이 아니라 기업을 위한 잡다한 ‘자료 처리’를 가능하도록 했다. 1953년 에니악 모델을 바탕으로 IBM 기종이 선을 보이게 되자, 그것은 당장 기업용 다목적용 대형 컴퓨터의 표준 설정자가 되었다.
이것이 ‘창조적 모방 전략’이다. 이 전략은 다른 누군가가 새로운 것을 만들 때까지, 그러나 그것을 거의 ‘완성에 가까울’ 정도로 만들 때까지 기다린다. 그 다음 창조적 모방 전략가는 혁신을 추진한다. 그러고는 짧은 기간 내에, 진실로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혁신 제품을 공급하고, 고객이 원하고 또한 대가를 지불하려 하는 과업을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혁신 제품을 제공한다. 그렇게 되면 창조적 모방은 표준이 되고, 시장을 지배하게 된다.
기업가적 유도─다른 기업의 힘을 역이용하기
1947년 벨연구소는 트랜지스터를 발명했다. 트랜지스터는 특히 라디오, 그리고 그 당시 새로 개발된 TV 세트 등, 소비자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진공관을 대체할 것이라는 사실이 즉각 알려졌다. 모두가 이 사실을 알았다는 말이다. 그러나 아무도 그것에 대해 어떤 것도 하지 않았다. 소비자 전자제품의 선두주자들은, 당시는 모두 미국인 회사들이었는데, ‘1970년경’이 되어서야 트랜지스터를 연구하고 비로소 트랜지스터로 전환하는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 때까지는, 그들은 트랜지스터가 아직 “다른 용도로 전환될 채비가 안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 당시 소니는 일본을 제외한 국외에서는 실제로 거의 알려지지 않았으며, 게다가 소비자 전자제품 시장에는 진출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소니의 사장인 모리타 아키오(盛田昭夫, 1921-)는 신문에서 트랜지스터에 관한 것을 읽었다. 그는 곧 미국으로 가서 벨연구소로부터 새로운 트랜지스터의 라이선스를 2만 5,000달러라는 터무니없는 헐값에 사들였다. 2년 후 소니는 최초의 휴대용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시장에 내놓았는데, 무게는 같은 성능의 진공관 라디오의 5분의 1도 안 되고, 가격은 3분의 1 이하였다. 그로부터 3년 뒤, 소니는 미국의 값싼 라디오 시장을 완전히 손에 넣었고, 또다시 5년 뒤에는 일본 회사들이 전세계 라디오 시장을 휩쓸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소니의 성공 스토리가 아니다. 핵심은 일본 기업들이 똑같은 전략을 거듭 사용했고, 매번 성공을 거두었으며, 그 때마다 미국 기업들을 놀라게 한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일본 기업들은 이 전략을 TV에, 디지털 시계에, 그리고 휴대용 전자계산기에도 되풀이 사용했다. 일본 기업들은 복사기 시장에 진출해 복사기의 원 발명자 제록스보다 더 큰 시장점유율을 가로챌 때도 이 전략을 사용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일본 기업들은 미국 기업들에 대해 ‘기업가적 유도(柔道, entrepreneurial judo)’, 즉 달리 표현하면 다른 기업의 힘을 역이용하는 전략을 실행해 거듭 승리한 것이다.
“최정예 부대를 동원해 요충지를 선점하라”라는 총력 전략과 창조적 모방 전략과 마찬가지로, 기업가적 유도 전략은 주도적 지위의 획득,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지배권의 획득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기업가적 유도 전략은 주도적 기업들과 경쟁하면서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또는 적어도 주도적 기업들이 경쟁자의 도전을 의식하거나 이를 우려하고 있을 때에는 더더욱 경쟁하지 않는다. 기업가적 유도 전략은 “적이 약한 곳을 공격한다.”
제18장 틈새 전략―생태학적 틈새
생태학적 틈새 전략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독특한 전략이 있는데, 각각 고유한 요건, 한계, 그리고 위험을 포함하고 있다.
• 톨게이트(toll-gate) 전략
• 전문기술(specialty skill) 전략
• 전문시장(specialty market) 전략
제19장 고객창조 전략―가치관과 개성을 바꾸어라
지금까지 논의해 온 기업가적 전략에서는, 그 목적이 혁신을 도입하려는 것이었다. 이 곳에서 논의하는 기업가적 전략은, 혁신 그 자체가 전략이다. 전략이 대상으로 하는 제품 또는 서비스는 오랫동안 우리 주위에 있었던 것이라도 관계없다. 그러나 전략은 오래 된 기존 제품 또는 서비스를 무엇인가 새로운 것으로 바꾸어놓는다. 전략은 제품 또는 서비스의 효용, 가치, 그리고 경제적 특성을 변화시킨다. 그것은 물리적으로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 듯 보이지만, 경제적으로는 무엇인가 다르고 또 새로운 것이 창출된 것이다.
이 곳에서 논의하는 모든 전략은 하나의 공통점을 갖는다. 그것들은 고객을 창조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고객의 창조야말로 기업의 목적이고, 정말이지, 경제적 활동의 궁극적인 목적이다[30년도 더 전에 나의 책 《현대 경영의 실제(The Practice of Management)》에서 처음으로 말한 것과 같이 말이다]. 그러나 고객창조라는 하나의 공통점을 달성하기 위해 전략들은 네 가지 다른 방법을 사용한다.
• 효용창조 전략(creating utility strategy)
• 가격 전략(pricing strategy)
• 고객의 사회적·경제적 현실에 대한 적응 전략(adaptation strategy)
• 고객이 필요로 하는 가치제공 전략(value delivering strategy)
결론: 기업가적 사회
필요한 사회적 혁신은 무엇인가
1. 첫번째 분야는 잉여노동력을 해결하는 정책이다. 그 숫자는 많지 않다. 그러나 '굴뚝산업'의 블루칼라 노종자들은 매우 한정된 몇몇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2. 또 다른 필요한 사회적 혁신은 한층 더 근본적이고도 훨씬 더 어려운, 그리고 전례가 없는 것이다. 즉 효력이 다한 사회정책과 진부한 공공서비스 기관을 체계적으로 폐기하는 과제다. 이것은 과거의 위대한 기업가 시대에는 문제가 아니었다. 100년 전에는 그런 정책과 기관들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그런 문제를 엄청나게 많이 갖고 있다. 그러나 지금쯤 우리는 비록 영원히 존재하는 것들이 있다 해도 그것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심지어 그런 것들 가운데 정말 단기간 이상 동안 기능을 수행하는
것도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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